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꿈 '7광구' ㊤] '멀어지는' 에너지 자립국 기회...尹정부 대책은 있나
기자명 이세영 기자 입력 2023.02.27 06:10 수정 2023.02.28 09: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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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만료되면 7광구 90% 일본에 귀속
매장 잠재적 가치 9000조원…"채산성 보장되면 국가경제 보탬 기대"
"한·일 관계 포함 美·中도 엮인 '고차원방정식'…모든 경우의수 대비해야"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 있는 대륙붕 ‘7광구’를 5년 후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선 비록 ‘미지의 수역’이지만 7광구에 대한 협상력을 잘 발휘해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 굿모닝경제는 7광구의 경제적·산업적 가치부터 현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들이 산유국을 꿈꾸게 했던 ‘제7광구 석유가스전(7광구)’ 개발 사업에 대한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 협정이 2028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협정상 가장 빨리 종료를 통보할 수 있는 날짜는 2025년 6월22일인데, 일본이 협정 종료를 통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남은 시간은 2년 남짓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태도로 봤을 때 협정 만료 시 일본이 단독으로 개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가 대일(對日) 외교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은 이르면 오는 3월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7광구는 제주도 앞바다에서 일본 오키나와 앞까지 이어지는 대륙붕(일반적으로 수심이 200m 이내인 대륙의 연장 부분)에 위치한 구역이다. 지리적으로는 일본에 더 가깝지만 1970년 5월 당시 국제법상 우세했던 ‘육지 영토의 자연 연장론’에 따라 우리나라가 먼저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곳은 한국과 일본이 1978년 한·일 공동 개발 구역(JDZ) 협정을 맺고 함께 석유 개발을 추진했다가 1980년대 중반 일본의 일방적 개발 중단으로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JDZ는 우리나라의 7광구뿐 아니라 4광구와 5광구, 6광구의 일부를 포함한 것으로 면적은 서울의 124배에 달하는 8만2708㎢다.
일본이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은 국제법의 변화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1982년 국제연합(UN) 국제해양법이 새로 채택되면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란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과거 대륙붕 소유권을 옛날처럼 어느 나라와 연결됐는지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중간선을 그어서 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해양법에 따르면 7광구의 90%는 일본으로 귀속된다.
미국 정책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에 따르면 7광구 일대에는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가 미국 매장량의 4.5배인 1000억배럴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제유가(배럴당 70~80달러)로 계산하면 매장 석유의 잠재적 가치만 9000조원에 달한다. 우드로윌슨 연구소는 7광구가 위치한 수역을 ‘아시아의 걸프만’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2000년 초 일부 지역을 탐사한 결과, 석유가 3억배럴 가량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 10월 기준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9%다. 전기를 국내 발전소에서 만들기는 하지만, 석탄부터 우라늄까지 원료는 거의 해외에서 사온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과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수천억원에서 수십조원대의 영업손실 및 미수금을 기록했다.
미국의 추정대로 7광구에 다량의 석유가 매장돼 있고,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시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면 국제유가에 대한 부담이 낮아져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노르웨이가 잘 살게 된 것이 지난해 북해 유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캐내 판매하고 나서부터다. 우리나라가 7광구 소유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7광구의 채산성이 있다고 보장된다면 경제 사정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산성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00년대 진행한 3D 탄성파 탐사 후 채산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동욱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10달러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우리나라 기술로 채굴 비용이 배럴당 수십달러가 들면 채산성이 떨어져 원유를 시추할 수 없다. 미국의 셰일가스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면 채산성이 없어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근 대륙붕 수역. [그래픽=연합뉴스]
우리나라 인근 대륙붕 수역. [그래픽=연합뉴스]
7광구 공동 개발 협정은 발효 50주년이 되는 2028년 6월에 종료되는데, 종료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 한·일 어느 쪽에서든 조약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협정의 존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윤 대통령 취임 후 정식으로 처음 열리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7광구 개발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일본이 개발 사업에서 물러선 이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7광구 내에서 시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협정 당시 ‘양국이 공동으로 시추·탐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에 걸려서다.
일각에서는 담당 부처인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다양한 접촉 경로를 통해 일본에 협정 이행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전문가는 현 정부에서 7광구 이슈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안보 문제 때문에 수면 위로 올리지 않을 뿐이지,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세현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에서는 7광구 이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현 정부 입장에서 7광구는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매듭지어야 하는 ‘현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인 국가안보실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이전에 국제 재판을 걸어 일본의 조약 위반을 문제 삼는 방법도 있다. 다만 전문가는 7광구가 단순하게 풀 수 있는 이슈가 아니기에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안세현 교수는 “7광구는 단순히 국제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라 간 힘의 균형, 한·일 관계가 녹아 있는 매우 복잡한 안보 문제이기 때문에 다각도로 들춰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물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경우도 대비해야겠지만, 정부가 제소 시기와 방안 등을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법적인 판단을 맡기기 전에 한·일 양국이 대화로 풀거나, 미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관계로 비화시키는 방안 등이 정부가 현실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안 교수는 “협정이 만료되는 2028년 이후에 중국이 개입하기 때문에, 7광구는 한국과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 이슈로 떠오를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대립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고차원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로선 ‘2028년 이후 일본이 중국과 대립하는 것보다는 한국과 협력하는 편이 나은 게 아니냐’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대로 일본이 한국을 먼저 제외시키고 중국과 협력하는 척 하다가 대립하는 그림을 구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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