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축제, 단풍터널, 연화원
벽초지수목원
---연합뉴스 노승택 기자----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동양식 정원과 서양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진 이국적 분위기의 아담한 정원이다.
국내 대부분의 수목원이 산을 끼고 있지만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들판에 위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벽초지의 풍경은 열두 폭 병풍처럼 아름답고,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그야말로 맨몸으로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자동차를 타고 자유로를 달리다 문발인터체인지를 나와 광탄 방면으로 30분 정도 더 달리면 '푸른 풀과 연못이 함께 어우러진 터(碧草池)'란 뜻의 벽초지 문화수목원에 다다른다.
벼루의 원료가 되는 흑오석으로 지어져 고궁의 돌담을 연상시키는 매표소 입구는 여느 수목원과는 느낌이 다르다.
2005년 9월 문을 연 이래 100여 종의 교목과 200여 종의 관목, 70여 종의 수생식물 등 1천400여 종의 식물이 생장하고 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빠르게 걸으면 1시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규모의 작은 정원이지만, 찬찬히 돌아보려면 2시간으로도 부족하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빛솔원'과 '퀸스 가든', 현대적 감각의 건물 'BCJ Place'가 관람객을 맞는다.
빛솔원은 이름처럼 소나무가 있는 공간이고, 서양식 정원 형태로 꾸며놓은 퀸스 가든에서는 인도차이나 원산의 한해살이풀인 토레니아, 꽃봉오리가 돌고래와 비슷한 델피니움 등 형형색색의 화초가 화려함을 뽐낸다.
노랑꽃, 파랑꽃, 자주꽃이 가득 핀 꽃밭 가운데 있다 보면 유럽의 어느 정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BCJ Place'에는 아트 갤러리와 함께 카페 그린비, 레스토랑 나무 등이 들어서 있다. 수목원 상설 홍보관인 아트 갤러리에는 수목원의 사계를 담은 사진 작품을 전시해 놓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퀸스 가든을 둘러보고 상쾌한 숲의 향기를 맡으며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잎과 꽃에 무늬가 있는 식물이 모여 있는 '무늬원'에 다다른다.
오두막에서 새소리를 벗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흙길을 따라가면 두 그루인지 한 그루인지 구별이 안 되는 모과나무가 눈길을 끈다.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가지가 엉겨 붙으면서 마치 한 그루처럼 자란 연리지인데,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사랑의 나무'로 알려지면서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리지 나무에 대한 하트 모양 안내판을 지나면 곧바로 수목원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호수 '벽초지'가 나타난다.
수면에서 반짝이는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호숫가에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 부채붓꽃과 미나리아재비, 동의나물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심겨 있는 벽초지는 아이들의 자연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호수 한가운데 둥그렇게 몰려 있는 연꽃 군락지인 '연화원'과 나무 데크로 호수를 가로질러 연화원에 이르도록 만든 '수련길', 풍경 감상을 겸해 쉬었다 갈 수 있는 정자 '파련정'과 호수 사이로 통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 '무심교(無心橋)'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벽초지 옆으로는 단풍 터널 길과 주목 터널 길, 버드나무 길이 조성돼 있는데 잘 가꾼 아치형 나무 터널인 주목 터널 길은 연인들이 좋아하는 길로 꼽힌다.
단풍나무 터널 길은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1년 중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색깔을 자랑하는데, 단풍나무 길에 '터널'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길 양편에서 팔을 뻗어 하늘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벽초지 문화수목원 곳곳에는 오솔길과 사색하기 좋은 벤치, 이색적인 스톤 아치인 '천국의 문'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축구장 2배 넓이의 잔디 광장 등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