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Whitesnake - ‘Is This Love’ / [Whitesnake] (1987)
나에게 가장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록 보컬리스트를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을 지목할 것이다. 비음 섞인 허스키 보이스를 자랑하는 터프한 중음과 날카롭게 솟아오르는 짜릿한 고음 사이의 조화가 환상적인 커버데일의 목소리는 시대를 초월한 섹스 심볼로 손색이 없다. 그가 두툼한 톤과 날 선 피킹 하모닉스로 무장한 기타리스트 존 사이크스(John Sykes)와 머리를 맞댔으니 깜짝 놀랄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Is This Love’는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헤비 메탈을 추구했던 화이트스네이크의 특징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라드다. 강성의 ‘Still of the Night’와 함께 화이트스네이크 헤비 메탈 스타일의 양면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이 실린 앨범 [Whitesnake(유럽반의 제목은 1987)]는 야시시한 ‘Is This Love’의 뮤직비디오를 앞세워 미국 관객들까지 사로잡게 된다. 밴드의 숙원사업이던 미국 시장 연착륙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덕분에 전세계를 백사(白蛇)의 똬리 아래 놓게 만든 기념비적인 트랙이다.(조일동)
019. Dokken - 'Alone Again' / [Tooth and Nail] (1984)
돈 도켄(Don Dokken)은 탁월한 록 보컬리스트로 손꼽기에는 다소 아쉬운 목소리의 소유자다. 하지만 쇳소리 가득한 음색과 뛰어난 스킬은, 조지 린치(George Lynch)의 파워풀한 기타 리프와 더불어 밴드가 팝 메탈이라는 장르 내에서 강한 남성성의 표출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게 했다. [Under Lock and Key](1985)와 더불어 밴드의 최고작으로 평가되는 두 번째 앨범은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여러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지금까지도 도켄을 대표하는 곡으로 꼽히는, 빌보드 싱글 차트 64위를 기록한 파워 발라드 'Alone Again'이 지니는 매력은 다른 여러 멋진 곡들을 능가한다. 1980년대 메탈 발라드의 전형적인 형식과 스타일, 분위기를 담은 이 곡에서 돈 도켄의 (작곡자로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은 정점에 달해 있다. (김경진)
018. Poison - ‘Every Rose Has Its Thorn’ / [Open Up and Say… Ahh!] (1988)
세속화된 메탈의 스테레오타입이라는 비판이 100퍼센트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포이즌은 그를 상쇄할 만큼의 독성을 가진 매력덩어리 밴드였다. 꽤나 많은 명곡 가운데는 당.연.히. ‘빌보드’ 3주간 1위를 지킨 이 노래도 포함되어 있다. 강력한 라이벌 ‘Something to Believe In’, ‘Life Goes On’을 밀쳐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요”라는 문패에서도 추리 가능하듯, 1980년대 쾌락주의를 먹고 자라난 헤비 메탈이 맞이한 내적 고민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그 페이소스에 점수. 섹스와 고독, 게임과 영원한 사랑에의 희구 등 양립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가사로 노출된다. 그것을 지독하고, 쓸쓸하고 처연하게 표현해주는 브렛 마이클스(Bret Michaels)의 보컬(그리고 한숨)과 리치 코젠(Richie Kotzen), 블루스 사라세노(Blues Saraceno) 보다 훨씬 포이즌에 어울리는 기타리스트 C.C. 데빌(C.C. DeVille)이 시전하는 찰지고 감미로운 기타 소리에도 귀를 쫑긋할 만하다. (이경준)
017. Cinderella - ‘Nobody's Fool’ / [Night Songs] (1986)
신데렐라는 1980년대 등장한 미국의 글램 메탈 무부먼트에서 블루지한 메탈 사운드와 로큰롤에 기반을 둔 사운드를 펼친 밴드였고 그 중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밴드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신데렐라는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엠파이어 록 클럽(Empire Rock Club)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게 된 존 본 조비(John Bon Jovi)에 의해 메이저 레이블 머큐리/폴리그램 레코드사와 계약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고, 그들의 데뷔 앨범 [Night Songs]는 1986년 8월에 발매되었다.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멜로디와 애수에 찬 보컬을 들려주는 발라드 ‘Nobody's Fool’은 빌보드 싱글 차트 13위까지 오른 이들의 히트 싱글로 ‘Don't Know What You Got (Till It's Gone)’과 함께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었다. 후속작들을 발표하면서 더욱 블루지한 연주 스타일로 방향을 전환한 신데랄라는 후에 ‘Heartbreak Station’과 같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발라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Nobody's Fool’이 이들의 대표곡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권범준)
016. Heart - ‘Alone’ / [Bad Animal] (1987)
사실 한국 메탈키드들에게 하트는 그저 그런 팝 밴드에 불과했다. 1970년대 ‘Barracuda’ 같은 멋진 리프가 있었지만 레드 제플린의 아류로 인식되었고, 1980년대 ‘If Looks Could Kill’같은 정열적인 히트곡은 상업적인 록 음악의 대명사로 강등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메탈키드가 ‘Alone’의 녹녹함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있으랴. 1987년 무렵 뮤직비디오란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쇼 비디오 자키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김광한이 나와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코너가 그래서 단비 같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앤 윌슨(Ann Wilson)의 얼굴은 미인의 전형으로 기억되었다. 1980년대식 미인이란 사자 갈기처럼 부풀린 머리를 하고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 금발의 낸시(Nancy Wilson)도 예뻤지만 앤의 검은 머리는, 뭐랄까… 좀 더 메탈릭했다고 할까? 조용한 피아노로 시작해서 후렴구엔 피아노가 폭발하고 마는 전형적인 메탈 발라드다. 하트 특유의 메탈릭한 여성성 때문에 메탈키드들은 ‘Alone’을 들으며 평온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앤 윌슨이 “당신을 어떻게 혼자 두겠어요?”라고 노래한다. 그렇다. 우리들은 모두 외로운 십대들이었던 것이다. (최지호)
015. Stryper – ‘Honestly’ / [To Hell with the Devil] (1986)
스트라이퍼는 ‘헤비 메탈 악마론자’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드라큘라에게 던지는 마늘과 같았다. 주님에 대한 마음을 애절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그래서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러브 송으로 착각하기도 했던 이 노래는 스트라이퍼가 단지 메탈 팬들 뿐만 아니라 ‘두시의 데이트’ 애청자들에게까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물론 그들 특유의 ‘꿀벌 패션’은 그때도 충분히 민망했지만. (김작가)
014. Guns N' Roses – ‘Don't Cry’ / [Use Your Illusion I] (1991)
아무리 좋은 음악도 언제 듣는가에 따라 그 반응이 확실히 갈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Don't Cry’가 담긴 앨범이 나온 것은 1991년. 그러니까 대학 새내기 때였다. 정말 열심히 데모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당시의 히트곡보다 “해체 민자당, 타도 노태우‘라는 구호를 더 입에 붙이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랬으니 건스 앤 로지스의 앨범을 차분히 들으며 성령에 감읍하기는 어려웠다. 이 앨범 수록곡들도 앨범으로 먼저 들은 것이 아니라 한 곡씩 두 곡씩 라디오로 듣고, 주변 친구들이 듣는 것을 얻어 듣는 식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나는 이 곡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이전 앨범이나 다른 곡들과 너무 차이가 났고 메탈 발라드라기보다는 팝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은 앨범을 들을 때마다 한숨 돌리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다 깊은 뜻이 있었던 게다. (서정민갑
013. Mr. Big - ‘To Be with You’ / [Lean into It] (1991)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금 통기타 열풍이 분다. 기타 초심자가 가장 멋지게 치고 싶어하는 곡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스터 빅의 ‘To Be with You’다. 폴 길버트(Paul Gilbert), 빌리 시언(Billy Sheehan베이스), 펫 토피(Pat Torpey) 등 당대 둘째가라면 서러울 테크니션들이 뭉친 슈퍼밴드 미스터 빅에게 대중적 성공을 안겨준 곡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고난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지 않는 어쿠스틱 8비트 발라드였다. 단순하면서도 리드미컬한 기타 스트로크, 드럼을 대신한 박수와 탬버린, 에릭 마틴(Eric Martin)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멤버들의 코러스가 어우러져, 다소 형용모순적인 ‘흥겨운 발라드’를 탄생시켰다. 발라드에서 거세되기 마련인 리듬이 오히려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한 것이다. 다시 기타 교실로 돌아가보자. 초심자가 ‘To Be with You’를 비슷하게 치기는 어렵지 않지만, 원곡의 맛을 살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기타 스트로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서정민)
012. Extreme – ‘More Than Words’ / [Extreme Ⅱ: Pronograffitti] (1990)
익스트림의 헤비 메탈 사운드가 가진 매력 가운데 최고의 장점은 보컬리스트 게리 세론(Gary Cherone)과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Nuno Bettencort)가 작곡부터 보컬 하모니까지 착 달라붙는 완벽한 궁합이다. 마치 프레디 머큐리-브라이언 메이 조합의 1990년대식 버전이랄까? 그 궁합의 정점인 이 어쿠스틱 발라드는 기타 연주의 심플함 속에서 자연스러운 보컬 2부 화음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여 누구나 한 번만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궁극의 러브 송. (김성환)
011. Motley Crue - ‘Home Sweet Home’ / [Theatre of Pain] (1985)
집으로 가는 길에 내 카세트 테이프에는 언제나 이 곡이 일착으로 플레이되었다. 가사에도 나온다. ‘Long and Winding Road’(이 표현은 나에게 ‘야자’를 의미했다)를 거쳐 드디어 사랑하는 이들(학생이었으니 부모님을 뜻한다)가 살고 있는 달콤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 1985년의 나는 8살이었기에 이 곡을 몰랐고, 고등학교 때에서야 무한 버닝하느라 테이프를 2번 산 기억도 난다. 아마 내 주변의 메탈 혈맹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노랫말처럼 그 시절 나의 마음은 오픈 북(“My heart’s like an open book”)이었는데, 어느새 새로이 써넣을 빈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다시 앨범을 꺼내어 들어본다. 당시에 느꼈던 감동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후렴구의 샤우팅이 심금을 울린다. 아직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다행이다. (배순탁)
010. Skid Row – ‘I Remember You’ / [Skid Row] (1989)
본 조비의 오랜 친구였던 데이브 ‘스네이크’ 새보(Dave ‘The Snake’ Sabo)에 의해 결성된 스키드 로우는 말하자면, 헤비 메탈의 아이돌이었다. 여타 L.A. 메탈만큼 과장된 패션을 추구하지도 않았으며, 가사 또한 상대적으로 건전했다. 무엇보다 세바스찬 바하를 필두로 한 멤버들의 외모는 그들의 핫 샷 데뷔의 원동력이었으며 짧은 인기의 버팀목이었다. 이들의 두 번째 싱글이었던 ‘I Remeber You'는 머나먼 한국에서 그들에게 소녀팬을 몇 십 트럭이나 안기는 힘을 발휘했다. 12현 어쿠스틱 기타의 청순한 인트로와 세바스찬 바하의 청아한 보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두 번 터졌다. 1절의 코러스에서 한 번, 그리고 2절의 코러스에서. 마이클 조던의 이단 점프슛만큼이나 위력적이었다. 어찌 보면 록 발라드의 전형이었지만, 보다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역시 세바스찬 바하의 꽃다운 외모가 뒷받침해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작가)
009. Steelheart - ‘She’s Gone’ / [Steelheart] (1989)
장담하건대 ‘She’s Gone’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애창된 메탈 발라드이다. 정말 여기저기서 이 노래를 불러댔다. 당신이 1990년대 중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면, 이 노래를 좋아하진 않았더라도 못 들어봤을 리는 없는 것이다. 학예회부터 소소한 장기자랑, 심지어 메탈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가수들까지 숱하게 도전을 감행했다. 몇몇은 가창력 종결자가 되어 인정받았지만, 대다수는 호흡곤란과 더불어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므로 ‘She’s Gone’은 고음질환이 동경의 대상이 될 무렵, 가수의 가창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쓰였던 곡인 동시에, 록/메탈 마니아들에겐 모종의 길티 플레져가 되었던 트랙이다. 대놓고 좋아한다고 했다간 왕따당하기 딱 좋았거든. 사실 이 노래가 박힌 스틸하트의 1집은 ‘I’ll Never Let You Go’와 같은 좋은 곡들을 다수 함유한 수작이었으나, ‘She’s Gone’의 임팩트에 너무 빨리 묻혀버린 감이 없지 않다. 전체보다 커져버린 부분의 대표적 케이스거나 아니면 ‘록 발라드’의 묘비명이 되었거나. 마이크 마티예비치(Mike Matijevic)의 키가 한 옥타브만 낮았어도 역사는… (이경준)
008. Scorpions - 'Still Loving You' / [Love at First Sting] (1984)
한국에서 스콜피온스는 발라드의 아이콘이다. 이들이 아무리 [Blackout]과 [Love at First Sting]과 같은 하드 록/메탈의 명반들을 만들었다 해도 한국에서만은 '한국인(과 김기덕)이 좋아하는 팝송 100'의 주인공일 뿐이다. 'Still Loving You'는 그런 스콜피온스의 발라드 세계를 상징하는 노래다. 한 번만 들어도 잊지 못할 기타 인트로로 시작해 6분여의 시간 동안 차근차근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곡의 구조. 신비스러운 도입부의 보컬부터 절정부에서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고음 보컬까지 완전하게 곡을 장악하고 있는 클라우스 마이네(Klaus Meine)의 표현력. '애수'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더 이상 이들의 새로운 발라드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김학선)
007. Helloween - ‘A Tale That Wasn't Right’ / [Keeper of the Seven Keys, Pt. 1] (1987)
록 발라드가 아닌 메탈 발라드의 정형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곡으로 독일 멜로딕 스피드 메탈의 지존 헬로윈의 명반 [Keeper of the Seven Keys, Pt. 1]에 실려 있다. 미하일 키스케(Michael Kiske)의 가공할 고음은 1980년대 메탈 키드의 점령할 수 없는 고지와도 같았다. 메탈 발라드의 흥행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 편곡으로 전반부의 단순한 트윈 기타 반주가 흐른 후 베이스와 드럼이 가세하고, 후렴구에서는 강렬한 기타 리프가 묵직하게 합세한다. 이별의 아픔을 담은 노랫말과 심플한 연주가 자칫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미하일 키스케의 호소력 짙은 보컬과 전주에 이어 우리네 발라드 멜로디라 해도 괜찮을 기타 솔로 라인을 들려주는 카이 한센(Kai Hansen)의 기타가 소위 ‘뽕필’나는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후반부 백업 코러스 또한 발라드 공식을 따르고 있다. (김광현)
006. Tesla - ‘Love Song’ / [The Great Radio Controversy] (1989)
테슬라가 록 음악사에 길이 언급될만한 밴드로서의 자격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이 ‘Love Song’의 존재로부터 기인할 것이다. 이 곡은 좋은 가사와 멜로디를 지닌 록 발라드의 모범적인 전형을 제시하며, 특히 초반부 1분 20여 초의 솔로 어쿠스틱 인트로는 기타 입문자들의 필수적인 마스터 항목으로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사실상 언플러그드 열풍의 시발점으로 언급되는 [Five Man Acoustical Jam]의 라이브 버전 또한 반드시 필청을 요한다. 한껏 흥이 오른 멤버들의 후반부 애드립과 더불어, 록 발라드의 라이브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떼창의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테슬라는 이후에도 ‘Song & Emotion’과 ‘What You Give’, ‘Stir It Up’과 같은 준수한 발라드 곡들을 양산해냈지만, 자신들이 세운 ‘Love Song’의 견고한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안타까운 대목이지만, 그건 이 훌륭한 곡이 탄생한 순간부터 밴드가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할 숙명이었다. 이글스(Eagles)에게 ‘Hotel California’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태훈)
005. Def Leppard - ‘Love Bites’ / [Hysteria](1987)
임현정이 낭만적으로 노래한 것처럼 ‘사랑은 봄비처럼’ 오지 않았다. 그랬다. 사랑은 마치 악어라도 되는 양 언제나 심장을 물고 늘어졌다. 혈기 넘치는 시절의 사랑을 이렇게 멋진 표현으로 소화한 곡이 또 있을까. 코러스 부분에서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 조 엘리엇(Joe Elliott)의 보컬을 따라가면서, 노래의 가사처럼 나는 사랑에 물려서 피 흘렸다. 그렇다면 사랑은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얘기인가. 그 전염성이 이 세상 어느 감정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의 백미는 후렴구다. 그 뻔한 멜로디 라인이 주는 비상의 쾌감이 나와 내 친우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 아마도 그것이 이 노래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004. Ozzy Osbourne – ‘Goodbye to Romance’ / [Blizzard of Ozz] (1980)
뮤지션으로서 오지 오스본의 경력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작품이자 가장 중요한 음악적 성과를 담은 그의 솔로 데뷔작 [Blizzard Of Ozz]는 두 말이 필요 없는 헤비 메탈의 걸작이다. 최고의 뮤지션들이 한데 모여 이 완벽한 앨범을 완성했으며, 특히 천재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Randy Rhoads)는 1980년대 메탈 기타의 모범적인 양식을 제시해주었다. 그는 클래식 기타의 주법을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적용하여 보다 세련되고 풍부한 느낌의 사운드로 곡들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름답고 멋진 발라드 'Goodbye to Romance'는 오지 오스본 사운드의 바탕에 자리한 특유의 서정성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다채롭고 섬세한 랜디의 기타와 돈 에어(Don Airey)리의 키보드 연주에 실리는 오지의 감성적인 목소리는 한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김경진)
003. White Lion - ‘When the Children Cry’ / [Pride] (1987)
이쯤에 등장할 메탈 발라드의 자격조건은 대체로 명작에 수록된 B면 마지막 트랙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When the Children Cry’의 출신성분이야말로 이 자격과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슬쩍 피상만 보고 1980년대 헤비 메탈을 과시성과 마초성에 등치시키는 문외한들이 없지 않지만, 실은 탐미성과 서정성이 관통하고 있으며 기교지향도 거기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청명한 기타 연주를 배경으로 삼은 이 노래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슬로우 템포의 메탈 송 중엔, 이를테면 스틸 하트의 ‘She's Gone’처럼, 도저히 원어민이 작사했다고 믿기 힘든 한국 중학영어 수준의 노랫말도 있지만, ‘When the Children Cry’는 존 레넌(John Lennon)이 부른 ‘Imagine’의 1980년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앨범의 꾸밈새를 위한 소품은 훗날 기어코 음악의 보편성을 증명하는 고전이 된다. (나도원)
002. Damn Yankees - ‘High Enough’ / [Damn Yankees] (1990)
1990년을 가격한 메가히트 발라드. 나이트 레인저의 잭 블레이즈(Jack Blades), 스틱스(Styx)의 토미 쇼(Tommy Shaw), 실력파 기타리스트 테드 뉴전트(Ted Nugent), 일급 세션 드러머 마이클 카텔론(Mike Cartellone)이 팀을 꾸렸다. 그 팀은 ‘댐 양키스’로 이름 붙여졌다. 아레나 록과 팝 메탈을 적절히 배합한 성인 취향의 혼종 록 사운드로 얼터너티브 대공습이 감행되기 전 마지막 추수를 제대로 해냈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암시적인 노랫말, 그리고 1980년대를 관통한 감수성을 신세대적 어법과 조화시키려는 유사-복고적 전략이 빛을 발했다. 그렇지만 뭐,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할 것 있나? “Can You Take Me High Enough?” 이 부분을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 이 곡의 순위는 충분히 공감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미국 메인스트림 록 차트는 물론, 국내 뮤직비디오 카페에서도 지겹도록 흘러나왔던, 메탈 발라드 전성시대를 대표하는 곡이다. (이경준)
001. Guns & Roses - ‘November Rain’ / [Use Your Illusion I] (1991)
11월의 빗줄기만큼이나 차갑고, 깨져버린 첫사랑처럼 아련하면서도 뜨거운 기억으로 남은 메탈 발라드의 명작이다. 보컬리스트 액슬 로즈(Axl Rose) 곡쓰기의 정점인 동시에 밴드 건스 앤 로지스 음악의 금자탑이라 하겠다. 프로그래밍 된 것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선율과 자글거리는 하드 록, 엘튼 존(Elton John)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드라마틱한 멜로디 사이의 조화가 가히 완벽하다. 건스 앤 로지스의 창단 멤버였던 트레이시 건스에 따르면, 액슬은 이 곡을 1983년부터 구상하여 멜로디를 가다듬고 있었다고 하니 가히 회심의 역작이라 부를 만하다. 액슬의 빼어난 작곡이 노래의 대들보 역할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지(Izzy Stradlin')의 아메리칸 하드 록 특유의 텁텁한 톤으로 긁어대는 리듬 기타와 슬래시(Slash)의 벤딩이 환상적인 기타 솔로가 더해지지 않았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예술적 성취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액슬은 구체적인 기타 솔로 라인까지 슬래시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요구에 슬래시의 전매특허인 명민한 톤 감각과 날렵한 벤딩까지 포함되진 않는다. 아름다운 작곡 못지 않게 물 오른 밴드의 능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만들어진 전설이었던 것이다. 전설이 된 또 다른 위엄은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의 위상을 재정립했다는 데 있다. 이전까지 딥 퍼플(Deep Purple), EL&P를 비롯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록 밴드는 클래식 음악에 밴드의 음악을 편곡하여 맞추는 모양새였지, 록 안에 클래식을 품는 형상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곡은 달랐다. 녹음은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으로 진행했으나, 훗날 굵직한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마다 연주의 중심에 밴드가 서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1990년대 스콜피온스, 메탈리카를 비롯한 대형 밴드들의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밴드가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해준 첫 신호탄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1992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건스 앤 로지스는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액슬의 우상인 엘튼 존과 감동적인 협연을 하게 되는데, ‘November Rain’이 보여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확신한다. 혹시라도 이 장면을 보지 못한 분이라면 반드시 확인해보길 권한다. (조일동)
드디어 끝이군요...
처음의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꽤, 읽을만한 글이었습니다...
그럼,20000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