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을 받은 최초의 서비스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페덱스(fedex)라는 기업이름은 오늘날 물건을 밤사이에 택배로 보낸다는 뜻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창업한지 10년이 채 못되어 10억 달러의 매출을 돌파하고, 그 후 13년 만에 매출규모 100억 달러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 있는 품질혁신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자전거 바퀴살에서 얻은 사업 아이디어
1965년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과목을 수강하던 프레드 스미스라는 대학생은 자전거 바퀴에서 착안하여 새로운 화물수송 시스템에 관한 학기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미국 내 인구분포의 중심지역에 화물집결지(허브)를 만들고, 모든 화물들을 일단 여기에 모은 다음 재분류하여 자전거 바퀴살(스포크) 모양으로 미국 전역에 배송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북동부에 있는 볼티모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도 워싱턴으로 물품을 보낼 경우에도 중부에 있는 허브를 경유해야 한다는 것이 넌센스라고 생각한 그의 지도교수는 C학점을 주었으나, 프레드 스미스는 이를 토대로 화물택배라는 새로운 거대산업을 창조하였다. 두 지점간 최단거리 수송을 중시하던 30여년 전의 ''단선적'' 물류개념으로는 납득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대학 졸업 후 2년간의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스미스는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당한 규모의 재산과 벤처사업가로 부터의 융자 및 자기 돈 400만 달러를 투입하여 페더럴 익스프레스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는 미국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는 멤피스를 허브(hub)로 선정하였는데, 지리적으로 중심에 있다는 이점 외에도 멤피스의 기후조건은 공항설립에 있어서는 최적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날씨 때문에 공항업무가 마비되는 일은 거의 없다.
1973년 4월 17일 페더럴 익스프레스가 업무를 시작하였을 때는 Falcon20이라는 소형 항공기 8대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수송선단이었다. 1973년 3월 12일을 최초 시험비행일로 선정하고, 달라스에서 신시내티를 잇는 11개 도시망을 연계하였으나 화물 운반량은 겨우 6개에 불과하였다. 그후 공식 출범일자인 4월 17일에는 뉴욕州의 로체스터에서 플로리다州의 마이애미까지의 25개 도시를 잇는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이때 또한 186개의 화물 밖에 수송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설립 25년이 경과한 오늘날 610대의 항공기로 세계 325개 공항을 연결하는 115억 달러 매출규모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페더럴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을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페덱스(FeDex)라고 줄여서 사용해 오던 중, 94년 기업이미지 통합작업(CI)의 일환으로 아예 회사이름을 페덱스로 변경하였다. 영업 첫날 186개의 짐꾸러미를 날랐던 페덱스의 수송량이 오늘날 하루 평균 300만개로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올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다.
사람-서비스-이윤의 기업철학
페덱스의 기업철학은 아주 간결하나 그 힘은 놀랄만하다. 그것은 ''사람(People)-서비스(Service)-이윤(Profit)''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P-S-P의 세가지의 순서에는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가 사람(종업원)들을 지성(至誠)으로 보살펴 주면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면 고객들은 회사의 미래를 확실하게 다지는데 필요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P-S-P철학의 첫 번째가 종업원(People are first)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주목하라. 고객만족의 출발점은 종업원만족이다. 품질의 서비스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의 인간적 측면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스미스회장의 지론이다.
페덱스가 지금껏 무해고(無解雇)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지금껏 노조가 없는 회사로 유명한 것도 종업원 제일주의의 덕분이다. 페덱스의 이러한 철학은 공정대우 보장 프로그램(GFTP)과 서베이-피드백-액션(SFA) 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뒷받침되고 있다.
공정대우 보장 프로그램 (GFTP)
GFTP(Guaranteed Fair Treatment Program)는 페덱스만의 아주 독특한 제도이다. GFTP는 회사 내 어떤 직원이든지 부당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필요한 경우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상급자의 잘못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3단계로 되어 있는 이 제도의 탁월한 특징은 이 절차 가운데 상위의 두 단계는 동료들에 의해 재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당시 전직원 수가 8만 8천 명이었는데 이 제도를 통해 처리된 불만이 연간 약 2천 건이나 되었다는 것은 이 제도가 꽤 자주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GFTP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화가 난 직원은 자신의 바로 위 상사에게 자신의 불만을 접수시킨다. 그러면 이 관리자는 이른바「관리자심의회」라는 것을 열어 경영관리직 가운데 하위직급의 두 단계에 위치한 사람들로 하여금 불만을 가진 직원과 문제의 전모를 조사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의 결정에 해당 직원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는 다음 단계에 불만처리를 호소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 직원이 소속돼 있는 사업부의 최고책임자가 심의에 나서게 된다.
이 사업부의 최고책임자는 상정된 불만사안에 대해 나름대로 청취하고 조사하여 이 건을「동료심의이사회」에 회부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나름대로 가부간 결정을 내리든지 하게 된다. 동료심의이사회라는 이름은 사건에 대한 판결을 맡을 5명의 위원들 중 3명을 불만을 제기한 직원이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직원이 자신의 불만이 정당하게 처리되지 못했다고 느끼면 그는 최종단계인 세 번째 과정에 문제를 상정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스미스 회장이 직접 관여하게 된다. 최종심의이사회에는 대표이사인 스미스와 생산담당 이사, 관리담당 이사가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추가적으로 두 명의 이사가 돌아가면서 참여하게 된다. 최종심의이사회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데 앞에서의 경우처럼 이 이사회도 특정 사안을 동료심의이사회에 회부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판결 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GFTP의 과정들은 어떤 단계, 어떤 사건에 대해서든 직원에게 불리하게 내려진 당초의 결정이 과연 회사규칙이나 방침에 비추어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따지는 것이지만 그간의 사례들을 보면 페덱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판결을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이 제도가 적용된 사례 중 하나이다.
어떤 한 직원이 규정상 회사에 무기를 가지고 올 수 없게 되어 있는데도 자신이 타고 다니는 트럭에 엽총을 싣고 출근을 했다가 해고당했다. 이 직원은 마침 그 전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 한 마리를 잡았고 그는 그것을 트럭에 넣고서 다음 날 출근했다가 퇴근 때 푸줏간에 들를 작정이었다. 이 직원은 아침 6시 반에 출근하여 사슴을 그늘진 곳에 두고자 발송계 직원에게 자기 트럭을 회사 옥내 주차장에 넣어 줄 것을 부탁했다. 주차를 해 주던 발송계 직원이 트럭 안에 있던 엽총을 발견하고 부서장에게 보고하게 됐다.
부서장은 문제의 직원을 불러 전후 사정을 물었고, 그 직원은 전날 저녁 사슴을 잡은 것에 너무 흥분해서 엽총을 치워놓고 출근하는 것을 깜박 잊었다고 해명했다. 엽총은 장전돼 있지도 않았고 트럭 안에는 탄약도 없었지만 부서장은 그를 해고했다. 그는 직원의 말을 그대로 믿었지만 어쨌든 그 직원은 회사 규정을 어겼고 규정을 어긴 이상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직원의 해고취소 청원은 위의 불만처리과정 중 맨 마지막 단계인 최종심의이사회까지 올라갔고 여기서 그의 해고결정은 번복됐다. 최종심의이사회는 그 직원의 해명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직원은 회사로부터 경고를 받고 30일 간의 무급휴직에 붙여졌다.
우리는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이러한 회사 내의 항소제도가 상급관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게 만든 문제의 직원을 더욱 차별대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질 수 있으나, 보복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면 해당자는 즉시 해고되기 때문에 그러한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서베이-피드백-액션 (SFA) 시스템
페덱스의 종업원 제일주의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기둥은 SFA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종업원들이 29개의 조사문항에 대해 익명으로 응답한다.
각 업무그룹의 관리자들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사결과를 피드백시킨다.
각 업무그룹의 관리자들은 종업원들과 함께 수립된 대책의 실행계획을 짜고 이를 문서화한다.
매년 봄 실시되는 이 조사의 처음 10가지 항목은 자신이 속한 업무부서의 환경에 대하여 질문하고 있다 (도표 2 참조). 그 다음의 질문들은 직속 부서장의 책임범위를 넘어서는 고위 경영진에 관한 사항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질문들은 전반적인 회사 환경에 대한 것이다. 또한 마지막 질문은 지난 해에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페덱스가 얼마나 잘 처리하였는지를 묻는다.
이 조사의 결과는 부서별로 도표화되고, 각 부서장은 전체 점수 뿐만 아니라 29개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하여 점수를 피드백 받는다. 처음 10개의 질문에 대한 점수의 합을 ''리더십 지표(Leadership Index)''라고 하는데, 이 지표에 대한 목표는 매년 설정된다. 만일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300여명의 고위경영진들은 상여금을 받지 못한다. 수석 부사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본봉의 40% 정도에 해당되는 상여금을 받고 있으나,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상여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가 페덱스의 경영진에게 시사하는 바는 종업원들에게 더욱 신경을 쓰고 그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가 페덱스의 각 종업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회사의 운영은 당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도표 2> SFA 프로그램의 설문항목
1.내가 생각하는 것을 상사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2.상사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말해 준다.
3.우리 업무그룹의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4.내 상사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5.내 상사는 나의 관심사를 기꺼이 경청하려 한다.
6.내 상사는 업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묻는다.
7.내 상사는 내가 일을 잘 처리했을 때 이야기해 준다.
8.내 상사는 나를 인간적으로 존중해 준다.
9.내 상사는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항상 제공해 준다.
10.내 상사는 내가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11.내 상사의 상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 준다.
12.고위 경영진은 우리에게 회사가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알려준다.
13.고위 경영진은 우리의 아이디어와 제안에 주의를 기울인다.
14.나는 경영진의 공정성을 믿는다.
15.내가 일을 잘하는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16.페덱스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17.페덱스에서 일하면 아마도 내가 원하는 장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18.페덱스는 고객에게 잘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9.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페덱스에 근무하는 것이 나로서는 만족스럽다.
20.내가 하는 일에 비추어 볼 때 나는 정당한 보수를 받고 있다.
21.후생복리 프로그램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만족시킨다.
22.맡은 일을 완수하기 위하여 업무그룹 내의 대다수 사람들은 서로 협력한다.
페덱스 내의 업무그룹 간에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안전작업이 일반적인 업무관행이 되고 있는 환경 하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가에 규정이나 절차가 방해되지 않는다.
업무수행에 필요한 물품과 다른 자원들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내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유가 주어진다.
우리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우리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의 SFA 피드백 단계에서 우리그룹에 의해 지적된 사항들이 만족스럽게 처리되었다.
페덱스 사례가 주는 교훈
페덱스의 창업과 성장의 역사는 초우량기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의 완벽하게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세가지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어떠한 기존관념과 관행도 당연시하지 말라.
스미스 회장이 대학생이던 30여년 전에는 항공화물만을 위한 별도의 항공수송시스템이 없었다. 따라서 기존의 여객항로를 이용한다면 당연히 최단거리 노선을 택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겠지만, 스미스 회장은 화물배달의 접수로부터 배달완료까지 전체를 포괄하는 화물전용 항공시스템을 설계함으로써, 최단거리 수송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기존관념을 뒤집고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였다.
■ 역시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종업원의 강한 애사심이 페덱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페덱스의 직원들은 종종 자신들의 몸 속에 흐르는 피가 자주색(페덱스를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말한다. 재작년 여름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UPS사의 파업으로 평소보다 소포량이 80만개나 늘어나자 종업원들이 야근을 자청한 것만 보더라도 종업원의 애사심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종업원의 충성심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종업원 제일주의(People are first)’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해고정책, GFTP, SFA, 각종 보상제도 등을 오랫동안 실천해 온 결과이다.
■ 서비스품질도 측정하고 관리하라.
‘측정이 없이는 개선이 없다’는 품질경영의 오래된 금언은 서비스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달에 소개한 모토롤라의 식스시그마 품질혁신도 기회당 결점수(dpo)라는 공통의 품직척도를 정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페덱스의 서비스 품질혁신도 서비스 품질지표(SQI)를 확립하고, 이를 신속·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슈퍼트랙커와 같은 정보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한 덕분이다.
맬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의 수상식장에서 행한 다음과 같은 스미스 회장의 연설내용은 품질혁신에는 요행이 없다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실을 잘 강조하고 있다:
"페더럴 익스프레스가 성공한 데에는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한 일은 모두 책에 있는 것입니다. 만약 비결이 있다면 책에 쓰여진 대로 실천한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