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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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남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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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왜목마을의 일출 모습.동해안에 비해 바다가 잔잔해 물결에 비친 해의 모습이 불기둥을 연상시킨다.날씨가 맑아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이 동해안보다 많은 것이 장점이다. | |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 ‘왜목마을’의 자원은 바다와 태양이다. 구체적으로는 마을 앞 뒤 수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이 왜목마을의 재산이다. 인근 경치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수려한 것도 아니고 동해의 정동진처럼 드라마 덕을 본 것도 아니다. 특별한 시설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요즘 왜목을 찾는 관광객은 평일 400여명, 주말 2000여명으로 연간 20만명에 이른다.
“여러분 오늘은 청소하는 날입니다. 모두 해변으로 나와주세요.”
지난 9월 13일 오전 이장 조덕행(趙德行·50)씨와 부녀회장 장미자(張美子·45)씨가 마을을 다니며 소리치자, 10분도 안돼 주민 20여명이 각자 하던 일을 접어두고 목장갑을 낀 채 50ℓ들이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들고 해안가로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곧 익숙한 솜씨로 식당 앞 해변을 헤집고 다니며 쓰레기를 깨끗하게 주웠다. 일부 주민은 비질을 하며 마을 구석구석을 말끔히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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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왜목마을 주민들이 일제히 나와 해안을 청소하고 있다.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하는 손님맞이 활동이다. |
1998년만 해도 한달 내내 외지인이라곤 10명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이 마을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이 마을은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8가구에 25명이 조촐하게 살던 마을에 지금은 18가구, 72명이 산다. 한경숙(韓景淑·54·제일횟집 주인)씨처럼 도시에서 살다가 귀향했거나 장사를 하기 위해 외지에서 이사온 사람들 때문이다. 횟집은 5곳에서 13곳으로 많아졌고 여관 3곳이 새로 들어섰으며 아직도 곳곳에서 건물 신축이 준비되고 있다. 주민들은 바다낚시를 위한 배 대여, 민박 등을 하면서 소득이 몇 배로 늘었고 땅값도 20~30배가 뛰었다.
당초 왜목마을은 농사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농어민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평범한 어촌이었다. 이 마을은 서해안에 위치해 있지만 바다를 향해 북쪽으로 돌출해 있다. 때문에 마을 동쪽으로도 바다가 펼쳐지는 특이한 지형을 갖추고 있다.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친 때는 1998년. 그해 9월 당진부군수로 부임한 현 충남도 이철환(李喆煥·57) 농림수산국장이 왜목마을의 일출 광경을 보도한 한 신문의 기사를 읽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매일 대하는 자연현상일 뿐이었다. 고향이 당진인 이 국장도 왜목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조금도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었다. 이 국장 스스로도 동해안으로 일출을 구경하러 간 적도 많았다. 그런데 서해안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 이 국장은 무릎을 쳤다.
“잘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지요.”
그는 왜목 마을의 홍보컨셉을 ‘해가 뜨고 지는 마을’로 잡았다. 현지에 가 본 결과 아늑한 어촌과 잔잔한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도 썩 좋았다. 이 국장은 곧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자리에서 일출, 일몰, 월출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며 이곳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한다고 각 언론과 전국 관광회사 등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99년 1월 1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불과 25명이 사는 마을에 3만명이라는 대인파가 찾아왔다. 마을 주민들은 수많은 사람에게 뜨거운 커피를 제공하는 등 손님접대에 정성을 다했다.
자신감을 얻은 군청과 주민들의 관광지 만들기가 이때부터 본격 시작됐다. 군은 전문작가를 동원해 멋지게 사진을 찍어 충남도에 보고, 3억원을 받아냈다. 여기에 군 예산 2억원을 보태 상수도, 화장실 등을 설치하고 길가에 나무를 심었다. 주민들은 진입로 부지를 내놓고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등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갖춰나갔다. 이들은 이어 밀레니엄 행사를 기획했다. 그 결과 2000년 새해에 찾아온 인파는 무려 10만명.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자동차는 수십㎞ 밖까지 줄을 지었고, 발 디딜 틈조차 없어 일부는 지붕 위에까지 올라갔어요. 그야말로 ‘물 반 사람 반’이었지요.”
주민 조교행(趙敎行·46·대어횟집 주인)씨는 “군 전체 인구 12만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작은 어촌에 몰려왔으니 우리 마을 아니 당진군 사상 최대의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왜목의 일출은 특히 한번 본 사람일수록 매력을 잊지 못한다. 박성재(朴聖在·49·자영업·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는 “해돋이에다 맑은 공기, 값싼 생선회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며 “올 한 해 벌써 7차례나 왔지만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목마을은 당진군 차원에서 봐도 이만저만한 효자가 아니다. 해 뜨는 것을 보려면 관광객들이 먹고 자는 등 체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삽교호 등 주변 관광지까지 ‘왜목특수’를 함께 누리는 등 왜목은 당진 전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당진군은 현재 상가 및 숙박시설 건립·갯벌체험·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해안 관광도로 개설 등의 관광개발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주민들도 신바람이 났다. 우선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조개를 줍는 즐거움을 더 누릴 수 있도록 내년쯤 바지락 종패를 대량으로 살포할 예정이다.
“마을 옆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선박 입출항을 위해 바다를 준설할 계획인데 여기서 파낸 모래를 자갈로 이뤄진 해변에 깔 생각입니다. 어린이들이 해변에서 놀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요.”
주민 조선형(趙鮮衡·54)씨는 또 “신혼부부나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계층별 이벤트, 새해나 정월 대보름 등의 계절별 이벤트 등을 구상 중”이라며 “정동진을 능가하는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왜목마을/ 아늑·소박한 멋…주변엔 함상공원 등 볼거리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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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올 4월 문을 연 삽교호 함상공원.두 척의 구축함과 상륙함으로 만든 테마공원이다. | |
여기에다 볼거리·즐길거리·먹을거리가 주변에 많은 것도 왜목을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르게 한 요인이다.
왜목에서 당진화력발전소를 거쳐 불과 1㎞만 가면 장장 7.8㎞에 이르는 대호방조제가 나온다. 방조제 중간쯤엔 간척지에 친환경농업 시범지구가 조성돼 있으며, 반대편엔 도비도가 있다. 도비도는 농업기반공사가 시범 조성한 농어촌 휴양단지. 농어민교육복지센터·해수탕·농산물직판장 등이 들어서 있고 도비도 앞엔 크고 작은 섬과 갯벌이 펼쳐져 있어 생태·환경 체험을 하기에 좋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황금빛 낙조도 좋은 구경거리로 꼽힌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를 막 지나 당진에 들어서면 올 4월 문을 연 삽교호 함상공원을 만날 수 있다. 구축함과 상륙함 두 척의 군함을 해군으로부터 무상 양여받아 민·관 합작으로 만든 이색적인 테마공원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둘러볼 만하다.
심훈(沈熏) 선생이 「상록수」 등을 집필한 「필경사」,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 석문방조제 역시 멀지 않다. 충남의 북부 해안을 드라이브하면서 한진·안섬·성구미·장고항 등 해안가 곳곳에 있는 포구의 횟집에 들르면 싱싱한 회를 싸게 먹을 수 있어 당진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 준다. 뛰어난 미질로 유명한 우강 청결미를 비롯해 꽈리 풋고추, 두견주 등 특산물도 일품이다.
오성환(吳星煥·45) 문화공보실장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갈수록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외부 손님이 편안하게 즐기고 갈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 착실하게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041)350-3224, www.dangjin.go.kr
첫댓글 와! 전문가네요..꼭 보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