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Published: 1975 Pages: 265 including notes & index (paperback) Form: Non-Fiction, History, Ancient History, Women’s History © Sarah B. Pomeroy •c1995. •Publisher: Schocken Books 여신과 매춘부, 아내 그리고 노예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여성들 (원제:Goddesses, Whores, Wives, and Slaves: Women in Classical Antiquity) 차례 연표 vi 여는글 ix 머리말 xiv 1장. 여신과 남신들 1 2장. 청동기와 호메로스 시대의 여성 16 3장. 암흑시대와 아르카익시대 32 4장. 아테나이시와 여성 57 5장. 고전시대 아테나이의 사생활 79 6장. 고전시대 아테나이 문학에 나타난 여성상 93 7장. 헬레니즘 시대의 여성 120 8장. 로마 공화정 말기와 제정 초기의 주부 149 9장. 로마 하층계급의 여성들 190 10장. 로마 종교에 나타난 여성의 역할 205 에필로그: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잊혀진 여성들 227 주註 231 참고문헌 251 추가 참고문헌 262 찾아보기 262 *저자 소개 사라 B. 포머로이(Sarah B. Pomeroy)는 1938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바너드 칼리지와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하였고, 영국과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살았으며 바서 컬리지(Vassar College)와 컬럼비아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다. 포머로이는 1975년 처녀작인『여신과 매춘부, 아내 그리고 노예들: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여성들Goddesses, Whores, Wives, and Slaves:Women in Classical Antiquity』이후로 고대 역사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2002년에는 최초로 스파르타 여성들의 삶을 고찰한 『Spartan Women』을 출판했다. 그 외의 저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Women in Hellenistic Egypt from Alexander to Cleopatra』,『Women's History and Ancient History 』,『 Women in the Classical World: Image and Text and Xenophon: Oeconomicus: A Social and Historical Commentary』등. 머리말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고전 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모든 분야에서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동안 여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지성사에 대한 현재의 강렬한 흥미 이외에 정치사와 전쟁사에 대한 고금의 압도적인 선호는 그들 사회의 정치적이고 지적인 생활의 참여로부터 성별 혹은 계층별에 의해 배제된 사람들의 기록을 어렵게 했다. “고대 아테나이의 영광”이란 말은 전통적으로 그리스 역사를 대하는 일반적인 견해이다. 흔히 인정하듯이 아테나이의 지적, 예술적 업적은 눈부시다. 하지만 한 사회가 제공하는 문화적 혜택과 그 문화의 여성 참여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처 크산티페는 미와 진리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들어본 적이나 있을까?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서를 읽은 여성들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그 대신에 여자들은 무엇을 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테나이인들이 남성 문화와 여성문화를 구별할 필요성이 뭣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이교도 여신들은 그들 나름으로 남성신들 만큼 막강한데, 인간 여성들의 지위는 왜 그렇게 낮았을까? “로마 제국의 위대함”이라는 말도 고대 역사를 일컫는 또 하나의 상투어다. 로마 역사는 또한 제국을 차지하여 통치하는 남성 사회의 정치적 행위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로마의 여성들은 사실상 그리스 여성들만큼 사회· 정치· 문화생활의 참여로부터 배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로마의 일부 여성들은 적어도 인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다는 학자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견해는 똑같이 수정을 요한다. 아테나이 여성들과 비교해서 로마의 일부 여성들이 꽤나 자유스러웠던 것처럼 보이지만, 로마 사회는 결코 여성들에게 동일한 사회 계층의 남성들만큼 똑같은 활동에 참여하도록 권장하지 않았다. 본서의 내용은 1500년 이상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스 영역은 기원전 1184년으로 전해지는 토로이아 함락을 둘러싼 청동기 시대의 신화와 전설로 시작하여 암흑시대와 아르카익기를 거쳐 기원전 5세기의 고전기와 헬레네즘기에 이른다. 로마 영역은 로마 공화정과 기원전 31년 아우구스투스의 등장으로 인한 제정으로의 전환을 포함하여 기원후 337년 콘스탄티누스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공화정 후기와 제정 초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의 목표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여성들에 관한 사회사를 서술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제를 포괄하는 영어로 씌어진 저서는 없다. 나는 이러한 연구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고대의 자료들에 관하여 몇 가지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다. 이용할 수 있는 근거 자료는 고고학적인 것과 문학적인 것이었다. 문학적인 증거 자료는 사회 역사학자들에게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겨준다. 여성들은 거의 모든 분야의 고전 문학에 두루 퍼져 있지만, 흔히 작가의 편견으로 인해 정보가 왜곡되어 있다. 서정시의 일부 단편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공식적인 고전고대의 문학은 모두 남자들에 의해 씌여졌다. 더욱이 고대문학에는 여성혐오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사회역사학자들에게 고대시가의 신뢰도는 장르마다 다르다. 풍자작가나 채인 남자들이 여성에 대한 비가悲歌 속에서 토로한 것이 얼마나 현대 역사가들이 받아들일만한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또한 그리스 비극에서 청동기 시대의 여주인공들에 관한 묘사에 의해 고전기의 여성들을 단정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극들은 여성에 대한 특정 시인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검토되어 왔다. 작품 속에서 시인은 여성에 대한 자신의 이상과 환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비극들은 보통 여성들의 삶에 대한 독립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없다. 이와는 달리 고전기와 헬레니즘기의 그리스 희극은 영웅적인 주인공들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회 역사학자들 사이에 더욱 신뢰할만한 자료가 되고 있다. 산문 작가들 가운데 고대 역사가나 전기 작가, 웅변가들은 여성에 대하여 가장 건전하고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비록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그리스 여성들의 삶에 대해 빈약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지만, 후대의 역사가와 전기 작가들은 유명한 여성들의 활동과 성격들에 자주 매료되었다. 물론 이상적인 여성성에 영향을 받은 고대의 많은 역사가들은 묘사되고 있는 실제 여성들을 매몰차게 거부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편견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수많은 연설들은 또한 여성들의 역할과 법적인 지위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대 철학자들의 저작이 유용한데, 이들 대부분은 그들이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간에 동시대의 사회에 바탕을 둔 여성에 대한 도덕적 견해들을 제시한다. 역사와 전기, 연설 이외에 로마 시대에는 광범위한 법률 문서와 재판 기록 모음집이 남아 있다. 라틴 산문 중에는 키케로와 플리니우스의 서한집이 자신들의 사회 계층에 속한 여성들의 사생활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다. 고대의 역사는 주로 지배 계층이 연구의 대상이었다. 그리스・로마시대의 정식문헌으로부터 우리에게 알려진 여성들은 주로 부유하거나 지적으로 엘리트 사회 집단에 속해있거나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유명한 여성들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좋은 평가를 받든 나쁜 평가를 받든. 나의 작업은 모든 여성들의 역사를 조사하는 것이며 상류층과 그들의 문헌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하지만 하층게급과 여성들을 포함한 역사가들의 최근의 학술서적의 출판의 의해 특히 로마 분야에서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 조각과 도자기 그림, 벽화, 모자이크화, 묘석과 동전에 그려진 여성들에 관한 묘사,장식물이나 부엌세간 베틀, 가구를 포함하여 여성들이 사용한 물건들은 여성들의 사생활을 재구성하는데 유용하다. 정식문헌으로 분류되지 않은 문자언어로는 고대 건물들의 낙서뿐만 아니라 기념물에 새겨진 비문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파피루스 기록물들은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의 여성들의 삶에 관한 경제적, 법적, 사회적 측면들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주요출처들이다. 현존하는 파피루스의 대부분이 이집트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들 문헌들은 그 나라에 살고 있었던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이집트 여성들의 생활상을 기록하고 있다. 파피루스에는 여성들이 기록하거나 여성들을 위한 편지, 법률 서류, 기도문, 부적 등이 있다. 이들 문서는 그 이후의 시기의 여성들의 삶에 관한 주요출처로 증명이 된 일기와 사신私信들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고대의 자료들이다. 고대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 말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사의 정당한 일부일 뿐만 아니라 과거는 남녀 관계에서 동시대의 문제점들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비록 과학 기술과 종교관에서 고대 문화와 현대 문화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수세기에 걸쳐 서양사회에서 여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지속해온 한결같은 태도를 주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원래 본서는 좀더 완전한 것으로 계획되었지만, 집필을 시작하면서 점차로 고대 분야의 표준 참고자료 대부분이 그 범위에 여성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로스토프체프(M. I. Rostovtzeff)는 자신의 중요한 저작들(『로마 제국 사회경제사 The Social and Economic History of the Roman Empire』외『헬레니즘 세계의 사회경제사 The Social and Economic History of the Hellenistic World』은 상세한 색인목록이 덧붙여져 있으나 “여성들”에 관한 항목은 없다. 여성들에 관한 그의 완전한 무지는 그리스에서 참정권이 없는 계층을 재류외인 노예들 단 두 경우만 주목함으로써 그러한 불합리성을 이끌었다. 1 이러한 마지막 견해는 그리스의 짧은 역사에 드러나는데, 1962년 비커만(E.J. Bickerman)의 개정판에서도 수정되지 않았다. 고대 여성의 역사에서 이로한 모든 공백을 메꾸는 것은 한 권의 책으로는 분명 불가능하다. 사실상 그런 시도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고대 역사에서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수많은 잃어버린 조각들을 모아 퍼즐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성들에 관한 기록이 알려져 있지 않은 시기에 여성들의 삶에 관한 기록은 훨씬 더 단편적이다.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는 문제들에서는-일테면, 고대 아테나이 여성들의 지위_나는 다른 학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증거들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의견 차이에 대한 근거들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어떤 견해를 선택하고 다른 견해를 거부하는 것을 정당화하기에는 그 증거가 불충분해보이는 쟁점들에 관해서는 대개 하나의 견해를 제시하고 그것을 논의하는 것을 삼갔다. 따라서 이 책에서 표명하는 여러 결론들은 일부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시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고전학자가 아니면서도 여성사에 관심을 지닌 분들에게 몇 가지 지침들을 마련해주고자 했다. 주석은 최도한도로 줄였으나 고전학자를 위해 논쟁적인 항목들에 대해서는 증거자료를 덧붙였다. 다른 이들의 번역을 제외하고 모든 번역은 저자 자신의 것이다. 발췌문의 완전한 고대 문헌들을 참고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로엡 클래시컬 라이브러리(Loeb Classical Library) 시리즈의 그리스 라틴 저자들의 번역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출판물은 고대 그리스 로마 문헌들의 장절 숫자와 행수를 적절하게 표시하고 있다. 관심있는 독자는 안내서로서 로엡판에 표시되어 있는 장절 번호나 행수를 이용해서 고대 저자들의 주석본을 참고하여 훨씬 심화된 연구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6장 고전기 아테나이 문학에 드러난 여성들의 모습 비극 속의 여성 대 현실 속의 여성 명문가respectable의 아테나이 여성들이 격리되어 고적한 생활을 했다면, 비극과 희극에 등장하는 강인한 여주인공들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고전기 드라마에서 남녀 갈등이라는 주제가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는? 여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복잡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극작가들이 우주와 사회와의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측면들을 탐구했다는 뻔한 말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또 다른 기본적인 관계인 남녀 간의 문제를 탐구한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현실 사회 속의 여성과 연구를 필요로 하는 무대 위의 여주인공들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사실과 허구 사이의 갈등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로 몇몇 가설이 정립되었다. 비극의 많은 구성들은 서사시 시인들이 간직해 온 청동기 시대의 신화에서 유래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서사시 시대 왕가의 여자들은 가정 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적인 정치적 의미에서도 강력했다. 호메로스의 작품에 친숙한 아테나이 관객들에게 심지어 에우리피데스 같은 인습파괴자조차도 과묵하고 억압된 헬레네나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선보일 수는 없었다. 또한, 테바이의 서사시권敍事詩圈(Epic Cycle) 작품들에서는 오이디푸스 집안의 아들들 상호간의 부친살해를 보여주고 있다. 그 가문의 생존자들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로 알려져 있다. 소포클레스는 이들 자매를 소년으로 무대에 올릴 수는 없었다. 요컨대, 고전기 비극의 구성을 이루는 일부 신화는 강인한 여성들의 행동을 그리고 있고, 극작가들은 전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변경할 수는 없었다. 청동기 시대에 모계사회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또한 우리의 의문에 다음과 같은 답을 제시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의 신화에서 눈에 띄는 남성과 여성의 대립은 선사시대 원주민의 모계중심의 사회와 칩입자를 정복함으로써 도입된 부계사회 사이의 현실적인 갈등을 참조함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신화에 대한 청동기 시대의 기원설은 부계사회 이래 적어도 700년 이후에 살았던 아테나이 비극시인들이 왜 이들 이야기가 비극의 소재로 적합하다고 여겼을 뿐만 아니라 여주인공들의 막강한 힘을 강조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오뒷세이아』에서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을 살해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아이스퀼로스 비극에서는 클뤼타임네스트라가 음모의 주동자로서 나서고 있다.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딸인 엘렉트라는 신화에서는 따분한 인물이고,『오뒷세이아』에서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혼자 감행한다. 그러나 두 극작가들은 엘렉트라를 부각시켜 그녀와 그녀의 딜레마를 중심으로 모든 작품들을 창조했다. 이와 비슷하게 소포클레스는 크레온과 안티고네 사이의 갈등구조에 주목했다. 호메로스는 칼륍소와 키르케가 어떻게 무수한 시련도 훨씬 쉽게 극복한 영웅 오뒷세우스 마저 무력화시켰는지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마녀는 불사의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서사시에 등장하는 여자가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비극적 여주인공들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비극에서 요구되는 전반적인 남녀갈등을 산출할 만큼 강력하지도 못하다. 많은 학자들이 고전기 아테나이에 살았던 실제 여성들과 비극의 여주인공들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언급한다.¹ 그들은 비극 시인들이 작품의 모델을 청동기 시대가 아니라 자신들이 알고 있는 실제 여성들 사이에서 찾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가정에 근거해 그들은 고전기 시대의 실제 여성들이 격리되지도, 억압받지도 않았다고 추정한다. 일테면, 증거로서 비극의 여주인공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집 밖에서 대화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비극 장면들은 주로 옥외에서 펼쳐지는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여성 인물들은 거의 묘사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의 지지자들은 극작가들이 만일 여자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여성의 심리에 그렇게 정통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는다. 이들은 극작가들이 도시 생활이 자유로웠던 외국인 거주자들(在留外人)과 빈곤층 시민여자들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친척여자들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적어도 일단의 여자들, 즉 살기에 넉넉한 재산을 지닌 시민의 아내들은 아마도 격리된 생활을 했을 것이다. 학자들이 비극작품에서 그러모은 단편적인 정보만을 토대로 실제 여자들의 삶을 재단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다. 비극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개념은 다른 분야의 자료들에 의해 뒷받침될 때에만 비로소 확실히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여자의 본분은 남자들과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아니라²는 이스메네의 대사는 실제 삶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말은 고대 웅변술과 희극에서 얻은 정보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뤼타임네스트라가 남편을, 메데이아가 자식들을 살해했을 때나 혹은 안티고네가 시민 불복종 행위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을 때, 이러한 행위들이 고전기 아테나이의 실제 여성들의 삶과 많은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록 헤로도토스에서 사납고 억척스러운 여자들에 대한 드문 전례들을 인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계승자와 공모하여 남편을 살해한 야만족 왕비나 전쟁에 참가해 남자들과 대항하여 싸운 또 다른 야만족 여인, 그리고 세 번째로 경쟁자의 어머니의 젖가슴을 잘라 개 떼에게 던져주고, 코와 두 귀와 두 입술과 혀를 자른 여자를 포함하여).³ 하지만 남자들이 쓴 고전기 문학에서 여자들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클뤼타임네스트라나 메데이아, 그리고 안티고네 같은 여주인공들은 충분히 숙고를 요하는 대상들이다. 후향적 정신분석(retrospective psychoanalysis)은 고전기 아테나이의 어린 소년들의 경험을 분석하여 성인이 된 극작가들의 강인한 여주인공들에 대한 묘사를 설명하는데 활용되었다. 사회학자 필립 슬레이터(Philip Slater)에 따르면 아테나이 소년은 초기발달과정에서 주로 자신의 어머니와 여자 노예들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 ⁴아버지는 낮 시간을 집밖에서 보내기 때문에 소년은 엄마를 상대로 자신의 역성을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모자관계는 애매하고 모순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세상과 격리된 여성은 자신보다 나이 많고, 무관심한데다 거동이 자유로운 남편에게 억압된 적의를 품었다. 남편 부재 시에 아내는 아들을 상대로 악의와 맹목적인 사랑을 번갈아 쏟았다. 그녀는 아들이 성공하길 바라며 그를 통해 대리 인생을 살았다. 정서적으로 강력한 어머니가 자신의 모습을 어린 소년의 마음에 각인시켜, 말하자면 씨앗이 되어 어른이 된 극작가의 마음에 지배적인 여성 인물들로 점차 자라났다. 고전기 극작가는 자신한테 가장 매혹적인 청동기 시대의 신화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자기 자신의 인성 안에 있는 어떤 갈등들을 탐구하기 때문이다.“억압된 어머니”란 표현은 아들이 창조한 여주인공들의 힘에 반비례로 작용한다. 어머니가 억압적이고 그녀의 행동이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극작가-아들이 묘사하는 여주인공들의 모습은 더 무시무시해진다. 슬레이터의 이론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흥미로운 시도로 보인다. 일부 독자들은 정신분석적인 접근방법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를 해석하는데 영 마뜩찮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신화를 바탕으로 현재를 해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비판적인 도구로 과거를 탐구하는 일은 타당하다. 그럼에도 보다 전통적인 해석 방식과 마찬가지로 슬레이터의 분석 역시 해결해야 할 점들이 남아 있다. 첫째로 성인 아테나이인들이 성차별적인 생활을 했지만, 아버지와 자녀와의 관계가 결코 소원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출퇴근하는 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슬레이터의 고대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실상, 희극에서는 아버지와 자녀들 사이의 친밀성을 보여준다. 자녀들이 초대를 받았을 때 아버지가 동행할 수 있었고, 아버지가 양육권을 주장했으며 아이에게 장난감들을 사주었다.⁵ 둘째로 독자는 부계사회에서 의식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억압받는 여성들이 분노를 품었으리라는 슬레이터의 전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제 5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여성들의 비문碑文으로 보건대, 그들의 삶은 만족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문들은 유족들 가운데 아무래도 남자에 의해 그 내용이 선택되었기에 이러한 증거의 가치는 다소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심지어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은 여성들이 특히 전통적인 기대감들이 충족되고 있을 때, 가정주부의 역할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아테나이 여성들은, 가령 남성들의 영역에 도전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힘이 미치지 않아 전리품을 획득하지 못한 상대적인 자유로부터 발생한 좌절감에 시달린 로마 여성들의 내적 갈등이 결여되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일상적인 베짜기와 같은 따분한 일들이 아테나이 여성들을 정신이상으로 몰아갔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일이 잘 수행되어 느꼈을 만족감에 주의를 돌렸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나는 슬레이터의 이론으로부터 아테나이의 어머니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남성 극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분석하는 데는 유용하다. 비극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여성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인들과 가장 훌륭한 작품들이라고 평가하고 선택한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성들에 관한 신화는 남성들이 창조하였고, 남성 지배적인 문화에서 그것은 피와 살을 지닌 여성들과는 거의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극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그가 알고 있는 일부 여성들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기원전 5세기 아테나이의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다. 당시 남녀 성인들의 엄격한 분리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낳았다. 결국 서사시뿐만 아니라 고전 시가를 포함한 문학적인 유산은 이러한 여성혐오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탄생했다. 그것은 남성 우월성 이데올로기를 낳았다. 그러나 이는 관념일 뿐 사실의 진술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것은 확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의심을 받고 있다. 남성의 지위는 불변적인 것이 아니었다. 모권제 신화와 아마존 사회는 여성의 우월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존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11개 희극 가운데 3작품이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성공적인 반발을 보여주고 있다. 파이드라 같은 세상에서 격리된 생활을 하는 아내는 불륜을 꿈꿀지도 모른다. 크레우사 같은 아내는 현재의 결혼생활 이전에 사생아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데이아네이라 같은 정숙한 아내는 남편을 살해할 수도 있다. 이들은 승자에게는 악몽이었다. 언젠가 억압된 자들은 반란을 일으켜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만큼 전前주인들에게 앙갚음할지도 모른다. 호메로스에서 비극시인들에 이르는 시기에 안정된 행위규범을 지닌 도시국가가 발전하였고 새로 조직된 사회에서 시민권을 박탈당한 여타 집단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신분도 불안정하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비극들이 기존의 사회규범에 대항하여 반발하는 여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스퀼로스의 3부작『오레스테이아Oresteia』에서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아테나이 같은 도시국가는 가족 유대와 혈연관계의 단절과 가부장제국가 내에서의 가부장제가족의 종속을 통하여 번영하였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러한 정치 원리와 출동하였는데, 이는 그들의 관심이 사적이고 가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라마는 종종 자신들의 거처를 벗어나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여주고 있고 자녀들이나 남편, 아버지, 형제들과 관계가 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국가가 후원하는 올림포스 종교보다는 보다 원시적이고 가족 지향적인 성향을 지닌 종교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점들이 무대 위의 여주인공들의 모습과 아테나의 실제 여성들의 모습이 일치하는 지점이다. 비극에서의 남성적인 역할과 여성적인 역할 남녀에게 부합되는 예의바른 행위는 여러 비극에서 탐구되고 있다. 이는 그것이 비극의 중심 주제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 은 정의의 실현을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는 이 비극의 중심 주제는 무시하고 부차적인 주제인 성역할과 적대감에 대해 논의를 집중하고자 한다.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여자다운 행동의 특성은 복종과 겸손이다.『안티고네』의 이스메네, 아가멤논 가문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에 나오는 크리소테미스Chrysothemis,『아이아스』의 테크메사Tecmessa,『트라키아의 여인들』의 데이아네이라 Deianeira, 그리고 여성 코로스들은 “평범한” 여성들의 역할을 수행한다. “평범한” 여성의 행동에 따른 제약 때문에 정형성을 탈피한 여주인공들의 행위는 때로“남성적”이라고 일컬어진다. 더욱이 남성적이라고 분류된 여자에게 그 말은 칭찬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 인물이 용감하거나 똑똑하게 묘사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⁶ 여자주인공들은 남자주인공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이스메네와 같은 대부분의 여자들은 온순하게 복종하는 반면에, 클뤼타임네스트라나 안티고네, 헤쿠바 같은 일부 여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배적인 성의 특성들을 활용하였다. 정신분석학자 아들러(Alfred adler)는 그러한 현상을“남성적 저항(Masculine Protest)”이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설명하였다.⁷『오레스테아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아가멤논』에서 아이스퀼로스는 트로이아로부터 봉홧불을 연달아 올리고 남편의 지략을 뛰어넘어 자줏빛 융단을 밟도록 설득하여 결국은 그의 살해를 모의하고 자행하는 것을 포함하여 복잡한 전략들을 구사하는 정치적 권력을 지닌 클뤼타임네스트라를 보여준다. 일말의 후회도 없는 그녀는 캇산드라의 죽음이 성대한 잔치에 맛을 더하는 양념이며 자신의 상황은 정부情夫인 아이기스토스가 제 화로에 불을 지피는 한 안전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자신의 성적 자유를 과시한다(1435-36, 1446-47). 이러한 이중의미에 담긴 말은 특히 여자는 전통적으로 자신의 아버지나 남편의 화로에 불을 지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따라서 아르고스 노인들로 구성된 코로스는 그녀의 방법들이 남성적이라고 여겨 그녀를“부인my lady ”(351)이라고 부름으로써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 말이 한낱 어리석은 어린애를 조롱하는 말처럼 들릴 때, 그녀는 자신의 광범위한 지리에 대한 지식(268-316, 483-487)을 과시하면서 총명하고 복잡한 대사로 답한다. 그녀가 아가멤논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기에 굼뜬 코로스에게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지각없는 여자인 양 나를 시험하는구려”(1401)라고 짜증난다는 듯이 퉁을 준다. 코로스는 계속해서 그들의 왕이 한 여자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한다.(1453-54) 아이기스토스가 직접 아가멤논을 살해했다면, 코로스는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노인들은 클뤼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 사이의 성역할의 전도(1633-35 ;1643-45)를 도무지 말도 안되는 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오레스테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자비로운 여신들Eumenides』에서, 아이스퀼로스는 등장인물들의 성별에 부합되는 남성적인 역할과 여성적인 역할을 회복시킨다.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은 오레스테스는 아폴론 신과 아테나 여신의 보호를 받는다. 으스스하고 괴물같은 복수의 여신들(전에는 “분노의 여신들Furies” 이거나 “복수의 여신들Erinyes”이라 불리던)의 권력은 순기능에 이바지하게 되며 가부장적인 올림피아 신들의 질서에 복종하게 된다. 이제부터 에우메니데스Euménides 혹은 자비로운 여신들로서, 그들은 문명화된 시민들을 보살핌에 있어서 올바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여주인공에서 드러나는 남성적인 여자의 묘사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자세히 전개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오이디푸스의 딸들이 참주 크레온이 제정한 법률 때문에 비탄에 빠진 것으로 시작한다. 폴뤼네이케스 오빠가 죽었으나 크레온은 자신의 고국 테바이에 대해 반역행위에 대한 처벌로 시신 매장을 금지시켰다. 안티고네는 장례를 치러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동생 이스메네는 자신들은 남자가 아니라는 변명을 고수한다.“우리는 여자들이며, 남자들과 싸우도록 태어나지 않았어요”(61-62). 그녀는 번번이 의미심장한 ‘phyō’라는 동사를 사용하는데, 이 말은 남녀 구별이 엄연한‘인위적 관습에 의해서’라기보다는‘자연(physis)에 의해서(천성적으로 라는 뜻-역주)’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오만한 통치자인 크레온은 이성異姓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적의를 드러낸다. 그의 편견은 가부장적이다. 그는 안티고네에 대한 자신의 자식 하이몬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으며 아내를 단지“씨 뿌릴 밭”(569)이라 말한다. 아이스퀼로스의『자비로운 여신들』(657-61; 본서 65쪽 참고)에 나타나는 “남자의 씨가 전적으로 중요기 때문에 여자는 아무라도 상관없다”는 아폴론의 의식을 여기서 기억해야만 한다. 아폴론의 이러한 생각은 에우리피데스의 『오레스테스』에서 재차 거론된다.⁸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제2의 성(The Second Sex)』에서 가부장제 권위와 여성 종속의 일반적인 상징으로서 남근 /쟁기, 여성 /고랑의 기원을 밝혀냈다.⁹ 아울러 현대 페미니스트들이 지적했듯이, 억압적인 남성은 양성간의 동등한 권력 배분을 상상할 수 없다. 그는 만일 그러한 일이 허용된다면 여자들이 거꾸로 억압적이 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지배적인 남성인 크레온은 여자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항상 염려하여 자식에게 그러한 굴욕에 맞서라고 타이르는 것이다(484, 525, 740, 746, 756). 한편 이스메네-아마도 안티고네가 아버지의 추방 길에 따라 나선 동안 그녀는 테바이에 머물렀기 때문에-는 남자는 지배하고 여자는 복종하도록 태어났다는 가부장제 사회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된다. 안티고네는 자연스러운 여자의 행동에 대한 동생의 생각을 매몰차게 거부한다.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은 은밀하게 매장되고, 크레온을 비롯한 파수꾼과 코러스 모두는 오직 남자만이 그러한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248, 319, 375). 그러자 오빠를 매장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자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안티고네는 자신을 남성 대명사로 일컫는다(464). 결국 크레온은 그녀의 남성성을 인정하고 안티고네를 남성대명사와 분사로 언급한다(479,496). 그녀를 처벌하기로 마음먹은 그는“만일 이번 일에 그녀가 이기고 그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내가 아니라 그녀가 남자일 것이오( 484-85)”라고 선언한다. (이와 유사하게 헤로도토스는 크세르크세스의 헬라스 원정에 동참한 아르테미시아 여왕이 남성적으로 여겨졌고 남자들에 대항해 무기를 든 한 여자에 대해 아테나이인들은 너무 분개한 나머지 그녀를 단독으로 생포한 사람에게 상금을 내결었다고 전한다.) 그러고 나서 그의 명령을 감히 어겼다는 생각이 든 안티고네는 남자로서 행동한다. 진짜 여자는 반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레온은 자매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을 때“그들이 이제 여자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들을 남성으로 언급한다(579-580). 여성 명사를 수식하는 남성 형용사의 반복된 사용은 주목할 만한데, 그 이유는 고전기 그리스에서 형용사는 대개 수식되는 명사의 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다(일반적인 진술에서는 남성 형용사가 여성에 대한 언급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¹¹ 우리는 그리스 언어에서 나타나는 남성 지향성을 주목해 볼 수 있다. 그리스 언어에서 비록 여자들에게 특별히 언급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의 일반적인 진리들은 남성적인 형용사로 제시된다. 성의 변화가 때때로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문법적인 설명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남성 형용사는『안티고네』에서 의미심장하게 빈번히 발생하는 일반적인 진술보다는 구체적인 진술에서 여자에게 언급될 때 사용된다. 나는 그것이 남성적인 성향을 지닌 여주인공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극작가가 사용한 장치라고 믿는다. 안티고네의 마지막 이전 대사에서 그녀는 비록 남편이나 자식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오빠를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설명한다. 내가 아이들의 어머니였거나 내 남편이 죽었다면, 나는 결코 나라의 뜻을 거슬러 이런 노고의 짐을 짊어지지 않을 거예요. 어떤 법을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느냐구요? 남편이 죽으면 다른 남편을 구할 수 있고, 아이가 죽으면 다른 남자에게 아이를 또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저승에 계시니, 내게 오빠는 다시 태어나지 않겠지요. (905-912) 헤로도토스 또한 역모를 꾀한 일족 가운데 한 명을 살려주겠다는 제의에 안티고네와 똑같은 이유에서 남편이나 아이들 대신에 오빠를 선택하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¹² 소포클레스의 많은 연구자들이 이 대사를 겉으로만 그럴싸한 것으로 여겨왔으며 여주인공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으로 판단을 내렸다.¹³ 그들은 자식을 놔두고 오빠를 선택한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여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전기 아테네라는 맥락 속에서 안티고네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당시의 어머니들은 요즈음의 이상적인 어머니만큼 자녀들에게 애착을 가질 수가 없었다. 유아 사망률이 높아서인지 모자母子간의 강렬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게 한 듯하다. 더구나 가부장적인 권위 아래서는 자녀는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의 소유였다. 아버지가 자녀의 양육을 결정하였고, 결혼이 파국에 이르렀을 경우 아버지가 자식을 거두었다. 이혼녀는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게 되었으며 아버지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자신의 오빠의 보호 아래 있었다. 따라서 남매간의 유대가 무척 중요했다. 오라비에 대한 선호 역시 남성적인 여자의 특성이다. 이런 성향의 여자는 외적인 요인에 인해 자녀에 대한 애정이나 보호본능의 결핍으로 아내와 어머니의 전통적인 역할을 거부할 지도 모른다.¹⁴남성적인 여자는 가족들 가운데 흔히 남자 식구 편을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여동생에 대한 안티고네의 맹렬하면서도 잦은 비난에 유념해 볼 수 있다(538-539, 543, 546-47, 549). 그녀는 또한“결혼 침상을 더럽힌 경망한 죄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어머니를 가혹하게 대한다. 한편, 그녀의 내면에서 아버지의 기질을 간파한 코로스는 그녀를 “성미 급한 아버지의 성미 급한 딸”(471-472)이라 부른다. 여동생에 대한 안티고네의 경멸은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그녀는 사실상 자신을 오이디푸스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로 언급한다(941).¹⁵ 결국 안티고네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로 되돌아간다. 그녀는 신부의 침대도 없이 결혼의 행복도 아이를 기르는 재미도 모른 채 죽는다(917-918)고 신세한탄을 하고 나서 크레온에 의해 석굴에 생매장당한 후에 자살한다. 고전 신화에서 자살은 여성적이면서도 다소 비겁한 죽음의 방식이다. 데이아네이라, 이오카스테, 크레온의 아내인 에우뤼디케처럼 아이아스는 진상을 알고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자살했다. 파이드라와 알케스테스, 라오다미아, 디도, 에바드나, 헤로처럼 하이몬도 일찍이 크레온의 “여자 같은”성향에 대한 우려를 정당화시키기라도 하듯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의 모든 여주인공들 가운데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필적할만한 고난을 통해 배우고 비극적 전망을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자살로 그러한 가능성은 사라졌다. 하이몬의 운명은 사랑의 파멸적인 속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생각은 코로스의 입을 통해 표명되고 있다. 사랑이여, 굴하지 않는 자여, 사랑이여, 재물을 결딴내는 자여, 나는 처녀의 보드라운 볼 위에서 밤을 지새는가 하면, 바다와 들판의 농가들 사이를 헤매는구나. 불멸의 신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하루살이 인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며, 네게 잡힌 자는 미쳐 날뛰는구나. 의로운 자들의 마음을 불의로, 치욕으로 인도하는 것도 너이며, 여기 이 남자들에게 집안싸움을 불러일으킨 것도 너로구나. 하지만 고운 신부의 두 눈썹 아래 환히 비쳐 나오는 매력이(781-96) ¹⁶ 『안티고네』는 복잡하고 난해한 드라마이다. 아테나이 법률에 따르면 크레온은 안티고네의 보호자인데, 이는 그가 가장 가까운 인척이었기 때문이다.¹⁷ 그런 점에서 국가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녀의 범죄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 있다. 그녀에 대한 처벌은 개인적이자 공적인 행위였다. 그는 또한 죽은 조카들의 가장 가까운 인척이었음으로 장례에 대한 책임도 안티고네가 아니라 그에게 있었다. 크레온은 개인적인 의무보다는 국가의 이익에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우선시했다.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차이점들은 양성兩性간의 전통적인 차이이다. 프로이드에 따르면,“여자들은 자신들의 보수적인 영향력을 그들 주위에 퍼뜨리고---여자는 가족의 이익과 성생활을 대변한다. 그리하여 문명에 대한 과업은 점점 더 남자들의 사업이 되었다.”¹⁸ 남자들이 이룩한 문명의 목록들이『안티고네』의 코로스가 열거하고 있다. 항해, 농업, 수렵, 어업, 들짐승 길들이기, 언어적 의사소통, 건축, 법률 제정과 정부의 수립 등(332-64). 이러한 일들은 주로 남성적인 활동들이었다. 그리스인들은 남자가 문화의 담지자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신화에 따르면 카드모스가 알파벳을 그리스에 들여왔다. 비록 데메테르 여신에게 배웠다고는 하나 트리프톨레모스는 농사짓는 법을 인간들에게 전파했다. 한편, 다이달로스는 가위와 톱 등, 여타의 도구들을 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자들의 특별한 위업은 소포클레스의 목록에는 등장하지 않으며, 아이스퀼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Bound』의 유사한 목록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¹⁹ 남녀의 양면성을 볼 줄 아는 크레온의 통찰력의 결여가 안티고네의 죽음만이 아니라 자신의 파멸을 이끌었다. 크레온의 아내는 그를 저주하면서 죽었다. 더구나 부모에 대한 아들의 효행이 기대되는 사회에서, 하이몬은 아버지보다는 안티고네를 선택했으며, 그러한 선택이 아버지를 원망한 것도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불복종에 대한 징벌이 아니었다.『안티고네』와 다른 많은 비극들은 크레온처럼 남자들을 파멸로 이끄는 이른바 여성적인 삶의 양상들(본능, 애정, 가족 유대)을 훼손시키면서 남성적인 자질들(절제, 정복, 문화, 지나친 사고 작용)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소포클레스가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음으로, 이상적인 상태로는 남성적인 가치가 여성적인 가치를 통제하면서 양자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었으리라고 다만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²⁰ 에우리피데스의 여성들: 새로운 노래 신성한 강물이 거꾸로 흐르고 법도와 모든 것이 전도되는구나! 남자들은 속임수를 쓰고, 신들의 이름으로 행한 맹세도 더 이상 든든하지 못하구나. 이제는 이야기가 바뀌어 내 인생도 이름을 떨치고 여자에게도 명예가 주어지리라. 악명은 이제 더는 여자들 몫이 되지 않으리. 옛 가인들의 무사 여신들도 이제는 여자들은 믿을 수 없다고 노래하기를 그치리라. 노래의 왕이신 포이보스는 뤼라가 반주하는 신적인 노래의 재능을 우리 마음속에는 넣어주시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남자에 맞서 한 곡조 읊으련만. 21(메데이아 410-129) 따라서 기원전 431년에 상연된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Medea』의 여성 코로스가 이렇게 노래했을 때, 그들은 시인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었을까? 여성비극시인들의 부재를 주목할 때, 에우리피데스는 자신의 시적 재능을 여성들을 대신하여 발휘했는가? 고전 문학에 나타나는 여성들의 모습들 가운데 에우리피데스가 창조한 여성들은 현대의 비평가들에게 가장 큰 곤경을 제기한다. 고대 평론가들 가운데 에우리피데스는 여성 혐오자로 악명을 떨친 유일한 비극작가였다. 동시대 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인 『테스모포리아 축제의 여인들Thesmophoriazusae』에서 축제에 참석한 여성들은 여성들을 창녀와 간부姦婦들로비방하는 에우리피데스를 고발한다. 두 분 여신께 맹세코, 내가 말하려고 일어난 것은 절대 무슨 야심이 있어서가 아녜요, 부인 여러분.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이 괴로웠지만 꾹 참았어요, 여러분이 채소 장수 여인의 아들 에우리피데스에 의해 폄하되고, 온갖 종류의 나쁜 말을 많이 듣는 것을 보고 말예요. 그자가 우리에게 퍼붓지 않은 욕설이 있나요? 관객과 비극시인과 코로스가 있는 곳치고 그자가 우리를 화냥년, 남자에 환장한 것들, 모주망태, 배신자, 수다쟁이, 건전하지 못한 것들, 남자들의 큰 재앙이라 부르며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은 곳이 있던가요? 그 결과 남편들은 관람석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즉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숨겨둔 애인이 없나 하고 집 안을 뒤지지요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전에 하던 대로는ㅁ 할 수가 없어요. 그게 다 그자가 우리 남편들에게 나쁜 버릇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내가 화관을 엮으면 사랑에 빠졌다는 의심을 사게 되고, 아내가 집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그릇이라도 깨면 남편이 물어요. “누그를 위하여 그릇을 깼지? 이건 분명 코린토스에서 온 손님을 위해서야.“ 어떤 소녀가 병이 나면, 그녀의 오라비가 당장 말해요. “난 누이의 얼굴빛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있어요. 어떤 여자가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의 아이를 몰래 들여오기로 결정한다면 그것도 몰래 할 수가 없어요. 요즘엔 남편들이 문 옆에 붙어 앉아 있으니까요. 그자는 또 노인들에게 우리를 모함한 탓에 전에는 젊은 여인들과 결혼하던 노인들이 지금은 아무도 장가들려 하지 않는데, 그게 다 다음 시행 탓이죠. “늙어서 장가드는 자에게 아내는 상전이다.”(383-413) 그자가 파이드라를 비방하기로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죠? 또 햇빛이 비치는 데서 보고 감탄하라고 아내가 남편 앞에서 겉옷을 열어젖힘으로써 숨겨둔 남자 애인이 그사이 집에서 도망치게 만들어도, 그에 관해 그자는 일언반구도 없었어요. 내가 아는 또 다른 여인은 아이를 살 수 있을 때까지 열흘 동안이나 산통産痛을 앓는 척 했는데, 그 사이 그녀의 남편은 진통제를 사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지요. 마침내 한 노파가 냄비에 아이를 담아 왔어요. 울지 못하게 벌집 조각으로 입을 막고 말예요. 노파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내가 대뜸 소리 지르기 시작했어요. “나가요! 여보, 나가요! 지금 당장 해산할 것 같아요.” 아이가 냄비의 뱃속에서 발길질을 했으니까요. 남편은 좋아서 방에서 뛰쳐나갔고, 노파가 아이의 입에서 벌집을 떼어내자 아이는 울어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아이를 갖고 온 사악한 노파가 웃음지으며 남편에게 달려가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신은 사자 같은, 정말로 사자 같은 아들을 낳았어요. 아는 당신을 쏙 빼닮았어요. 고추도 도토리처럼 동그스럼한 것이 당신 판박이라니까요.” 우리는 이런 못된 짓을 하지 않나요? 아르테미스에게 맹세코, 우리도 해요. 그런데도 우리는 에우리피데스에게 노발대발해요, 그자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보다 더 못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497-519) 아리스토파네스 희곡에 나타난 경박함과 진지함의 경계가 모호하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고대 세계의 상황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그가 진실로 에우리피데스를 여성혐오자이거나 혹은 그 정반대라고 생각했는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영향을 받은 에우리피데스의 사후에 그에 관한 간략한 소묘들은 그를 여성 혐오자로 제시하고 있고 그의 어머니가 채소장수였다는 모욕적인 비난을 반복하고 있다. 2세기 로마의 저술가이자 문법학자인 아울루스 겔리우스(Aulus Gellius)에 따르면 에우리피데스는 거의 모든 여성들에 대해 강렬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타고난 성향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를 기피했거나 아니면 두 아내를 동시에 거느리고 있었는데, -아테나이 법령에 의하면 그것은 합법적이었다, 결혼생활이 지긋지긋했기 때문에. 고대에 씌어진 에우리피데스의 전기들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그것들은 작가의 작품들에서 거리낌없이 자료를 모아 그의 삶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세기경 그리스 수사학자 아테나이오스(Athenaeus)가 전하는 다음의 일화는 겔리우스의 말과는 모순된다. 비극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여자들을 좋아했다. 하여간역사 논평 Historical Commentaries』에서 히에로니무스Hieronymus는 “어떤 사람이 소포클레스에게 에우리피데스는 자신의 비극에서 여성혐오자라고 말했을 때, 소포클레스는 ‘이부자리에 들었을 때는 물론 그는 여성 애호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24 고대 비평가들의 발언들 이외에 드라마 자체가 여성혐오의 증거를 제시한다. 비록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극작가와 동일시해서는 안되지만. 분명한 것은 작품들 속에 여성에 적대적인 발언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에우리피데스풍의 비극에서 히폴뤼토스(Hippolytus)와 오레스테스(『오레스테스』에서)와 같은 여성혐오자들이나 안드로마케 같은 마조히스트, 메데이아와 파이드라 같은 억척스러운 여자들, 동정적인 여성 코로스는 똑같이 여성혐오적인 말들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말들 속에는 대개 남성에는 거의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익명의 집단을 뭉뚱그려 단순히 “여성”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말들은 심지어 오늘날의 여성들에게도 익숙한 상투적인 말들이다. 그러나 뚜렷한 적의에 의해 관심을 끌음으로써 에우리피데스의 현존하는 전 작품의 맥락에서 그것들이 얼마나 적은지를 간과하기가 쉽다. 이런 상투적인 말들을 요약한 거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여자들은 온갖 악한 일의 가장 뛰어난 발명자들이다.”25 “여자들은 슬픔의 원천이다.” 26 성생활만 만족하면 여자들은 모든 게 행복하다. 27 영리한 여자들은 위험하다. 28 계모는 항상 심술궂다. 29 고귀한 가문의 여성들이 제일 먼저 결혼 침상을 더럽히며 여성들은 마법을 쓰거나 치명적인 독약으로 남편에게 파멸을 안겨준다. 31 여자에게 적대적인 가장 길고도 유명한 장광설은 히폴뤼토스의 다음과 같은 대사이다. 오오, 제우스이시여, 그대는 왜 인간들에게 위선적 재앙인 여자들을 이 세상에 내놓으셨나이까? 인간의 종족을 이어가는 것이 그대의 뜻이라며. 귿이 여자들을 통해 그러실 필요는 없으시니까요. 아니, 인간들이 그대의 신전들에서 황금이나 무쇠나 많은 청동으로 각자 자기 자신에게 알맞은 대가를 지불하고 자식들의 씨를 사 가지고 여자들 없이 자유롭게 집에서 살면 될 거예요. 하거늘 우리는 지금 단지 재앙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가산을 소모하고 있어요. 여자가 얼마나 큰 재앙인지는, 여자를 낳아 기른 아버지가 단지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참금을 주어 여자를 시집보내버리는 것만 보도 확실히 알 수 있지요. 그리고 그런 해로운 피조물을 집 안에 받아들인 남편은 가련하게도 마음이 흐뭇하여, 불행을 안겨줄 뿐인 자신의 장식품을 값진 장신구와 의상들로 감싸느라 가산을 탕진하지요. 그는 처족妻族이 마음에 들 경우 쓰디쓴 결혼도 참아야 하거나 아니면 아내는 좋으나 처족이 나쁠 경우 손해를 이익으로 상쇄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찮은 아내의 남편이 가장 편안하지요. 그래도 쓸모없는 아내를 집 안에 앉혀두어서 좋을 것은 없지요. 나는 영리한 여자는 딱 질색이오. 내 집에 여자답지 않게 영리한 여자는 없었으면! 왜냐하면 퀴프로스는 오히려 영리한 여자들 속에 재앙을 낳기 때문이오. 재주가 없는 여자는 생각이 모자라 어리석은 짓에서 벗어나 있어요. 여자들에게는 하녀들도 들어가지 말아야 하고, 말 못하는 짐승들만이 여자들과 함께해야 하오. 여자들이 말 걸 사람도 아무도 없고, 누구에게서도 대답을 듣지 못하도록 말이오. 지금 저 안에서는 사악한 여자들이 사악한 일들을 꾸미고, 그들의 하녀들이 그것들을 밖으로 나르고 있어요. (유모에게) 그처럼, 사악한 여인이여, 그대도 아버지의 결혼 침상을 범하도록 나를 설득하여 왔던 것이오. 나는 흐르는 물을 귀에 뿌려 그런 제안들을 씻어내고 싶소. 그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자신을 불결하다고 여기거늘, 그런 내가 어찌 죄인이 될 수 있겠소? 잘 알아두시오. 할멈! 내 경건함이 할멈을 구해주는 것이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신들의 이름으로 맹세하지 않앗던들 나는 아버지께 이 일을 알려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그러니 테세우스께서 출타 중이신 동안 나는 집을 떠니 있을 것이며, 발설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나도 돌아와 할멈과 할멈의 마님이 어떻게 아버지의 얼굴을 대하는지 지켜볼 것이오. 그때는 지금 겪었던 할멈의 파렴치를 내가 완전히 알게 되겠지. 그대들에게 화 있어라! 여자들을 미워하는 일에 나는 결코 물리지 않을 것이오. 여자들을 늘 비난한다고 누군가 내게 말하더라도 말이오. 여자들 역시 늘 사악하니까ㅣ. 그러니 누군가 여자들에게 미덕을 가르치거나, 아니면 내가 여자들을 늘 모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 것이오. 32 ! 태그#문학·책 댓글 쓰기 이 글에 댓글 단 블로거 열고 닫기 블로그 보내기카페 보내기Keep 보내기메모 보내기기타 보내기 펼치기 인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