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였던 동생을 동경했던 한 소년이 야구에 입문한지 어언 1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미국에 계셨던 이모할머님께서 동생에게 선물하셨던 Louisville Slugger 글러브를 필두로 15년전 동대문 야구상점에서 구입했던 동생의 에이원, 사사키 글러브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꼭 저런 글러브를 끼워보리라는 질투아닌 질투를 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9년 전 학교 선배가 미국에서 구입해준 생애 첫 글러브인 Wilson A2000. 이 글러브를 받자마자 베개 머릿맡에 두고 애지중지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애 첫 직구로 구입했던 Wilson A2000 1787BST, 미국 업자에게 받아왔던 Wilson A2K Brandon Phillips 1786 Limited Edition 2/500 등 한동안 윌슨 사랑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 시절도 있었지요.
그러던 중 애지중지하던 후배녀석 때문에 일제 글러브의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미즈노, 제트, 구보타, 하닥, 자낙스, 하이골드, 타마자와, 나이키 등 당시 제가 누릴 수 없었는 호사를 후배녀석 때문에 간접적으로나마 누릴 수 있었습니다. 자금 사정이 좋아졌을 무렵 무던히도 일본 직구를 진행했었고, 덕분에(?) 제트 미트 오더도 냈었었네요ㅎ
다시금 그 녀석 덕분에 들어서지 말아야할 곳에 발을 디딛었습니다.
굳게 닫힌 사무실 초입에서부터 느껴지는 달콤한 가죽의 향기가 코 끝을 스칩니다. 절대 글러브 덕후질은 안돼라는 마음가짐은 이 때부터 점점 무너집니다. 후배는 여기서 한마디를 합니다. "여기서 글러브 구입하기 힘들지도 몰라요"
왜 일까?....
'똑똑' 노크 후 한참동안 기다리니 사장님 아니 선생님께서 제 후배를 보고 한마디를 날리셨습니다.
"너 또 왔어? 오지마~ㅋ" 하고 다시 문을 닫으십니다. 네..저는 당황합니다.
잠시 후 장난기어린 웃음을 보여주시며 다시 열어주십니다.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눈 앞에 가득 찬 수많은 글러브들....
사실 TRN이란 브랜드는 써보지 않았기에 의심 가득한 상태였죠. 뭐..국산글러브가 일제보다 좋겠어????
네!! 사대주의.....야동과 글러브에 관해서는 친일파입니다. 민족반역자가 아니라 친미와 같은 친일파입니다.
TRN의 역사 및 국내 글러브 산업의 전반적인 동향에 대해 잠시 대화를 갖았습니다. 아주 잠시...
그리고 TRN 가죽의 역사를 말씀해주십니다. original NT leather, real NT leather, NX leather, Kip leather..
그 후 아주 오랫동안 도쿄 올림픽 엠블럼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 디스전이 시작되었습니다ㅋㅋㅋ
일본 구글 및 일본 야후에서 사노 겐지로를 검색해서 보여주시며 열심히 디스하셨습니다.
여기서 후배가 또 한마디 합니다. "선생님은 창작하시는 분이시라 표절에 아주 민감하셔요."
여기서 저는 생각을 합니다. 대체 이 분은 글러브를 파실 생각이 있으신가....
배가 고파오고 후배의 약속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후배가 잠시동안의 잠깐동안의 선약을 마치고 다시 왔습니다.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중 후배가 다시 한마디 합니다. " 형 TRN 글러브 진짜 좋아요. 마음에 드는거 있으면 사세요."
네..다시 방문합니다. 어김없이 안열어주십니다. 오랫동안의 정적 후 다시 또 한마디 하십니다. 그냥 가..귀찮아..
오기가 생깁니다. 제2라운드에서는 내 저기 있는 글러브 중 하나 사고 만다.
2라운드 서두부터 밝혔습니다. "저 다시 사러왔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골라봐 과연 네가 살 수 있는게 있을까?"
이런 밀당 흥미로웠습니다.
무던히도 수십개의 글러브 포장 비닐을 까봤습니다. 그 중 희안하게 마음에 드는 녀석을 보게 됩니다.
20주년 기념 글러브였습니다.
새끼 쪽 웰팅 부근에 프랑스 국기가 부착되어 있고, 라벨은 골드라벨입니다. 이 라벨 희안하게 맘에 듭니다.
나름 글러브 고를 때 가죽상태, 마감 등을 더욱 집중하여 고르는 편인데 이거 라벨 때문에 끌립니다.
가죽은 제가 전에 만져보지 못했던 가죽입니다.
다소 거친듯한 인상의 가죽이 클래식한 느낌을 줍니다. 근데 만져보니 부들부들합니다.
Original NT, Real NT 가죽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마음에 듭니다.
그냥 느낌에 맡깁니다. 사장님 아니 선생님께 드립다 내밀며 이거 구매하겠습니다.
"음..이 골드라벨 한정판 타임캡슐에 들어가는건데 잠깐 기다려봐. 안될꺼 같은데..이거 2개 만든건데 재고가 1개 뿐이라면 안팔꺼야"
네..골드라벨 프랑스국기 16번패턴 아이웹 계속 찾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ㅠ
"너 운 진짜 좋네..ㅋ"
그 후 이 글러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Anticque leather라고 선생님께서 직접 디자인하신대로 일본에 발주하신 가죽이랍니다. 탄탄하고 거칠게 보일지 몰라도 건조 방식에서 자연건조 방식을 적용한 가죽이기에 유분 함유량이 조금 더 많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하드하고 탄탄합니다. 더불어 조금 더 가볍습니다. 확실히 NT 가죽과 차이점이 보입니다.
패턴에 대해 말씀해달라고 부탁드리렸습니다. "음..미래지향적인 가죽과 패턴으로..."
그래서 쌤 너무 추상적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새끼쪽 및 엄지쪽 날개 웰팅이 파이핑 부분과 일자로 연결되어 있고, widen welting 적용 모델은 아니다.
쥐어짜지 않고 3칸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아잡은 패턴이고, 바닥면은 넓게 형성되어있다.
너무 힌지부분을 집중해서 접으려고 하지말아라
유분기가 있는 글러브 이기에 굳이 열탕처리는 할 필요가 없다.
그 외 이 글러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는..
"저녁에 뭐하냐? 같이 술 한잔 하러 가자."
선약이 있었던 저와는 달리 후배는 선생님과 보쌈에 소주 테크트리를 타고 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무튼 뭔가 괴짜스럽기도 하고 장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사장님 아니 선생님과의 유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왠지 다음주 월요일에 선생님과 놀러 다시 방문할 듯 합니다ㅋ 요새 시간이 많아진 백수가 되어서 말이죠ㅠ
이 글러브가 사용하면서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가죽느낌, 마감, 그냥 끌렸던 라벨에 저도 모르게 구입했기에 이 글러브가 최고다 라고는 말씀을 못드립니다.
선생님과의 밀당, 글러브에 대한 철학, 자재에 대한 고집, 사노 겐지로, 만추, 직접 보여주시지는 않았지만 한 구석에 쌓여있던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낸 패턴종이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구입한지도 모릅니다.
서둘러쓰기 위해 직접 약간의 열탕처리를 했기에 빠르면 모레, 늦으면 다음주에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용하면서 이거 진짜 물건이다라고 느껴지면 동생한테 선물인척 하나 보내고 매일 선생님 찾아뵈면서 다시 글러브 제작하시라고 압박을 넣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TRN 저금통 정말 감사드립니다ㅋ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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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럽 사진이라도 보여주시지...
글 수정하다 사진이 날라갔나보네요ㅠ 집에 가서 다시 수정하여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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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N 살수 있는곳이 어디에요?
동대문 매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더 젊어지신거 같네요..ㅎㅎ
즐겁게 사셔서 안늙으시는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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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티알엔 구입하셨네요!!ㅎㅎ
넵!! 오늘 첫 캐치볼을 해봤는데 느낌 좋습니다^^
건강상에 이유로 글럽 더 이상 안만드신다고 한거 같은데...계속 창작에 매진하시는건가요?
더불어 동대문 매장에서 사모님이 장사는 계속하시는건가요? 내년에 울아들 TRN글럽 사줄려고 하는데요...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건강상의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모님은 동대문매장에서 계속 영업을 하시고 계신 듯 합니다.
계속 창작을 하시는 듯 합니다. 타임캡슐로 들어가기 전에 원하시는 글러브 구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길들이기 거의 끝나가는데 글러브 정말 좋네요.
그 타임캡슐이라는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사장님 스스로의 명예의전당 뭐 이런건가요?
이종구 선생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블로그가 있습니다.
blog.daum.net/trnfactory
이곳에서 정보를 얻으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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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aum.net/trnfactory
이곳은 TRN으로 잘 알려진
NEXT Sports Corp. 대표 이종구 선생님의 포트폴리오 및 TRN 역사가 담겨져 있는 블로그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되며 글러브 뿐만 아니라 야구 전반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있습니다. 판매 목적이 아닌 이종구선생님 개인의 인터넷 박물관으로 알고있습니다. 재미있는 글 많아요^^
@후니에스타 제 사진이....ㅋㅋ
곧게 뻗은 손가락하며 마감 참 깔끔하네요.
넵ㅎㅎ 글러브 칭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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