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많은 지점장의 튀는 마케팅 우리은행 산남동 유근호점장 ‘채소장수 홍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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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기자 true5@cbinews.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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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우리, 은행은 우리, 행복하고 즐거운 우리은행. 고객님을 어머니로, 고객님을 부자로. 하루만 맡겨도 4.4%. 우리나라 우리은행 일등은행 우리은행’ 텔레비전 CM송도 아니고 광고 카피도 아니다. 우리은행 청주 산남동지점이 도심을 누비며 틀어 놓는 가두방송 홍보 문구다. 방송 문구라고는 하지만 전문 성우의 목소리도 아니고 음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때로는 녹음기를 끄고 직접 마이크를 잡기도 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우리은행 청주 산남동지점 유근호 지점장(48). 산남3지구 택지개발로 아파트 입주에 따라 지난달 20일 개점하면서 낯설지 않지만 톡톡 튀는 홍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트럭 채소장수에서 힌트 개점하는 은행 점포의 홍보 방식은 무척 보수적이다. 건물에 개점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한다던가 전단을 배포하는 정도. 여기에 개점 기념으로 고객들에게 기념품을 선물하는 수준에 머문다. 우리은행 산남동지점 또한 개점 초기 산남3지구와 분평동 등 인근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기념품도 제작해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현수막은 대부분 불법 광고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됐고 기념품도 타 경쟁 점포와 차별화 되지 못했다. 게다가 입주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개점했기 때문에 아파트잔금대출 등 금융수요도 높지 않았다. 여신의 불리함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문제는 수신이었다. 이미 선점한 경쟁 은행과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거래를 시작하고 있었고 그나마 우리은행 산남동지점은 접근성이 불리한 2층에 위치해 있었던 것. 유근호 지점장은 “뭔가 획기적인 홍보 방안을 찾아야 했다. 현수막이나 기념품 제공 등은 너무 식상했을 뿐 더러 불법광고물이라며 연일 철거되는 통에 이렇다 할 효과도 얻지 못했다. 순간 은행 홍보에 채소장수 방식을 적용하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넥타이를 매고 깍듯이 고객을 맞는 격조 높은 장소가 은행이라고 하지만 홍보 효과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위 ‘채소장수 마케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차량과 가두방송장비가 필요했다. 지점에 홍보용 차량이 있을리 만무했고 방송시설도 그러했다. 유 지점장은 자신의 승용차를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즉시 실행에 옮겼다. 구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비교적 고급 차였지만 과감히 차량에 큼지막한 홍보 스티커를 붙였고 가두방송장비도 구입해 달았다. 주민들도 기다리는 은행 홍보차 지점 홍보를 위한 하드웨어가 구축된 만큼 이번에는 소프트웨어격인 방송멘트와 방법이 문제였다. 유 지점장은 새벽잠을 설치며 읽던 신문 여백에 생각나는 대로 문구를 적어 내려갔다. 가두홍보 시간도 인파가 많은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신기한 듯 쳐다보던 주민들도 어느새 손을 흔들며 호응하기 시작했고 회의 때문에 거른 다음날이면 ‘어제 무슨 일 있었냐’고 안부까지 전해올 정도가 됐다. 유 지점장은 홍보 차량으로 개조(?)한 자신의 승용차로 방송을 틀어놓고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멘트로 생방송을 하기도 한다. 주부들이 많으면 적금 중심으로, 직장인들이 많으면 펀드를 중심으로 홍보하는 식이다. 또한 낯익은 주민을 만나면 마이크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날씨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지점의 직원들도 출근시간 가두홍보에는 모두 참석해 지점장의 튀는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결과는 기대했던 대로 대박에 가까웠다. 개점 20일 만에 수신 40억, 여신 10억, 고정고객 160여명을 확보했다. 매일 산남동지점에 2억씩 저금하고 5000만원씩 대출해갔으며 8명의 고객이 거래를 튼 것이다. 산남동지점의 이색 마케팅은 우리은행 내에서도 큰 화제가 돼 사내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유 지점장은 “은행은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고객서비스와 점포 홍보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는가. 고객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방법이 어떠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 김진오기자 자타가 공인하는 유근호 지점장의 ‘끼’ 방송사 장기자랑 출연, 마라톤·배드민턴 마니아로도 유명
하지만 주변에서는 유근호 지점장에 대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촌평을 날린다. 워낙 활달한 성격에 친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점장이라는 불필요한 권위의식은 애초부터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유 지점장은 KBS가 토요일 아침 방송하는 ‘아침마당’에 가족들과 함께 출연해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가족이나 친지 등 팀을 이뤄 노래대결을 벌이고 장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ARS투표로 순위를 메기는 이 방송은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도전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사내 마라톤 동호회 이사직을 맡으면서 전국의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리은행 홍보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배드민턴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마라톤은 조선·동아·중앙일보 등 굵직한 대회에서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는 등 아마추어로서는 높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 지점장은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이 돼 30년 가까이 고향을 떠나 있다가 돌아오니 잘 해야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지점장 쯤 됐으면 권위도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신입사원이나 간부나 은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 지점장은 청주상고를 졸업한 뒤 우리은행에 입사, 고객전문가(FA)로 서울 상도동지점 부지점장, 수신서비스센터 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달 20일 청주 산남동지점이 개점하면서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홍익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불태우기도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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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 1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