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지는 18일(현지시간)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언어의 필요성을 점차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그동안 전세계 공용어로 주름잡던 영어를 대신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들이 차츰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이 이처럼 제2외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해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출신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업 임원들은 현지인 출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때 영어를 쓰거나 통역인을 통해 대화를 나눴지만 정작 ‘속깊은 애기’를 나누기에는 한계를 느껴왔다.
또 이들 기업이 과거 해외 사업장 직원들에게 영어로 명령을 내리는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현지 언어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모건스탠리 기관투자그룹의 진 영 유럽시장 담당이사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얼마전부터 스페인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그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형식적인 의견은 나눌 수 있었지만 정작 통역을 이용해 나누는 대화로는 그들과 동화된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영 이사는 “현지어를 하게 되면 그 곳 시장과 소비자들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이제는 영어를 이용하기보다 현지어, 즉 제2외국어를 통한 의견개진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난해한 발음때문에 서구인들에게 커다란 ‘장벽’으로 여겨졌던 중국어와 일본어도 경영진 사이에 다시 주목받는 언어들 중 하나다.
일본 닛산자동차를 인수한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르노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는 최근 일본어 배우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닛산을 인수한 직후 한동안 영어를 기업내 공용어로 사용했던 르노는 티에리 비아두 일본담당 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현지 언어인 일본어 사용을 강화했다.
비아두 사장은 “현지어를 사용하면 회사 직원들의 고충과 불만 등 진실한 얘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다”면서 “영어에 의존하는 형식적 대화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