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금강산림대법회 / 보성스님 법문“너와 나 나누는 이분법은 없어져야 합니다” |
조계총림 송광사(주지 영조스님)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2월27일까지 8차례에 걸쳐 매주 수요일 오전11시 사자루에서 ‘제2회 금강산림대법회’를 개최한다. 8일 열린 첫 번째 법회에서 법문한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의 법문을 요약 정리했다. 흔히 우리가 〈금강경〉이라고 지칭하고 수지 독송하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에 대해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산하대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전해주는 것 자체가 곧 〈금강경〉을 자연스럽게 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법상 위로 올라와 설법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조계총림 송광사에 모여 제2회 금강산림대법회를 열고 있지만 이 법회가 있기까지 많은 스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구법순례를 통해 먼 이국땅인 인도에서 〈금강경〉을 갖고 와 번역하신 분들이 누구인지 여러분들은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덕에 여러분들은 〈금강경〉의 대의를 알고자 이곳저곳에서 강의도 듣고, 수지 독송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불자라면 이 인연이 얼마나 크고 훌륭한 인연인지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금강경〉은 현장스님이 번역한 〈대반야경〉 600권 가운데 제577권인 ‘능단금강분(能斷金剛分)’인 짧은 경전입니다. 비록 짧기는 하지만 불법의 핵심사상인 공(空)사상을 다루고 있는 이 경전을 여러분들은 소의경전으로 모시고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을 겁니다. 〈금강경〉을 설하면서 구마라집스님과 현장스님을 빼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현장스님이 인도로 간 구법순례 중에 있었던 일화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분하고 편 가르는 것 때문에 지구촌, 남과 북, 우리 이웃끼리 다투고 어지러워지는 것” 현장스님이 어느 지방을 지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길래 무슨 일인가 해서 들렸다가 군중에게 포위됐습니다. 결국엔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외도인 군중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을 위해 산 사람을 바쳐 제사를 올리려던 순간이였습니다. 산 제물로 죽을 위기에 처한 현장스님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동안, 문득 부처님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비록 스님은 위기에 처해 있지만 부처님을 원망하진 않았습니다. 현장스님은 지극하고 깊은 마음으로 새로운 원력을 발휘했습니다. “내가 성불하기 이전에 성불할 지어다”라고 말입니다. 이를 지켜본 외도들은 이같은 스님의 마음에 모두 다 감화되고 말았습니다. 현장스님이 바로 자신들의 신에게 올릴 제물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스님의 원력에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모두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외도들은 풀어준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현장스님에게 모두 귀의하게 됐습니다. 현장스님은 이같은 수많은 난관을 물리쳤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금강경〉을 소의하면서 부처님의 뜻으로 받들게 된 것입니다. 이후 북으로 올라온 〈금강경〉은 오조 홍인스님과 육조 혜능스님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더 빛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송광사 산내암자인 광원암에 주석하셨던 함허스님께서 이를 이어 가셨습니다. 함허스님께서는 1417(조선 태종17)년 〈금강경오가해설의(金剛經五家解說誼)〉를 저술하셨습니다. 〈금강경오가해설의〉는 〈금강경〉에 대한 양나라 부대사(傅大士)의 찬(贊), 당나라 혜능(慧能)의 구결(口訣), 당나라 종밀(宗蜜)의 찬요(纂要), 송나라 야보(冶父)의 송(頌), 송나라 종경(宗鏡)의 제강(提綱)인 오가해(五家解)를 모두 득통하신 함허스님이 다시 해설을 붙인 책입니다. 이같은 함허스님이 주석하셨던 도량인 이 송광사에서 금강산림대법회를 통해 〈금강경〉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하게 된 것은 크나 큰 인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금강경〉은 물론 함허스님과도 너무나 큰 인연을 새롭게 맺게 된 것입니다.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너무나 큰 집착심에 사로 잡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이 그 집착심을 어떻게 버리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수보리 존자께서 이를 묻고 이에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설하신 내용을 담은 경전이 바로 〈금강경〉입니다. 우리가 〈금강경〉을 소의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신 혜능스님도 은사인 홍인스님과의 만남이라는 큰 인연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누구나 인연시절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각자가 그 인연시절을 지어내야 합니다. 인연시절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의 결과로 찾아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든지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전생부터 오랜 선업과 수행을 쌓은 결과 부처님이 되신 것이지 아무런 노력 없이 하루아침에 되신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여러분들은 복을 짓는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그 복이 영원히 이어지도록 농사를 제대로 지어야 합니다. 복을 짓는 농사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 농사짓는 방법이 바로 〈금강경〉입니다. “곡식도 익으면 고개 숙이기 마련 여러분 모두 부처님 제자인 만큼 ‘하심’하는 자세로 살아가야…” 함허스님은 〈금강경오가해설의〉 서문에 “한 물건이 여기 있으니 그 한 물건은 각자가 다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물(一物)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소유하고 발견하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크나 큰 허물을 덮어 쓰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똑똑하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조작이라는 것은 항상 우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망각한 질서를 많이 범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들은 이같은 사실을 가슴깊이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금강경〉 독송을 통해 여러분 스스로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너’와 ‘나’가 없어져야 합니다. 나와 너로 나누는 이분법 때문에 지구촌, 좁게는 남과 북, 더 좁게는 우리 이웃끼리 다투고 어지러워지는 것입니다. 곡식이 익으면 고개를 숙이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부처님의 제자인 만큼 하심하는 마음자세로 살아가길 부탁드립니다. “하심하라”는 말은 하기 쉬워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독송하며 이를 실천하시길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송광사=박인탁 기자 ■ 금강경 강의 듣고 영가천도기도 봉행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금강산림대법회는 법회 기간동안 〈금강경〉을 주제로 한 강의와 함께 매일 영가천도 기도를 봉행한다. 대법회에는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스님을 비롯해 전국 제방에서 수행정진하거나 포교에 매진하는 8명의 스님들이 법문을 통해 불자들의 불심을 북돋울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강의 일정은 아래 표와 같다. 11월15일 부산 여여선원장 정여스님 11월22일 순천 송광사 회주 법흥스님 11월29일 서울 도선사 주지 혜자스님 12월 6일 울산 문수사 주지 월파스님 12월13일 하동 쌍계사 승가대학 강주 통광스님 12월19일 순천 송광사 율원장 지현스님 12월27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 이모저모 사자루 ‘인산인해’ 갑자기 찾아 온 추위에도 불구하고 금강산림대법회가 열린 송광사 사자루에는 전국에서 몰려 온 불자들로 가득 찼다. 사자루는 500여 명의 불자로 발 디딜 틈조차 없어 결국 늦게 도착한 100여 명은 사자루 입구 마당에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법문을 들어야만 했다. 이번 법회를 주관한 송광사 교무국은 갈수록 법회 참여자가 증가할 것을 대비해 다음 법회부터는 사자루 인근 법당에 영상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MP3 빌려와 녹음” 금강산림대법회에 참여한 많은 불자들의 손에는 필기도구와 녹음기가 있었다. 스님의 감로법문을 전국 각지로 되돌아가서 다시 듣기 위함이다. 부산에서 온 김선자 씨는 “방장이신 보성스님의 주옥같은 감로법문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기기 위해 딸에게 부탁해 MP3를 빌려와 녹음했다”면서 “이제는 MP3 작동법도 알게 됐으니 법회 때마다 갖고 다니며 다시 들을 것”이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불교신문 2278호/ 11월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