※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65〉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1950~)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 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 1982년 시집 <서울의 예수> (민음사)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 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 아름답게 빛나는 풍경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기 전에 흰 눈들이 모두 녹아버리며, 2월 보통날의 황량한 겨울로 돌아오더군요. 그만큼 날씨도 겨울보다는 봄 쪽에 가까워서 일 것입니다. 얼마 전 입춘(立春)도 포근한 가운데 지나버렸고요.
하긴 농촌에서는 설날을 눈앞에 둔 요즘 사과, 복숭아 같은 유실수들의 가지치기를 하면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농사꾼이 아니더라도 집주변의 나무를 다듬고, 꽃씨의 파종을 해야 할 때라 하겠습니다.
이 시는 고통스러운 현실 상황으로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을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이 詩는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울수록 더욱더 희망을 잃지 말고 꿈을 좇는 능동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나 희망을 찾는 사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슬픔을 사랑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합니다. 왜냐하면 절망과 슬픔의 세상에서 어디엔가 존재하는 희망을 발견해 내지 못한다면 좌절할 수 있으므로 희망을 찾기보다‘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희망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적극적인 자세로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이죠.
한편 이 詩에서는 ‘어둠’, ‘겨울밤’, ‘절망’, ‘슬픔’ 등 고통을 나타내는 시어와 ‘별’, ‘사랑’, ‘봄눈’, ‘꿈’ 등 희망적인 단어를 의도적으로 대립시켜, 소외 받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보여주며 용기를 주고 있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