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 1박 2일로 강의여행을 다녀왔을 때 숙소에 넷플릭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것 저것 돌려보다 영화 <리바운드>를 찾았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로 몇 번 홍보 영상을 봤던 데다 스포츠 영화가 주는 박진감이 좋아 늦은 시각이었지만 시작 버튼을 눌러 버렸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모교 농구 선수 출신이 코치로 오면서 부산 중앙고는 다시 농구부가 꾸려진다. 오는 선수들도 각자의 사연이 있다. 키가 더 크지 않아 스카우트 제의가 끊긴 가드, 발목 부상과 집안 형편 때문에 힘든 시간을 지낸 슈팅가드, 길거리 농구 출신의 포워드. 사연은 있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한다. 하지만 기대를 걸었던 큰 키의 센터 선수는 첫 경기 직전 다른 학교로 전학까지 가게 된다.
이겨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경기를 망치게 되고 농구부는 해체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코치는 과거의 노트 하나를 발견한다. 거기엔 리바운드에 대한 메모가 남겨 있었다.
리바운드 :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러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 것.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코치는 다시 힘을 내고 선수들을 불러 모았고, 6명으로 팀을 꾸려 전국대회에 나가게 된다. 그들은 실패를 만화하기 위해 힘을 냈고 기적적인 스토리를 만든다.
▶ 시도와 회복의 마음
스포츠 영화의 뻔한 공식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진정성 덕분에 끝까지 영화를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리바운드”라는 말 뜻이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쪽지의 “리바운드”라는 말이 맴돌았다.
농구는 팀 스포츠다. 다섯 명의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슛도 중요하지만 리바운드는 다시 슛을 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역습의 시발점이 된다.
슛을 던지고 자기가 리바운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다른 사람들, 대개 센터가 리바운드를 해서 다시 기회를 잡는다. 슈터는 슛을 쏠 때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여나 넣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리바운드를 해 줄 거란 믿음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 편히 슛을 시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도모하려 한다면 신뢰가 중요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실패를 견디게 하고 성공을 확장시킨다. 비단 여럿이 함께 하는 데에만 이 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도 믿음이 중요하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이 중요하다. 슈터와 센터가 역할을 분담하듯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회복하는 마음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한 쪽에서 도전하고, 다른 한 쪽에서 실패하더라도 마음을 회복하려는 준비를 하면 된다.
마음을 물리적으로 이등분 할 순 없겠지만 도전하는 것과 회복하는 것이 균형을 이루는 게 필요하단 말이다. 그래야 리바운드를 할 수 있고 그것을 또 슈팅으로 시도할 수 있을 테니까.
▶ 다시 지금 여기로
그렇다면 어떻게 두 마음을 균형있게 가져갈 수 있을까? 오전에는 시도의 마음을, 오후에는 회복의 마음을 가져가면 될까? 당연히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을 구분한다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자세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특히 시도할 때는 많은 것을 따지기 보다는 시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회복할 때 또한 마찬가지다.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회복을 방해하는 후회나 한탄은 금물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슈팅을 할 때도, 리바운드를 할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직 슈팅과 리바운드에 집중할 때 최선의 결과가 이어질 수 있다. 그 다음 동작은 그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까. 다만 그 바탕에 믿음만 있으면 된다. 잘 할 수있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 단기 4356년 음력 11월 14일에, '우리에게는 "기회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