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자의 봄>, 위선주(이혜영 분)의 스타일은 꽤 훌륭하다. 웬만큼 큰 키와 마른 몸을 동시에 갖지 못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스타일인지라 언감생심 ‘나도 저렇게 한번 입어 볼까?’ 하는 생각은 꿈에도 하질 않지만, 다음 생에라도 저런 몸으로, 저런 직업을 갖고 태어난다면 꼭 한번 입어보리라, 다짐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의류 브랜드까지 론칭 했을 정도니 이혜영의 패션 감각이야 어디 웬만할까마는, 요즘 <달자의 봄>에서 선보이고 있는 스타일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그녀의 스타일 중 단연 으뜸이다.
위선주의 보브 컷 VS 오달자의 꼬불 파마
<달자의 봄>에서 이혜영은 실루엣이 풍성한 블라우스에 하이 웨이스트 S 라인 스커트를 매치한 다음, 진주 목걸이처럼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액세서리를 곁들임으로써 화려하되 유치하지 않은 룩을 완성시킨다(<환상의 커플> 1,2회에서 안나조가 선보였던 룩과도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화려한 옷차림과 대조적인 헤어 스타일. 볼륨이 살아 있는, 깔끔하고 지적인 보브 컷은 그녀의 룩이 화려함의 경계를 넘어 천박함으로 치닫지 않게 해주는 성능 좋은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달자(채림 분)는 이상하다(여기서 ‘이상하다’는 “어우, 쟤 이상해(그래서 싫어)!” 보다는 “거 참 이상하네” 할 때의 ‘이상하다’에 가깝다). 그리 칭찬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쩜 저렇게 입었나?’ 싶을 만큼 옷을 이상하게 입는 것도 아닌데 아주아주아주(X100) 촌스럽다. 좌충우돌, 정돈 되지 않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달자의 옷차림 역시 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일 자체도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을 뿐더러(서스펜더 달린 귀여운 7부 팬츠와 로맨틱한 프릴 블라우스, 시크한 화이트 셔츠 사이를 마구 넘나든다) 프릴이 전면에 달려 있는 블라우스에 니트 베스트를 덧입는 식으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을 마구 섞어 입으며, 컬러 조화에도 별반 신경 쓰지 않는다. 거기에 막 파마 로트를 푼 것 같은 꼬불꼬불한 파마 머리가 화룡점정, 방점을 찍는다. 결국, ‘과대 촌스러움’의 원인은 헤어스타일인 셈. 심심할 때 한 번씩들 해 보시라. 얼굴(머리)까지 같이 볼 때 100만큼 촌스러웠다면, 얼굴을 가리고 보는 달자는 30만큼밖에 안 촌스러울 것이다.
헤어 스타일이 고급스러움과 촌스러움을 가른다.
헤어 스타일 때문에 더 멋져질 수도, 더 촌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인 셈인데 이렇게 끝내기가 왠지 서운해서(사실 A형 특유의 소심함 발동, ‘흥! 헤어 스타일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라고 누군가 생각할까 두려워서) ‘스타일’ 칼럼 시작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학구적인 느낌을 풍긴다는 이유로(사실 그녀는 요즘 패션 에디터들 사이에서 화보 섭외 순위 1,2 위를 다투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수많은 헤어 스타일리스트를 제치고 이혜영 실장 당첨! 저, 뜬금없이 이런 걸 여쭤봐서 죄송합니다만, <달자의 봄>에서 이혜영과 채림의 헤어 스타일을 어떻게 보십니까?
“부스스한 파마 머리의 경우 웨이브 정도와 두께에 따라서 느낌이 굉장히 달라지는데 (채림 씨처럼)웨이브가 강하게 들어가면 촌스러운 느낌이 강해집니다. 그나마 얼굴형이 가늘고 긴 사람이라면 좀 괜찮지만 둥글거나 넙적한 얼굴의 경우 더욱 억척스럽고 촌스러워 보이죠. 반면 곡선적인 느낌과 직선적인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구조적인 실루엣의(이혜영씨 스타일의) 보브 커트는 지적인 느낌을 연출하기에 좋은 머리 모양이지요. 특히 얼굴이 긴 사람일수록 옆선이 확실하게 살아 있는 스타일의 보브 커트가 잘 어울립니다.”
흠흠. 그렇단 말씀. 마음씨 착하고 순수하지만 좌충우돌, 인생 자체가 잘 정리되지 않는 달자에게 S라인 스커트에 보브 컷(<카이스트> 시절 커트 머리의, 귀엽고 예쁘고 멋있던 채림을 기억하시는지!)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1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강철 파마까지 시킬 필요야 없지 않았을까? 좌충우돌하는 30대 노처녀이긴 해도 달자가 억척배기 아줌마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달자의 봄> 만드시는 분들, 혹시 ‘30대 노처녀=억척배기 아줌마’란 생각을 갖고 있는 거예욧? 버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