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결국은 사람끼리의 만남이다.
만남속에서 사랑도 생기고 원수도 생기고, 돈도 생기고- 때로는 전쟁도 터진다.
만남은 부디쳐 깨지고 터지는 파괴의 소리도 날수있으나
또 삶에 사랑과 평안, 더 없는 감격울 안겨주기도 한다.
금년 심우의 마지막 산행을 (2007,12,09) 북한산으로 가기로 했었다.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 가쁜한 마음으로 정각 9시 집을 나섯다.
내가 사는 신내동 봉화산 역에서 독바위 역까지는 갈아타지않고 한번에 갈수도 있다.
그러나 단번에 가는것이 왠지 싫다.
귀찮지만 타고 내리고 걷고 섯다가 앉으면서... 비비며 가자고 마음을 정했다.
봉화산역에서 시작하여 석계역에서 1호선 한번 바꿔타고 종로3가에서 3호선으로 두번째 바꿔 탄후
연신내로 가서 다시 6호선으로 세번째 바꿔타고 독바위 역까지 가야한다.
일요일 아침의 전철 안은 조용하고 한산하였다.
귓구멍에 MP3를 꼿으니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울린다. 어둔 차창 밖으로 향해 지긋히 눈을 감으
니, 이제 곧 만나 질 심우 사람들의 이런저런 모습들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사실 순복은 참 좋은 나의 친구다.
이유없이 그녀를 보면 나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전에 술을 좋아 마시던 때는, 내가 마음이 우울할때면 그녀에게 가서,
같이 앉아 실없이 지껄이며 소주 두어병씩 하던 때도 여러번이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 여관가자고 술 김에 몇번이나 졸라봤지만
돌(石) 같은 그녀는 =곧 포천사는 어떤 놈과 결혼하기로 약혼 한 몸이라며= 고개를 가로젖는게 일수다.
순복이 말고도 심우에는 내 마음을 흔드는 따스한 여인들이 많다.
나이야 내가 훨씬 위이지만, 지난 수년동안 그들은 내게 "베아트리체나 그레첸"과 다름없는 존재들이
다. 돌리엄마 정윤이 바다 방장 유한이 세린 마녀 자유인등등... 만나고 싶다.
연신내에 도착했다는 방송소리가 들린다.
얼른 선잠에서 깨어 닫히고있는 전철 문을 밀치고 내렸다.
연신내에서 독바위가는 열차를 바꿔타는 계단에서, 멀리 인천에서부터 오고있던 마녀와 하얀이를 만났
다.
돌바위역 밖에서 희명과 건달, 호수가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고,
희명 남연자 람보 돌리엄마내외 영배 성필 마운틴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더 기다리자니, 바깥 바람이 차다.
일찍 나오느라 촐촐하지 안냐 며
어디로 들어가 "따스한 국물이나 한술씩 뜨자"고 나는 분위기를 잡았다.
희명이 두리번거리며 왔다갔다하더니 멀지 않은곳에 감자탕 집이 있단다.
우르르 몰려들어가 신발을 벗고 둘러 앉는다.
반가움은 늘 소주로 부터 시작되나 보다.
감자탕에다 소주가 그치질 않고 들어온다.
나온 병을 비우면 한병만 더 하자 한다.
그리곤 또 서운해서 한병만... 한병만...
주인의 발걸음이 수 없이 오간다.
영배는 맥주를 마시고 다른 누군가는 막걸리도 마신다.
얼큰해지면서 떠들며 웃는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귀가 멍멍해진다.
흥에 겨워 "그냥 여기서 취하도록 마시고 오늘은 이렇게 끝내자" 하기도하고,
"우선 마시고 난후 오후에나 올라 가면 어떻겠느냐"는 외침도 있다.
웃음과 술에 얼큰해진 고함소리가 서로 엉켜 그치질 않는다.
이제 더 올 사람도 없고 어지간히 거나한가 보다.
11시가 되니 이젠 산으로 올라 가잔다.
전부 인원을 세니 15명이다.
보고 싶던
순복이도 안나오고, 오임숙 정윤 유한모 세린등등 누구누구의 모습은 그날 영 안 나타났다.
참 좋은 분위기에서는, 소주 몇잔이 들어가면 남자마다 다 아이다.
특히 이날 희명, 성필, 돌리모 세 돼지패가 시끄럽다.
성필과 희명은 떠들기 서로 거의 싸움 수준이다.
거기 웃음만 없었다면 남이 보면 싸우는 줄 알 지경이다.
하나가 이리하자하면 다른 하나는 저리하자하고...
하나가 어-하면 다른 하나는 아-한다.
그러고는 결국은 까르르 웃고 "치---이" "쳇" 하면서 끼고 같이 걸어간다.
성필이 어릴적부터 여기(독바위역, 진관동)서 컷단다.
여기서 고기잡고 남의 과일 따먹다 잡힌 옛 얘기를 고래고래 읋퍼댄다.
자기 텃밭이라며 등반대장 건달보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내달린다.
그 큰 덩치에 말과 웃음과 표정이 티없이 맑다.
독바위 역에서 치마바위를 오르는길에는 하얀 눈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심한데다-
성필인지 건달인지, 길을 잘못 안내하여 길도 아닌 어문 길로 오르려니 사뭇 위험하기도 했다.
거기에 남자들은 술도 한잔씩 거나하게 마신 뒤인지라 걱정이 됐다.
나는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가자"고 뒤에서 나는 외치는 수밖에 달리 되리가 없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모두 다 신이 날 대로 난 모양이다.
웃고 떠드는 소리에 전화 벨소리가 안 들릴지경이다.
오를수록 넓어지는 진관동, 은평구쪽 전경을 보며 침 뛰게 성필의 설명은 계속됐다.
둘리엄마 경혜의 거나한 웃음소리는 온산을 휩싸고 돌아 내 귀를 때린다.
술 거나한 남자들이
무사하게 산행 시작 1시간 10분만에 치마바위 위에 도착했다.
치마바위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북한산이야 전에도 여러번 왔었지만, 이곳 연신내 쪽으로 오른것은 오늘이 첨이다.
공기가 차긴해도 날은 맑아 시야가 확 트인다.
심호흡을 몰아쉬며, 모두 환호를 한다.
땀이 상당히 촉촉하다. 여기서 깃봉쪽으로 나갈 작정이다.
치마바위에서 깃봉으로 가는길은 한번 쭉 내려갔다가 다시 치 받아 오르는 가파른 길이었다.
일행중에 "아이쿠, 내려갔다가 또는 더 못 올라가!!" 하면서 엄살을 피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웃으면서 제잘대며 앞서가는 뒤를 이어 가고 또 간다.
치마바위를 지난 여기서부터는 무지하게 많은 등산객들로 들끌고 있었다.
등산시작 두시간만에 깃봉을 못 미쳐 넓은 봉우리로 등반대장은 안내한다. 자리를 폇다.
누구나 아는일이지만, 이날도 둘리 엄마의 음식장만은 정말 질퍽했다.
어떻게 저 많은것을 짊어지고 올라왔을까 놀랄만큼,
연어 전어회 밥 김치 쌈배추, 등등을 수없이 꺼내놓는다.
또 경혜씨의 닭죽, 밥, 라면등 이것저것,
거기다가 나름대로 각자 준비한 라면 김치 밥등이 더 나오니, 음식은 먹고 먹어도 남아돈다.
난 아무것도 없이 입만가지고 가서 퍼 먹었는데,
입만 가지고 온 나의 좀 미안한 생각 뒤로,
뭘 가지고 오지않았어도 이 많은음식을 먹어서 짐을 덜어 준것이
되려 더 잘했다 싶었다.
식사에 술이 빠질리 없다.
둘리엄마 가방에서 나왔나? 중간크기의 뺏트병 소주 두병이 금방 없어진다.
산속은 역시 산속이다.
오래 앉아있자니 춥다. 차고 미적지근하고 음식을 먹은 배속이 덜덜 거린다.
난 서둘러 일어 나 옷을 여미고 출발을 재촉하였다.
모두가 각자의 그릇을 챙기고, 남은 음식 컵라면 스치로풀 그릇 비닐주머니등을 모아 담는다.
등산하면서 많이 봐 온것이지만,
식사를 벌리는 사람이 있으면, 치우는 사람 또한 따로 있다.
난 입만가지고 가서 몽땅 먹은 주제가 좀 미안해서
쳐진 쓰레기라도 들고 내려올 양으로 마운틴에게 쓰레기 봉지 내가 들겟다고 시늉을 했지만,
마운틴이 그것을 내게 넘길리는 없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땀흘리고 때로 절뚝 거리며 두시간 남짖
비봉을 좀 지나서 우리일행은 산을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이 길은 북한산으로는 북쪽으로 향해 난 길이며,
햇볕이 안드는 쪽이라서 엊그제 내린 눈이 그대로 많이 남아 있었다.
제일 먼저 덩치 큰 성필이 미끄러 넘어졌다. 이어 둘리엄마가 넘어지고...
남연자, 건달도 미끄러 넘어젔다.
넘어지면 아푼데...아파하는 사람보고 웃는것은 또 왠 심술일까?!!
누가 넘어지면, 모두가 까르르 웃어댄다.
후- 다친것 걱정보다 웃음이 먼저 터저 나온다.
그래도 성필은 참 덩치 큰 다람쥐다. 앞서서 뛰고 미끄럼 타고, 웃기고-
그러다가 넘어지고...
산 아래 진관사 입구에는 4시 정각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은 11시 10분 부터 약 다섯시간이 걸렸다.
"방장"님이 케익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다 내려와 진관사 일주문을 지나 바로 길가에는 서너곳의 음식점이 있었다.
길가 의자에 앉아 컬컬한 목에 돌아가며 두부김치에다가 막걸리 한잔씩을 걸쳤다.
산을 다 내려온 이유에선지 모두가 조금은 조용해젔다.
진관사 입구의 이 음식점에서는 손님을 지하철역까지 대려다 주고 있나보다. 이 집에서 내주는
15인승 봉고에 모두 올라타고 우리일행은 연신내 시장안 "박씨 물고 온 재비"란 집으로 갔다.
몇년전만해도 연신내 시장골목안에는 찌그러진 순대 곱장집들이 줄비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12월에 태어 난 성필, 경혜, 둘리부, 하얀이를 위한 케익을 밝히고 생일축하노래을 부른 뒤
오늘 하루를 소주 섞어서 기분좋게 마무리 하였다.
이런저런 얘기가 한도 없이 나왔다.
소주도 재법 주인아줌마 신발 달토록 날라졌다.
거의 6시가 넘어 이렇게 심우의 12월 정기산행 모든 일정은 끝났다.
이후 몇분은 노래방으로 갔다.
노래방은 "박씨 물고온 재비집" 2층에 함께 붙어 있었다.
람보님이 족발에 소주를 시켜준다.
나도 두어시간 정도 노래방에 같이 있었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 속에 결국 나 혼자 남게 됐다.
오늘 하루 지나간 일 들이 조각조각 선명하게 보인다.
한나절 심우의 북한산 만남은 짧았다.
짦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넉넉하고 느긋하게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지낼수있었다.
미쳐 그럴줄 몰랐는데... 하얀이는 무척 귀엽고 하는 짖이 이뻣다.
총회 모임때는 벙어리인줄 알았었는데, 오늘은 말하기 시작하니까 말도 끊임없었다.
웃는 모습도 귀엽고, 간절한듯한 눈 길이 아름답다.
책임감이라는 것은 참 힘든거다. 마녀가 총무가 되더니 오늘 늦게까지 힘든 노동을 했구나.
전화를 꺼내 마녀에게 전화를 거니 하얀이랑 지하철 타고 잘 가고있다 한다.
그래... 애뜻한 정이 간다.
돌이네 엄마아빠는 언젠가는 공로상이라도 한번 주어야 할것 같다.
정말 몸과 경제적, 물심양면으로 이렇게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는 자 누굴까?
...
이런 만남을 통하여 마음에 많은 기쁨과 편안함을 얻는다.
순복 유한모 바다 정윤이 세린 방자 청송 테라스 최일수... 는 없엇지만
정열의 칼멘 방장이 있었고 귀엽디 귀여운 마녀 하얀이가 있었고
제우스 신전의 비너스 같은 둘리엄마 경혜 남연자 호수가 있었다.
웃찾사의 영배 성필 희명과 의리의 마운틴 람보 건달 백운대... 반가웠다.
나 비록 나이먹어 쓸모가 좀 덜 할진 모르지만, 나와 같이 하루를 보내면서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삶의 우울함이 덜 할수있었다면 그것으로 오늘 하루가 만족이다.
앉아있는 엉덩이 밑에서 지하철 바퀴가 끊임없이 덜그럭 거리고,
내 가슴속에서는 훈훈한 정이 맴돌고 있다.
첫댓글 글을 읽고 있노라니 지난 북한산 산행의 순간 순간이 다시한번 영화처럼 지나가네요. 아마 그날 산행에 참석을 못하신 분들도 마치 다녀온듯이 느껴질것 같습니다. 내년 봄 신춘문예에서 태능님의 성함을 보게 된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글 잘 읽고 갑니다.
와우 후기글 읽으며 저도 함께 산행을 한듯 착각속에 빠지게 합니다. .인자하신 회장님 .열정을 다하시는 건달대장님과 아내 호수님. 늘 챙겨주시는 홍보부장님. 환한 웃음이 멋지신 희명님. 웃음을 주시는 영배님. 먹거리 장만에 애를 많이 쓰시는 둘리님 부부..그리고 예쁜 마녀님. 귀여운 하얀님 등 모두들 수고 하셨읍니다..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합니다..될수 있음 참석하도록 노력할께요.... 회장님 수고 많이 하셨읍니다 ^^*
멋있습니다 ......글도 멋있구여 사진두여..^^
지금 이자리(컴퓨터앞)가 북한산 어느 능선엔가 앉아있는 느낌입니다....... 회장님! 송년산행 후기 넘넘넘 감사합니다.
눈길이 무서워 산행은 못하였지만 후회가되네요...후기를 보면서 부러워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화이팅!!!!!
회장님은 너무 훌륭한분이세요 이글을 읽는순간 제가 북한산에 올라가고 있는 충동을 느끼게 하는군요 사진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유머도 듣기 좋구요
잘 보고 갑니다, 대단해요 심우!! 대단해요 태능님!! 계속 치고 치고 고 고~~~
회장님과 순복님의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 알았더니 굳이 해명을 하시는걸 보면 그것도 아닌듯 합니다.사실 순복님을 사모하시는 분들이 한 두분입니까.... 오해 풀렸으니 순복님의 주가가 또 다시 올라갈 듯 합니다. 회장님의 열정에 감전됨을 느끼며, 반성 합니다. 모두 건강 하시고 새해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