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은 꽃이 있으랴만은
마치 입학식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처럼 해맑은 모습을 보는 순간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 어느날 우리동네 시민운동장 옆 길가
화단에는 메리골드라는 꽃이 무리지어 있었어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286375BBE9AD018)
하고많은 꽃중에 이름도 생소한 메리골드라니 꽃이 싫으니깐 이름도 귀에 거슬립니다.
출근길 그들을 보면서 괜시리 한마디 합니다.
"안 예쁘다니까"
심통이 난 날은 더 미워서 못 본척 지나 갔어요
그렇게 출근길 길가 화단에 핀 메리골드에게 화풀이하면서 여름을 보내던
9월 어느날 어쩌면 비가 잠시 다녀 갔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명하게 노오란 빛깔의 꽃잎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3BC415BBE9A9B22)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메리골드의 매력을 발견한거예요.
"그래 그동안 수고가 너무도 많았구나"
날이면날마다 30도가 넘는 여름 폭염을 묵묵히 견뎌냈으니
가문에 영광을 빛낸 자식을 본듯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미안해....미워하지 않을께"
좋아하는 꽃은 아니지만 하는 짓이 예뻐서 미워할 수없는 메리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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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추석이 지나고 나니 길가 화단에도 꽃 단장을 했는지 소국들이 들어 왔어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94E415BBE9A741E)
꽃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국이 들어 왔으니 출근길 연신 눈인사를 건네며 국화 향취에 흠뻑 빠져듭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FBC3D5BC148A505)
허겁지겁 일상을 지내다보면 계절감각이 마비되기가 다반사지만, 우리동네 길가 화단에 꽃들은 내곁을 찾아와
"가을이 왔다"고 소리도 없이 소문을 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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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일상탈출에 꿈을 꾸는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소국의 국화 향기 때문 일까요.
과연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중순 찾아 왔습니다.
선유도와 장자도 섬산행
10월 둘 째주 일요일은 선유도로 전국합동산행이 있는 날입니다.
이른아침 선유도행 산행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가면서 우리동네 길가에 있는
소국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어요
"섬 산행 간다"
인사는 소국에게 했는데 가로수에 앉아 있던 소식꾼 까치가
인사합니다 ."깍 깍 깍" 좋은 일이 있으려나....
오랫만에 만나는 산우님들과 반갑게 안부를 주고 받으며 선유도행버스에 올라갔습니다.
황금빛 들녁이 차 창문밖으로 다가왔다 멀어져가는 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봅니다.
마치 아련하게 떠 올랐다 사라지는 어린 시절처럼...
바다가 보입니다. 군산 앞바다라고 해요.
군산시를 지난 선유도행버스가 바다를 가로지른 고군산대교를 거침없이 지나갑니다.
고군산대교 갓길에는 낚시꾼 차량들이 가끔씩 눈에 띄는 걸 보면 바다의 오염에서 비겨간 지역인가 봅니다.
무당들의 춤추는 모습과 닮았다는 전설의 무녀도 주차장에 선유도행 산행버스가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오니 가을햇살이 화들짝 놀라며 반겨줍니다. 그녀의 호들갑이 고마운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충청도 제주 부산에서 모인 150명이 넘는 산우님들과 산행을 합니다.
어촌에서는 바다가 들녁이라고 연병장에 병정처럼 줄 맞춰있는 하얀 스티로폼 부자가 이야기하고 있어요.
양식장의 파수꾼인 그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무녀도와 선유도를 연결해주는 선유대교로 갔습니다.
육지에서 268m는 이웃동네에 불과하지만 바다에서 섬과 섬이 있는 268m는 어떤 의미 일까요
선유대교를 건너면서 우리가 문명의 꽃이 찬란하게 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손바닥만한 해수욕장을 만났습니다.옥돌해수욕장이라고해요.
시즌이 지난 이름없는 해수욕장에서도 산우님들이 피서를 온 것처럼 마냥 즐거워하시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이제는 산우님들이 사진 찍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은 나이가 주는 여유로움 때문일까요.
조금씩 내려 놓으면서 행복의 길을 택하는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이제는
산자락을 빙 둘러 길을 놓은 나무데크의 안내를 받으며 나무들이 제법있는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동네 뒷산을 올라가듯 가볍게 선유봉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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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지나온 고군산대교와 선유도가 손에 잡힐듯 그림처럼 서 있어요.
뽀족뽀족 유난히 뽀족바위가 많은 선유봉 정상에는 그 흔한 정상석 조차 없습니다.
자그마한 소나무가지에 선유봉이란 나무표사판을 걸어 놓았습니다.
풍상에 지친 나무표시판은 앞에 숫자조차 지워져 선유봉의 해발을 알 수는 없지만
유추하건데 선유봉은 해발 118m같아요.
아침에 뒷동산을 산책하듯 가볍게 산행을 하고 내려와 주차장에서 진수성찬의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후 가볍게 산행을 한다는 기분으로 장자대교를 지나 대장봉으로 향합니다.
대장봉에는 장자 할매바위가 유명한지 할매바위에 대한 전설이 나무판에 자세히 기록하여
대장봉 입구를 장식하고 있어요.
성질 무척이나 급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 과거급제까지는 무던히도 참고 도왔지만
과거급제 한후에 할아버지를 따라왔던 역졸을 첩실로 착각하여 서운한 마음에 몸을 돌리는 순간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의 장자 할매는 예나 지금이나 성질이 급하면 득이 될게 한가지도 없다고
성질 급한 나에게 넌지시 충고하고 있습니다.
잡목들이 제법 울창한 숲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점심을 두둑하게 먹은 탓에 배가 불러 산행이 쉽지가 않습니다.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고 그랬던가요 넘치는게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에 절대 공감하며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짙은 나무그늘을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하지만 나무계단을 만났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쉬엄쉬엄 나무계단을 올라갑니다.
가을바다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지만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정신이 살찐 돼지가 되었나봅니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갑니다. 이름하여 '깔닥고개'인가 봅니다.
산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산은 산이라는 것을 산행 할 때마다 경험하면서도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왠지 모르겠습니다.
정상에 올라 온 것조차 모르고 대장봉 정상에 올라온 것은
순전히 정상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나뭇가지에 대장봉 142m라는 나무표시란을 우연히 보았어요.
그것도 산우님들이 정상 인증샷 하시는 것을 보면서.
크고 작은 섬들이 동산처럼 가까이에서 떠론 멀리에서 파란 바닷물을 두른채 서 있습니다.
고군산도에는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가 있다고 합니다.
아득한 수평이 눈에 잡히지 않아 호수같다는 느낌이 더 많이드는 고군산도입니다.
나무그늘을 찾으며 하산길을 서두릅니다.
자그마한 돌멩이들이 즐비하게 깔려있는 내리막길을 걸으니 새로산 신발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가볍게 신고싶어 산 신발이 내리막길에서는 발끝이 신발끝으로 밀려내려오면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발가락이 아퍼서 차라리 벗어 버리고 싶습니다.
같이 가던 산우님들은 앞서 가시고, 잠시 서서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은빛물결이 잔잔하게 물결치는 가을바다. 어쩌면 신선이 놀러 왔다는게 헛소문이 아니구나하고
깨달었어요. 황혼의 방점이라고 하는 낙조를 본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갈길 바쁜 나그네처럼 아픈 발을 이끌고 다시 하신길을 나섭니다.
아픈 발가락들을 살살달래면서 천천히 걸어갑니다. 혼자 산행은 겁부터 나는 건 아쩔수가 없습니다.
숲속의 정적이 깨지며 이야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래에서 여러명의 산악회 회원들이 올라오면서 물어봅니다.
"정상이 아직 멀었나요?" 아...! 그 물음이 왜 그렇게 뿌듯하던지
"조금만 가면되요 이쪽으로 쭉요 " 손을 뻗혀 나무사이 난 작은 길을 가르쳐줍니다.
"이쪽으로 내려가면 되나요" "많이 가야하나요""조금만 내려가면 되요"
우리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가 갈길을 갑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조그만 아이가 폴짝거리며 올라옵니다.
아이 뒤에는 이쪽저쪽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따라오던 아빠가 물어 봅니다.
"정상은 많이 올라가야하나요?" 제법 많이 가야하는 걸 알지만 "조금만 가면되요"
이렇게 대답하자 뒤에서 힘들게 따라오던 엄마가 활짝 웃어요.
갑자기 '곰 세마리' 노래가 왜 떠 올랐는지 모릅니다.
산자락에서 정상이 가까웠다고 행복해하는 곰 세마리 가족을 떠나보내고
하산길을 계속 됩니다. 맘씨 좋게 생긴 아줌마가 올라옵니다.
"하산 아직 멀었나요" "바로 앞이예요"
"예 감사합니다" 조금 내려가자 장자교가 보입니다. 하지만 끝이 중요하다고
만일에 여기서 삼거리라도 나오면 어쩌나 싶어 후미에 오실 산우님들을 마냥 기다렸습니다.
에필로그:
가파른 산길에서는 신발끝하고 발끝이 닿아 발가락을 그렇게도 괴롭히던 새로산 신발이
낯가람이라도 하는지 편편한 도로에서는 멀쩡합니다.
하여 명사십리라는 선유도 해수욕장을 따라 나셨어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보던 로마제국의 도로같은 도로가 선유도 해수욕장과 망주봉까지
연결되어 있어 망주봉까지 갈 수가 있었습니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소나무숲을 사이에 두고 산처럼 우뚝 서 있습니다.
망부석의 설화와 상관없이, 부부바위라는 전설에는 특별하게 공감이 같어요.
커다란 두 개 바위 사이에 있는 소나무숲이 금실 좋은 부부가 맺어놓은 자식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가화만사성'이란 입간판을 망주봉 앞에 세워 놓아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발칙한 생각을 해봅니다.
아기자기한 마을같은 작은 섬 선유도 명사십리는 아니더라도 질 좋은 모래가 있어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수욕장 옆에 나 있는 일방통행의 인도를 겸한 차도는 먼지를 풀풀 풍기며 차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가고 있어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에게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사고의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어
누구를 위한 편의인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아직도 피어있는 해당화가 입을 쫑긋하며 불만을 터트렸어요.
왠지 어수선한 잔치집같은 선유도.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행당화가 곱게 핀 명사 오리의 선유도를 만나고 싶습니다.
2018.10.15
NaMu
첫댓글 인테넷상이 이렇게 정문이 올라오는 것은 민폐예요.
그~쵸^^
시간 나실때 맘잡고 함 보시길요.
바다도 보고 산행도 하고 이 가을 넘 좋은 경험을 했어요.
NaMu에게 그런 기회를 주신 산방 운영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글 솜씨가 대단합니다~^^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
우~와
많이 서투른데요.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 무 ~~
겸손 하시기까지 ~^^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드림우
옙^^ 감사합니다.
드림우님도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요.
충방의 레이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마치 선유도 여행을 다시 가는듯 하네요감동적인 글솜씨 존경스럽습니다~
선유도 장자도여행 손꼽을 수 있는 최고의 절경 이었는데 아마도 여러분들과 같이 했기 때문 인듯 합니다
NaMu님의 글 때문에 지금 당장 시동걸고 선유도로 날라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네요~~
좋은글 잘보고 힐링 되어 감니다~~
반갑습니다 레이님^^
그러게요 어쩌면 합동산행에 장점인
것만은 확실해요
그~쵸
일이 바쁘다보니 카페에 자주 못
들어오거든요.
많이 서투른데 잘 봐 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