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단 한번. 바야흐로 여름휴가의 한복판이다. 아무리 깊고 깊은 산중 계곡이라도 이때만큼은 절대로 사람들의 발길을 피하지 못한다. 1년 365일 내내 그저 적막 속에서 간혹 바람만 지나가던 인적 드문 오지의 깊은 계곡에도 요즘 같은 여름휴가 시즌에는 사람들로 차고넘친다. 꼭꼭 숨겨져 있는 그런 곳들을 대체 어찌 알고 찾아드는지, 그야말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인파로 가득한 계곡들을 헤매노라면
어디 몰래 숨겨둔, 나만 아는 곳이 한 곳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경북 포항의 하옥계곡. 포항이라면 제철소 혹은 바닷가부터 먼저 떠올리는 외지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하옥계곡은 한눈에 반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면서도, 아직 사람들의 발길에 훼손되지 않은 곳이다.
계곡 물길을 따라가는 도로에는 69번 지방도라는 번듯한 이름이 붙어있긴 하지만, 길은 아직도 포장되지 않은 옛 흙길 그대로이고
계곡을 끼고 들어앉은 슬레이트 집들은 죄다 20~30년 전쯤의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계곡을 따라 물은
기암괴석과 같은 바위 사이를 둥글게 깎으며 흘러내리고, 찰랑찰랑 바위 사이의 깊은 소(沼)에 담긴 물은 쪽빛으로 반짝인다.
어찌나 물이 맑고 풍광이 빼어난지 감히 그 물에 몸을 담그기조차 죄송스러워질 정도.
하기야 평소에는 인적이 없는 이곳도 여름휴가 시즌에는 포항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간간이 대구에서도 피서객들이 찾아드는 곳이긴 하지만,
피크시즌을 살짝 벗어나기만 한다면 이곳에서는 물가에 그늘막을 쳐놓고 고즈넉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 소개되면
그곳도 한적한 곳이 되기는 어려울터.. 이런곳은 알음알음 피한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제격인데..
포항에는 하옥계곡 말고도 또 하나의 빼어난 계곡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내연산 보경사계곡이다. 하옥계곡과 같은 내연산 자락을 끼고 있지만 보경사계곡은 하옥계곡보다 더 유명하고, 행락객들의 발길도 잦은 편이다.
계곡 물가에 자리잡고 수박을 쪼개놓고는 물놀이를 하며 머물기에 좋은 곳이 하옥계곡이라면, 보경사계곡은 타박타박 산길을 따라
수많은 폭포들을 하나씩 헤아리며 오르는 계곡 산행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계곡 초입에서 보경사 독경소리를 벗하며 물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다가 땀방울이 맺히면 맑은 물로 푸드득 세수도 하고, 발도 담가가면서 천천히 더위를 쫓아가며 오르는 계곡 산행의 맛이 각별한 곳이다.
여름 한복판에 포항으로 떠나는 여정. 하옥계곡과 보경사계곡의 서늘한 정기에 빠져도 좋고, 내친 김에 아예 구룡포쪽의 바닷가 해수욕장을 찾아도 좋다. 저녁 무렵이면 죽도시장을 찾아가 서걱서걱 얼음이 씹히는 새콤달콤한 물회 한그릇으로 더위를 쫓는 맛도 나무랄 데 없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천나들목으로 나와 4번 국도를 따라 영천까지 가서 28번 국도로 포항 방면으로 향한다. 영천 조교동 삼거리에서 69번 지방도를 타고 죽장 방면으로 향하면 죽장면 소재지다. 여기서 상옥리를 거쳐 하옥리로 가면 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비포장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경북 영덕의 옥계계곡 상류에 가닿는다. 먹거리 & 잠잘 곳 하옥계곡에는 이제 막 민박집과 펜션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하옥계곡에는 하옥리버뷰(054-262-2850)와 느티나무집민박(054-262-6630), 하옥산장식당(054-262-7885) 등. 비록 계곡을 끼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 지은 숙소가 깔끔한 어진이네 민박(054-733-8025) 등이 추천할 만하다. 하옥계곡 끝이자 옥계계곡의 상류인 옥계농장(054-734-2154)도 민박 손님을 받는다. 내연산 보경사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포항까지 갔다면 죽도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시장 어디서나 신선하고 저렴한 회맛을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특히 가자미를 썰어넣은 물회가 유명하다. 죽도시장 근처 북부시장의 새포항물회집(054-251-8847)이 유명하다지만, 죽도시장의 물회는 대부분 비슷한 맛이다.
자료협조 ㅣ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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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비와 깨구락지..메르치의 여행 보따리 원문보기 글쓴이: 포비와 깨구락지
첫댓글 계곡도 산책로도 좋아서 가볼만 하네요 자세한 정보까지 너무 고마워요.^^* 메모 끝
저두 가고싶어요...
와~~정말 가보고 싶은 계곡이네요~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