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과 함께 살아 온 한우

[Philo]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한우고기를 먹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한우고기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한우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유독 한국인에게 한우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우가 우리 민족과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입맛에 맞게 사육되어 왔기 때문이다. 원래 입맛이란 그 지역의 풍토와 환경에 맞게 적응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식재료도 그런 입맛에 맞게 개량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고의 시간 동안 한민족과 함께 해 온 한우의 고기가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한우의 맑고 영롱한 눈빛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혹시 직접 보지 못했다면 사진으로라도 한우의 눈빛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한우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애잔한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한우의 눈빛이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원래 동물은 오랜 기간 동안 주인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그 주인의 성품을 닮아가게끔 되어 있다. 그래서 장고의 시간 동안 한민족과 함께 해 온 한우의 눈빛에서 우리의 정서가 읽혀지는 것이 당연하다.

한우는 한국의 소다. 한반도의 재래 소로 우리 땅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소가 한우다. 보통 재래의 가축들은 토종이라는 말을 붙여 ‘토종닭’, ‘토종흑돼지’, ‘토종오리’ 같이 부르는데, 유독 한우만 ‘토종소’라고 하지 않고 에둘러 ‘한우’라고 부른다. 그건 아마도 한우는 우리 민족과 함께 삶의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가족과 같은 정서를 품고 있는 가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우는 수천 년간 우리 민족을 먹여 살린 이 땅의 농업을 함께 일궈온 파트너 ‘일꾼’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을 지탱시켜준 그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는 특별히 ‘한우’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한우를 길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부족국가 시대에 이미 소를 길렀다는 문헌 자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신석기 시대에 농경이 시작되면서 소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김해의 유적지에서 2000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소뼈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또 ‘삼국지’ 동이전에 부여의 관직명으로 우가, 마가, 저가, 견사자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에 벌써 한우의 사육이 일반화 되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보다 구체적인 한우의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고구려 벽화에는 귀부인용 수레를 끄는 한우의 그림이 있고, 신라 법흥왕 때에 얼룩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지증왕은 소를 이용하여 밭이나 논을 깊게 갈아 농사를 짓는 우경법을 펼쳤는데, 당시에는 이 농법이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한반도에서 한우가 본격적인 일소로서의 역할을 감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우리는 한우라고 하면 누런 황토색의 소를 연상하지만 한반도에는 검정색이나 얼룩무늬를 가진 한우들도 많았다. 우리의 한우는 매우 충직하고 성품이 온순했다. 충남 온양 인근에 있는 ‘흑기총’은 주인(조선 초 정승 맹사성)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따라 죽었다는 흑소의 무덤 이름이다. 조선시대에 8만 마리나 있었다는 칡소는 등에서 배 쪽으로 흘러내린 무늬가 호랑이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호반우 또는 범소라고 불렸다. 칡소는 평소에는 순하지만 화가 나면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범을 잡았다는 말도 있는데, 그래선지 집안의 악귀를 잡아 복을 부르는 행운의 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털색을 가졌던 한우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누런 황토색의 한우만 남게 된다. 일본인들이 누런 황토색만 조선소의 색깔로 지정하고 다른 털색의 소는 잡종으로 구분해서 도태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일제의 이런 정책으로 흑소나 칡소 등이 제값을 못 받게 되자 농부들은 이런 소들의 사육을 기피하였다. 불행히도 이런 인식은 광복 후에도 지속되어 각종 가축품평회나 경진대회에서 다른 색이 섞인 한우는 ‘자격미달’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낮게 평가되었다. 그 결과, 그나마 남아 있던 다른 털색의 한우가 대부분 도태되었다.

그러나 몇몇 칡소는 싸움소로 이용되기도 하고, 또 흑소는 제주도에 일부 남아 ‘제주흑우’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최근 국립축산과학원 등에서 전통 한우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여 전통 한우가 일정부분 복원되고 있어 다행이다. 현재 전북에서는 칡소를 지역의 명품으로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울릉도에서도 칡소고기를 특산물로 선보이고 있다. 제주흑우 역시 ‘제주흑우 명품화지원사업’에 힘입어 마리수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한우는 우리 민족과 역사를 같이 해 온 만큼 우리 민족의 풍속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우를 이용한 민속놀이 중 대표적인 것이 소싸움이다.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끝내고 누구의 소가 힘이 센지 겨루는 놀이를 즐겼다. 이런 소싸움은 경상도 지방에서는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필로가 살고 있는 경남 진주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진주에서 소싸움이 벌어지면 마산, 순천, 청도 등에서 사람들이 소를 몰고 참가하였다. 그리고 소싸움이 벌어지는 인근에는 난장(亂場)이 같이 섰고, 서커스단이나 온갖 장사꾼도 판을 벌여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되었다.

예전에는 소싸움만큼 농부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놀이도 없었다. 그것은 마을끼리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고, 또 싸움판이 커질수록 노름판(?)도 커져 흥미도 커졌다. 그래서 싸움소는 농사를 짓는 일반 한우와 달리 따로 길러졌다. 송아지 중 몸집이 크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것을 선발하여 몇 년씩 훈련을 시켜 싸움소로 키웠다. 보통 한우는 500kg 정도지만 싸움소는 1톤을 넘나들 정도로 잘 키웠는데, 싸움에 출전하기 전에는 낙지나 막걸리 등 기운을 돋울 수 있는 음식을 먹이기도 하였다.

소싸움은 역동적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잔인한 경기가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 민속씨름처럼 매우 신사적이고 공정한 경기다. 소싸움은 소가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뒤로 밀리면 패하는 경기다. 뿔로 격렬하게 부딪치기도 하지만 피가 튀길 정도로 격한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소가 크게 다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한우의 품성상 싸움에서 지고 엉덩이를 보이며 도망가는 상대를 뒤쫓는 일도 없다. 승자는 조용히 몸을 물리고 주인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눈다. 한우는 정말 우리 민족의 품성을 쏙 빼닮았다.

한우는 1960년 전에는 ‘농우(農牛)’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농사를 짓는 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에 들면서 농민들은 한우의 다른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우를 농사일에 이용하는 것보다 잘 비육하여 고기소로 팔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이 당시 유명하던 말 중 ‘우골탑’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단어는 대학의 상아탑을 빗댄 유행어였다. 당시 대학들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 농촌에서는 집에 있는 한우를 팔아 등록금을 냈다는 의미로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한우는 가치 있는 가축이 되었다.

한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농촌에서는 한우를 기르는 일이 상업화되기 시작하였다. 농사일에 부리기 위해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 키우던 농가들 중 고기소로 팔기 위해 열 마리 이상 키우는 농가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 농민들은 우시장에서 송아지를 사서 키운 다음 소장사에게 고기소로 팔아 목돈을 벌 수 있었다. 바야흐로 일소였던 한우가 고기소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더욱이 1970년대에 들어와 농사일에 농기계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한우는 본격적인 고기소로 사육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아직도 시골에 가보면 한우를 외양간에서 한두 마리씩 키우는 농가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한우는 산업화된 한우농장에서 적게는 20~30마리에서 많게는 200~300두 규모로 사육된다. 한우농장 규모가 150두 이상이면 한우사육을 업으로 삼는 전업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한우농가들은 한우농장과 다른 농사일을 병행하는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토지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한우를 대규모로 사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우를 대규모로 사육할 수 없는 것은 자연환경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값싼 수입쇠고기와의 경쟁에서는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 초지가 풍부한 호주나 아르헨티나, 그리고 옥수수가 풍부한 미국에는 대규모의 소를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한다. 쇠고기의 생산비가 쌀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한우는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이 가격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한우는 수입쇠고기에 비해 맛있고 안전하다. 한반도의 풍토와 환경에 오랜 기간 적응된 한우는 한민족의 입맛에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우농가들은 비록 산업화가 되었지만 농장 당 사육두수가 그리 많지 않은 만큼 한 마리, 한 마리씩 정성으로 사육하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되는 수입쇠고기에 비해 백배 안전하다. 21세기 대한민국 농촌에서 한우는 아직도 농민들과 정을 나누고 있는 가족과 같은 가축이다.

[감사해]

애잔한 느낌이 드는 맑은 눈망울의 가족과 같은 한우를 먹지 말자는 말인지...먹어야 된다는 말인지 해깔려요..ㅎㅎ
글고 한우라는 단어 사용한거 얼마 안된거 같은데...제 기억엔 그래요, ㅎㅎ 요즘 골프 안해요??

[Philo]

I love Hanwoo. They are so delicious~~~
꼴푸 칠 시간이 엄써요....밀린 일과 사역이.....
오늘 목사고시 통과했다는 멜을 받았어요.
축하해주세요......안수는 4월 20일!

[바나바]

교수에서 목사로??
그라문 고루프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거아녀?

[Philo]

꼴푸는 항상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어요.
하나님이 때가 되면 치게 해주실 줄 믿쓈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