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彩石江)에서*/ 이상진(제25회 대구시조문학상 수상작)
바람이 세찬 날에 파도가 거친 날엔
탁 트인 서해 바다 채석강에 가 보아라
무수한 시간의 힘이 켜켜이도 쌓였다
중생대 백악기에 펴낸 책들 저리 많아
그 시절 파도들도 공부 많이 했나 보다
지금도 수만 권 책을 설렘으로 읽고 있네
퇴적층 수억 년을 한자리 모여 살 듯
서로를 인정하며 다름을 이해하면
노을빛 물든 격포항 묻어나는 긴 채운(彩雲)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에 있는 해식절벽. 1976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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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무송(霧淞)/ 리강룡(제25회 한국장로문학상 수상작)
얼어도 뼛속까지 얼어본 일 있는가
하늘이 가까운 향적봉 정상에서
한사코 언어를 지운 하얀 춤을 보는가
섞지 마라 아무리 아름다운 색채라도
순수는 오로지 홀로 있어 빛나는 법
하늘의 성찬(盛饌)은 저리 무채색의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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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잔/ 민병도
너를 보낸 후엔
나는 늘 빈 잔이었다
향기 남은 찻잔이다가
숨결 거친 술잔이다가
지금은 달빛을 담아
입술마저 터진 빈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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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허남호
직선의 강이 없듯 흐름은 굴곡지다
흐르며 내달리고 비켜서 느려지고
유역을 휘감아 돌아 마른 땅을 적신다
퇴적해 머물다 간 유년의 모래톱
물길 따라 지나온 너와 나의 흐름도
결국은 자연의 모습 굽이돌아 사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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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대구시조 제26호/ 대구시조시인협회/ 2022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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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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