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뇌과학으로 조명한 '자아와 무아' - 故 김성철교수 <2022>
불교학자 故 김성철 교수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서울대 치대를 나와 치과의사를 하다가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불교를 전공했다.
치대 동기로 치과의사인 부인에게 “2년만 불교책을 원 없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떠난 길이 본업이 됐다. 2000년부터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불교학회장을 지낸 김교수는 2023년 2월 정년퇴직했다.
그는 서울대 사대 학장과 서울대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를 지낸 선친 김종서 교수가 가끔 모시고 온
呑虛 스님을 어린 시절 집에서 만나곤 했다.
성인의 풍모지만 겸손하기 그지없이 ‘하심 下心’(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으로 일관했던
탄허 스님의 모습은 어린 그에게 깊게 각인됐다고 한다.
그는 고교 2학년 때까지 그림에 심취해 미술반 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려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 치과의사는 몇 시간만 일하면
나머지는 원하는 불교책도 원 없이 읽고, 참선도 할 수 있다”는 어른들 말에 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래서 치대를 다닐 때도, 치과의사로 일 할 때도 틈만 나면 불교책을 보고 참선을 했다.
그렇게 열망했던 공부이기에 그는 삶을 위한 ‘불교학’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제2의 붓다’로 불리는 용수의 중관학으로 석·박사를 했다.
용수는 그에게 직업인으로서 불교학자가 되기에 앞서 삶의 길을 제시해줬다.
김 교수 연구실은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치과의원의 한 귀퉁이에 있었다.
댓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도 오직 연구에만 몰두했던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오타쿠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술도 끊고 오직 연구에만 힘써 온갖 학술상을 휩쓸었던 그는
분노와 탐욕, 교만과 같은 감성적 번뇌를 치료하는 데도 붓다의 가르침을 최고의 처방으로 제시했다.
그는 금강경에서 강조하는 ‘반야’(깨달음의 지혜)를 절대부정으로, 화엄경의 화엄을 절대긍정으로 비교한다.
김 교수는 백과사전과도 지식뿐 아니라 현대사회에 응용할 무궁무진한 불교적 지혜를 보여주었다.
동국대 불교학 교수로 정년퇴직을 하면서 ‘불교적 심신의학과 생명윤리’, ‘체계불학 - 신념체계로서의 불교학’을 펴냈다.
그는 지병이었던 심장질환으로 2023년 11월 23일에 無常한 육신의 껍질을 벗고 自證分의 本性 자리로 열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