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ebs <TV로 보는 원작동화>란 프로그램에서 20분짜리 옴니버스 두 개씩
2회 방송을 내보냈던 것입니다.
아이들 이야기라 내용은 크게 도움이 안 되시겠지만
각 화가 20분으로 구성돼있으니까 형식은 함 참고해보세요.<소녀들의 여름방학> 1부 1화 “99%의 소녀”
1. 버스 정류장
꽤 세련되게 차려입은 복희.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긴팔 소매의 옷도 일부러 멋을 내어 입은 것처럼 보이는 멋쟁이다.
복희, 가방에서 부채 꺼내서 연신 부채질을 한다.
마을버스 와서 서면. 복희, 탄다.
2. 마을버스 안
복희, 빈자리에 앉아, 부채질을 하는데.
옆자리 남학생(성진), 똑같이 긴소매 남방을 입고 노트로 연신 부채질을 똑같이 하고 있다.
복희 (힐끗 본다)
성진 자주 보네?
복희 (새침하니 외면한다)
성진 ? 덥지 않아?
복희 별루.
성진 (보는)
복희 (부채질하는 손을 보는 것 느끼고, 얼른 부채를 내려놓고, 또 외면해버리면)
성진 나는 성진이야. 박성진.
복희 (창밖 보며, 관심없단 듯)
성진 ...... (부채질 하며 딴 데 본다)
복희 (힐끗 재빨리 쳐다본다. 아주 관심 많은 눈이다)
복희 (na)얼굴, 95점. 키? 98점. 분위기? 99점. 그런데....
볼 때 마다 긴 팔이네?
성진 긴팔이라 신경 쓰여?
복희 (안본척)어? 아냐, 그 노트. 디자인이 예뻐서.
성진 그래? (싱긋)나는 신경이 좀 쓰여서. 너처럼 멋으로 긴 팔을 입는 것도 아니구, 울엄마가 바쁘면 빨래를 못 해주시거든.
복희 ?
성진 만화 그리시는데, 마감 때만 되면 집이 엉망이 돼. 나라도 해야 되는데, (멋적은 듯 웃으며)귀찮아서 가을 옷 그냥 꺼내 입게돼.
복희 아아.. (본다)
성진, 더운지, 팔을 걷어부친다.
복희, 물끄러미 드러난 팔뚝에 눈이 간다.
복희 (na)한 여름에 긴 팔 옷을 입어야 하는 아이들에겐 분명히 특별한 사연이 있다.
3. 복희방
공주님 스타일로 꾸며놓은 방.
복희, 긴 팔을 벗고 반팔로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오른 팔을 들어서 바라보는 복희.
팔뚝에 피부보다 진한 연한 갈색의 타원형의 주먹만한 화상흉터가 있다. (흉하지 않게)
복희 (na)이게 나의 사연이다.
그리고 내 옥의 티다.
4. 놀이터-복희의 회상
예닐곱살 정도의 꼬마 여자애가 민소매 공주님 원피스에, 머리에는 커다란 리봉까지 매고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고 있다.
이웃아줌마 (E)옥에 티네 옥에 티. 프랑스 인형처럼 이쁘게 생긴 애가 팔이 저러니까 더 눈에 띄네?
5. 패스트푸드점
복희, 미아, 지인, 수정 둘러앉은.
미아 (전혀 악의없는)옥에 티는. 그럼 니가 옥이냐?
수정 니가 너무 신경을 써서 그렇지, 그렇게 눈에 띄는 흉터두 아냐 복희야.
복희 미인이 죄를 지으면 더 악녀가 된단 말 들어봤니?
지인 (들어봤다)그게 니 흉터랑 무슨 상관인데?
복희 딴 데가 다 예쁘기 때문에, 더 눈에 띄고 흉하게 느껴진단 말야.
지인 글쎄 흉하지 않다니까?
복희 흉해.
수정 우리들 말을 믿어 복희야. 안 흉해, 하나두.
복희 흉하다니까?!
미아 그래, 흉하다 흉해. 엄청 흉하다!
복희 (상해)그렇게 크게 말해주지 않아두 벌써 다 알고 있어!! (일어나 홱 가버린다)
수정 복희야..! (따라 가려는)
미아 (잡고)놔둬. (복희 흉내)딴 데가 다 예쁘기 때문에, 더 눈에 띄고 흉하게 느껴진단 말야. (어휴)도대체가 미워해야 하는 건지 불쌍해야 하는건지.
수정 그렇게 흉하지 않은데...
미아 흉하다잖어!!
6. 마을 버스 안
복희, 버스를 탄다. 들어오다 보면.
성진, 반팔 차림으로 복희에게 아는 체 손을 흔든다.
복희, 마지못한 듯 성진의 옆으로 앉는다.
복희 오늘은 반팔이네?
성진 엄마가 한가해지셨거든. 너는 여전히 긴팔이네?
복희 어? 어어....
성진 ......
복희 .......
성진 인형극 좋아해?
복희 인형극?
성진 우리 삼촌이 인형극단에 계시거든.
한 번 보러오라구 성화신데.
복희 ......
성진 보러가지 않을래?
복희 (망설이는)
성진 두 달 동안 한다니까, 아무 때나 가도 되는데.
복희 (망설이고)
성진 (싫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미안해. 괜히 부담줬구나. 안 들은 걸루 해. (일어난다)나 여기서 내려. 잘 가. (가고)
복희, 어떡하면 좋아...하는 표정.
복희 (다급하게)자,잠깐만!
성진 ?(돌아본다)
7. 공연장 앞 길
얇은 카디건을 위에 걸쳐입은 복희, 성진 나란히 나온다. 한결 친해진 기분으로.
복희 깜짝 놀랐어. 인형극이라 그래서 사실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성진 마음에 들었어?
복희 환상이더라. 그 나비 말야, 진짜 살아있는 나비처럼 팔랑거리더라?
성진 나두 나비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어.
복희 고마워, 좋은 공연 보여줘서..(하는데)
복희 (화끈해).. 괜찮다고 했잖아!! (소매 내린다. 꼭꼭 여미면)
성진 (빤히 보는)
복희 (시선 비끼고)
성진 그거 때문이었어?
복희 (시선 비낀 채)뭐가..?
성진 그 흉터 때문에 더운 여름에 긴 팔을 굳이 입고다닌 거였어?
복희 (입술 깨물고 속상한 표정이다가, 홱 가버리고)
성진 복희야.
복희 (안 돌아보고 가고)
성진 ......(보는)
8. 복희네 집 앞
복희,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성진, 기다리고 서있다. 복희, 성진을 발견하고 멈칫 섰다가, 무시하고 대문 열고 들어가려는데.
성진 괜찮아.
복희 (힐끗 노려본다)
성진 흉터 좀 있으면 어때?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는 게 더 이상한 거야.
복희 니 얼굴에 똑같은 흉터가 있다고 생각해봐. 너는 괜찮을 거 같애? 내가 먼저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아냐. 남들이 자꾸 이상하게 보니까 부끄럽단 생각이 드는 거지.
성진 너만 당당하면 돼. 왜 남의 눈을 의식하냐?
복희 너두 사실은 흉하다고 생각하잖아! 내가 모를 거 같애?
복희, 문 열고 쾅 닫고 들어가버린다.
성진 !
9. 복희 방
복희, 앉아서 책 보고 있다.
(E)울리는 전화벨.
복희모 (E)복희야 전화받어. 성진이랜다.
복희 없다고 해요.
복희, 아무렇지 않은 척 책장 넘기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0. 마을버스 안
복희, 탄다. 하지만 성진이 탄 것을 보자, 뒤돌아 내려버린다.
성진, 쫓아내리려고 일어나지만, 버스는 출발하고.
성진, 아쉬운 듯 창밖을 내다본다.
복희, 성진쪽은 보지도 않고 씩씩 걸어가버리고...
성진 ............
성진 얕게 한숨을 내쉰다.
성진, 생각에 잠긴. 버스 서고. 다시 출발해도 혼자 생각에 잠긴 성진. 옆에 누군가 털썩, 앉는다. 성진, 무심코 본다.
땀이 범벅이 된 복희다. 복희, 얇은 카디건을 벗는다.
성진 (보는)
복희 좋아. 한 번 믿어보자. 이딴 흉터 정도는 별 거 아니란 말이지?
성진 (웃고)어. 아무 것도 아냐.
복희 미인은 피부 한꺼풀이란 말도 있지만, 그 한꺼풀 때문에 여자들이 목숨을 거는 건 다 남자들이 그 한꺼풀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해서야.
성진 난 그 한꺼풀 중요하게 생각 안 해.
복희 (힐끗)내가 호박이었어두 나한테 인형극 보러 가자구 했을 거라구?
성진 어.
복희 믿을 수는 없지만, 좋아, 한 번 믿어볼게. (새침하게 앞을 보고)
성진 (미소)
11. 피자집 앞
성진 기다리고 있다.
복희, 민소매 옷에 머리는 까치집을 지은 채 한 눈에도 흉한 모습으로 걸어온다. 이래도?라는 도전적인 얼굴로 걸어와
복희 오래 기다렸어?
성진 아냐 들어가자.
복희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성진 ? 아니?
복희 늦잠 자서 바쁘게 오느라구 머리두 못 빗었어.
성진 어.
복희 세수도 안 했어.
성진 세수 안 해두 예뻐.
복희 (선다. 수상쩍은 듯 본다)
성진 (돌아보고)왜?
복희 아냐 암것두. (간다)
12. 피자집 안
복희, 성진 피자 먹는.
성진 우리 큰아버지가 의사라 여쭤봤거든?
요새는 왠만한 흉터는 레이저로 쉽게 고칠 수 있다고 하더라?
복희 내 얘기 했어?
성진 아니, 그냥 여쭤봤어.
복희 흉터 있는 여자친구는 창피했나부지?
성진 ? 니가 싫어할까봐 얘기 안 했어.
복희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성진 응?
복희 흉하지 않다고 했어두 역시 속으론 싫었지? 그러니까 얼른 고치라고 큰아버지한테 여쭤본 거 아냐?
성진 ? 니가 관심이 있을 거 같아서 알아본 거야.
복희 흉터 수술이랑 치료 문제는 누구보다 내가 전문가야.
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 문제였으니까.
성진 흉터란 게 한 번 생기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거래.
너무 신경쓰지 말구
복희 신경은 나보다 니가 더 쓰는 거 아니니?
성진 (조금 오른다)왜 자꾸 꼬투리를 잡아?
복희 너 화내는 거 오늘 처음 본다? 역시 내가 이렇게 한꺼풀을 보기 싫게 해가지고 나오니까 사람들한테 창피하지?
성진 (어이없고. 쳐다보면)
복희 왜? 정곡을 찔렸니?
성진 (기막혀 본다)
복희 대답을 못하는 거 보니까 내 말이 맞구나?
성진 (후우...화를 낼 수도 없고. 답답하다)
13. 다른 날
복희, 슈퍼 봉지 들고 걸어오다가 어라? 멈춰선다.
저만치 성진이 수정과 뭔가 얘기하며 걸어오고 있다.
복희, 순간 몸을 숨긴다.
성진, 수정과 뭔가 심각하게 얘기하며 지나간다.
복희,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아이를 노려본다.
14. 서점 안(다음날)
복희, 책을 뽑아 건성으로 넘겨보며 힐끗 옆을 본다. (씬12보다 조금 더 심하게 흉한 몰골을 일부러 하고 나왔다)
성진, 책을 고르고 있다.
복희 수정이 참 애가 괜찮지?
성진 응?
복희 애가 눈에 잘 안 띄구 조용한 거 같애두 보기 보단 인기도 좋아.
성진 (무슨 소린가 했다가. 알겠고)아아. 어제 내가 좀 보자고 했어.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복희 꼬치꼬치 다 말 안 해줘도 돼. 꼭 내가 질투하고 참견하는 애 같이 보여서 기분 나빠.
성진 아니 난.., 친한 친구니까 그냥.. 너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복희 나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나한테 물어봐야지, 왜 내 친구야?
성진 응?
복희 (으쓱하고)원래 변명이란 게 앞뒤가 그렇게 잘 안 맞더라구. (간다)
성진 (어이없고, 벙한 얼굴로 본다)
15. 서점 앞
복희, 뾰루퉁한 얼굴로 나오고. 따라 나오는 성진.
성진 우리 얘기 좀 하자.
복희 눈빛이 그렇게 살벌해서야 얘기가 되겠어?
성진 뭐? (웃고)알았어. 이젠 어때?
복희 (새침)얘기해.
성진 나 좀 당황스러워. 첫인상이랑 너무 달라서.
복희 다르겠지. 그때는 흉터두 안 봤구, 옷두 이렇게 안 입었구 누가 봐도 예뻤으니까.
성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그런 얘기가 아니야. 나는 니가 참 마음이 예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어.
복희 그게 사람 눈의 한계라는 거야. 예쁜 여자는 착해보이구 못난 여자는 성질두 나빠 보이구.그치?
성진 그런 얘기가 아니라니까?
복희 너는 한꺼풀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봐, 한꺼풀 상태가 점점 나빠지니까, 너 화내는 얼굴도 점점 험악해지잖아.
성진 (어이없어 웃음기)화내는 거 아냐.
복희 화났어. 부글부글 속에서 끓어오르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 (흥, 가고)
성진 (벙해 본다)
16. 패스트푸드점
복희, 미아 지인 수정과 둘러앉은
지인 박성진 성질두 좋네. 그래두 너를 만나주디?
복희 내가 이상한 게 아냐.
미아 내가 봐두 걔가 이상해. 너같은 싸가지를 어디가 이쁘다구 만나주니.
복희 뭐야?
수정 기왕 만날 거면, 자꾸 엉뚱한 시비 걸지 말구 편하게 만나. 전에 보니까 애가 너무 불쌍하드라.
복희 불쌍하다니? 왜? 너보구 내가 이상한 여자애라 피곤하다 그러든?
미아 (아이고, 이마를 짚고)
복희 (흥, 외면한다)
17. 피자집 정도
성진, 노트 한 권을 복희 앞으로 밀어준다.
복희 뭐야?
성진 (마음 좋게)우리 교환일기 쓰자.
복희 교환일기?
성진 말싸움도 아니고, 자꾸 말이 겉돌잖아. 엉뚱한 일로 괜히 마음 상하구.
복희 (노트 당겨 후루룩 넘긴다. 빈 노트)너무 노력하는 거 아니니?
성진 ?
복희 이렇게 교환일기를 바꿔 써야될 정도로 말이 안 통하는데 뭐하러 나를 만나니?
성진 (본다)
복희 일기라고 꼭 솔직하게 쓴다는 보장도 없잖아.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도 아니니까 거짓말 하기는 더 쉽지.
성진 ......
복희 알았어. 써보기는 할게. (하는데)
성진, 채듯 노트를 나꿔채간다.
복희 ?(보면)
성진 니 말이 맞는 거 같다. 내 생각이 틀렸어.
복희 ?
성진 니 그 흉터, 생각보다 상태가 나쁜 거 같애.
복희 !(얼굴 일그러진다)
성진 아주 아주 사소한... 정말 눈에 띄지도 않고.. 그냥 점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냐. 1프로도 안 되는 그 작은 흉터가..니 마음 속에선 거의 99프로도 넘게 큰 거 같애. 내가 뭐라고 해도...그 흉터 때문에 다 엉뚱한 말로 변해버려.
복희 (보는)
성진 (일어난다)그래, 이딴 거 쓸 정도로 말이 안 통한다면...다 쓸데없는 짓이지 뭐.
성진, 일어난다.
복희 (뭐라고 해야하는데..말이 안 나온다)
성진 (싱긋 웃어주며)안 믿어도 할 수 없지만, 니 그 흉터... 정말 괜찮아. (뭐라고 한 마디 더 해주려다가.. 그냥 웃고)만나서 반가웠다. (간다)
복희 (황당해 바라본다)
18. 패스트푸드점
헝헝헝헝, 복희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운다.
수정 (안쓰러워)그러길래.. 뭐하러 자꾸 이상한 시비를 걸어..
복희 (헝헝헝)이상한 시비? 봐. 내말이 맞았잖아. (헝헝)걔두 내 말이 맞다고 했단 말야. (헝헝)수술 받을 거야. 이번 여름방학에 꼭 수술 받을 거야. 수술 받구 이 지긋지긋한 여름 긴 팔 옷들두 다 내다버릴 거야.
세아이 (답답하고)
지인 박성진이 한 말 뜻, 이해가 안 가니?
복희 (헝헝헝)이해해. 한 글짜도 안 빼구 다 이해해. 다 이 흉터 때문이야. 이놈의 1프로의 흉터 때문에 나머지 내 99프로의 예쁜 모양두 엉망이 되는 거야. (헝헝헝)
수정 (그래도 위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울지 마 복희야. 내가 성진이를 한 번 만나볼까?
복희 (오해하고, 젖은 눈으로 딸꾹 대며)쓸데없는 짓 하지마. 아무리 나한테 실망하구 갔다구, 너한테 눈을 돌릴 정도로 눈이 낮겠니? 잠깐이라두 나를 사겼는데?(손수건을 힝, 코푼다)
세아이 (띵..하고. 할 말 없고)
19. 마을 버스 안
뒤쪽에 나란히 앉은 복희, 미아, 수정, 지인.
복희, 미아의 손을 꽉 잡고,
복희 나 떨려. 수술이 잘 될까?
미아 레이져로 하는 거면 수술도 아니지.
수정 너무 걱정하지 마. 꾸준히만 치료 받으면 거의 눈에도 안 띄게 고칠 수 있다며.
복희 고마워. 같이 가줘서.
지인 (으이그)드디어 그눔의 1프로를 고치는구나 김복희? 이제 100프로 완벽한 미소녀가 되는거냐?
복희 (기집애 흘긴다)
버스, 서고 성진 탄다.
복희, 무심코 고개 돌렸다가 성진을 보고 심장이 뚝 멈추는데.
뒤이어 타는 호박 여자아이.
성진, 호박이 넘어지지 않게 계속 신경써주면서 빈자리 찾아 뒤로 온다.
복희네 앞의 빈자리 한 개가 비어있다.
성진 (호박에게)앉아.
호박 나두 서 있을래.
성진 앉아. 새 신발이라 발 아프다며.
복희와 아이들, 어머... 성진을 쳐다본다.
성진 (복희에게)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복희 (뭐라고 대답 해야되는데, 말이 안 나온다)
호박 (힐끗 뒤 돌아본다)
복희, 유심히 재빨리 호박을 본다. 영....아닌데..?
복희, 뭔가 성진에게 말하려는데.
성진, 이미 복희에게 관심 없고. 뭔가 호박과 거의 머리 닿을 듯 정답게 얘기하고 있다.
미아, 지인, 수정, 어떻게 된 사태인가... 성진과 복희를 번갈아보고.
복희,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세 아이에게 웃어보인다.
-경과:
성진과 호박 내린다. 창밖으로 내다보는 복희와 눈이 마주치자, 성진, 별 감정없이 선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주더니, 호박과 다정하게 걸어가버린다.
복희, 안타깝게 멀어지는 성진을 바라본다.
성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목이 빠져라 바라보는 복희의 황당한 표정에서 화면이 정지되고.
의사 (E)꼭 수술을 해야겠나? 안 해도 미스코리아깜이구만.
복희 (E)선생님은 1프로 없이 살아보셨어요?
20. 거리
깨끗하게 수술이 된 팔, 민소매 옷을 입은 복희가 활기차게 걸어온다.
자기도 모르게 눈길을 복희에게 돌리는 남학생들, 여자애들.
복희, 기분 좋게 그 시선들을 즐기며 어느때보다 신나게 걷는다.
복희 (na)가자 김복희. 호박의 손아귀에서 성진이를 구해내자.
<소녀들의 여름방학> 1부 2화 “왕따 당하지 않기”
1. 수정 거실
수정, TV앞에 바짝 붙어 앉아 가요 프로그램을 본다. 화면에는 베이비복스가 나와 노래를 시작한다.
수정 (화면 가리키며) 김이지 이희진 심은진 간미연... 간미연...하구.. (마지막이 생각 안 난다. 노트 집어든다)
노트 펴면 베이비복스에 관해 메모한 것들이 좌르륵 나온다.
수정 아아 윤은혜. 윤은혜 윤은혜..(외우려고 애쓴다)
수정의 무릎 위에 놓인 노트에는 각 멤버의 사진이 붙여져있고 그 아래 이력이 빼곡히 적혀있다.
수정 (na)수학공부보다 영어공부보다 어려운 공부가 음악 공부다.
-다른 댄스그룹이 나와 노래하고 춤추는 화면.
수정, 그 앞에서 리모콘을 마이크 삼아 춤을 어설프게 따라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틀리면. 비디오 녹화한 것을 앞으로 돌려 다시 연습한다.
수정 (na)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가수 지망생도 아닌데 왜 달밤에 춤을 추냐고?
2. 수정의 회상-패스트푸드점
둘러앉은 미아, 지인, 복희, 수정.
지인 베복은 단순한 댄스그룹이 아니라구봐. 베복의 춤이나 의상만 얘기하는 게 아냐. 베복의 음악을 고찰해볼 때
수정 (na)6학년 5반의 지성을 대표하는 지인이도 베이비복스를 베복이라 부르며 왠만한 노래는 다 따라부르는 베복의 열성팬이고,
복희 어제 성진이 오빠 나온 거 봤니? 감기에 걸렸나? 얼굴이 영 퀭하더라? 걱정돼..
수정 (na) 생일이 같은 2월 5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복희는 이성진의 팬이 돼버렸고, 자기 일처럼 오빠를 챙긴다.
수정 엔알쥐가 노량진의 약자라면서? (헤헤)
미아,복희 (홱 수정을 째려본다)
수정 (어색하게 헤헤 웃으며)누룽지..였던가?
복희 뭐야?
수정 노라죠였나 헤헤 (웃다가 영 분위기가 냉랭하자)... 아니 난.. 그냥 웃자고 해본 말인데... 화났니..?
복희, 탁탁 짐 챙기더니 일어난다.
수정 ? 복희야..?
복희 엘알쥐 오빠들이 너한테 잘못한 게 있니? 열심히 하려고 애쓴 죄 밖에 없는데 왜 그딴 식으로 얘기해?
수정 야..나는.. 그게 아니구..
복희 기분 나빠서 더 못 있겠어. 갈게. (홱 간다)
미아 복희야! (수정을 흘기고)복희야. (따라 나간다)
수정 (황당하고)
지인 관심이 없으면 차라리 말을 말던가.
수정 (본다)
지인 나두 갈래. (일어난다)
혼자 남겨진 수정, 울적하다.
수정 (na)깜빡했다. 친구들은 자기 일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에 더 쉽게 마음이 상한다는 걸.. 바보 이수정.
3. 수정 방(밤)
수정, 헤드폰 끼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수 노트를 펴놓고 연습장에 메모한 것을 적고 외우고 동그라미 쳐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적는 내용, 주로 가수들의 이력 (키 몸무게 혈액형 취미 따위의 잡다한 내용들이다)
4. 패스트푸드점
둘러앉은 네 아이. 수정, 자신만만한 얼굴로
수정 (지식을 자랑하는데)보니까 은혜 언니가 나랑 똑같이 천칭자리더라? 왠지 필이 꽂히드라니,(하는데)
미아 짱이다..!
지인 어, 엄마. 아냐, 피아노 학원 들렸다 수영 갈거야. 예. (끊고)
수정 천칭자리가 원래,
미아 (지인의 핸드폰 뺏어보며)왠일이니, 이거 듀얼 스피커잖아. 64폴리야?
지인 (자랑하고 싶지만, 전혀 아닌척)들을만하더라.
미아 들을만은.
수정 천칭자리가 원래 팔방미인이 많다더라?
복희 내꺼두 64폴린데. (자기 폰 꺼낸다)
미아 정말 정말? 정말이네. (부럽다)내거는 40이야.
수정 그래서 은혜언니 팬클럽에도,
미아 (주머니에서 꺼내며)나는 그냥 **폴린데.
지인 (휘둥그레지며)그거는 액정이 왜 그렇게 크니?
복희 핸드폰이 아니라 PDA처럼 생겼네.
미아 흐흐, PDA처럼 쓸 수 있어. SD카드두 내장돼있구.
지인 멋지다. TV수신도 되지?
미아 당연하지. 흐흐, 우리 엄마는 모른다? 좋은 세상이야.
친구들은 머리를 모으고 핸드폰 최신기능 눌러보고 서로 비교해보느라 정신이 없다.
수정 (na)맞다 핸드폰.. 그래, ..열 두 살 여자애들이 제일 가지고 싶어하는 게 새 핸드폰인데.. 그걸 생각 못 하다니.. 기습을 당했다..!!
5. 팬시점
복희, 지인, 미아, 각자의 취향대로 핸드폰 커버를 골라서 자기 핸드폰에 씌워복 재잘대며 자기들끼리 즐겁고.
수정,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시무룩해 세 아이를 물끄러미....
6. 수정방
수정, 방에 들어온다. 한 눈에 들어오는 가수들의 포스터사진, 그 아래 매직으로 종이에 이름과 프로필 적어놓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에이, 수정 일어나 모두 떼버린다.
수정 (na)친구들의 관심사가 바뀔 때마다 난 여지없이 ‘따’가 돼버린다.
‘따’의 눈물을 삼켜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
7. 길-핸드폰 도매가게 앞
수정 터덜터덜 걸어오다, 핸드폰 진열대 앞에 멈춰서 빤히 바라본다.
수정 (na)하지만 난 인생 따위는 말하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난 그냥, 친구들과 똑같이 즐겁게 놀고 싶은 것 뿐이다. 그치만..
(긴 한숨)핸드폰 같은 거, 난 정말 필요도 없는데.....
8. 수정방
수정, 핸드폰 포장을 뜯고, 파워 켜고. 매뉴얼을 보며 작동을 시켜본다.
수정 (na) 이거 하나를 갖자고 일주일 동안 밥을 굶어야했다.
손녀딸이 굶어죽을까봐 할머니가 덩달아 단식투쟁을 해주셨기에 망정이지... (에휴)...
9. 패스트푸드점
수정 짠짠!
하며 핸드폰을 세 아이에게 내보인다.
수정 나도 이거 어제 샀다?
세아이, 어째 시무룩하다.
수정 ? 니들 왜 그래?
미아 우리 다 압수 당했어.
수정 압수?
복희 그저께 뉴스에서 전자파가 뇌세포를 죽인다구 나왔잖아.
처음 듣는 소린가? 근데두 기겁을 해서 뺐어가는 거 있지?
지인 우리 엄마두.
미아 (뿌해)어차피 다 쓰고 죽지도 못할 뇌세포, 좀 죽으면 어때서.
복희 전자파가 해로운 거 모르구 사준것두 아니면서.
미아 (수정에게)니네 엄마는 그 뉴스 못 보셨구나?
수정 아니..보긴 보셨는데... 기왕 산 거, 알아서 적당히 쓰라구..
미아 정말? 부럽다 야.
지인 우리 엄마도 니네 엄마처럼 딸을 하나의 인격체로 믿어주시면 좋을텐데.
미아 그러게. 설마 우리가 정말 뇌세포가 죽도록 폰을 쓰겠냐?
복희 뉴스가 문제야.
지인 우리 엄마들이 문제지.
미아 며칠두 못 쓰게 할껄 왜 사주냐구?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우리 엄마는,
세 아이, 자기들끼리 머리 모으고 자기 엄마들 흉을 보며 두런대고.
수정, 허탈한 듯 손에 든 핸드폰과 세 아이를 번갈아본다.
수정 .......
수정 (na) 또 타이밍이 안 맞았다.
이럴 때는 믿어주고 이해심 많은 엄마를 나 혼자 뒀다는 것도 말이 안 통하는 이유가 돼버린다.
10. 근처 길
혼자, 잔뜩 부어 핸드폰으로 전화 중인 수정
수졍 엄마는,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린이의 뇌세포에 나쁘다고 하는데도 신경도 안 쓰고 뭐 하는 거냐? 내 친구 엄마들은 그래서 애들 폰 다 뺐었대잖어! 그럼!, 안 뺐은 게 잘못한 거지! (사이)그래, 필요없어! 이젠 폰 같은 거 필요 없단 말야! (전화 확 끊고)
에이, 씩씩 걷는다.
11. 수정방
수정 전화받고 있다.
수정 (곤란한)롤러블레이드? 모레? (얼른)아냐, 나도 탈 거야. 같이 가자. 그래. (끊고, 갸웃 한다)롤러블레이드..?
12. 밤의 동네 공터
수정, 엉거주춤한 자세로 롤러블레이드 타는 연습을 혼자 하고 있다.
수정 (na)매일 같이 어울려 다니는데 언제 롤러블레이드는 배워논 거지?
수정, 처음 타보는 거라 연신 앞으로 넘어지고, 엉덩방아 찧고... 고생이 막심이다.
수정 괜찮아.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진땀을 닦아내고)
수정, 다시 타다가 꽈당 넘어진다.
13. 공원
수정, 헬멧에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장갑까지 끼고 배낭 메고 롤러블레이드 타고 온다. 둘러본다. 아직 아이들은 오지 않았고. 수정, 연습한 보람이 있어 꽤 유연하게 쓱쓱 타보는데
미아 (E)수정아!
수정, 돌아보다 멈칫.
미아 지인 복희, 편한 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덜렁덜렁 걸어온다.
미아 우와. 선수같은데?
수정 ? (세 아이 보면)
지인 매일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혼자 언제 배운 거야?
복희 (별 뜻 없이)우리랑은 수준이 안 맞아서 어디 같이 놀겠냐. 우리는 우리 대로 탈테니까 너는 그냥 너대로 타라 야.
수정 어? 아, 아냐. 나두 같이,
지인 복희 말이 맞아. 우린 요 주변에서 연습할테니까 너는 저기 크게 돌구 와.
미아 (배낭에서 롤러블레이드 꺼내며)우리는 달랑 이거 하나루 셋이 연습해야 되니까 너한텐 방해만 될 거야.
수정 (벙하고)
-경과:
지인이 롤러블레이드 타고 다리 후들거리며 꼼짝을 못하는 걸, 옆에서 미아와 복희가 손을 잡아주고 균형 잡게 도와주며 한 걸음 한 걸음 연습하고 있다.
수정, 멀찌감치서 그런 세 아이의 모습을 보며 입이 쑥 나온다. 그래도...가까이 가려는데.
미아 (소리친다)편하게 타구 와. 우리는 신경쓰지 말구. 가. (손 흔들어준다)
수정 어. (끄덕이고. 시무룩)....(반대 방향으로 타고 가면서.. 자꾸 아이들쪽 돌아보게 된다)
14. 패스트푸드점
미아 지인 복희, 솜과 소독약 빨간약 따위 앞에 놓고 서로의 상처를 불어주고 닦아주고 약도 발라주고 다정하고.
수정, 입이 쑥 나와 헬멧 벗고 보호대를 벗고 있다.
모두, 원피스의 여자애를 유심히, 뚫어지게 보자.
수정, 역시 따라 유심히 여학생의 원피스를 본다.
복희 우리도 사자. 똑같이.
지인 개성 없이 똑같이 사냐?
복희 우리 넷 다 똑같이 하구 있으면 그게 우리 사총사 개성이지.
잠시 갈등하는 얼굴로 여학생의 원피스와 친구들을 번갈아보고, 모르게 얕은 한숨을 내쉰다.
15. 옷가게
씬14의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 보는 수정. 찡그린다.
점원 그거 말구 이거 입어보지?
수정 그냥 이거 주세요.
점원 이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수정 이거 살래요.
16. 패스트푸드점
수정, 원피스를 불편한 듯 추스리며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친구들, 편한 저마다의 차림으로 들어온다.
수정 ?
복희 못 보던 옷이다? 근데 너랑 안 어울린다 야.
수정 니들..근데.. 넷이 똑같이 사자구..
복희 이거?
하며 팔을 내민다. 시원한 색깔의 팔찌를 찰랑거린다.
미아 나두 샀어. (팔찌 낀 손 내밀고)
지인 사재서 사긴 샀는데 나는 영 내 취미는 아니야. (하며 팔 내민다)
수정, 벙해 본다.
복희 너는 안 샀어?
수정 어? 나는.. 그저께 니가 그 원피스 보면서..(상황이 파악된다)그 원피스가..
-플래시백컷: 원피스를 입은 여학생....의 팔찌로 클로즈업! 반짝이며 찰랑대는 팔찌. 그 팔찌를 유심히 보던 세아이의 반짝이던 눈빛...!
수정, 그렇구나...그 얘기를 했던거구나... 시무룩해진다.
미아 (수정에게)안 사실 잘 했어.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 죽겠다 야.
복희 뭔 소리냐? 예쁘기만 한데. 여름방학 내내 끼고 다니는 거다?
지인 알았어. (수정에게)너는 5천원 굳어서 좋겠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안 사길 잘했어.
수정 어? 어어..(어색하게 웃지만, 울상 된다)
수정 (na)오천 원이 굳은 대신 오만 원을 입기도 싫은 옷에 낭비했고, 이 애들보다 사만 오천 원을 더 들이면서 개성 있는 ‘사총사’의 대열에서도 낙오해버렸다..!!
수정 (혼잣말로)바보같애.
지인 (듣고)응?
수정 아,냐 아무것도.
지인 ?
17. 수정 방(밤)
수정, 팔짱 끼고 침대를 노려본다.
침대 위에는, 연예인 포스터와 노트, 핸드폰, 롤러블레이드와 보호대, 원피스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수정 (na)흥미도 없는 연예인들의 잡다한 프로필과 포스터 사진 수집에 든 시간 일주일. 돈. 2만 5천원.
핸드폰 산다고 든 돈 거금 14만 5천원. 단식투쟁하느라 칠 일 곱하기 세 끼, 총 스물 한끼 굶음.
롤러블레이드 및 보호대 사는 데 쓴 돈 6만 5천원. 연습하느라 생긴 상처 다섯 군데
원피스 사느라고 든 돈 5만원.
-*나레이션에 따라 자막으로 처리되는 비용.
(na)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들인 비용 총, ....(한숨)28만 5천원.
경제관념이 철저한 우리 엄마가 그냥 사주신 게 아니다.
수정, 침대에 털썩 앉는다.
수정 (na) 심부름 한 가지에 100원이라고 했으니까.... 2천 8백 50번을 해야 엄마한테 진 빚을 갚을 수가 있는 건데... (한숨)....
수정모 (E)수정아! 거실에 마늘 깔 거 다 준비해놨으니까 얼른 나와서 마늘 까라.
수정 예 나가요. (일어난다)
수정 (na)우리 엄마는 계모가 아닐까? 마늘 한 접을 어린애한테 다 까라고 시킬 수가 있지? (한숨)... 마늘을 다 까고 나면 남는 심부름 횟수는 음.. 그러니까 이천 팔백 아흔 아홉 개네?
수정, 나가고 문 닫긴다.
수정 (na)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냐구?
카메라, 천천히 팬- 책상 위를 비춘다. 반짝 책상 위에서 빛나는 친구들과 같은 모양의 팔찌.
수정 (na)이은상님도 말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멈출 수는 없다고..!!
18. 미아 방(밤)
미아, 인터넷으로 핸드폰에 다운 받을 동영상을 뒤져대고 있다.
찡그리고, 핸드폰 집어들고 전화한다.
미아 지인이니? 내가 뮤비를 다운 받을라 그러는데, 핸드폰으루 다운을 받을라면 어떻게 하는 거냐?
19. 지인 방(밤)
지인, 침대에 양반 다리 하고 앉아 10대 소녀들을 위한 패션잡지를 뒤적대며 전화 받고 있다.
지인 내가 말한 싸이트 찾았어? 어. 그래, 노래 선택하구, 어, 그담엔 거기 메뉴대로 하면돼. 그래.
지인, 마음에 드는 옷과 악세사리 페이지에서 멈추고. 전화를 건다.
지인 복희니? 니가 빌려준 잡지를 보는데, 거기 스트리트 피플에 나오는 빨간 모자 기억나?
20. 복희방(밤)
복희, TV의 댄스그룹의 춤 동작을 따라하며 전화받고 있다.
복희 김봄내? 그럼 기억나지. 그 모자 사게? 아니구 티셔츠? 메이커가 아니구, 동대문에 가면 있어. 내가 같이 가줄게, 너는 금방 못 찾아. 그래. (끊고)
복희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하단에 콘서트 안내가 나온다. 복희 어! 아깝고. 전화 건다. 왜 안 받지?
21. 수정 방(밤)
핸드폰 진동한다. 계속....
22. 수정 마루(밤)
수정, 입이 쑥 나와 마늘 까고 있다. 한숨 포옥 쉬며 부엌쪽 흘긴다.
수정 (na)이렇게 마늘이나 까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엄마는...
---------------------------------((1부 끝))----------
<소녀들의 여름방학> 2부 1화 “남과 똑같은 것은 싫다”
1. 자료화면-밤하늘
반짝이는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
지인 (na)별이 아름다운 건, 어둠을 알기 때문이다.
눈부신 태양은 밝은 세상만을 알기에 너무 가볍고,
2. 지인의 방(밤)
지인, 컴퓨터 앞에 앉아 쓰고 있다.
지인 (na)달빛은 신비스럽지만 대낮에도 얼굴을 내밀어 태양을 동경한다. 밤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역시 별이다.
지인, 써놓은 글을 게시판에 올리고는. 피곤한지 기지개를 켜며 시계를 본다.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있다. 벌써 저렇게 됐나..?
지인, 사이트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지인을 초대하는 채팅 창이 뜬다. 지은, 본다.
상대방의 닉네임은 은하수. 지인의 닉네임은 미리내.
채팅창에 상대방 글이 뜨면, 지인 답해준다.
미아 은하수랑 미리내라. 음, 말 되네. 은하수는 몇 살이야?
지인 서른 아홉.
미,복,수 (놀라고)
복희 (팔뚝 찰싹찰싹 때리며)미쳤어 미쳤어. 그런 아저씨랑 오밤중에 채팅을 하니? 만나자면 어떡할라 그래!
지인 (생긋)오늘 만날건데?
복희 뭐어?
지인 한 시간 동안이나 채팅을 했는데, 그렇게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어떤 사람일지 기대돼.
복희 어떤 사람은? 6학년 짜리 여자애나 만나고 다니는 할 일 없는 나쁜 아저씨지! 너는 뉴스도 안 보니?
지인 내가 6학년인 거 몰라. 말 안 했어. 아마, 비슷한 나이로 알고 있을껄?
미아 (어이없고)니가 몇 살인데, 몇 살을 만나? 제 정신이야?
지인 (못마땅해 힐끗보곤. 무시하는 얼굴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책을 고르러 간다)
지인 (na)사람들은 왜 모를까? 몸이 열 두 살이라고 그 몸에 담긴 정신까지 꼭 열 두 살은 아니란 사실을.
지인, 힐끗 구석에서 만화잡지에 코박고 키득대는 남자애를 본다.
지인 (na)강지훈. 신체 나이는 열 두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7세에서 8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남자애, 일곱 살 짜리 남동생과 금방 치고 받고 열불나 싸우고 있다.
지인,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시선을 주인 여자한테 돌린다.
지인 (na)이름은 모르겠지만 이 서점의 주인인 저 아줌마는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주인, 여자 패션잡지를 코박고 쳐다본다.
지인 (na)평소 읽고 있는 책을 보자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무렵에서 전혀 성장하지 못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인, 손을 뻗어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꺼낸다. 책표지가 화면에 잡히고.
지인 (na)그리고 나로 말하자면, 글쎄 내 정신의 나이는 몇 살일까?
지인, 니체의 책을 골라 들고 카운터로 가서 탁 놓는다.
미아와 복희, 수정 각자 고른 책들을 들고 곁으로 온다.
미아 (힐끗 지인의 책을 보고)야 너 자꾸 그런 책 보면 새치 생겨?
복희 (지인의 책 들어 후루룩 넘겨보며)도대체가 뭔 소린지.
지인, 한심한 듯 친구들을 본다.
지인 (na) 내 정신의 나이가 몇 살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열 두 살의 친구들과 똑같은 수준에 맞춰 어울려야 한다는 게 때때로 참 피곤한 건 사실이다.
미아 진짜 만날 거야?
지인 (시계 보고)먼저 간다? (나가고)
아이들, 벙하다.
4. 공연장 앞
화가, 공연 표 두 장 들고 기다리고 있다. 그 위로
화가 (E)나는 청바지에 하늘색 티셔츠,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을 겁니다.
지인, 걸어온다.
지인 (E)저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가겠습니다. 알아보시기 쉽게 밀짚모자를 들고갈게요.
화가, 두리번거리다가 지인을 보고, 안색이 변한다. 기막힌.
지인 (다가와)은하수님이세요?
화가 (놀라)니가... 음.. 그러니까 니가..
지인 (악수 청하며)안녕하세요? 미리내에요.
화가 (기막히고. 악수 안 한다)너 몇 살이냐?
지인 (또랑하게)열 두 살인데요?
화가 허허허. (지인 보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어)허허허.
지인 (빤히)왜요? 열 두 살이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건가요?
화가 아니 뭐... 그렇다는 건 아닌데.. 허허(웃고)
5. 화가의 화실(아뜨리에)
지인, 화가를 따라 들어온다.
크고 작은 유화들이 벽에 켜켜 쌓여있고. 그리다 만 그림, 그림 도구들.. 조금은 어지럽게 널려져있다.
화가, 대충 발로 어지럽혀진 것 밀쳐내곤, 바닥에서 음료수 캔 하나를 집어주며
화가 마셔. 냉장고가 없어서 미지근할 거야.
지인 (받고)아뜨리에는 처음 와봐요.
화가 아뜨리에란 말은 과분하구. 작업실이지 뭐. 어떠냐? 실망스럽지?
지인 원래 예술이란 건 가난과 고통 속에서 나오잖아요. 상상했던 그대로에요.
화가 (웃고)너, 니네 학교에서 전교 1,2등 하구 그러지?
지인 우리 학교는 성적 안 내요. 내드라구 중간 정도일껄요?
화가 왜, 너처럼 똑똑한 애가.
지인 학교 공부는 잘 하고 싶지 않아요. 붕어빵을 찍어내는 것처럼 똑같은 애들을 만들어 내는 학교 교육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구요.
화가 (웃고)
지인 내가 어떤 아인지, 나다운 게 어떤 건지 깨닫기도 전에, 어른들이 강요하는 틀 속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구워지는 거, 재미 없어요. 제일 예쁘게 구워진 우등생 붕어빵들이 제일 개성도 향기도 없는 바보들이에요.
화가 지인이는 생각이 과격하구나.
지인 아저씨니까 하는 소리에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한테 이런 말 떠들어서 문제 일으킬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지인, 그림 구경하러 가고.. 그림 꼼꼼히 쳐다보는 지인을 화가, 재밌단 듯 본다.
지인, 초상화 몇 점을 훑어보고.
지인 모델이 직업 모델같지는 않네요?
화가 친구들이야 다. 낯선 모델은 별로 안 좋아해.
지인 언제.. 나두 그려주면 안돼요? (빤히 본다)
화가 너를?
지인 나두 친구잖아요.
화가 (허허)그래주면 나야 영광이지. (허허)지인이 그려노면 르노와르도 와서 울고 갈껄?
지인 (좋으면서도)난 아첨은 싫어요.
화가 정말이야. 지인이는 거울도 안 보니?
지인 (새침한 얼굴에 비죽..미소가 피어오르고)
6. 패스트푸드점
음식 나오길 기다리며 서있는 지인,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깨 들썩이며 노래 따라하며 즐거워 보이고.
-테이블 쪽: 미아, 복희, 수정 수상쩍게 지인을 살핀다.
-지인, 주문한 음식 나오자 쟁반을 들고 춤을 추듯 걸어온다.
-테이블 : 세 아이 서로 이상하지 않니? 시선 교환한다.
지인, 와서 의자에 앉고
미아 그 아저씨 너한테 수상한 짓 하지 않든? 이렇게 손을 잡는다거나,
지인 수상한 아저씨 아냐.
복희 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수상한 아저씨야.
지인 열 두 살은 열 두 살 하고만 친구를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무식한 거야. 정신수준이 통한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어.
복희 허. 니가 그 아저씨랑 친구로 통한다구?
지인 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했어. 그 생각의 깊이, 향기, 인간과 예술에 대한 이해... 멋있어.
세아이 (띠잉.. 서로 안 되겠는 걸 하는 눈길 교환한다)
지인 먼저 일어날게.
수정 또 그 아저씨 만나?
지인 모델 해주기로 했거든. 나중에 보자. (나간다)
미아 쟤 지금 뭐랬냐? 모데엘?!
세아이 (멍해 서로 쳐다본다)
수정 설마.... (울상)말두 안돼.
세 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일어나 쫓아 나간다.
7 길
지인, 경쾌하게 걸어간다.
미아 복희 수정, 숨어서 지인의 뒤를 밟는다.
인기척에 지인이 돌아보면.
힉! 몸을 숨기는 세 아이.
저만치 화가가 기다리고 있다.
지인, 환해져서 뛰듯 화가에게 다가간다.
세 아이, 두 사람을 쫓아간다.
8 아뜨리에 건물 앞
화가와 지인, 안으로 들어간다.
수정 경찰에 신고할까?
미아 경찰이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쳐들어가자.
복희 쳐들어가?
미아 설마 우리 셋이 아저씨 하나 못 당하겠냐?
수정 무서워...
미아 그럼 니들은 여기 있어. 나 혼자 갈게. (가고)
수정과 복희, 서로 쳐다보고... 미아를 쫓아간다.
9. 화실
문 벌컥 열리고, 미아 들어오며
미아 지인아!!
다소곳이 앉아있던 지인 돌아본다. 화가도 미아를 쳐다본다. 이어 들어오는 복희와 수정.
지인 ? 뭐야 니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화가 (역시 의아한 얼굴로 세 아이 본다)
세아이 (전혀 상상했던 광경이 아니라 조금 벙해).....
-경과: 세 아이 벌쭘하니 서 있고.
화가 (웃고)설마.. 내가 누드화를 그릴 줄 알았단 말이야? 허허.
지인 (날카롭게)어떻게 그런 경박하고 불쾌한 상상을 할 수가 있니?
미아 미안하다 야.
화가 모델 한다니까 그렇게 상상할 수도 있지 뭘 그래.
복희 (슬쩍 화가의 초상화 뎃생을 보며)근데 아저씨 너무 인심 쓰는 거 아녜요? 이게 어떻게 지인이에요?
미아 어디. 에, 아무리 그림이래두 너무 예쁘게 그려준다.
수정 (와서 보고)예쁘다아.
지인 용건 끝났으면 돌아가줄래?
미아 나두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게 인물이 나올래나? 괜찮네?
화가 너는
미아 미아에요. 강미아.
화가 미아는 선이 뚜렷하고 개성이 있어서 모델로 아주 좋은 얼굴이야.
미아 그럼 나두 그려줄래요?
복희 저두 그려주세요. 근데 저는요, 눈을 조금 더 크게 그렸으면 좋겠어요.
수정 니들은. 그런 부탁을 함부로 하냐. 화가 선생님이 그림 한 장 그리시는 게, 우리가 아무렇게나 뚝딱 그림 한 장 그리는 거랑 똑같은 줄 알어?
화가 허허. 아냐. 얼마든지 환영이야.
미아 (수정에게)하긴. 좀 무리한 부탁은 부탁이다 응? (화가에게)그러시면요, 종이 인심 좀 쓰셔서, 큰 종이에 우리 넷이 한꺼번에 그려주시는 건 어때요?
화가 허허. 넷이, 단체로?
지인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10. 지인방
채팅 중인 지인
“미리내-죄송해요. 오늘 제 친구들 때문에 불편하셨죠?”
“은하수-아냐. 참 즐거웠어”
“미리내-아저씨는 예술가라 신경이 예민하고 시끄러운 것도 싫어하실텐데, 견디기 힘드셨을 거에요”
“은하수-힘들긴. 딱 내 수준이던데. 잘 통해서 좋더라.”
지인 .......
“미리내-애들이 그림 그려달라는 거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잘 타이를게요“
“은하수-아냐. 그러지마. 넷을 함께 그려주는 게 나도 더 기분 이 행복할 것 같아”
지인 (끓어오르고. 앙다문다)
11. 화실-다른날
-한켠에 놓아진, 네 아이의 초상화 밑그림.
-피자와 콜라 따위 탁자에 놓는 네 아이와 화가.
대충 차려지면. 지인, 화가의 옆으로 앉으려고 하는데.
미아, 얼른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화가의 옆에 앉고.
지인, 다른 쪽 옆으로 앉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복희가 치고 들어와 그 자리에 앉아버린다.
지인 (오르고).....
-경과:
깨끗하게 비워진 피자 곽, 콜라 컵 따위...
미아, 끄억 트림을 하고.
복희 아 배 터지겠다.
수정 잘 먹었습니다!
미아 잘 먹었습니다!
지인, 뾰루퉁해 탁자 위 치운다.
미아 근데 그림이 다 되면 누가 가져야 되는 거냐? 자기 얼굴만 오려서 가질 수도 없구?
복희 가위 바위 보를 하지 뭐.
수정 그러지 말구, 한 달씩 돌려가면서 걸어놓는 건 어때?
미아 근데요, 은하수 아저씨 디따 유명한 화가시더라?
우리 삼촌이 미대 다니는데요, 물어봤더니 아저씨 잘 알더라?
화가 그래? 부끄러운데.
미아 (등을 친구처럼 툭 치며)에이 21세기는 자기 자랑을 해야 되는 시대래요!
화가 (기운에 앞으로 밀렸다가)여자애가 기운도 세다.
미아 (개그맨 흉내내며)여자애라뇨? 제 이름은, 옥동자에요.
복,수 (동시에)옥동자에요.
화가 (같이)옥동자에요.
미아 어, 선생님도 아세요?
화가 그럼.
미아 어. 지인이보다 우리랑 수준이 맞는 거 아니에요?
화가 하하, 그런거 같은데?
지인 (입술 깨물고).....
12. 지인이 방
지인 들어와 짜증난단 듯 가방을 팽개치고, 의자에 앉는다. 후우...상한 기분 삭히려고. 여전히 기분 나쁘다.
경과:
“미리내-애들이랑 죽이 잘 맞대요?”
“은하수-애들이 밝고 명랑해서 참 좋더라.”
“미리내-생각이 없고 단순한 거죠”
“은하수-친구들한테 심하다”
“미리내-아저씨한테도 실망이에요”
“은하수-그게 무슨 소리야?”
“미리내-아저씨가 걔들 수준에 열심히 맞춰주니까 흥미있는 얘 기를 나눌 수도 없고 대화수준도 자꾸 유치해지고 수준 이 떨어지잖아요”
“은하수-그럼 나도 유치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인가?
나는 수준이 맞고 즐겁기만 하던데?“
“미리내-그런가요? 그럼 내가 아저씨를 더 이상 친구로 만날 이유가 없군요.
나는 좀더 수준있는 대화친구가 필요한데요“
잠시 아무 말도 뜨지 않자, 지인 ?해 화면을 본다. 이윽고 뜬다.
“은하수-나이답게 행동하는 게 예쁜 거야. 어른인 척 어려운 말 만 늘어놓고 친구들을 무시하는 행동은 미운 짓이야”
“미리내-그럼 미운 애랑 친구할 필요 없겠네요. 이젠 아저씨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겠어요”
미아 정말 이제 화실에 안 놀러갈 거야?
지인 어.
복희 너, 질투하는구나?
지인 뭐?
복희 그런 거면, 우리가 빠져줄게.
미아 그래. 만나보니까 나쁜 아저씨두 아니구. 니가 정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거라면 초상화는 아깝지만 우리는 이제 거기 안 가두돼.
지인 그런 거 아냐. 나 신경 쓰지 말구 니들 맘대로 해.
미아 그럼 우리 셋이 놀러가두 삐지지 않을 거야?
지인 (인상 구기고)내가 그렇게 수준이 낮은 앤줄 아니?
(일어난다)약속이 있어서 나 먼저 갈게.
미아 약속?
지인 나랑 딱 수준이 맞는, 정말 훌륭한 대화 상대자를 만나기로 했거든. 닉네임이 과학자구 별이랑 우주 얘기를 많이 하는 걸 보면 아마 천문학을 전공한 과학자일 거야.
복희 또 열 두 살이란 거 속이구 나가니?
지인 난 속인 적 없어. 나이는 의미가 없으니까 말을 안 했던 거 뿐이지. 그리구 이번엔 나이를 밝혔는데도 상관 없다고 하더라?
복희 상관 없대? 진짜 이상한 아저씨네?
지인 (발끈해)그게 뭐가 이상하니? 수준이 비슷하면 나이도 뛰어넘는 게 진실한 우정인 것도 모르니? (흥, 간다)
세 아이, 서로 눈치보다가, 가방 챙겨들고 부지런히 따라 나간다.
14. 예술의 전당 정도 앞
지인, 기다리고 있다. 늙수그레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중년의 신사가 지나갈 때마다 눈길을 돌리지만 모두 그냥 지나가고.
지인, 발끝 문지르며 기다리는데.
누군가 콕콕 등을 찌른다. 돌아보면.
작은 아홉살 정도의 키도 한참 작은 남자애가 올려다보고
과학자 미리내님입니까?
지인 (눈이 커져 본다)
과학자 (정중하게 인사하며)안녕하세요 과학자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인 (자기도 모르게)허!
과학자 !
지인 니가..!, 허! 니가..!, (말이 안 나오고. 뻐끔대다)너.. 몇 살이니?
과학자 (정색을 하고)아홉살인데요?
지인 (허!)
과학자 아홉 살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건가요?
지인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고)그, 그,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과학자 (딴에는 멋지게 웃어준다)
지인 (황망하고)... (화단에 걸터앉으려고 하면)
과학자 잠깐만요.
손수건을 꺼내 깔아준다.
과학자 앉아요 미리내님.
지인 (울상을 하고 앉고)
-멀리 떨어져 숨어 지켜보던 지인의 친구들 배를 잡고 웃어댄다.
-지인, 얼굴이 붉어져 연신 손부채질을 해대고 있다.
지인 (na)그렇다. 정신적인 수준이 같다면 친구를 하지 못할 이유란 절대 없다. 하지만...
지인, 벌떡 일어나 과학자에게 다가가 꿀밤을 쥐어박으며
지인 땅콩만한 게 어디서..!, 뭐어, 미리내니임..?!, 어따 대구 맞먹을라그래 유치원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구!!
과학자 (우와앙...울음을 터뜨린다)
지인 (또 쥐어박고)뭘 잘했다구 울어!! 가! 가서 니 친구들이랑 놀아!! 4년이면 내가 밥을 먹어도 (금방 계산 안 된다)
과학자 4천3백 80 공기요?
지인 그래!!그만큼 내가 더 먹었구!! 그만큼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게 인생이야 이 땅콩아!! 아홉살이면 아홉살 답게 놀아!! 뭐해 안 가구!!
과학자, 쭈삣거리며 일어나, 터덜터덜 간다.
지인, 노려보다가, 어후우... 한숨 내쉬고. 반대방향으로 씩씩 걸어간다.
저만치, 딴청 부리며 ‘어머 저 분수 좀 봐’‘멋지다’ 하며 서 있는 미아 복희 수정을 보고 뜨끔해 멈춰 섰다가, 흘기고, 지나쳐 걸어간다.
세아이 조금 뒤처져 걸으며 놀리듯 자기들끼리
미아 과학자님을 저대로 보내도 괜찮을까?
수정 (작게)야아. (하지 말라고)
복희 (킥킥)괜찮을 거야. 은하수님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분이시니까 금방 회복하시겠지.
미아 (킥킥)미리내님 수준에 딱 맞는 분인데 아무렴 그러셔야지.
지인, 입 꼭 다물고 신경 안 쓴단 얼굴로 걷다가 우뚝 선다.
세아이, 따라 서고 눈길 마주치면.
미아 왜요 미리내님? 과학자님을 다시 불러드릴까요?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지인 할 말 없어. 할 말은 없는데. 니들 오늘 나한테 주욱었어. (뛰어오고)
세아이 어어!
세 아이, 가방을 휘두르며 칠듯이 무섭게 쫓아오는 지인을 피해 도망을 치고.
지인 거기 서! 거기 안 서! 걸리기만 해!
그렇게 친구들을 뒤쫓는 열띤 지인의 모습. 꺅꺅대며 도망치는 친구들. 지인, 친구들을 따라잡고, 어깨동무하듯 친구들에게 덥치고. 나란히 깔깔대며 걸어가는 네 아이. 모습 멀어지며.
지인 (na)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열 두 살의 친구들이 제일 반가울 때가 있다. 나 역시 별 수 없는 열 두 살이라는 걸 깨닫는 오늘 같은 날. 2003년 8월 13일. 오늘이 그런 날이다.
<소녀들의 여름방학> 2부 2화 “지난 여름의 왈츠 ”
1. 거리
검도복의 미아, 죽도를 어깨에 둘러메고 씩씩하게 걸어간다.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걷는 잔디.
미아, 이상한 기분이 들어 휙! 돌아보면.
이크, 몸을 숨기는 잔디.
미아, 갸웃 하고 다시 걸어가면, 또 그 뒤를 쫓는 잔디.
미아, 더 재빠르게 휙! 돌아본다. 잔디, 이크, 또 숨으려다가 가게에서 쌓아놓았던 상자와 부딪혀 넘어지고, 그 위로 상자가 와르르르...
미아, 뚜벅뚜벅 다가가 죽도를 잔디에게 내리꽂듯
잔디, 눈 꼭 감으며 오그라들고. 죽도가 살짝 잔디의 머리 위에 얹히고,
미아 너!
잔디 (슬쩍 눈을 뜬다)
미아 따라와!
2. 미아네 집 앞
잔디 기다리고 있다.
미아,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나오더니, 잔디에게 내민다.
잔디 (받지 않고)언니..
미아 갖구가.
잔디 언니이..
미아 받아!
잔디 내가 언니한테 준 거니까, 정 싫으면 언니가 버려. (금방 눈물이 그렁해져 흑흑 울기 시작한다)
미아 (당황해)야 서잔디.
잔디 (울고)
미아 그렇다고 우냐 바보같이. 아니 난, 부담스럽단 말야 이딴 거.
잔디 (울고)
미아 아니, 왜 내가 이런 걸 너한테 받아야 되냐? 나는 이런 선물 싫다니까?
잔디 (더 서럽게 흑흑 울고)
미아 니들 맘대로 골라가.
복희 (뒤적대며)이걸 다 서잔디가 줬단 말야?
수정 뜯어봐두 돼?
미아 어.
복희와 수정은 부지런히 포장을 뜯고
지인 얘는 꽤 오래간다? 보통은 한 두 달 쫓아다니다 말았잖아?
미아 그러게. 어후. 신경 쓰여.
수정 그래두, 인기가 좋단 건 좋은 거잖아.
미아 우리 엄마가 왜 맨날 선물 주는 게 기집애들이냐구, 당장에 검도랑 태권도 끊으래잖아!
복희 엄마 말씀이 맞지. 여자애가 뭐냐 안 그래두 덩치두 큰게.
니가 여자냐?
미아 내가 여자지 남자냐?
복희, 미아을 일으켜 세워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간다. 거울을 정면으로 보게 자세 잡아주고
복희 니 눈에는 이게 꽃다운 열 두 살 여자애로 보이니?
봐, 여기, 여기, 여기! 검도하다 멍든 거. 여기, 여기는 흉터지?
팔이랑 다리랑 성한 데가 어디 있니? 옷이랑 머리 꼴 좀 봐라. 니가 여자니?
미아 (멀뚱멀뚱 복희를 본다)
3. 태권도장이 있는 건물 계단
태권도복의 미아, 도장에서 나온다.
미아 (na)떡대 좋고 씩씩하면 여자가 아닌가? 도무지, 엄마랑 복희를 타임머신 태워서 조선시대로 돌려보내든가 해야지 너무나 성가시다.
얍 얍 손동작 해보고. 발동작도 얍, 얍 하며 계단을 내려오다가, 비틀 균형을 잃고 몇 계단 아래로 넘어진다.
미아 으아악!
미아, 아아...발목을 잡는다.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어! 안 일어나진다.
영민, 꽃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올라오다가, 미아를 보고
영민 괜찮아?
미아 (올려본다)
영민 다쳤구나? (무릎 굽히고)발목을 삐었어?
하며, 미아가 잡고 있는 발목에 손을 대면. 미아, 반사적으로 움찔, 발을 빼려다가 으윽, 더 아파져 찡그리면.
영민 어디 봐. (꾹꾹 눌러본다)
미아 (으윽..악물고 소리 안 지르려고)
영민 (힐끗. 눈치 채고)금이 간 것 같지는 않은데. 일어나볼래? (부축하는데)
미아 (으윽.. 주저앉고)
영민 (본다)
4. 건물 앞
영민에게 업혀서 나오는 미아.
미아, 남자애한테 업혀있다는 게 못 견디게 어색해 죽겠단 얼굴로 찡그리고 아후우..
미아 내려줘. 걸을 수 있어.
영민 우리 화원 2층에 정형외과가 있어. 여기서 가까워.
미아 정말 걸을 수 있는데..
영민 (싱긋)버둥대지 마. 더 무거우니까.
미아 (얌전해지고)....
미아, 슬며시 영민을 본다.
미아 ...... (묘한 기분이).....
5. 몽따지
-검도복의 미아, 괜히 화원 앞을 어슬렁거리며 영민을 찾느라고 기웃댄다.
-미아, 화원 안에 들어가 꽃을 고르는 척 하며 영민이 있나 두리번거리는데,
영민 (E-뒤에서)발은 좀 괜찮아?
미아 (힉! 돌아본다)어? 아 발. 다 나았어. (화끈 붉어진다)
6. 패스트푸드점
미아, 괜히 쑥스러워 더 뚱한 얼굴로 턱 괸 채 바깥쪽 보고.
복희, 흐음, 미아 앞에 놓인 꽃다발을 가져가며
8. 화원 건물 앞
미아, 공주님 원피스를 입고 어색하게 걸어온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차림이라... 영 신경이 쓰인다.
미아, 화원 유리창 너머로 안을 살핀다. 영민이 보이지 않고. 고개를 빼고 살피는데.
잔디 (E)미아 언니!
미아 (화들짝 쳐다본다)
잔디 그,그게 뭐야 옷이..?
미아 오,옷이 뭐!
잔디 (어이가 없는지 킥 웃으며)발표회 나가? 누가 그런 걸 입구 길거릴 다니냐?
미아 (이게!)이 옷이 어때서!
잔디 서커스 원숭이가 드레스를 입어두 그것보단 어울리겠다. 안 어울리게 왜 그런 걸 입어?
미아 뭐야? 보자보자 하니까? (위협하듯 발을 들어 걷어차는 제스쳐로)서커스 원숭이? 너 말 다 했어! 다 했어!
잔디 언니! 팬티 보여!
미아 봐라 봐! 봐라! (더 높이 다리 들어올리다가, 그 자세로 굳는다)
영민, 휘둥그레진 얼굴로 미아를 보고 있다.
미아, 허얘져 얼른 높이 쳐든 다리를 내리고, 어후... 찌푸린다.
9. 화원 안
미아, 꽃 고르는 척 하면서 힐끔 힐끔 영민의 눈치를 살핀다.
어후...아까 생각에 얼굴 찌푸리고 또 영민을 살핀다.
옆에서 같이 꽃 고르던 잔디, 어라? 하는 얼굴로 미아를 보고 영민을 본다. 흥, 삐진다.
10. 길
원피스의 미아 꽃다발 하나 들고 쿵쿵 걸어오고.
그 뒤를 쫓아오는 잔디.
잔디 설마 그 오빠 좋아해? 아니지?
미아 (선다. 홱 노려보고)시끄러?
잔디 (생글대며 팔짱 낀다) 우리 미아 언니가 절대 그런 애를 좋아할리가 없지. 있잖아. 우리 학원에 진짜 멋진 오빠가 두 사람 있거든? 언니 남자친구로 누가 더 괜찮은지 내가 심사중이다? 기다려봐. 소개시켜줄게.
미아 좋게 말할 때 얼릉 집에 가라?
잔디 (생글대며 또 넉살좋게 팔짱을 끼고)언니처럼 멋진 여자는 멋진 남자를 만나야 돼. 키도 크구! 씩씩하구! 공부도 잘하구!
미아 (이 웬수)
11. 미아 방
미아, 머리 위에 책 얹고 걷는 연습 중이다.
방바닥에 붙어놓은 녹색테잎을 따라 걸으려고 애쓰지만 발이 자꾸 선을 벗어나고, 책은 계속 떨어지고.
침대에 걸터앉아 구경하는 지인과 수정 키득댄다.
복희 한심스럽단 듯 보다가, 책을 주워 머리 위에 올려주며
복희 사뿐사뿐 걸어야지. 행진 하냐? 다시 해!
미아 (씨, 복희를 째린다)
복희 걔네가 화원을 한다 그랬지? 다음 번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얘기해.
저기, 내가 요새 허브를 키우는데 자꾸 잎이 마르고 벌레 먹는데 어떻게 하지?
미아 나 허브 안 키워?
복희 오늘부터라도 키워!
미아 (깜짝이야)
복희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대화가 풀리지. 니가 그렇게 얘길 하면 걔가 어떻게 해라 대답을 해줄 거 아냐.
그럼 다음에 또 가서 고맙다, 그러구 선물을 하나 해주는 거야.
미아 선물?
13. 화원
미아, (역시 꽤 요란한 여자애 차림으로) 쭈삣쭈삣 영민에게 다가가
미아 저 내가 요새 허브를 키우는데 자꾸 잎이 마르구 버,벌레가 먹는데 어떻게 하지?
영민 허브? 어떤 거?
미아 어? 허브.
영민 (미소)허브도 종류가 많잖아. 어떤 건데?
미아 어떤 거..? 어떤 거더라..? 그게 이름을 잘..
영민 어떻게 생긴 건데?
미아 어떻게? 어.. 그니까... (힐끗 영민 너머로 보이는 허브를 보며 생김새 말한다)잎이..달려있구... 쬐그만 보라색 꽃두 달려있구...(곤란하다)
영민 헬리오트로프?
미아 어? 어.. 그거..맞다.. 어..
영민 헬리오트로프면.
-장면전환. 다른 날. 다른 옷.
불쑥 까만 비닐봉지를 영민의 코 앞에 내미는 미아.
영민, 놀라 보면.
미아 고마워. 덕분에 허브가 살았어.
영민 뭐하러 이런 걸.
미아 받어.
영민 (받고)고마워.
미아 내가 고맙지. (히죽)
영민 이게 뭐야? (봉지를 들어 뭘까 본다)
복희 (E)순대에에에?
14. 패스트푸드점
둘러앉은 네 아이
복희 누가 남자애한테 순대를 선물로 주니?
미아 순대 맛있잖어.
복희 (버럭)선물을 왜 하는데? 그걸 받은 사람이 그 물건을 볼 때 마다 널 떠올리라고 하는 거야 이 바보야!! 근데 순대가 뭐야 순대가!
미아 (눈만 꿈뻑대며)?
수정 순대는 심했다.
복희 이제 김영민이 순대만 보면 너 떠오르겠다? 근데 걔 순대는 먹을 줄 아는 애니?
미아 어?
복희 비위 상해서 못 먹는 애들도 많단 말야!
미아 그런가? 그럼 떡볶이랑 튀김을 사다줄 걸 그랬나?
복희 (기막혀)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미아 어?
지인 (웃고)미아가 먹는 거 갖구 농담하는 거 봤냐?
미아 (복희에게) 다음에는 나 뭐 해야 돼?
복희 몰라! 이제부터 니가 알아서 해! 내 능력으론 도-저히 너를 여자애론 못 만들겠다!
미아 (뿌해지고)
15. 동네 공터-가벼운 운동기구가 있는 곳
미아, 운동복 차림으로 씩씩하게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미아 (na)역시 머리가 복잡할 땐 운동이 최고다.
대한민국 여자들, 아니 전세계 여자들에게 의무적으로 다섯 가지 이상의 운동을 하라고 법으로 정해주면 세상은 훨씬 간단해질 거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만이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야 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미아, 일어나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다가, 어? 철봉쪽 본다.
영민, 철봉에 매달려 끼잉...한 번 올라가기가 너무나 어려워보이는. 결국 떨어지고. 다시 또 시도... 또 실패. 영민, 자기 팔을 툭툭 치고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경과:
미아, 영민에게 철봉 요령을 알려주는
미아 아니, 더 좁게 잡아야지, 너무 좁다. 봐봐. (손을 봉에 딱 놓고)이정도 폭으로 잡고, 올라갈 때는 한 번에 힘을 확 주는 거야. 이렇게. (수월하게 한다)해봐.
영민, 시키는 대로 해보지만...얼굴이 벌개지고...잘 안 된다.
영민, 쑥스러워하며
영민 한심하지, 이거 한 번을 못 하구?
미아 아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 자꾸 해야 느는 거지. 무조건 연습이야.
영민, 다시 철봉에 오르는 연습을 한다.
자꾸 하면서, 한 번의 성공을 하는 영민. 내려오면 씨익 웃으면.
미아, 씩씩하게 아자!하며 하이파이브 하자고. 영민, 어색하게 같이 손뼉 마주친다. 씨익 웃는 두 아이.
16. 짧은 몽따지
같이 운동하는 미아와 영민
-같이 새벽조깅도 하고
-철봉도 하고.
-나란히 도복 입고 걷고
-화원 앞. 영민이 못 드는 커다란 화분도 번쩍번쩍 들어주는 미아.
-영민, 이제는 철봉에 오르내리기를 다섯 번쯤은 거뜬히 한다.
미아, 잘한다고 하이파이브.
싱긋 웃는 영민을 보며 미아, 행복하다.
잔디 언니! 미아 언니! (쫓아온다)
미아 (힐끗)
잔디 우와 원래 언니로 돌아왔네? 멋있다.
미아 나 바뻐.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잔디 언니 남자친구로 딱 맞는 오빠를 내가 드뎌 골랐다?
진짜 너무너무 괜찮은 오빠야. 언니 내일 시간 어때?
미아 너는 왜 시키지 않은 짓을 하고 다니냐?
잔디 그때 언니가 나 구해주지 않았으면 어디 한 군데는 부러져있을 거 아냐. 이정도야 언니가 해준 거에 비하면 암것두 아니지.
하다, 힐끗 화원에서 검도복 입고 나오는 영민을 본다.
미아도 영민을 보고 히주욱..입가에 미소가 맴도는데.
잔디 (삐죽해 영민을 보며) 진짜 검도씩이나 하네?
미아 어?
잔디 저 오빠가 맨날 나한테 꽃 한 송이씩 갖다주잖아. 지겨워.
미아 (!)
잔디 내가 그러지 말랬드니, 뭐래드라? 멋진 남자가 돼보이겠다면서, 요즘 운동두 하구 있구, 검도도 배우러 다닌다고 하더라구.
영민, 두 사람을 발견한다. 영민, 수줍은 듯 잔디에게 손 흔들어준다. 잔디 삐죽해 외면하고.
미아 ...........
18. 동네 공터(씬15와 동장소)
미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운동기구에 걸터앉아있다.
-영민이 운동복 차림으로 툭 미아의 등을 친다.
영민 어젠 왜 안 왔어? (?)왜 그래? 어디 아파?
미아 아니. 검도, 해보니까 어때?
영민 몰라. 어제 처음해봤는데 뭐.
미아 있잖아
영민 응?
미아 나 말야...
영민 (본다)
미아 많이 생각해봤는데...(본다)
영민 ?
미아 (잠시 갈등하는 얼굴이다가, 용기내어)내일, 같이 영화보러 가지 않을래?
영민 영화?
미아 (긴장한 얼굴로 끄덕인다)
영민 (보는)
19. 극장앞
영민, 기다린다. 시계 본다. 왜 안 와?
저만치 잔디가 걸어온다. 약간 뾰루퉁한 얼굴로 영민에게 다가와 앞에 선다. 영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잔디를 본다.
첫댓글 아 고맙습니다 내일 다시 읽어보고 숙제해야 겠네요 고마워요.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