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23. 08. 12.(토) ~ 13.(일) 무박
♣ 날 씨 : 흐린 편, 최저 25℃ / 최고 31℃, 바람 4km/h
♣ 장 소 : 전남 구례군 산동면,마산면,토지면, 남원시 산내면,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함양군 마천면 백두대간 일원
♣ 공지대장/참석대원(존칭생략) : 이흥재(총괄) / 정만주(선두), 진형기(후미), 삐딱공주(총무), 정유선(부총무), 쑤니, 짱가, 돌돌,
불이, 우춘숙, 애니콜, 전순선, 한영호, 윤선화, 변동석, 김정희, 김영선, 나프리, 주혜숙, 성봉언, 자운영, 이순만, 따구, 오준근,
시루(포항), 청풍(안성), 녹슨칼(=달빛) 【총 27명】
♣ 일 정 : 성삼재(1090m)→노고단(1507m)→(반야봉)→삼도봉(1499m)→화개재(1316m)→토끼봉(1534m)→
명선봉(1586m)→연하천대피소(1440m)→벽소령대피소(1438m)→덕평봉(1558m)→칠선봉(1558m)→영신봉(1652m)→
세석대피소 갈림길→한신계곡→백무동 【약 30km / 약 12:30’ 소요 / 5.7만보】
진짜 꿈만 같다!
이제 백두대간 총 34구간 약 740km 중 33구간을 마치고, 마지막 천왕봉 21km 정도 한 코스만 남아 있다니...!
백두대간이 저 높이 하늘에 뜬 구름 같이 바라만 볼 수 있고 만져보거나 내가 감히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는데...!
길게 자리한 지리산 능선도 일반적인 ‘지리종주’를 말할 때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거리 25.5km를 지리산 종주 거리로
본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2.7km, 천왕봉에서 중산리 5.4km(또는 백무동 7.5km)은 제외하고...!
내가 지리종주를 할 때는 우리 등야에서 하는 방식인 원샷으로 끝낸 적이 없다. 보통 성중(성삼재-중산리)종주나 성백(성삼재-
백무동)종주를 할 때는 밤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성삼재로 간 다음 노고단 고개를 넘어 벽소령대피소나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했다. 이름하여 1무1박3일!
화대(화엄사-대원사)종주를 할 때는 연하천대피소에서 1박, 장터목대피소나 치밭목대피소에서 또 1박을 하여 무려 1무2박4일을 했다.
이번으로서 12번 째 지리종주를 하게 된 나로서 지리종주 산행을 분위기 상 크게 둘로 나누라고 한다면 세석대피소로
양분하겠다. 그 이유는 세석대피소까지가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하며 숲속길이 대부분이다. 형제봉 영신봉 주변을 제외하면
바위도 별로 없다. 그러나 세석대피소를 지나면 그늘이 없는 곳도 많고 바윗길이 많으며 장터목대피소를 지나자마자 급경사
바윗길로 제석봉을 올라야하고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마지막 구간 천왕봉을 오르는데 많은 체력소모가 있다.
대신 조망이 터지는 곳이 많고 지리산의 장엄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경치가 좋은 곳이 많다.
천왕봉 부터는 하산길이지만 역시 경사가 세고 돌이 많은 구간이다. 멋진 절 법계사를 지나 바로 있는 로타리대피소에서는
화장실 우측이 하산길이지만 좌측으로 중탈할 수 있다. 부상을 입었거나 컨디션 난조일 때 좌측으로 내려가 순두류로 가면
'경남환경교육원'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중산리로 갈 수 있다.
1. 지리산 3대 봉우리
지리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는 3개는 각각 첫째 천왕봉(1915m), 둘째 반야봉(1732m), 셋째 노고단(1507m)을 친다.
높이로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니다. 능선에 산재하는 수많은 여러 다른 봉우리들과 달리 이 세 봉우리는 지리산 종주 시 종주를
하는 내내 먼 곳에서도 잘 조망 된다.
천왕봉(1915m)은 지리산의 최고봉이자, 우리나라(남한만)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1950m) 다음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다.
천왕봉은 백두산에서 흘러 내려와 설악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에 이어지는 능선 백두대간의 마지막 봉우리이기도
하다. 지리산을 다른 이름으로 ‘두류산’이라고도 하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도 전해져 온다.
이런 민족의 상징성 때문에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기 위하여 전국에서 등산객들이 꾸준히 모여든다. 주말에는 산정이
한가한 틈이 없다.
반야봉(1732m)은 해넘이 ‘반야 낙조’가 지리산 10경속에 들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 반야봉 관련하여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이라는 구절은 반야봉의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에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노고단(1507m)은 여산신령 노고할미에 관한 전설이 있는 탓인지 그 어떤 봉우리보다 신령스러운 봉우리라고 한다.
일찍이 신라 화랑들이 이곳에서 수련하며 탑과 단을 설치하고 천지신명과 노고할미께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지금도 노고단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탑을 향하여 기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야간산행을 하는 우리는 노고단고개 우측에 있는 실지의 노고단 정상은 통제시간이므로 보지 못하고 노고단고개 좌측의
돌탑을 대신 볼 수 있다. 난 처음엔 거기가 노고단 정상인 줄 잘못 알았다.
현재는 노고단고개가 지리산 종주의 출발점이며 노고단에서 보는 안개는 지리산 10경에 들만큼 유명하다.
2. 지리산 10경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시인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 시에 대한 시비(詩碑)는 정령치 휴게소에 있다. 맨 끝 글귀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그 '제발 오지 마시라'는 말 한마디가 어떤 유혹보다 '꼭 오시라'는 더 강력한 힘으로 다가온다.
지리산 10경을 설명하자매 먼저 이 시를 올린 이유는 이 시 속에 지리산 10경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순서는 아래
‘지리산 10경’의 순서와 같지는 않다.
지리산 10경을 보고 시를 지은 것인지 시에 나온 내용으로 시를 지은 것인지는 모르나 내 생각에는 지리산 10경이 우선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는 지리산의 명소에 지리산 자락을 감돌아 흐르는 섬진강 맑은 물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 지리산 10경
1. 천왕 일출 2. 피아골 단풍 3. 노고 운해 4. 반야 낙조 5. 벽소 명월
6. 세석 철쭉 7. 불일 현폭 8. 연하 선경 9. 칠선 계곡 10. 섬진 청류
3. 쉬운 곳 하나도 없는 대간길
이번 33차 ‘성삼재-백무동’구간은 처음 계획된 일정표를 보면 거리가 24.5km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올라온 공지를 보면
약 29km이다. 갑자기 4.5km가 늘어났다.
그러나 생각을 해 보면 그간 30km 정도의 대간길도 몇 번 있었으며 이번 지리산 길에 대면 경사도,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내 생각에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반야봉을 빼면 그리 높은 봉우리도 별로 없고 더욱 다행인 것은 마지막 세석대피소에서
백무동 가는 길은 무조건 시원하고 경치좋은 계곡길로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될 것이므로 ‘니나누’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 노래, 나중에 한신계곡으로 내려선지 얼마 되지 않아 비명으로 바뀌었다.
본래 전부터 지리산행을 해온 나는 이번이 12번째 지리종주가 된다. 대부분 무박으로 출발하여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했기
때문에 보통 성삼재에서 세석대피소까지 14시간 정도에 걸었다.
그런데 공지에 보면 세석이 아니라 백무동까지 후미기준 11시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전에 걸은 것은 원래 걸음이 늦은 탓도 있지만, 일찍 세석대피소에 도착해봤자 할 일 없이 밤까지 기다려야 될
것이므로 저녁 시간에 맞춰 완만하게 걷고 반야봉도 들러서 갔던 것이어서 비교하기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석대피소에서
6.5km를 더 걸어야 되니 좀 서둘러 걸었다. 비교적 예상대로 세석대피소까지는 잘 걸은 편이다.
세석대피소에서 한신계곡으로 접어들어 30분 정도 걸으니 왼쪽 오금부터 아파오기 시작한다. 나중엔 급경사 돌계단
내려디디기가 겁이 난다. 누가 다리가 피곤할 때 찬물에 담그면 피로가 가신다고 한다.
물 좋은 계곡을 보니 자꾸 그 말이 떠오르며 충동질이 일어나는데 드디어는 참지 못하고 계곡으로 퐁당 물에 담갔다.
한동안을 담갔다가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질 무렵 이제 되었으려니 하고 내려가는데 듣던 바와는 달리 ‘아니올씨다’였다.
찬물에 오래 담근 다리가 오히려 뻣뻣하니 굽혔다 폈다 할 째마다 통증이 아까보다 더 심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흥재
대장님으로부터 식당 예약 시간 때문에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음이 급하다고 걸음이 빨리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려오다가 계곡에 발 담그고 있는 몇 사람에게 그 말을 전했다.
그 또한 나의 실수였다. 내버려 두고 가다가 나하고 비슷하게 들어가면 늦었다고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었을 텐데, 내 말을 듣자마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바람같이 말끔이 사라져 버렸다.
별 수 없이 혼자서 아픈 오금을 모시고 터덜터덜 내려가고 있다가 구세주를 또 만났다. ‘구러치 내가 차칸 사람이니깐!’
변동석님이 물을 마시고 서 있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이후 둘이, 아니 내가 좀 더 뒤에서
백무동까지 걸었다. 기다리는 시루님 승용차를 운전하시는 대장님을 만났다. 차 안엔 정유선 부총무님이 있었다.
조금 가다가 버스를 놓친 이순만님을 만나 5명이 식당까지 무사히 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다행이다. 표창장은 시루님 차에 줘야하겠다. 이 차 아니면 어쩔 뻔 했어? 이동네 택시도 별로 없다는데...!
이렇게 힘든 대간길, 다리 아픈 것으로 봐서 이번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4. 산행에서 신체적으로 위험한 경우
힘든 체력적 문제이거나 난이도가 높아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체 변화에서 오는 위험을 말한다.
산행에서는 급작한 사고이든 신체적 위험한 경우이든 우선 119에 전화하여 구조신청을 해 놓고 대비한다.
(1) 저체온증(Hypothermia)
* 원인 : 자율신경계의 이상, 외상, 여러 시간 추운 환경에 노출된 경우 등 다양한 원인
* 증상 : 건망증, 과호흡, 근육강직, 빈맥, 의식 저하, 피로감,
저체온증은 꼭 겨울철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기변화가 심한 고산에서는 한 여름에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비를 맞았을 경우 많이 일어난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파래지며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리며 심해지면 정신이
혼미해 진다.
방한복으로 몸을 감싼 후 불법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속히 불을 피우고 몸을 문질러 주는 등 체온을 높이는데 집중해야한다.
요즘은 핫팩이 유용할 것이다.
(2) 탈진, 저혈당
열심히 걷는 도중 갑자기 힘이 쏙 빠지는 느낌이 오며 손발하나 까딱하기 싫어져서 주저앉게 된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므로
탈진과 저혈당의 차이를 명확히는 모르나 내 생각에는 같을 것으로 본다. 우선 단 음료를 마시고 사탕, 초컬릿, 소금, 포도당염
등을 조금 먹은 후 증세가 완화되면 음식물을 보충하는데 과하면 안 된다.
당뇨가 있는 분은 단 것 먹는 것을 기피할 수가 있으나, 저혈당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더 많이 일어나는 증세이므로 일단 당류를
조금 먹어봐서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면 위와 같이 한다. 저혈당 증세가 확실하면 위 방법의 효과도 빠르다. 바로 힘이 난다!
(3) 탈수증
흔히 목이 심하게 마르면 탈수증이라고 말하는데 아니다. 탈수증이 걸리면 처음에는 땀이 많이 나서 손수건을 짜야 할 정도
이지만 심해지면 물을 마셔도 땀이 계속 나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즉시 소금이나 포도당염을 먹여야 한다. 잠시 후 약간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바로 정상상태로 돌아온다. 시내 근처이면 119를 호출해야 한다.
우리가 여름에 포도당염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매우 위험한 증세!
(4) 열사병, 일사병(열 피로)
* 원인 : 더운 날씨에 훈련 받는 군인, 등산 등 실외 스포츠 하는 운동선수, 태양에 직접 노출 되는 사람에게 발생
* 증상 :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시력 장애
열사병과 일사병은 구분된다고 하는데 나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어렵다.
쉽게 말하면 옛날 학창시절 더운 날 조회 등으로 운동장에 모여 장시간 경과하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바로
그런 경우를 말한다.
당시 선생님들께 들은 바로는 뇌충혈과 뇌빈혈이었는데 열사병, 일사병보다 이해가 더 빠르다. 뇌충혈은 위에 쓴 증상외에
얼굴이 붉게 충혈되고 땀이 별로 나지 않는 경우이며 이럴 때는 빨리 그늘로 옮겨서 머리를 높이 비스듬하게 눕히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신체를 압박하는 시계, 목스카프, 허리띠 등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얼음이나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하여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뇌충혈이 더 고온이며 더 위험하다.
뇌빈혈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식은 땀을 흘려 얼굴(머리)을 만져보면 찬 기운이 있다.
빨리 그늘에 옮겨 뇌충혈과 반대로 머리를 낮추고 다리를 높여서 뇌충혈과 같은 방법으로 옷을 피가 잘 통하도록 느슨하게
늦춰 준다.
굳이 열사병 일사병에 비유를 하면 뇌충혈이 열사병에 가깝고 뇌빈혈이 일사병에 가깝다.
요즘은 뇌충혈, 뇌빈혈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지 못했다!
위 내용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내 경험에만 의존한 것으로 신뢰도 60% 정도이니 달리 처치할 방법이
없을 때에만 적용할 것을 부탁드린다!
♠ '성삼재-세석대피소-한신계곡-백무동' 산행 사진과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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