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의 언니를 사랑했네>
베버 집안과 모차르트의 인연은 대단하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작곡한 칼 마리아 폰 베버는, 모차르트 부인 콘스탄체의 사촌 동생이다.
모차르트는 만하임에 머무는 동안 작곡가 베버의 사촌댁에서 하숙하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14년 동안이나 고작 200플로린의 음악가 연봉으로 생활을 꾸려야 했던 아버지 베버. 딸 다섯과 아들 하나를 둔 대가족이었지만 월급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 하숙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섯 딸 중 1,2,3번 딸들은 방년 19,16,15세. 21세 청년 모차르트와 매일같이 마주치던 그들의 일상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베버 아줌마, 계란 노른자 터지지 않게 부쳐주세요 ^^” “볼프강 오빠! 화장실에서 책 보지 말고 빨리 나와! 나 급하다고!!” “모차르트군, 양말 좀 뒤집어서 벗어놓고 가지 마라... 갖다 버린다 응?”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많이 다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매일같이 얼굴 보며 같은 지붕 아래 먹고 자는 청춘 남녀 간에 사랑이 싹트지 않을 수가 있나. 모차르트는 아름다운 둘째 딸 알로이지아와 사랑에 빠진다. 하숙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되지 않았을 무렵부터,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에 그녀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물론 멀리 떨어져 혼자 있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같은 집에 사는 처자랑 사랑에 빠졌어요!” 하는 편지는 쓰기 어려웠을 테니, 그저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이야기하는 정도로. 이미 아버지 모차르트는 부인 친구였던 베버 부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라 (쓸데없이 말 많고 욕심 많은 마누라 친구) 베버댁과 사돈을 맺을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럼 하숙을 말렸어야지 쯧쯔). 눈치 빠른 모차르트가 이것을 몰랐을 리 없다.
모차르트는 사랑하던 알로이지아를 위해 여러 아리아를 작곡하는데, 이 중 ‘Popoli di Tessaglia (K316) 은 최고음이 하이G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솔! 허허)까지 나는, 고전 음악에서 가장 높은 고음을 내는 것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곡이다. 알로이지아의 언니 요제파 또한 밤의 여왕 초연을 맡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던 것으로 보아, 베버댁 자매들은 타고난 콜로라투라 음성의 소유자였던 걸로 보인다.
그녀에게 열렬히 구애하고 청혼했건만, 알로이지아는 그의 구애를 구둣발로 뻥....(흑흑) 차버리고, 연극배우 요셉 랑에와 결혼하여 청년 모차르트의 마음에 못을 박는다.
하지만 하숙집에서 마주친 것이 알로이지아 만은 아니지 않은가. 알로이지아 보다 한 살 어린 셋째 콘스탄체. 언니만 바라보던 모차르트 오라버니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콘스탄체 역시 모차르트의 ’Mass in C’ 를 초연했던 훌륭한 성악가이기도 하다. 그리 일찍 모차르트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언니들과 같이 프리마돈나의 반열에 올랐을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하숙생 오빠와 사랑에 빠졌던 콘스탄체는 그저 ‘모차르트 부인’ 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고 모차르트 오빠와 식을 올렸다.
불편하지 않았을까? 사랑했던 여인이 처형이 되다니.
하지만 이들은 의외로 잘 지냈다고 한다. 연극 배우이면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던 랑에는 모차르트의 초상으로 가장 유명한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사랑은 이룰 수 없었지만, 모차르트는 이후에도 알로이지아를 위해 많은 아리아를 썼고, <돈 조반니>에서 알로이지아는 ‘돈나 안나’를 초연하기도 했다. [성악가 백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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