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갈 것 같지 않던 더위가 한결 누그러졌다. 아침저녁으로 반팔 차림이 썰렁해지는 순간이다. 옷장에서 이제 긴팔 블라우스와 셔츠, 카디건들을 꺼내야 할 것 같다.
여름옷들을 대거 정리하는 지금, 내년에 다시 이 옷을 만나려면 작별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적절한 세탁'은 여름옷들에게 해 주는 최고의 환송 선물이다. 네이버 카페 '세탁소 따라잡기(cafe.naver.com/washday)'의 매니저이자 국내에서 유일한 의류 복원가공센터를 운영하는 '세탁의 달인' 이성환 씨로부터 세탁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섭씨 38도 물·세제·표백제 3박자 맞으면 때 빠져
가죽·모피·레이온 의류 외에 대부분 집 세탁 가능
· 세탁을 원리를 알려 주마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보낼 것인가 vs. 집에서 물빨래를 할 것인가'
세탁을 앞두고 주부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드라이클리닝과 물세탁의 차이점에서 찾을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의류에 물리적인 마찰을 얼마나 주느냐의 차이라는 것. 물론 드라이클리닝은 유기성 용제를 사용하고 물세탁은 합성세제를 주로 사용한다는 차이점도 있다.
'세탁의 달인' 이성환 씨는 물세탁에 대한 '편견'을 고친다면 대부분의 의류는 가정 세탁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많은 주부들에게 물세탁은 세제를 푼 물에 의류를 넣고 불렸다가 손으로 빡빡 문지른 후 세탁기 탈수조에 넣고 탈수를 하는 것이다. 팔은 좀 아프지만 옷을 비비고 비틀며 가족들에게 깨끗한 옷을 선물하겠다는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 씨는 "이 같은 세탁 방법은 시골 빨래터에서 방망이를 두드리며 양잿물로 때를 빼던 시절 이야기"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했는데 주부들의 세탁 방식은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세제가 잘 나와 세탁의 원리만 제대로 이용하면 고생하지 않고 세탁이 가능하단다.
38도 정도의 물, 적당한 세제, 오염의 정도에 따른 표백제 이렇게 3박자만 맞다면 때는 자연적으로 빠진다. 이 씨는 "때는 물과 세제가 빼는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 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씨가 전하는 올바른 손세탁 방법은 이렇다. 세숫대야에 세제를 푼 후 의류를 담궈 둔다. 꺼내기 직전 아래에 손을 넣어 의류를 여러번 뜨게 하고 누르고 하는 방식을 반복해 준다. 이렇게 몇 번을 한 후 탈수를 잠깐 하고 적당한 곳에서 말리면 세탁은 끝이 난다.
· 드라이클리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옷을 세탁하기 위해 의류 안쪽의 세탁 라벨을 확인하니 '드라이클리닝하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이 옷은 입을 때마다 매번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할까.
사실 세탁 라벨은 제조사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표기를 한다. 소비자의 세탁비가 많이 드는 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만약 세탁이 서투른 소비자가 집에서 세탁을 해서 의류에 문제라도 생기면 '제조 불량'으로 교환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세탁 전문가인 세탁소에 맡기라는 뜻으로 '드라이클리닝' 표시를 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세탁 표시 라벨에 엄격한 외국과 달리 한국은 제조사 임의로 세탁 방법 표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죽, 모피 장식물이 붙어 있거나 레이온 60% 이상인 의류, 특수 가공 소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에서 세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집에서도 '홈 전용 드라이클리닝 세제'를 구입해서 설명 그대로 하면 어렵지 않게 세탁이 가능하다. 물론 일일이 조심해서 손세탁을 하는 수고는 있다.
이 씨는 사실 드라이클리닝에 대한 오해도 많다고 전했다. 드라이클리닝이 오염 제거에 만능일 것 같지만 기름 성분의 오염만 제거될 뿐 일상적인 오염은 오히려 제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일상 오염이 있는 의류는 세탁소에 맡길 때 드라이클리닝 직전에 물과 중성세제를 이용해 오염을 제거한 후 드라이클리닝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 좋다.
색상이 밝고 광택이 나는 의류는 드라이클리닝 후 색이 어두워지고 광택이 죽는 경우도 있다. 업소에서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 기름이 많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클리닝 기름은 한 번 넣으면 계속 사용한다. 기름을 정화시키는 장치가 있지만 용제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영세한 세탁소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옅은 색의 실크 블라우스나 셔츠류는 주의해서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한다.
· 망가질까 아슬아슬 여름옷 세탁법
얇으면서 비즈, 스팽글, 레이스 등 장식이 많은 여름옷은 세탁할 때 신경을 써야 한다. 비즈, 스팽글이 달린 옷은 미지근한 물에 울샴푸 등의 중성세제와 함께 10분 정도 담갔다가 비비지 말고 흔들어서 세탁한다. 레이스가 달린 옷은 자칫 올이 풀어질 수 있으므로 세탁기 빨래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차가운 물에서 손으로 조물거리며 빠는 것이 좋다.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의 옷은 중성세제를 푼 물에 흔들어 빨아주고 마지막은 찬물로 헹구어 줄 것을 추천한다.
여름 니트 역시 중성세제에 넣고 조물거리며 빠는데, 건조할 때 주의해야 한다. 옷걸이에 걸어 건조하면 늘어질 수 있으므로 소쿠리에 눕혀 그늘에 말리거나 마른 수건 위에 니트를 눕힌 후 돌돌 말아서 발로 밟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탁물을 건조할 때는 의류의 모양대로 가로, 세로로 살짝 당겨주면 세탁 후 수축을 방지할 수 있고 주름도 사라진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도움말=이성환 크린에버 복원가공센터 대표
(070-7578-8283)
△드라이클리닝=유기성 용제를 이용한 건식 세탁법이다. 섬유에 힘을 가하지 않고 기름 성분의 용제를 사용해 세탁하는 방식인데 섬유 손상은 적은데 반해 세부적인 때를 제거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세탁=물과 합성세제를 이용해서 세탁기나 손으로 하는 빨래이다. 가정에서 다량의 세탁물을 한꺼번에 세탁하는데 적합하다. 이때 섬유의 종류나 색 등을 잘 고려해야 손상이나 이염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웨트클리닝(홈드라이)=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면 수용성 오염은 잘 빠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차라리 집에서 홈 드라이클리닝 세제를 활용해 세탁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드라이클리닝과 물세탁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개별 옷마다 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작업이다.
△복원 가공=죽어가는 옷을 살리는 세탁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반복 세탁으로도 제거되지 않는 얼룩, 이염, 탈색, 변색 등으로 옷을 입지 못하게 될 때 복원 가공을 통해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고온의 물에서 특수세제와 표백제, 가공제를 사용한다. 일반 세탁소에서는 이 기법이 불가능하며 복원가공센터에서만 가능하다.
△특별세탁=가죽, 모피 같은 특수한 소재를 세탁하는 방법으로 세탁과 건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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