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 드리는 '연도煉禱'라는 독특한 방식의 기도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위령기도'라고도 하지만, 여전히 '연도'라는 용어도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돌아가셨을 때, 빈소에 가보면 조문을 온 신자들이 시편에 우리 가락을 붙여 기도하는 것은 우리 전통을 전례에 받아들여 만든 한국천주교만의 독특한 예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령기도 자체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것은 아닙니다. 유럽에는 시편을 토대로 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초기의 선교사들(파리외방전교회 사제들)이 이 기도를 들여와 우리 운율과 가락에 맞춰 기도하던 것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유럽에서 하는 이 기도문을 성무일도의 아침, 점심, 저녁 기도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성인호칭기도는 없습니다. 반면에 연도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시작 기도 다음에 시편 63편, 130편 51편을 이어서 노래로 하고, 성인호칭기도, 찬미와 간구, 그리고 주님의 기도와 마침 기도로 끝을 맺습니다.
이 땅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는 것 때문에 속앓이를 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매우 지혜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고 고인의 가족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사실상 제사의 다른 형식을 열어놓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날 교회는 제사를 고유 문화의 일부로 인정하여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조상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연도를 바침으로써 가톨릭적인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교회상식 속 풀이 저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