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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우물
담담한 문체와 밀도 있는 문장 덕분에 제가 현장에 간 듯 생생했어요. “장갑을 착용하라고 하지만 번번이 꼈다 벗었다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이 문장에 밑줄 그었어요. 산업재해 피해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말을 했어요. 안전복을 입으라고 하지만 그걸 입으면 속도가 느려져서 입을 수가 없다고. 규정을 만든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전 “출근하자마자 진열된 반찬의 선도 확인을 한다.” 여기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필자와 같이 일하는 모드로 들어가 몰입하게 되거든요. 서두에 나오는 판매직과 조리직, 아침조와 마감조에 관한 설명은 불필요해 보여요. 필자가 판매직이라는 정보만 알려주어도 충분하겠어요. 이 글은 반찬가게에서 일했던 경험과 해고 이후의 이야기로 나뉘는데요. 두 글감을 나누어 하나씩 완결된 글로 써보면 좋겠어요. 두 이야기 모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제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일이 이토록 없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고용노동부에 찾아갔던 장면을 다른 장면들처럼 생생하게 묘사해주면 좋겠어요. 인상에 남는 말도 직접 인용해서 적어주고요. 뒤이어 나오는 실업급여,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 문제는 중요한 문제지만, 이 글의 주제와는 거리가 있어요. 결론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초점을 좁혀주세요. (작은따옴표는 강조가 꼭 필요한 한두 곳에만 써주세요.)
은유 - (도리 의견대로) 실업급여 등의 이야기는 별도로 써주면 그 자체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좋은 글이 되겠어요. “사계절 내내 정장을 입어도 더운 줄도 추운 줄도 모르는 여의도 정치인들은 이 사정을 알까. 이 문장이 정치와 현실의 괴리를 잘 표현해줍니다.
프롬
“존재 자체만으로 학생들을 동기부여 시켜야 하며 입시에 있어 전문적으로 보여야” 한다니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저도 대치동 학원에서 알바할 때 옷차림부터 사소한 말투까지 신경 쓰여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공부법 학원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직업의 세계를 보여주는 게 이 글의 미덕인데요. 지훈의 에피소드를 보며 코칭과 상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싶었어요. 필자는 “자격도 없이 어설프게 심리 상담만 한 것 같아 찜찜”하다며 “이런 식을 계속 지도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는데요. 저는 이 고민의 실체를 구체화해보면 좋겠어요. “이런 식”는 어떤 방식을 말하는 걸까요? 필자가 생각하는 충분한 일의 방식은 무엇일까요? 지금 하는 고민에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어요. 지금은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길고 바쁜 근무 시간에 대한 분량이 많아요. 일 자체에 대한 고민이 주제라면 불필요한 정보는 줄여주세요. 서두에 출근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하는데 이 역시 정보가 많아요.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으면 독자가 따라가기 어려우니 숫자를 쓸 때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꼭 필요할 때만 써주세요.
은유 -비싼 돈 내는 학생들, 학부모들과 관계 맺으며 “이런 식의 지도”를 하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한번 생각해보면 좋은 글이 되겠어요.
눈팅냥
1분의 지각도 용납하지 않는 회사. 듣기만 해도 숨 막히네요. 업무 영역을 벗어난 일이 당연하게 여기는 점도 화가 나요. 그럼에도 절대 충원해주지 않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병원도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돌아가는 회사네요. “눈 떠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곳을 싫어한다는 건 너무 불행한 일이다. 회사를 좋아하고 싶다” 이 마음이 절실하게 전해집니다. 하는 일을 자세하게 묘사해준 건 좋은데 전체적으로 정보가 많아요. 정보가 많으면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꼭 필요한 정보만 넣고, 그 정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묘사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경계 없는 업무가 이 글의 중심이라면 일이 넘어오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서술해주세요. 전화 업무, 강연장 문 열어주기 등 나열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주세요. 드러난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인력 부족으로 보이는데요. 돈 때문이겠지만 병원이 왜 채용할 여력이 없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어요. “코로나까지 더해져”라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은 건지 궁금했어요. 저는 병원도 홍보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요. 어떤 걸 홍보하는지 궁금했어요. 치료 잘한다? 착한 일 한다? 홍보팀 직무의 본래 목적은 무엇일까요? 홍보팀의 본래 직무를 잘 보여줘야 지금 하는 업무들이 얼마나 부당한지 드러날 것 같아요.
은유 -병원은 대외적으로 의사랑 간호사 중심 조직이라서 가려진 노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그걸 알려주는 좋은 정보가 담겼네요. 400명 규모의 조직에서 일선 부서의 직원이 몇 명인지 등 후선 부서 노동자의 ‘소외된 노동’을 잘 표현해주면서, 세상이 좋아하는 회사를 정작 직원은 좋아할 수 없는 아이러니, (ex.인권단체에 인권 없고...이런 식으로) 로 방향을 잡으면 좋겠어요.
행행
냉장고로 달려가 요구르트를 꺼내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네요. 얼마나 자주 할머니네 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라 좋았어요. 김미경 씨가 “우산을 들고 아이를 번쩍 안고, 비에 대해 빗소리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저는 무슨 말을 해줬는지 대사도 들어가면 좋겠어요. 정서적인 측면이 중요한 돌봄 노동의 특성을 잘 드러낸 장면이에요. 바라서 받은 돈은 아니지만 정확하지 않은 입금 때문에 당황스럽고 민망한 마음도 공감이 갔어요.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노동을 하는 돌봄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글이에요. 전반적으로 시간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나오는데요. 오전 7시 전에 일어나 오후 8시 반에 모든 일이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육아 노동의 고달픔이 충분히 전달되니 시간 정보는 최대한 줄여주세요. 정보가 많으면 읽다가 과부하가 걸리거든요. 첫 문장에서 황혼 육아를 하게 된 배경 설명과 아침 일정이 섞여 있어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둘을 분리해서 정리해주세요.
은유 -“지난달은 일주일이 되도록 딸이 송금을 잊어, 민망하지만 먼저 얘기를 꺼냈다.~” 저는 이 부분이 좋네요. 아무리 부모자식 간의 관계라도 돈 주는 사람(고용주)과 받는 사람(노동자) 사이에서 노동자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줘요.
윤팔
“비행기 문 닫을 때까지 이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둘은 과연 여행을 갔을까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읽었어요. 여행 한 번 가기 힘든 전업주부와 워킹맘의 ‘티 안 나는 여행’을 위한 분투를 다룬 글입니다. 이틀만 집을 비워도 큰일이 나니 역으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 싶어요. 전업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반론이 있나 싶네요. “과연 내가 워킹맘이었대도, 출장이었대도 나에게 밥과 양말의 행방을 물었을까” 이 문장 정말 공감 갔어요. (하지만 정말 소름 돋는 건 워킹맘한테도 물을 거 같다는...!!) 서두에 퇴사 이야기가 비중 있게 나와서 여행보다는 퇴사 이야기 같아요. “너 얼른 사표 내고 제주도나 한번 다녀올까?” 여기서 시작해도 좋겠어요. 저는 마지막 두 문장은 사족 같아요. “우리가 처음 맞이하게 될 ‘36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D-1.” 여기서 끝나면 좋겠어요. 그래서 결국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2탄이 기다려지네요.
은유 -주부인 여성이 여행 한번 가는데 집안 식구도 부족해서 시댁에까지 신경을 써놓고 가야하는 현실이 가부장제에서 며느리의 위치, 노동의 범주를 잘 보여주네요. “가족들이 우려하는 건 나의 부재, 전업주부의 부재 그 자체다. 어디로, 왜 가는지보다, 주부가 없는 시공간에서 자신들에게 벌어질 일이 더 중요하다.”
마법사
4년간 아이를 보지도 않고 약만 처방해줬다니 황당하네요. 먹어도 되는 약인지 알지도 못하고 먹어야 하는 아기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의사가 말하는 매뉴얼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네요.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온몸으로 막으며 아이들을 지키는 일을 마법사가 하고 있었네요. 가끔 취재차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했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미리 계획된 예산이 아닌” 티셔츠와 운동화를 사주고, “식단표에 없는 계란밥”을 차려줘야 하는 장면을 통해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 공백을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선명히 드러나요. 사례 하나하나 공감이 가는데요. 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료하지가 않아요. 처음에 나오는 “근로자가 아니잖아요”라는 구청 공무원의 말과 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도 긴밀하게 이어지지가 않아요. 저는 처음부터 아기별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고 가면 좋겠어요. 그 이야기 속에서 필자가 아동복지,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글을 재편집해보세요.
은유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센터장)의 일과 보람이 잘 드러나요. 최저임금 겨우 받는 노동자이지만, 근로자의 날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개인사업자인데, 다른 (고용된) 사회복자사의 노동조건이나 처지랑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별이
아침에 아이들을 챙겨 어린이집에 맡기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네요. “출근 전이지만 아이들이 깬 7시부터 일을 시작한 기분”이라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저는 처음에 필자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남편이 새벽부터 운동을 가서 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후반에 가니 아침, 저녁 공평하게 나눠서 가네요. 글의 결말은 제목처럼 맞벌이 도시 노동자의 아이 키우는 어려움으로 끝나는데요. 남편의 힘듦은 나오지 않고, 대부분 필자의 어려움이 나와서 저는 워킹맘 이야기로 읽었어요. 남편이 하는 건 저녁밥 먹으며 콩순이 보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정도에요.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이라면 남편의 이야기가 더 나와줘야 하고, 아니라면 워킹맘 이야기로 중심을 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어려움의 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 드러날 거 같아요. 육아기 단축 근무는 처음 들어봤는데 신기하네요. 단축 근무로도 해결이 안 되는 육아의 어려움 공감이 가요. 어떤 조건이 바뀌어야 아이를 키울 만한 사회가 될까요. 바람일 뿐일지 모르지만 거기까지 논의를 전개해보면 좋겠어요. 다른 사회에 대한 상상은 늘 필요하니까요.
은유 -“남편도 녹초 나도 녹초” “눈 뜨고 눈 감기 전까지 쉴새 없이 할 일들로 채워진 나의 머리는 최근 두통으로 채워졌다.” 이 부분이 맞벌이 부부의 육아 전쟁, 워킹맘의 현실을 잘 함축합니다.
불가사리
“남편에게 집은 휴식처이고 나에게는 일터”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필자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은 집 밖 카페인데 그마저도 시간에 쫓겨야 하네요. 무엇보다 힘든 건 퇴근이 없다는 사실인데요. 이런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일은 안 하시고 가정주부시네요.”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가정주부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남편 역시 도와주겠다며 은연중 가사노동의 전문성을 평가절하하는데요. “집안일을 해냈는데 끝나고 나니 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저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이 이 감정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를 인정, 보상 없이 다니라고 하면 누가 다닐까요. 사례가 충실하고 일터로서 집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요. 결론에서 논점이 남편과 갈등으로 이동하면서 주제가 흐릿해져요. “전업주부는 왜 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지”, “집이 일터”인 나는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는지. 이 주제를 끝까지 끌고 가면 좋겠어요.
은유 -장보기에 관해 “클릭 클릭 주문하는 건 나도 쉬워... 오늘은 뭘 먹을지 간식은 뭘 쟁여놓아야할지 그런 게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 전체가 장보기라고.” 이 반론이 날카롭고 후련합니다.
쑤이
과도한 카페인을 섭취해야 버틸 수 있을 만큼 야근을 반복해야 하는 광고 회사. 일도 바쁜데 클라인언트의 갑질 때문에 더 힘드네요. “역시 광고 회사는 갈궈야 일한다” 직접 들은 말일까요? 너무 무례한 말이라 깜짝 놀랐어요. 이때 상황을 장면으로 보여주면 좋겠어요. 존중 없는 갑질 문화를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전문성 없는 모호한 피드백이 업무를 힘들게 하는 건 맞는데, 그냥 갑이 실력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클라이언트들은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노동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같이 필자만의 해석을 적어주면 좋겠어요. 갈굼보다는 인정과 감사의 표현이 일을 하게 하는 동력이라는 말에 공감해요. 그런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마음이 다 녹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광고회사다”라는 문장의 주어는 ‘나’로 바꾸면 좋겠어요. 모두가 그런지 알 수 없고, 자칫 과잉 일반화가 될 수 있어서요. 그렇게 주어를 ‘나’로 바꾸면 이 일에서 내가 욕망하고 바라는 것들이 드러날 거 같아요. 지금 일터에서 부재한 건 무엇이고, 나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자기 욕망을 중심으로 주제를 잡아보세요. 지금은 시점이 갑 입장이에요. 사람을 ‘다룬다’는 표현도 어떻게 보면 불편하고요. 을인 나의 입장에 서서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는 글이 나오면 좋겠어요.
은유 -이런 동료를 원한다,는 느낌으로 써주면 글의 주제가 더 살아날 것 같아요. 같은 동료인데 종속관계가 갑(질), 을이란 표현으로 공고화 되는 것 같아 속상하네요. 광고회사가 겉에서는 선호하는 직업인데 파트너와 합을 맞춰서 일하는 재미 측면이 살짝 들어가도 좋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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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 올리고 엄청 찜찜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섞여있기도 했고, '너무 힘들게 보이는건 싫은데'와 '쓰고보니 이거 너무 운 좋은 날의 이야긴데?' 싶은거에요ㅎㅎ 감정의 변화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루어지니.. 그 중 '허무함'의 정체를 찾아서 전업주부의 '업'에 대해 조금 더 싶이 들여다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