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인 샌드버그는 "시인은 원래 바다동물인데 진화하여 육지에서 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되는 동물이 있습니다. 육지에서 살다가 바다로 돌아간 동물이 있습니다. 바다의 주인공인 고래입니다(고래는 6천만년 전쯤에는 네 발로 육지를 걸어다닌 포유동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크기가 작은 개만했고, 그러다 2500만년 전에 주거와 먹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서식처를 바다로 옮겼다고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울산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그린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데 그 곳에는 고래가 많이 새겨져 있습니다. 200여 점의 그림 중에 4분의 1이상이 고래 그림입니다. 그 고래 그림들은 섬세하게 새겨져 있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새끼 고래를 업고 있는 어미고래도 있고 고래를 해부해놓은 것 같은 그림도 있습니다. 이는 선사시대에 우리 바다에도 고래가 많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바다에서 고래가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끔 보도를 통해 고래가 돌아오고 있고 때문에 연해에 고래가 많아졌다고 소개하는 것은 돌고래와 상괭이(물돼지과의 포유동물로서 몸길이는 1미터 정도이며 검은색을 띤다. 머리 가운데가 움푹하고 주둥이는 둥글고 등지느러미는 없다. 얕은 연해나 하구에 산다)등의 종류입니다. 울산 장생포 포경선 포수들은 그것들을 고래로 취급하지 않습니다(학자들이 사용하는 영어명(ENGLISH NAME)에도 WHALE을 붙여주지 않는다. 그져 DOLPHIN이나 PORPOISE라고 따로 부르고 있다). 고래란 거대한 대형 고래를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고래(BLUE WHALE)의 경우 지구상에 출현하여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입니다. 몸체 길이가 24~26미터나 되고 몸무게가 125톤이나 됩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주인공인 향고래(SPERM WHALE)도 몸무게가 40톤이 넘습니다. 그래서 우주에서 지구별을 보면 바다에 고래만 보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당연히 지구의 주인공을 넓은 바다를 유유하게 헤엄쳐 다니는 고래로 알 것입니다.
기구를 이용하기 이전의 세상에서는 누구도 고래를 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작살을 사용하게 된후부터 고래들이 남획되기 시작했습니다. 고래학자들은 "포경의 역사는 남획의 역사"라고 합니다. 유난히 대형 고래들이 많았던 우리 바다에서 러시아와 일본은 다투어 고래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러일전쟁후 한반도 연해를 독점한 일본은 우리 고래들의 씨를 말린 주범입니다.
일본이 씨를 말려버린 그 고래들 중에 귀신고래(GRAY WHALE)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심성을 그래도 닮은 고래였습니다. 몸체 길이는 최대 16미터, 몸무게는 45톤, 최대 수명은 70년쯤되며 임신 기간은 13개월 반. 약 2~3년에 한번씩 출산하고 출생 직후의 새끼 크기는 4~5미터. 어미가 7개월 정도 젖을 먹인다고 합니다. 유난히 모성애가 강한 귀신고래는 우리에게 미역 벅는 법을 선물했습니다. 울산 사람들은 고래가 사람에게 미역 먹는 것을 가르쳤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린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던 귀신고래가 울산 연안에서 미역을 뜯어먹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어때요? 아이를 낳고 미역을 먹는 우리네 어머니들과 흡사하지 않나요? 귀신고래는 우리들에게 사진 한장 남기지 않고 귀신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다만 귀신고래가 새끼와 함께 노닐던 울산바다만을 우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놓고 고래가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것은 귀신 고래뿐만이 아닙니다. 참고래, 보리고래, 혹등고래, 북방긴수염고래, 꼬마향고래, 쇠향고래, 흰고래, 큰부리고래, 민부리고래, 은행이빨부리고래, 큰이빨부리고래, 혹부리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고양이고래, 들고양이고래, 들쇠고래... 조선인에 의하여 우리나라 말로 이름되어진 이렇게 많은 고래들이 우리 바다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고래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 입니다. 우리바다가 그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인해 죽어버린 바다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우리 바다의 주인공이었던 고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바다는 아직도 죽은 바다입니다. 여전히 비어있는 바다일 뿐입니다. 주인공도 없이 돌아가는 영화인 것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여름이면 바다로 달려가는 그대들... 그 영화에서 아직도 악역을, 바다를 죽이고 있는 악역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