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변화는 엄청납니다. 새로 들어서는 건물들로 인해 거리의 모습은 과거 모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가히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가 어울릴 정도의 변화입니다. 많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등장합니다. 이 곡의 제목인 마포종점도 현재 사라지고 없지요.
<마포종점> 이 지어진 시점은 한창 전차가 운행할 때가 아니라 전차 시대가 막을 내리던 때였습니다. 전차는 서울의 명물이지만 교통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1968년 운행을 중단했지요. <마포종점>은 바로 그 시점인 1968년에 발표되었던 곡입니다. 이 곡은 한 여인이 남편을 타지로 떠나보낸 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매일 밤 마포 전차 종점을 배회했다는 스토리지요.
<마포종점> 은 시각적 이미지가 뛰어납니다. 이 곡을 감상하노라면 비오는 밤 종점에 서있는 전차가 연상됩니다. 그리고 전차 앞에서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지요. 동시에 그 여인을 둘러싼 마포 거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달리던 전차가 멈추자 붙타던 사랑도 끝났다는 여운을 남기지요. 전차의 종점과 사랑의 종말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노래로 보여집니다.
<마포종점 >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tv.kakao.com/v/447840372
1.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 하나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2.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 둘 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하면 무엇 하나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마포종점> 은 1960년대 서울 마포, 영등포 부근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이 곡의 주인공은 마포종점에서 한강 이남지역을 응시하고 있지요. 마포종점은 현재 불교방송국 근처에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오른쪽에는 당인리 발전소가 소재했고, 한강 건너 맞은 편에는 여의도가 있었고 그 뒤에는 영등포가 자리하고 있지요.
이 곡은 정확하게 당시 거리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연의 주인공은 막차가 운행을 끝낸 전차 종점에 서서 망연자실하게 거리를 바라봅니다. 그런 그의 눈길을 끈 것은 거대하고 화려한 물체들이었지요. 오른 쪽에 높이 솟아 있는 당인리 발전소, 한강 건너 자리한 비행장의 도로와 관제탑의 건물, 네온사인을 뿜어내는 영등포의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였겠지요. 지금은 고층빌딩이 난립하여 이 구도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당인리 발전소의 모습도 크게 변화했지요. 당인리 발전소는 1970년대 까지만해도 서울 전력의 75%를 공급했지요. 당인리 발전소는 1930년 1호기가 완공되었고, 1935년 2호기, 1956년 3호기, 1969년 5호기, 1971년 4호기가 각각 완공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곡의 주인공이 바라보았던 건물은 1호기, 2호기, 3호기였겠지요. 그런데 1호기, 2호기는 이 곡이 등장한지 2년만인 1970년 폐지되었습니다. 당인리 발전소의 명칭도 이 곡이 등장한지 1년만인 1969년 서울화력발전소로 개명되지요. 3호기는 1982년 폐지되었습니다.
1호기, 2호기, 3호기가 폐지된 부지에는 2019년부터 기동을 개시한 세계 최초의 지하발전소가 들어섰고, 지상은 공원으로 변신했습니다. 따라서 과거 주인공이 보았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4호기, 5호기 건물들도 문화복합시설로 재탄생할 공사를 하고 있지요. 이 곡은 1호기, 2호기, 3호기를 가동중이던 당인리 발전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곡에 등장하는 여의도 비행장도 현재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 여의도 비행장은 해방 이후 10여년을 국제공항으로 기능하다가 1958년 김포공항에 국제공항 자리를 넘겨주지요 . 여의도 비행장은 1971년까지 공군기지로 사용됩니다. 이후 그 자리에는 여의도공원이 들어서지요. 그러므로 이 곡은 공항으로 기능하던 시절 여의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이 곡은 당시 영등포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성장해가는 영등포지역이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