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본부장으로 내정되었던 고위 검찰 출신 정모 변호사가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재학당시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하는 사태가 있었다.
낙마할 시점이 공교롭게도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리에 방영되어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검찰 출신의 연이은 고위직 등용으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데 또 검찰 출신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국수본 본부장에 임용되는 것을 국민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려던 후보자의 아들이 고교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고,
아버지의 막강한 권력으로 이를 무마했다는 데 대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이 부족했고 소송을 통해 가해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노력했던 사실이 알려졌고,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했고 학업을 중단했는 데도
정변호사의 아들은 서울대에 진학한 것이 알려지며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대통령은 일단 임용한 인물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비판이 쏟아져도
그대로 밀고 가는 소신이 있다.
그런데도 임명 직전 후보를 사퇴하게 한 데 대해서는 대통령실 쪽에서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동료 또는 선후배 사이에서 폭력이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대 교육이 시작된 이래 학교내에서 폭력은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러나 ‘80년대까지 교내 폭력은 대부분 일과성(一過性)으로 개인 간에 발생했다.
따라서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는 예는 드물었다.
필자의 초임 교사 시절 중학교에서는 애들끼리 싸움, 흡연, 무단 가출,
학급내 도난 등의 문제를 제외한 사안이 발생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70년대 - ‘80년대에 일본에서 이지메(집단 괴롭힘)라는 것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필자가 ’82년에 상담교사 자격 연수를 받았는 데 이때 일본의 이지메 사례가 소개되었다.
당사 강사는 일본에서 발생한 사회현상이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데
우리나라에서도 곧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제작된 단편 영화가 상영되었는 데 재일동포 중학생이 급우들에게
집단 괴롭힘(이지메)를 당하다가 자살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급우들 대부분이 집단으로 주인공을 괴롭혔는 데 오직 한 일본인 학생만이
그의 친구가 되고 편이 되어 주었지만 드러나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호하지는 못했다.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주인공은 마침내 극단적 선택을 하고만다.
‘80년대 말부터 이지메가 우리나라에서도 학내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일부 학교에서만 문제가 되었지 학교 전체의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다.
’90년대부터 학교 폭력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시 대규모 학교에서 문제가 되던 것이 점차 소규모 학교로 확대가 되고
초등학교에까지 문제가 확산되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필자가 ‘93년 춘천에서 근무 연한이 만료되어 농촌지역인 양구에서 근무를 하다가
’99년 춘천으로 근무지를 옮겼는 데 이때 학교 폭력 문제가 교내의 큰 문제로 대두되어 있었다.
교육 계획에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이 포함되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시청각 교육,
결의대회, 특별강좌 등이 실시되었다.
또 교사 연수도 실시되는 등 학폭 근절을 위한 교육당국의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큰 효과는 없었고
교내 학폭 문제는 점점 심화되었다.
‘99년 필자가 마지막 담임을 맡았을 때 학교폭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있었다.
학교 폭력 예방이 담임의 주된 업무의 하나가 되었다.
담임반 학생이 학폭 피해를 당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를 불러 훈계와 설득을 하고
때로는 강한 처벌을 하겠다고 협박(?) 하기도 하였다.
이때 이미 교내에서 해결이 어려워 경찰이 개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70년대, ‘80년대에도 교내에서 급우간 폭력 사태가 있었다.
이때는 주로 힘겨루기나 서열 다툼이었고 일대 일의 다툼이었지 집단적으로
어느 한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90년대부터는 폭력이 특정한 피해자를 향했고 집단적으로 행해졌고 금품 갈취나
강제심부름을 시키는 등 폭력의 모양과 형태가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였다
2002년 읍면지역 학교에서 근무를 했는 데 학생부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소규모 학교라 상대적으로 사안 발생은 적었고 대부분 사소한 문제였다
그러다가 큰 사안이 발생했다.
청소년 업무 담당을 하는 여자 경찰관에 보호하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보육원 출신으로 오갈 데가 없는 아이였는 데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사정이 하도 딱하여서
자신이 데리고 있었다.
이 학생이 전입을 왔는 데 보호하는 여경의 모습에 감동을 했고 전입을 받아주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의 소지품이 도난을 당한 것이다.
소지품을 찾기 위해 30명이나 되는 급우들을 모아 협박을 하였다.
(학교를 중퇴한 후 2년간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복학하여 급우들보다 두 살이나 위였다)
얼마 후 교내를 순시하던 교사가 체육시간에 다른 학생의 사물함을 뒤지던 학생을 발견하고
조사를 했는 데 그 학생이 도난한 물건 중에서 위의 여학생의 도난당한 물건이 발견되었다.
이 물건 중에 학생의 보육원 시절 어릴 때의 사진이 있었다.
이 사진은 그 학생에게는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추억을 도난당했으니 이를 찾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찡하였다.
이 일이 부모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보호하던 경찰관이 와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후 이 학생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
급우들의 핸드폰의 서비스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요금을 떠넘긴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강원도 교육청 홈피에 이 사안을 올리고 지역신문에 기사를 제공해서 보도까지 되게 한
학부모가 있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시 교육청 장학사가 조사를 나왔고 평소에 필자를 보고 선배님 선배님 하던
그가 마치 경찰이 피의자 조사를 하듯이 사안의 성격과 대처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다.
이번에도 보호하고 있던 경찰관이 와서 사과를 하고
아이들의 피해 금액을 모두 변상하여 주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였다.
이때 필자는 여경이 흘리는 눈물을 보았다.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데도 고아인 학생을 보호하고 후견인 역할까지 하는 여경의 모습이 천사로 보였다.
그러나 이 여학생은 후에 또 말썽을 부렸고 어쩔 수 없이 대안학교로 전학을 보냈으나
이 학교에서도 또 급우들의 핸드폰 서비스를 강제로 이용하다가 기숙사에서 쫒겨 났고
결국은 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3년 행정구역은 춘천시지만 벽지에 해당하는 면지역 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2004년부터 3년간 학생부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필자가 근무한 학교는 전교생이 40-50명의 소규모 학교여서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의
문제는 강건너 불이었다.
관내 학생부장 회의에 참석하여 보면 시내지역 큰 학교에서는 학폭과 집단 따돌림 문제가
심각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회의에 경찰관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에서는 학폭 문제를 선생들이 교내에서 자체 해결하려 하지 말고 경찰에게 이관하라고 했다.
이미 학교 폭력 문제가 교사가 교육적으로 해결하거나 교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심지어는 시내 어느 학교 학생부장은 학폭 해당 학생을 강하게 다루었는 데
학생부장의 집에 돌이 날아오고 장독이 깨지는 일까지 생겼다고 하여 심각성을 더하여 주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시내에서 말썽을 부리던 녀석이 강제 전학을 와서 긴장을 했으나
동조할 학생이 없자 조용히 지내다가 무사히 졸업을 한 사례도 있었다.
필자는 운좋게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여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문제에서 비껴나는
행운(?)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때는 학생부장은 기피 보직이 되었고, 교육청에서는 학생부장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해외 연수까지 시켜주어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연수에서 제외되기만 했던
필자가 처음으로 중국에 다녀오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였다.
필자가 재직할 때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수많은 대책이 나왔고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시행하기 위해
부심하였지만 학폭사태는 근절되지 않았고 점점 더 장기화 지속화가 되었고
다수가 소수에게 집단적 폭력이나 따돌림을 행사하고 수법이 점점 잔인하여져서 마침내
현재의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마침내는 교육문제를 떠나 정치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게 되었다.
한번으로 글을 마무리하기에는 분량이 길어져서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게시물에 올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