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신무광 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한국과 일본 축구는 흔히 숙명의 라이벌로 불린다. 오랜 기간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자국 축구 발전에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양국 축구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일본 J리그에서 활동했던 한국 선수들이다. 1993년 일본에서 프로축구 J리그가 출범했을 때 한국 선수는 노정윤 단 한 명이었다. 이후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웃 나라에서 활동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에서부터 고교를 갓 졸업한 유망주까지 대한해협을 건너갔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J리그에서 활약했지만 이들이 어떤 동기로 일본에서 활동했으며,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사실상 전무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굉장히 의미있는 논문이 하나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일본 와세다 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과학연구과에서 나온 석사 학위 논문 ‘J리그 발족 이후 내일(來日) 한국인 선수의 이적 동기’가 바로 그것이다.
재일동포 스포츠 라이터로 국내 축구팬에게도 익숙한 신무광(54) 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이 논문을 썼다. 그는 지난해 4월 와세다 대학원에 입학해 1년 동안의 연구 끝에 논문을 발표했다.
나카무라 요시오 교수와 히라타 다케오 교수(전 일본축구협회 전무이사)의 지도를 받아 발표된 이 논문은 올해 스포츠과학연구과의 사회인 석사코스에서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또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 신문’ 4월 13일자 칼럼에서 소개할 정도로 일본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논문 저자인 신 대표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대학 졸업 후 1994년에 프리랜서 스포츠 라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5월 2002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확정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축구에 대해 취재했다.
신 대표는 “공동 개최 확정 얼마뒤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취재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로 국제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 전화를 받아 상세히 상황을 설명해준 사람이 송기룡 당시 과장(현재 축구협회 홍보실 근무)이었다”고 웃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서 한국 축구를 깊이있게 일본에 소개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는 이후 한국 국가대표팀에 대해 그 어떤 국내 축구기자보다 밀도있게 취재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월드컵 4강 비결을 다룬 저서 ‘히딩크 코리아의 진실’이다. 이 책으로 2003년 일본 최고 권위의 스포츠 저술상인 미즈노 스포츠라이터상을 수상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의 일본어판 운영을 맡았고, 2022년부터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일 주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양국의 축구 교류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2021년 일본축구협회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신 대표에게 이번 논문을 쓰게 된 이유와 연구 성과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논문 발표를 하는 신무광 대표의 모습
- 한국 선수들의 J리그 이적 동기를 주제로 연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30년 넘게 일본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일 교류에 대한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처음 그 계기가 된 것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였기에 축구가 먼저 취재 대상이 됐다.
2002 월드컵 이후에는 일본에서 이른바 ‘한류 붐’이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취재 범위가 스포츠를 넘어 엔터테인먼트쪽으로 넓어졌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교류가 한일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느낌만으로 논문을 쓸 수는 없으니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데이터 분석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 동안 J리그에서 활동했던 한국 선수를 분석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초 작업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굉장히 많은 한국 선수들이 그동안 일본에 왔을 터인데, 이에 대한 기초적인 정리 작업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것을 논문의 주제로 삼는다면 양국 축구계에 모두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와세다 대학원 스포츠과학연구과를 소개한다면.
명문 사학인 와세다 대학에서 개설했는데, 스포츠쪽에서는 아주 유명한 석사 코스다.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투수인 구와타 마스미, 여자 테니스의 거물 다테 기미코, 축구 대표팀 골키퍼 출신 가와구치 요시카츠 등 일본의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이 과정에서 공부했다.
대학원생 과정은 2년으로 구성되지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인 과정은 1년이다. 1년 동안 사실상 2년 코스를 다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상당히 힘들다. 나도 지난 1년 동안 빡빡한 평일 수업은 물론이고,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주말도 모두 공부에 쏟아부어야만 했다(웃음).
- 30년 넘게 한일 축구의 취재 현장을 누볐기에 이런 논문이 가능했을 것같다.
‘히딩크 코리아의 진실’이란 책으로 미즈노 스포츠라이터상을 수상했을 때 상금으로 100만엔(당시 환율로 1000만원 정도)을 받았다. 이 돈은 무언가 꼭 의미있게 쓰고 싶어서 저축한 상태로 그냥 두고 있었다.
2010년 일본에서 ‘조국과 모국과 축구’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안영학, 정대세, 박강조, 이충성 등 일본에서 활동하는 ‘자이니치(在日의 일본식 발음, 재일교포를 이르는 말)’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상금의 일부를 털어서 이 책을 일본내 민단과 조총련이 운영하는 70여개 한국 학교에 전부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상금을 이번 와세다대 학비로 활용했다(웃음).
그동안 J리그에서 활동했던 한국인 선수들을 꾸준히 인터뷰했던 자료와 취재 수첩 같은 것이 있어서 논문을 1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번역됐던 저의 책 ‘일본은 라이벌인가 : 일본 프로축구를 누빈 한국인 30명의 증언’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문은 30년 취재 이력의 총결산이라고 할 만하다.
- 논문 작성을 위해서 어떻게 연구를 했는지 먼저 소개해 달라.
1993년 J리그가 출범한 이후 일본에서 뛴 한국인 선수(일본에서 태어난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선수는 제외. 출생지가 한국인 선수만 포함)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먼저 실시했다. 조사 내용은 일본에 이적할 때의 나이, 일본 이적 이전의 소속 팀, J리그내의 경기기록, 연령대 대표를 포함한 모든 대표팀 경력, 국제 대회 출전 경력 등이었다. 이를 위해 J리그 공식 자료와 대한축구협회 자료를 크로스 체크하면서 모든 선수들의 자료를 엑셀로 기록하면서 정리했다.
두 번째는 인터뷰 기사를 통한 문헌 조사였다. 지난 30년 동안 내가 직접 인터뷰한 29명의 취재 기록과 한국 미디어에 실린 11명의 인터뷰 기사까지 총 40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세 번째는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한국으로 돌아가 활동하고 있는 32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별도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여러 매체에 나온 한국 선수의 J리그 진출 관련 기사들을 조사했다.
- 기본 조사를 통해서 확보한 데이터가 우선 궁금하다.
J리그가 출범했을 때 한국 선수는 노정윤 단 한명뿐이었다. 당시 노정윤 선수와 인터뷰했는데, 한국에서 ‘배신자’, ‘매국노’ 취급을 받는 것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다. 하지만 노정윤은 한일 축구 교류의 개척자로 재평가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2023년까지 한국에서 J리그로 이적한 선수는 모두 288명이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쿼터제’가 실시된 2009년 이후 이적한 선수가 233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이고 있다. 총 288명의 선수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9명이 일본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 선수 첫 입문을 K리그가 아닌 J리그를 선택했던 유망주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J리그 러시’가 이뤄졌던 또 다른 배경에는 한국 프로축구의 드래프트 제도가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팀에 갈 수 없는 드래프트제에 대한 반발심이 조기 일본 진출로 이어졌다고 볼수 있다.
아시아 쿼터제가 유지되는 동안 각 클럽들이 아시아 선수를 뽑을 때 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 선수로 소화했다. 이로 인해 2013년과 201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을 제치고 한국이 J리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이 수치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최초로 전수 조사하면서 파악하게 된 것인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와세다 대학원 우수 논문상을 받은 다른 분야 수상자들과 함께. 맨 왼쪽이 신무광 대표
- 논문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이적 동기 파악을 위한 분석은 어떻게 진행했나.
지난 30년 동안 한국에서 건너왔던 많은 선수들과 인터뷰를 했다. 홍명보, 황선홍, 고정운, 유상철, 김도훈 같은 1세대부터 안정환, 박지성, 김남일, 조재진 같은 다음 세대들과 김보경, 박주호, 김민우 등 비교적 최근 선수까지 총망라했다.
이들과 인터뷰하면서 이적 동기를 물어보면 대략 몇가지 카테고리로 분류가 가능했다. 초창기에는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았던 연봉이 주요한 동기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술 향상이나 환경적 요인도 있었다.
이를 대략 다음과 같은 6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기술 향상(기술, 전술 이해 등 경기력의 전반적인 향상) ▲경력 향상(대표 소집, 유럽 진출 등을 노림) ▲연봉 수입(고액 연봉 등 좋은 대우와 조건) ▲환경적 요인(시설, 리그의 인기, 선수와 지도자의 국제성 등) ▲차선의 선택(해외 진출 달성과 동기부여 유지) ▲기타(K리그 드래프트 회피, 가족 문제, 병역 문제) 등이다.
이렇게 분류한 뒤에는 J리그를 경험했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뛰고 있는 32명의 현역 선수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6개 동기 가운데 최대 3개까지 응답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방식으로 40명 선수의 문헌 조사와 32명 선수의 앙케이트 조사를 종합해서 분석했다.
- 그러면 중요한 이적 동기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환경적 요인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기술 향상과 경력 향상이 그 다음이었다. 연봉 수입은 초기에는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결정적인 동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연봉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다. 이른바 1세대는 이적 동기로 높은 연봉을 꼽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점 연봉을 이적 동기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줄어드는 것을 자료가 보여줬다. 과거에는 일본과 한국의 연봉차가 상당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K리그의 연봉 수준이 높아지면서 양국간 격차가 많이 줄어들게 됐다.
연봉이 동기로 작용하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결정적인 동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자면 홍명보는 1995년 포항에서 K리그 사상 처음으로 1억원 연봉을 받았는데, 1997년 벨마레 히라쓰카로 이적할 당시 보도에 따르면 7억5천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K리그에서 몇 년 뛰어야 모을 수 있는 연봉 수준을 일본에서는 한 시즌에 받을 수 있었다. 이때는 J리그가 톱클래스의 한국 선수에게 마치 ‘엘도라도’로 받아들여진 시기였다. 지금은 이런 식의 격차는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 가장 중요한 이적 동기로 환경적 요인이 꼽힌 것이 인상적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K리그에는 축구 전용구장이 10개 있는데, 일본은 30개나 된다. 방송권료(이하는 모두 추정액)는 한국이 12억엔이고, 일본이 217억엔이다. 평균 관중수는 한국이 1만733명인 반면, 일본은 1만8993명이다. 리그 수입은 K리그가 연간 36억9760만엔이고, J리그는 열배에 가까운 307억9400만엔이다.
리그의 규모나 경제력, 인기 등에서 J리그가 K리그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은 보다 좋은 환경과 시설에서, 또 많은 팬들 앞에서 뛰고 싶어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요소가 가장 중요한 이적 동기라는 점은 한국 축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2002 월드컵 준결승 독일전 취재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을 때.
- 이적 동기에 대한 이 논문의 결론은 무엇인가.
지금 J리그에 오는 선수들은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안정된 보수와 함께 해외 도전에 더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둘째, K리그보다 나은 환경과 인기가 J리그에는 있다. 셋째, J리그에 뛰면서 기술 향상과 다음 경력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는 현재 한국 선수들은 축구 선수로서 성장을 기대하면서 J리그에 온다고 할 수 있다.
- 이 논문을 발표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듯하다.
한국 선수들의 이적 동기를 분석해 보면 지난 30년간 양국 리그가 각자 나름대로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리그의 환경이나 축구산업, 기술적인 면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일본 축구계에서는 예전처럼 한국을 두려워할 라이벌, 배워야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기술적인 면에서나, 전력 면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인지도 모르겠다. J리그가 K리그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반면 K리그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면서 많은 양적 팽창을 이뤄냈다. 연봉 수준은 리그의 볼륨을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의 하나다. 예전에는 양국의 연봉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K리그가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양국 관계에서 한국 출신 J리거들이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다. 아무리 양국 관계가 정치적으로 민감해져도 한국인 J리거들의 위상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인 선수가 있는 J리그 클럽의 서포터즈들은 태극기를 내걸고 한국 선수를 향해 ‘응원 콜’을 열심히 보낸다. 또 구단의 지역 활동에서 한국어 강좌를 실시하거나, 경기 당일 한국인 음식을 시식하는 코너를 개설하기도 한다.
정치적 이유만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한국인 J리거를 본 적이 없다.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 또는 축구 교류에서 최전선에 서있는 이들이 한국인 J리거이며, 동시에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일본인 서포터즈다.
- 이 논문에 대한 일본내 반응은 어땠는가.
2023년 와세다대 대학원 스포츠과학연구과의 우수논문상으로 선정됐다. 또 일본축구협회에서 아카이브에 영구 보관하기로 결정했고, J리그에서도 공유와 보관이 결정됐다. 일본 축구계에서 이 논문에서 언급한 한국인 출신 J리거들의 가치를 인정해 준 셈이어서 상당히 기뻤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도 이 논문을 소개하는 칼럼이 나왔다. 2002 월드컵 당시 아사히신문의 서울 특파원을 지냈던 나카고지 편집위원이 ‘양국 관계에서 교류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한국인 J리거와 각 팀의 서포터스’라는 요지로 글을 썼다. 이 논문이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인정하는 내용이 일본 유력지에 크게 나와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2012년 무렵 홍명보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신무광 대표.
- 논문을 준비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같다.
처음에는 지도 교수님과 논쟁이 적지 않았다. 교수님들이 내가 주장하는 바는 알겠는데 이를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압박을 많이 하셨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웃음).
울산HD 홍명보 감독과는 J리그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는데, 이번 논문을 위해 작년 6월 한국에서 별도로 인터뷰를 했다. 논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좋은 시도라며 격려해주고 많은 도움을 줬다. 지난 4월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요코하마에 왔을 때 완성된 논문을 직접 전달했다.
- 앞으로 혹시 K리그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선수를 대상으로 연구해 볼 계획은 없는가.
표본이 너무 적어서 힘들 것같다.(웃음)
- 한일 관계는 굉장히 예민한 주제인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같은가.
이번 연구를 통해서 양국 간에 서로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류, K팝을 예로 들어보자. 이전에는 대중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휠씬 앞서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류 붐, K팝 붐이 일었다.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일본내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애써 무시하거나 수준을 낮게 보는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K팝의 독창성은 일본도 완전히 인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흐름이다.
축구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한국 축구는 한동안 일본을 적수로 여기지 않았거나 또는 대등한 라이벌로 여기면서도 일본 축구가 시스템적으로 앞서 나가가는 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축구계도 일본 축구가 잘하는 점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한국 선수들의 J리그 이적 동기도 이러한 흐름으로 나왔다고 본다. 앞으로도 양국이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울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축구계가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 또는 경계심을 가진 것은 2002 월드컵 때가 최고조였다.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때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됐던 것같다.
하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때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일본만 16강에 오르면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더 이상 예전같은 흐름은 아닌 것으로 변화했다고 본다.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이렇게 변화한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대목을 한국 축구계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글=위원석(대한축구협회 이사, 前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피치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