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호수 둘레 길을 가다
◎ 횡성(橫城) 호수(湖水)는 어떤 곳인가?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甲川面)에 자리한 곳으로 이곳에 댐을 막아 5개 마을이 수몰된 곳이다. (2002년 11월에 준공) 물 저장 용량은 자그마치 8.690 톤으로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로 사용해 오다가 최근에는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풍광이 수려한 이곳에 둘레길이 생기면서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이 몰려드는 추세라고 한다. 6개 구간 (제1구간 횡성댐길 3㎞ 제2구간 능선길 4㎞ 제3구간 치유길 1.5㎞ 제4구간 사색길 7㎞ 제5구간 가족길 9㎞ 제6구간 회상길 7㎞) 총 31.5㎞에 이르는 곳으로 구간마다 특색이 있는 둘레길이다.
※ 횡성군과 갑천면의 지명(地名)과 유래(由來)
횡 성(橫城) : 다른 지방의 하천은 물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고장의 하천물은 유달리 동에서 서로 흘러간다고 가로 횡(橫) 자(字)를 쓰고 세종실록 지리서에 이곳 마을 이름이 화전리(花田里) 부동리(釜洞里)로 별호가 “화전”으 로 기록되어 현(縣)의 관가(官家)가 되면서부터 성(城)으로 기록이 되어 횡성이 라 부르게 되었다.
갑 천(甲川) : 옛날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泰岐王)이 신라 시조 박혁거세에게 쫓기어 태 기산(泰岐山)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꾀하며 훈련하다가 갑옷을 냇물에 씻었다 하 는 갑천의 이름을 따서 甲川面이라 하였다.
※ 횡성 수자원공사 : 033-343-6157
◎ 망향의 동산에 올라
횡성댐 건립으로 갑천면 5개 리가 물속에 잠기게 되자 마을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영영 볼 수도 찾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망향의 한(恨)이 서려 정든 마을이 잠긴 호수라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망향의 동산”을 꾸몄다.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는 언제나 이곳에 올라와 횡성호수를 바라보며 그때 그 시절의 향수(鄕愁)에 젖어본다고 한다.
광활한 망향 동산에는 공원설립의 공로자들에 대한 송덕비가 세워져 있고 커다란 기념관이며 높이 5m의 3층 석탑 (수몰 지구 부동리에서 옮겨놓은 석탑)의 안내판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에서는 폼을 잡고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또한 볼만하다.
망향공원은 널따란 푸른 잔디밭이며 각종 나무와 계절 따라 피어나는 수 많은 꽃들이 이곳을 찾는 길손을 반가이 맞이한다. 울긋불긋 화사하게 피어난 영산홍 자산홍이며 눈처럼 하얗게 피어난 이팝나무 꽃들로 구색을 맞추어 장관(壯觀)을 이루었다. 기념관으로 들어가면 수몰되기 전 옛 고향의 모습을 흑백사진에 담겨 전시되고 있다.
※ 수몰된 부동리(釜洞里)에 대한 정경의 글이 있어 옮겨본다. (기념관에 비치된 글) 구 방 (마을 이름인 듯)에서 흙 길을 걸어올라 화성정 언덕배기를 지나는 “곰 말 고개”에서 윗말 아랫말 사람이 오가며 정을 나누던 곳 풍요로운 들녘에는 참깨. 들깨. 콩 등이 뒤덮고 간간이 황기 도 심어 약초 냄새가 솔솔 나기도 했던 마을! 부동리 정상에는 세 개의 큰 바위가 있어 꼭 가마솥 모양 같다고 하여 “가마골”이라 불러 “釜洞里”가 되었고 1.500마지기가 넘는 넓은 부동들에는 해마다 풍요로운 곡식과 농악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들 한가운데 서 있던 성황당 때문 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계천 5개 마을 중 계천에 얽힌 전설이 있는 가마골 “부동교” 밑 두 평 남짓한 장 독 바위도 그 전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또다시 물속에 잠겼으니 전설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 글을 읽노라면 부동리 전경이 그림을 보듯 떠 오른다. 수몰민의 향수(鄕愁)는 오죽하였을까?
◎ 횡성호수 둘레길 (제5구간)을 걸으며
이번 여정(旅程)이 워낙 짧아 횡성호수 둘레길 6구간 31.5㎞를 다 돌아볼 수 없기에 우선 걷기 편하고 (난이도 하) 풍광도 좋다는 5둘레 길 (가족 길 A.B 코스 9㎞)을 돌아보았다. 망향의 동산에서 출발하여 진초록빛 횡성호수를 감상하며 걷는 코스이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온 산사는 청정한 모습으로 생기(生氣)가 넘쳐 난다.
홀로 걷는 길은 외롭기는 했지만 덕분에 사색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오 가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구면처럼 반갑고 이따금 씩 시끌벅적 떠들어대는 단체 관람객이 지나가고 나면 또다시 고요가 엄습한다. 경사가 완만한 흙길이 이어지면서 남해안의 리아스(rias)식 해안처럼 들쭉날쭉 방향이 바뀌면 시각 따라 보이는 풍광도 또한 멋있다.
길을 가다 보면 호수 가까이 돌출한 산자락이 뻗어난 자리에 전망대가 나오면서 쉬었다 가라고 길손을 유혹한다. 이곳에 서면 호수도 산도 모두가 초록빛 세상이다. 호수 건너 저 너머로 나지막한 산자락 틈새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굽이굽이 넘어가는 모습은 한 폭의 사생화를 그려냈고 산 중턱의 숲속에 하얀 색갈의 고급 건물은 어느 누가 사는지 선계(仙界)처럼 느껴진다.
필자 자신이 어쩌다 화가가 못되어 이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만 하였다. 다행히도 카메라를 들이대어 찰칵하는 순간에 사진기에 담을 수 있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이따금 씩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 때마다 호수에는 눈썹 물결이 일면서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이 모두는 횡성호수 둘레길에서 느끼는 오감(五感) 만족의 힐-링(healing) 여행이다. 도심(都心)에만 묻혀 살다가 모처럼 호반(湖畔)의 정취에 취하다 보니 딴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세상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존재 하기에 살맛이 난다. 전망대에서 빠져 나와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비경(祕境)을 찾아보려고 해도 보속(步速)은 절로 빠르게만 움직인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여럿이 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소 경사가 있는 산자락을 가쁜 숨소리를 들으며 넘으면 요리조리 꾸불꾸불한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눈길만 돌리면 길가 여기저기에 계절 따라 피어나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요사이 피어나는 원추리 개고사리 질경이 머위 애기똥풀 등.......
누가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지만 애잔하게 홀로 피어나 길손에게 기쁨을 준다. 이름 모를 야생화 한 포기에도 가만히 알고 보면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있고 어떤 꽃은 짙은 향기를 뿜어낸다.
산 그림자를 담은 아름다운 횡성호수는 평일(平日)이라 그런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레-져 시설(번지점프. 수상스키(ski). 보트 놀이. 낚시 등)이 없어서 그런지 적막감만 감돈다. 그렇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계곡의 물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산새 소리 등 오직 자연의 소리만이 귓전에서 머문다.
횡성호수 A 코스 (4.5㎞)는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자연의 신비함을 사람의 제한된 언어로는 무어라 표현하기가 주저해진다. 혼자서 가는 길이기에 선뜻 떠나기를 주저했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명구(明句)가 떠올라 실행하였더니 마침내 “망향의 동산”으로 원점회귀(原點回歸)하였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만족하였다.
숲속에 있을 때는 숲이 보이지 않더니 숲을 벗어나 망향 동산에 이르니 숲이 보인다. 횡성 호수 길 그리고 망향의 동산에 언젠가 다시 와서 횡성호수 길 전 구간을 완주 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미련을 남기며 귀갓길로 접어들었다.
횡성 군청 : 033-340-2114
횡성호수길 : 033-340-2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