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조로의 소백산 철쭉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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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님
"아! 의적조로님 아니세요?"
8호선 전철을 타기위해 단대오거리역 지하계단을 내려가는데
웬 묘령의 숙녀분이 아는체를 하는게 아닌가...?
의적조로라고 부르는 걸 보면 e세상에서의 내 이름인데...?? 돌아보니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섹시하면서도 매력적인 몸매며, 야성미 넘치는
그 아름다운 얼굴...어디서 봤을까? 머뭇머뭇 거리는데...
"산행에 가시는 모양이죠? 아직도 절 모르시겠어요?"
좀 서운한 얼굴로 바라보는 이지적인 눈매에 내 마음은 벌써 빨려들고
있었다. 당황한 내 모습을 추스리는데...
"섭하네요. 절 모르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 안녕하세요. 산행에 가시나 봐요?' 말은 하면서도
머릿속은 '누굴까? 어디서 봤을까? 닉은?'..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게 머리
회전을 하면서 『사랑 그리고 행복』카페를 떠 올렸다.
"아! 사랑님이시죠? 인연은 인연인가 보네요. 여기서 만나다니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했다. 공인된 건망증 둔재머리가 어떻게 금방 사랑님
을 떠 올렸는지...? 그래서 더 난처한 실례를 모면 했는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랑님이 동행한 산우님을 소개했다.
지니와 봄비라고 했던가?(돌아서면 잊었는데 추후 안내문에 적힌 명단을 보고 알았음)
지니님의 양손에 커다란 선물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이내 열차가 들어와서
우리는 마주보며 자리에 앉았다. 차만 타면 눈을 감는 버릇이 있어 눈을
감고..사랑님이 이쁘니까 동행하는 산우님도 참 예쁘구나..명상의 날개를
달려는데 벌써 잠실...잠실역에서 내려 지니님에게서 가방을 받아 들고
7번출구 신한은행 앞을 찾아 발걸음도 가볍게 앞서 걸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 자신이 기특해서
첫 출발부터 기분이 참 좋았다. 시체말로 기분이 짱이였다.
호사다마라고..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나만의 독특한 바보 웃음을
씨익 지었다. 하필 지나가던 호박꽃 아가씨가 슬쩍보며 같이 씨익 웃는
게 아닌가? 의미도 모르면서..젠장...
7번 출구로 나와 두리번 거리며 살펴보니 울님들이 벌써 많이와서 기다
리고 있었다. 닉은 모르지만 한 두번 본 듯한 얼굴들이어서 '반갑습니다'
를 연발하며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따뜻한 정감이 혈관을 따라 심장으로 흘러 들었다.
여성 산우님들에겐 눈인사만 주고받고 있는데, 들꽃처럼 청순한 숙녀분이
희고 여린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지 않는가!?
엉겁결에 황송한 마음으로 그 예쁜 손을 덥석 잡아 흔들며 '안녕하세요'
했지요. 그 청순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잡힌 손을 슬그머니 빼며
'가방주세요' 하는게 아닌가? 아뿔싸!! 또 실수!
그 청순녀는 조금전에 소개받은 사랑님 친구 지니님이 아닌가...
가방을 달라고 내민 손을 악수하자는 줄 알고 넘 기쁘고 좋아서 얼른
덥석 잡은 내 손이 얼마나 무안하고 부끄럽던지..호주머니 속으로 들어
가서 한동안 나올려고 하지않아 애를 먹었다..ㅋㅋㅋ 에이! 팔푼이...
사당역에서~구천동,갑사가는길,난듀님~(07:01)
10여분을 더 기다리니 우리를 태우고 갈 두레평화관광 버스가 도착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르니..이내 오늘의 목적지 소백산을 향하여
씽씽 내달렸다. 차안에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마친후 김밥으로 아침식사
를 하면서 담소도 나누며 그간에 아껴뒀던 정겨운 얘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나는 하루살이 生(삶)보다 쬐금나은 홀 짝수 인생인지라 얘기
봇따리가 있을리 없다. 하여 차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수채화같은 자연의
풍광에 마음을 열어주고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단양 휴게소에서 가을사랑님,달래강2님~외 타시고~
희방사 주차장
얼마만큼 갔을까..? 단양 휴게소에서 가을사랑님을 비롯 몇분을 더
태우고 축령고개를 구비구비 돌아 넘으니 이내 희방사 입구 종착점이다.
가방을 챙겨 둘러메고 소백산 능선에 곱게 피어있을 철쭉아씨를 보러
산행을 시작했다.
희방폭포에서~햇살님과~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공공기관 감사들이 국민혈세로 단체관광을
갔다 온 이과수 폭포가 부럽지않은 희방폭포가 하얀 포말을 하염없이
생성하며 떨어지는 커다란 물기둥은 우렁찬 굉음과 함께 뽀오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오르내리는 산우님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었다.
신비에 가까운 주위경관과 어우러져 장엄한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
는 희방 폭포를 배경으로 저마다 한컷씩 추억을 담아낸 후 곧바로 천국
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백여 미터나 올라 갔을까? 숨이 가빠오고 땀이 비오듯 했다.
기를쓰며 6백여 미터쯤 오르니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숨이 턱에 차
헉헉 댔다. 직벽에 가까운 암릉이 8백여 미터라고 알고 왔는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다. 천국의 계단이 아니라면 누가 이 고생
을 하면서 지옥같은 계단을 이를 악물고 올라가느냐 싶다.
소백산에천문대~↑
숨이 탁탁 막히고 입에서 쓰디쓴 단내가 날 즈음에...'다 왔어요!
조금만 힘내세요!' 라는 미리내 방장님의 목소리가 천국에서 들려오는
듯 아련히 귓전을 스쳐갔다.
앞사람 발 뒤꿈치만 보고 죽을 힘을 다해서 따라 올라가던 의적조로에겐
구원의 목소리와 다름없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1차목적지 천문댑니다.'
이번엔 구원의 목소리가 좀더 크고 가깝게 들려왔다.
진정 천국에서 들려오는 구원의 목소리가 아니고 무엇이랴!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미리내님이 양팔을 벌려 손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허공에 우뚝서서 양팔을 벌려 흔드는 모습이 영화에서 본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형상과 너무나 흡사했다.
갑자기 힘이 용솟음치며 마지막 계단을 넘어 암릉을 돌아서니 시원하게
펼쳐진 분지가 나타났다. 우측으론 급경사진 잡목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능선 좌측으론 완만하게 경사진 분지엔 온통 철쭉 군락지로 이뤄져
꽃이 만개 했다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것 같았다.
죽을 힘을 다해 천국의 계단을 힘들게 아주 힘들게 올라와서 철쭉꽃이
만개한 하늘정원을 봤다면 누구나 탄성을 지르며, 힘들게 올라온 것을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북서쪽으로 3백미터쯤 떨어져 있는 천문대는 고성처럼
아름다웠다.
이맛을 어떻게 설명을 할까요~~~? ↓
점심식사후 단체사진도 찍고~평평한 분지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거나 레크레이션을즐기는 클럽들도 많았고 정상에 우뚝 선 표지석을 배경으로 추억을열심히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로 북적댔다.산사랑회도 정상부근 마루바닥에 자리를 깔고 각자 정성껏 마련해 온성찬을 꺼내 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멸치고추졸임도 나오고 무공해상추쑥갓 풋고추 엄마손된장 김치 묵은지 소백산 참취 산나물까지..그야말로 웰빙 식품이 즐비하게 야외식탁에 올려졌다.복분자 가시오가피 매실주 참이슬 토속막걸리 석류로 빚은 감로주까지올려지니 자연속에서의 성찬이 임금님의 수라상을 부러워하랴.주거니 받거니 서로서로 권하는 풍요로움 속에 먹지않아도 배가 불러왔다. 그래도 소백산 철쭉산행도 식후경이라 했다.무공해 상추에 소백산 취나물에 고기를 듬뿍 얹어 꾸역꾸역 입에 쑤셔넣었다. 배부르고 근심걱정을 신선한 무공해 초록바람에 날려 보내니여기가 곧 무릉도원이요 천국이 아닐손가?천문대 정상에서의 만찬을 끝내고 소백산 표지석 앞에서 단체사진을찍고, 수줍게 얼굴을 살짝 내밀고 배웅하는 철쭉아씨의 손짓을 뒤로한채 제1연화봉을 향하여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조로님과 까시김~~ ↓
연화봉에 철죽 꽃망울~운무가 몰려오는 천문대 능선에서 바라보는 시야는 고작 2~3킬로미터내외인상 싶다.운무에 싸여 보이지 않는 원적봉에서 부터 몰고온 싱그런 자연의상쾌 통쾌한 이 맑은 공기를 심호흡을 크게하여 원없이 들여 마셨다.이 대자연속에 들어와서 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이것에 익숙해지고나면 다른 풍토는 권태롭고 위선적이고 딱딱하고 숨막혀서 도저히못살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늙으신 시골 부모님이 어쩌다서울 자식집에 왔다가도 하루를 못참고 내려가는 모양이다.천문대에서의 조망을 끝내고 좌측 잡목 숲 사이로 난 좁고 울퉁불퉁한너덜길을 지나 20여분간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진오름길 능선을 돌아서니 갑자기 탁-트인 구릉이 나오고 다시 계단을따라 백여미터 내려가니 연화봉 배꼽쯤되는 평평한 분지에서 먼저 와쉬고 있는 구천동 일행을 만나 겸사겸사 두발로 자가용의 시동을 끄고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천문대쪽 보다는 못하지만 여기도 철쭉군락이꽤 많이 분포되어 있다.이곳 철쭉은 그래도 사춘기 소녀의 미소처럼 통통한 꽃망울마다 발그레한얼굴을 수줍은 듯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저 꽃망울이 수줍음을 떨쳐버리고 활짝 피어나면 처음 사진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룰것이다. 천상천하 아름다움의 극치를 못보고 가는것이못내 아쉽지만 어쩌랴...내 복이 이뿐인것을...한숨 돌린후 비아그라쵸코렛 서너알씩 나눠먹고 다시 제1연화봉 계단을올라갔다. 오늘 천국의 계단을 원없이 밟아본다. 힘들게 올라간것 만큼기쁨도 컸다.햇니미님 열심히들으시네~~~
햇니미↑희방폭포에서부터 제1연화봉까지 오는 동안 햇살과 햇니미가 구름뒤에숨어주어 한결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햇니미 햇살님...이제 힘든데는 다 지나와 연화봉에 올라서니 그제야 구름사이로 햇니미얼굴을 내밀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햇살을 조금씩 비춰주기 시작했다.
비로봉에서 조로↑
비로봉배경으로 의적조로,코모님부부,삼성산부부~(16:45)
제1연화봉과 비로봉 사이에 완만하게 펼쳐진 드넓은 구릉지(丘陵地)는
흡사 엄마의 젖가슴처럼 온화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어 비로봉에서 부터
딩굴며 내려와 그 넓고 포근한 가슴에 묻혀 한잠 푹 자고가고 싶다.
태백산이 아버지처럼 중후하고 웅장한 포용력을 지닌 산이라면 소백산은
사랑으로 감싸주는 포근한 엄마 마음같은 순한 산이다.
주목군락지에서 코모님 부부↑
다리안 폭포계곡↑
엄마 가슴처럼 평편한 구릉지를 가로질러 주목 감시소를 뒤로한체 다시
완만한 내리막 길을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살아 천년..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 군락지가 반겼다.
最高 또는 最古의 동양화를 보는듯 감동의 연속이었다.
날로 발전해가는 IT문명속을 벗어나 3~4시간을 달려오면 이렇게 이천년
을 사는 주목도 보개되고 꿈과 낭만과 자유의 여지가 남아있는 다리안
계곡을...한폭의 동양화속을 거닐수도 있는데...이곳에서는 아직도 가난이
수치스러움 대신에 어떤 낭만을 품고 있는 우리 인간의 육신의 고향이
아니던가...고향에 오면 그저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한것을.....
다들~ 한잔더~~~ 하는 분위기 같지요? ㅎㅎ↓
그러고 보니 수많은 각양각색의 산우님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평화롭고
자유스럽고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그들중 어찌 한두사람은 근심걱정이 없으랴마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복잡다단한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정신건강이나
육체건강이나 좋을것이다.
개인주의적이고 향락주의적인 계산된 삶과 무엇에 쫓기는 듯한 여유없는
도시의 생활리듬을 깨부수고, 인형의 집을 뛰쳐나온 로라처럼 싱그런
초록장원의 대자연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자.
하얀 철쭉꽃속에핀 두송이 人花! 너무 예쁘시당.↓
그러자..조로가 설사 10년을 앞서 살아가지만 마음만은 햇니미 까시김
누야보다 30년은 더 젊게 살아가자. 산에 한번 오를때마다 내 마음은
1달씩 젊어지는 기분이니까 지금부터 누야보다 120번만 더 오르자.
주차장에 도착하여 허기에지친 배를 채우고~
모든님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공상 망상 상상을 하며 내려오니 지루하게 느껴질 다리안 계곡도
짧기만 하다.
어느덧 한잔한 조로 얼굴처럼 붉게 물든 해는 서산마루에 걸려있고
갈 길 바쁜 산사랑 울님들도 서둘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속받고 싶어 다시 인형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생음악이 울려퍼지는 두레평화관광 버스는 어둠을 뚫고 일로 서울로
서울로 달리고 있었다. -끝-
**아들네미 집에간 마눌한테서 호출이 와서 서둘러 마무리 했습니다.
님들 글에 꼬리도 못달고...
게으른자는 석양에 바쁘다는 말...진리인것 같에요..
울님들 낼모래 봐요...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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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조로님 기억력 대단하시네요.. 후기글 읽으면서 또다시 갔다온 느낌인걸요..함께 산행해서 즐거웠구요 늘 건강하세요
이번에도 햇살님 덕택을 톡톡히 봤습니다..제1연화봉을 오니까 햇살을 쬐금 비춰주시데요..비로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니까 햇니미 방긋 웃으시고 찬란한 햇살이 다리안 계곡에 쏟아지더군요...즐건산행을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재미있게 후기를 쓰셨네요 ^^ 사진과 함께 잘보았습니다 건강하세요^^*
영광입니다..시인님께서 꼬리를 달아주시구...쬐금 덜 바쁘실때 함께 산행을 하시길요..건강하세요
의적조로님? 잘들어가셨지요? 섬섬옥수 처럼 아름답게 수놓아진 산행후기 글 감명깊게 읽고갑니다,,, 항상건강하세요,감사드립니다,,,,,
꽃무릇님 밝은미소 가슴에 새겨 뒀지랑요..꽃무릇님처럼 조로도 항상 미소지며 살려구요..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부러움으로 가득찬 마음을 어찌 알리요 좋겠수다 멋진산행도 산행이지만 ~~~글이 너무 재미있네요 표현도 잘 구생했고~~ ㅋㅋ대고웃으며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이라도 잘달아야지~~어쩌겠수 가만히 앉아서 유명산구경 다하고있으니 고맙지 않을수가 없지유~~~~~~~~
생골님! 오랜만에 꼬리에서 뵙네요..매번 요로코롬 예쁜 꼬리도 달아주시고..넘 감사해유..한 번 산행에 나오세요..뵙구싶어요..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