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무력일하여 철가는 줄 몰랐더니
꽃피어 춘절이요 잎돋아 하절이라
오동낙엽에 추절이요 저 건너 창송녹죽에
백설이 펄펄 휘날리니 이 아니 동절이냐
본시 천하에 한량으로 염불에는 뜻이 없어
저 들려오는 풍류소리에 나도 한번 놀고 가려나
- 주색만찬(酒色晩餐)
“제 고향 정선에선 아리랑을 '아라리'라고 합니다. 블루스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저희 밴드는 근본이 록이기 때문에 한국 록은 무엇일까를 오래도록 고민해왔고, 전통을 기반으로 한 그대로를 흡수해서 우리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아라리락을 만들어왔습니다.”
고구려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는 거친 듯 애끓는 보이스가 매력적인 리더 이길영의 말이다.
고구려밴드는 한국인만의 정서와 선율을 ‘락’의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2000년에 결성되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2011년, 지금의 라인업으로 재탄생 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그동안 각종 ‘락 콘테스트’와 ‘창작 국악제’에서 입상하며 그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6년 1집 “주색만찬”을 발표, ‘아라리 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며 각계의 인정을 받았다. ‘아라리 락’은 국악이 아니며, 퓨전도 아니다. 고구려밴드의 음악은 현재 진행형의 국악이고 락 음악이다. 2집 앨범 ‘광부(光夫)’는 그 ‘아라리 락’을 정립한 앨범이다. 국악과 락이 절묘하게 배합된 흥겨운 한국적인 사운드 ‘아라리락’은 이제 10년을 넘어 세계무대로 향할 준비를 갖췄다. 그동안 다른 타악. 기악단체와의 실험도 마쳤고 그 가능성을 보고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한다. 축제마당에서 공연할 때면 그 흥겨움에 할머니도 음반을 사간다는 고구려밴드의 우리 가락과 선율이 세계시장에서 발돋움하기를 응원하며 2011이천도자기축제에 초청되어 공연 리허설 중인 고구려밴드를 축제현장에서 만났다.
Q. 10주년을 맞는 소감을 한마디 해주세요
고구려밴드는 처음에는 강원도 출신 멤버로 상경해서 홍대에서 활동하다가 지금 멤버로 7년째입니다. 1집전까지는 아라리락 컨셉에 마음 맞는 멤버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1집이 헤비메탈에서 아리리락으로 넘어오는 과정이었다면 2집, 싱글앨범 3장을 만든 10년 동안 노력의 결실은 있었다고 봅니다. 밴드의 색깔을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 같고, 아라리락을 하기위한 초석을 다진 것 같습니다.
Q. 향후 10년, 20년을 바라보는 계획이 있다면?
내년 3집 앨범을 내고 아트마켓 위주로 활동하면서 세계무대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들소리와 워멕스 참여, 다른 타악, 기악단체와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소리로 연주로 한국적 락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Q. 3집 앨범은 어떤 것인지요?
3집 컨셉은 일부러 월드무대를 겨냥해서 판소리를 재해석 했습니다. 판소리 다섯마당을 락으로, 무속악적인 요소 등도 시도했습니다. ‘밴드가 하는 마당극’, ‘밴드가 하는 판소리’ 를 시도하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노름마치, 뿌리패, 들소리, 단오굿 등 여타 단체와의 실험은 그 과정 속에 있었습니다.
Q. 올해 하반기에는 공연 계획은?
10월 1일부터 정선아리랑제 개,폐막 공연을 맡았고, 전주대사습놀이에 식전공연으로 초청받아 심청가 ‘수궁가’ 중 곽씨부인 장면을 공연합니다. 11월에는 대만 짜이의 ‘소리축제’에 초청받았습니다. 12월에는 남산국악당에서 타악과 함께 야단법석 공연을 합니다.
Q. 음악에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사회풍자를 담고 싶어 올해 여름 내내 정선에서 ‘양반전’을 공연했는데, 남사당놀이패들이 했던 풍자를 보며 누구나 공감하며 ~그랫지, 하면서 잘못된 거는 욕도 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데, 색깔론으로 봅니다. 그러면 왜 안되죠?
Q. 지난 시간 동안 어려운 점이나 감회가 있다면?
어려운 점은 편곡하면서 기타로 베이스를 흉내가 아닌 자기 것으로 승화하는 일이 힘들죠.
잘 됐을 때는 희열이 있지만요. - 베이스 서민석
우리 음악은 잘 숙성된 된장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너무나 많은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지나면 지날 수록 지겹지 않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된장, 거들떠 보지않지만 되게 좋은거라고 생각합니다, - 기타 양안복
밴드는 여럿이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입시 위주가 아닌 하모니를 위한 교육에 협업으로서 더없이 좋은 방식입니다. - 키보드 이승주
Q. 요즘 밴드 오디션프로에 많은 밴드가 지원합니다. 성공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 음악 후배들에게 멘토 한마디?
재주가 있음을 재지 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초심을 지키면 밴드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Q. 고구려밴드를 기다리는 팬들과 독자들에게 ?
고구려밴드의 앨범은 혼자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필히 라이브 공연을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글_임효정(편집장) 사진_박연우
REVIEW
우리 모두는 빛을 내는 '광부(光夫)'_ 고구려밴드
고구려 밴드는 국악의 숨결을 보다 더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국악기를 굳이 쓰지 않고서도 양약기로 우리의 리듬과 박자를 구현해냄으로써 관습적인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러한 도약은 기타로 거문고나 가야금 소리를 모방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기타의 서스테인을 메워주는 키보드의 사용으로 가능해졌다. 기타의 거친 연주에 더해진 키보드의 비중 제고로 훨씬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한 곡<아우라지 뱃사공>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은 욕쟁이 할머니의 욕처럼 이들의 호통에는 풀뿌리 같이 질긴 민중들의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이제껏 어느 대중가요에서도 접하지 못한 예스러운 언어와 해학으로 채워진 곡들은 노랫말만으로도 희소성을 획득한다. <배 띄어
라>, <산 너머로 가세>, <개소리는 천하다> 등과 같은 우리의 언어는 정작 우리들에게 버림받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고구려밴드는 외국어로 도배된 일상과 문화의 언어풍토를 은근히 질타한다.
국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고구려밴드의 음악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국악의 아우라 속에서 흔한 사랑노래의 얼개를 부수고 나오는 <몽중연가>는 품격이 다른 연가다. 1집에서도 선을 보였던 이 노래는 3박자에서 이번에는 4박자로, 더욱 대중 친화적으로 탈태(奪胎)했다. 한국인만이 쓸 수 있는 애조 띤 가락은 그야말로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한국인 감성의 근본을 자극한다. 직설적인 메시지와 다채로운 효과음이 빛을 발하는 <엿 먹어라>는 전형적인 하드록 사운드이며 <가랑비 세우야>는 나이트위시(Nightwish)풍의 심포닉 메탈까지 선보인다.
록과 국악의 조합을 어색하게 바라보는, 록의 오리지널리티를 최고로 치는 이들에게도 유혹의 촉수를 뻗치는 곡들이다. 보너스 트랙인 <예고편>은 다음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이면서 줄기차게 음악적 성숙을 기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새 소리의 배를 띄우고, 편견과 질곡의 산 너머로 가라!!
- 임진모(www.izm.co.kr)
첫댓글 참 좋다 *^^* 그립습니다.
대~~~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