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성형미인

성형 미인                                                                                                                       이 정 미   미인이라면 자연 그대로 생긴 모습에 의한 자연 미인이어야지 성형수술 덕에 미인이 된 성형 미인이라면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사치스러워 보인다. 나는 살아오면서 성형수술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은 없으나 성형수술이 성행하고 있는 이 시대에 그에 얽힌 우리 사회 문제와 내 생각을 펼쳐보고자 한다.   1996년도에 그룹 가수 노이즈의 <성형미인>이란 노래가 나왔었다. “♪요즘 세상엔 왜 그리도 많은 미인이 사는 걸까. 그저 여자라 잘해준 것 뿐인데, 자길 좋아하는 줄 알고, 고친 얼굴인 줄 알고 난 예쁘단 인사치레를 했었는데, 지가 정말 예뻐 그런 줄 알고 더 이쁜 척을 하려하지 어이없게 (중략) 모두 다 수술을 해서라도 성형을 하려하고 자기가 원래 본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 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 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 그럴 땐 남자 집안 탓을 하면서, 꼭 그렇게까지라도 해서 모두다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 (하략)”   노래 내용은 성형 미인 자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얼굴이 예쁘다는 찬사에만 얽매여 사는 여성들의 그릇된 가치관을 비꼬고 있다. 이처럼 성형미인이란 말에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담겨 있다. 그런데 노래에서 보듯이, 성형 미인은 자신의 현재 얼굴에 아무리 만족한다 해도 수술 전의 원래 진짜 얼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성형 수술을 한 후 결혼하면 그 자녀의 얼굴은 엄마가 성형수술하기 이전의 얼굴을 닮으니 말이다. 얼굴을 고친다 해도 유전자까지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기왕이면 잘 생겨야 탈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편견이 지배해왔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과 맛있는 음식도 좋은 그릇에 담겨야 먹을 맛이 난다는 것처럼. 구인공고에서 여자는 용모 단정에 키 몇 센티 이상의 조건을 달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국가적 인권 차원과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으로 그 조항은 공식적으로는 없어졌다. 그래도 면접에서나 맞선 보는 자리에서도 뚱뚱한 사람과 못 생긴 사람을 개인적으로 거부하는 풍조는 여전하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선 성형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못 생긴 사람을 거부하고 있다. 얼마 전 TV에서 몰래 카메라로 하는 실험 장면을 보니, 잘 생긴 여자가 도움을 요청하니까 사람들이 마구 모여들고 반대로 못생긴 여자가 요청하면 극소수만 모여들었다.   이런 사회 풍조 탓에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성형 수술을 받고자 한다. 부모가 물려주신 몸, 머리털, 피부 등을 곱게 간수하는 것이 효도가 된다는 옛말이 무색해 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 할 때에 잘 생긴 사람, 못 생긴 사람 그리고 날씬한 사람, 뚱뚱한 사람으로 흑백 가르듯 구분하는 습관에 얽매여 있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이런 노랫말은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 못 생긴 사람이 제 아무리 당당함을 마음 속에 지녀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성형수술 자체에 대해 사치성 의료행위라고 함부로 비판할 수도 없다. 성형수술이란 의학이 세상에 나온 것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코가 없다든지 들창코라든지 얼굴의 일부가 심하게 망가져서 남이 보아주기에 부담스럽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에게나 필요한 의료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형미인이 되고 안 되고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취직 때문에 성형 미인이 되었든, 남의 이목보다는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서 성형 미인이 되었든, 미인은 미인인 지라 당당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성형미인이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해 나는 뭐라고 답변하기는 난감하다. 이 사회가 못 생긴 사람을 꺼려하면서도 성형미인이 되는 것 역시 사치스런 행위로 바라보는 한에서 못 생긴 사람에게 어떤 선택을 하라고 권하기에는 애매하기도 하다.   굳이 성형미인의 길을 택하지 않아도 못 생긴 얼굴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고인이 되신 개그맨 이주일씨는 살아 생전에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유행시켰다. 나는 메스콤에서 대중을 압도하는 그분의 평소 밝은 표정으로 그분 얼굴이 못 생겼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았었다. 1993년 무렵에 모델 김동수씨는 그녀의 못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톱 모델 생활을 했다. 그 분은 얼굴 외에 다른 면모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꾸었다. 쎙떽쥐베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보면 주인공 왕자가 애정을 가지고 어느 장미를 돌보고 바라보다보면 그 장미는 그 왕자만의 길들여진 장미가 된다. 이처럼 추한 것을 추하지 않게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얼굴의 추함을 감출 수 있다는 경우를 직접 겪어보았다. 오래전 내가 대입재수학원에 다녔을 때에 만난 어느 수학선생님은 얼굴이 무척 못생겼다. 넓적한 얼굴에 두툼한 입술과 들창코 등등 해서 전체 이목구비의 조화가 영 안 맞아서 혐오스런 인상을 풍겼다. 그런데 그 선생님의 강의를 계속 들으며 개인적으로 상대하다 보니 그런 인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 선생님은 늘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명랑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휘어잡고 사람들을 잘 대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 선생님의 혐오스런 인상은 나로선 그다지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놀랍게도 사모님은 미인이셨다. 그 후에도 나는 그런 분들을 몇 몇 겪어보았다. 못 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며 늘 열심히 살고 명랑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다보니 얼굴에서도 예쁜 모습이 저절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나는 살면서 보아왔다. 그런 분들은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성형미인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늘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얼굴에 그런 결과가 나타나서 저절로 미인이 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나만의 억지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