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신용불량자가 된 딸
[출처:http://www.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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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을 둔 50대 가정주부입니다. 함부로 신용카드를 써대는 막내딸 때문에 온 가족이 살맛 안나는 상황입니다. 막내딸 은주(가명)는 전문대를 나와 무역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제 언니들처럼 성실한 아이였습니다. 사치는 커녕 한달 용돈을 10만원 이상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은주가 2년 전 취직과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봐도 수십만원은 해보이는 옷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사들였습니다. 명품 가방.구두도 샀습니다. 고급 화장품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웠습니다.
1백만원도 채 안되는 월급으로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걱정이 됐지만 "회사 다니려면 이 정도는 입어야 한다"는 말에 그냥 넘기곤 했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대학원까지 진학한 두 언니에 비해 어린 나이에 돈을 벌러 다닌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했고요.
몇 달 뒤 은주가 서울의 큰 회사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는 말에 가족들은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가족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은주는 거리낌없이 신용카드를 긁어댔나 봅니다. 더 비싼 옷.구두.가방을 끝도 없이 사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까지 가족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은주가 신용카드 다섯장을 가지고 '돌려 막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가을 은주가 처음 가족들에게 손을 벌렸을 때 연체 금액은 60만원 정도였습니다. 저희는 남편과 함께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사는데 형편이 넉넉지 못합니다. 하지만 큰돈이 아니었기에 '아껴 쓰라'는 꾸중과 함께 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다시 수백만원의 청구서가 날아들었습니다. 기가 막혔지만 막내딸을 신용불량자로 만들 수도 없어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갚아줬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1천만원이 넘는 카드 연체대금이 청구됐습니다.
우리 형편에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은주를 집으로 불러 "어디다 썼느냐"고 아무리 호통쳐도 "면목없다"며 눈물만 흘릴 뿐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갚지 못한 상태로 몇 달을 끌자 딸은 끝내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그러자 은주에게 카드사들의 독촉 전화가 시작됐습니다. "몇월 며칠까지 갚지 않으면 가재도구 차압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은주가 휴대전화를 꺼두자 이번엔 고향집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서로 다른 카드사들이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와 가족들이 전화벨만 울려도 깜짝 깜짝 놀라기 일쑤였습니다.
견디다 못한 남편과 저는 사금융회사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꿔 은주의 카드 빚을 갚아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도 자녀의 카드 빚 때문에 고민하는 집이 많았습니다. 옆집 경미네는 4천만원이나 갚아줬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갚아준 은주의 카드 빚은 2천만원이 훨씬 넘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빚을 다 갚았기 때문에 조만간 신용불량이 풀려 은주가 다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는 카드를 안 쓰겠다"는 딸을 믿고 싶지만 한두번 속은 것이 아니라 걱정이 됩니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광주에서 은주(가명) 엄마
전문가의 눈 무엇보다 카드 발급 못받게 조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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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택 <신용회복 지원위원회 심의관리팀장>
20대 신용불량자들의 상담을 받아 보면 과소비가 원인인 경우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더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20대 초반 여성들은 과시형 소비 때문에 고생하는 사례가 많지요. 특히 따님은 경제.금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들어 사회에 진출한 언니들에 비해 명품 구매 충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님을 단순히 신용불량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과소비가 가져오는 피해를 인식하고 올바른 소비.경제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입니다. 소비자 교육 관련 책자나 신문 경제면 등을 읽도록 하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따님의 경우 부모님이 신용카드 대금을 대신 갚아줬기 때문에 반성 기간이 짧을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소비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요. 따님이 빚을 졌던 금융기관을 방문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내 카드를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금융기관에서 '메시지 등록'이란 절차를 통해 부모 동의 없이는 다시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윽박지르며 혼내기보다 따님이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 보십시오. 가족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혼자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공론화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끝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절대로 사채를 얻어서 빚을 대신 갚아줘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높은 이자를 감당 못해 자칫 부모님까지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워크 아웃 등을 포함해 신용불량 문제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02-6362-2000)에서 무료 상담을 해줍니다. 광주 지역의 경우 매주 토요일 광주은행 9층에서 위원회의 지방출장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운택 <신용회복 지원위원회 심의관리팀장>
경험자의 말 또 이런일 생기면 빚 갚아주면 안돼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신용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비싼 물건을 맘대로 사들일 때는 참 좋았지요.
수십만원짜리 핸드백.구두를 사면서도 "다음달에 갚으면 되지"하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할부로 사들인 물품 대금은 점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70여만원의 월급으로는 매달 2백만~3백만원씩 날아드는 카드 대금 청구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연체를 막다 보니 어느새 신용 카드가 여섯장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3년 전부터 연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빚이 1천5백만원이 넘으면서 월급을 통장에 넣어봐야 연체 이자 갚기도 버거웠습니다.
저도 은주씨처럼 카드사의 독촉 전화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경찰에 넘기겠다는 둥 소름끼치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반말로 폭언을 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전화를 걸어와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제 주변에선 카드사의 독촉에 시달려 결국 사채나 카드깡에 손을 대는 친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카드 빚이 줄어든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군요.
제 생활이 달라진 것은 올해 초 개인 워크 아웃이 받아들여지면서입니다. 무분별하게 카드를 내 준 카드사의 책임이 일부 인정돼 빚을 일정 부분 탕감받고 나머지도 3년에 걸쳐 무이자 분할 상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월급을 받으면 우선 빚부터 갚고 나머지로 계획을 세워 생활을 합니다. 앞으로 카드를 쓸 수 있게 되더라도 절대 발급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은주씨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겨도 절대 대신 갚아줘선 안된다는 겁니다.
저는 뼈저리게 고생하며 대가를 치르고 있으니 다시는 카드를 안 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보면 남이 대신 갚아준 사람은 고생을 덜 해서인지 다시 카드를 쓰는 사례가 많습니다.
유진(가명.28.여.서울 불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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