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바람처럼 제주도에 다녀왔다.
어떤 일을 할 때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 것이 더 쉬울 때도 있다.
지난 겨울 제주도 오름과 싱글길을 타려고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데 제주도에 폭설이 내려 중단되어 아쉬웠던 적이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진행을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우다.
이번 여행은 정말 너무 뜻밖에 빨리 이루어졌다.
방학이 며칠 지난 어느 날 보충 수업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 친구들과 제주도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한 사람이 포기를 해서 방이 남을 것 같으니 갈 의향이 있느냐고? 내가 거기 끼어서 뭐 하겠느냐고 싫다고 했더니 같이 놀지 말고 당신은 자전거 가지고 가서 실컷 타고 놀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앗싸! 가오리!' “좋아. 비용은?”
“항공료 20만원”
“그렇게 해”
이렇게 해서 추진된 것이었다.
집에 와서 ‘저가 항공이라는데 20만원이면 비싼 것 아니냐’라고 투덜댔더니 ‘놀러 가려고 마음 먹었으면 그 정도는 들어야 하며, 한 번 마음 먹었으면 그대로 실행할 것이지 뭘 쪼잔하게 비용가지고 그러냐’라는 지청구를 듣고 그냥 찌그러져 있었다.(세상에서 아내가 제일 무서워 ㅋㅋ)
8월 16일
9시 1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준비를 했다. 출발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찍 출발한 것이다.
인천 지하철을 타고 가서 김포공항으로 환승을 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진에어 수속 밟는 곳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비행기표를 받고 자전거 운송에 대해 물었다. 예전에 비행기 탈 때 헝겊으로 된 백에 넣어서 추가비용 없이 탑승했던 경험이 있어서 백을 준비해 갔으니 그렇게 하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직원 왈 자전거는 대형 화물에 속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1만원을 냈다. 그랬더니 2층에 내려가면 박스 포장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박스에 포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스 포장하는 곳에 갔더니 앞바퀴를 분리하라고 하더니 큰 박스를 조립해서 포장을 한다. 박스에 집어 넣고 테이프로 찍찍 붙이는 것으로 포장이 끝났다. 비용은 25000원. 추가 비용이 3만5천원이 발생한 것이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포장을 하는 업체에 연락하면 지금 박스를 그대로 보관했다가 올 때는 1만원에 포장을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럼 올 때는 추가 항공료까지 2만원이 드는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진에어는 저가 항공으로 알고 있었는데 항공료가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해서 9만원이 약간 넘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싼 요금은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탑승 3개월 전에 예약을 하면 얼리버드 요금제가 있어서 그 요금은 싸다는 것이다.
탑승 또한 특이했다. 비행기표에 좌석 번호가 있는 것이 아니라 A,B,C 구간이 있어서 줄을 서 있다가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자기가 앉고 싶은 좌석에 앉는 것이다. 나는 아내와 느긋하게 들어갔더니 같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없어서 따로 앉아서 갔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화물을 기다리는데 내 자전거가 제일 먼저 나왔다. 파손이 염려되어 제일 위에 실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올라가는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배를 타고 가려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얼마 후 광주에서 출발한 아내 친구들이 왔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제주 흑돼지 구이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아내와 친구들은 관광하러 떠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제주시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어도MTB 회장님인 토박이님을 만나 라이딩 코스를 안내받기로 했다. 그 분은 근무 중이어서 같이 라이딩하기는 어렵고 일단 코스만 안내받기로 했다. 제주도 해안을 따라 일주하는 라이딩이나 산간 도로를 타는 것은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이번 라이딩은 오름과 싱글길 또는 임도를 타려고 마음을 먹었다.
토박이님은 이 더운 날씨에 도로 업힐을 하려면 힘들 것이기 때문에 차량으로 산간도로까지 태워다 준다고 했다. 토박이님 차를 타고 바리메 오름이라는 곳에 갔다. 그곳에서 하차를 하고 토박이님은 직장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토박이님이 알려준 코스를 따라 ‘영함사’ 라는 절에 갔다. 제주에서 출발할 때는 해가 쨍쨍했는데 바리메 오름에 오자 안개가 자욱이 끼어 앞이 안 보이고 는개처럼 가는 빗방울까지 내려 주변을 볼 수 없었다. 영함사 가는 길은 주위에 오래 된 삼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데 안개가 끼어 있어 신비한 느낌도 들고 약간 공포 영화같은 느낌도 들었다.
<영함사 가는 길>
‘영함사’는 법당이 콘센트 막사였는데 왜 그렇게 지었냐고 물었더니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땅이라 시멘트를 사용하면 바로 철거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고 친절하신 주지 스님께서 말씀하신다.(이곳 주지 스님은 사진 전문가이시다.)
그곳에서 인생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서 라이딩을 하는데 길이 안개 때문에 안 보인다. 이런 때 싱글길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큰 길로 나와서 광평 마을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곳 역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아무 것도 볼 수 없는데다가 광평리 교차로를 지나서 부터는 왕복 2차선 도로에 갓길이 없어서 지나가는 차량이 무서웠다.
<광평교차로 가는 길>
한참 가다가 방향을 돌려 다시 바리메 오름 쪽으로 왔다. 갈 때는 맞바람을 받아서 힘이 들더니 올 때는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니 페달이 가볍다.
바리메 오름 쪽을 가는데 계속 오르막이다. 이제 안개는 걷혔으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르막 임도를 꾸준히 올라가다보니 산죽이 낮게 깔려 자라는 곳에 오솔길이 나있다. 그곳을 타고 가는데 시간이 거의 6시가 다 되어 하산하기로 했다.
오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제주 시내까지 상당히 긴 거리를 신나게 다운했다. 속도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평균 속도 40킬로 이상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아내 일행과 식사하기로 약속된 탑동 사거리 횟집에 도착했는데 일행이 아직 오지 않아서 7시 30까지 기다렸다. 저녁 식사가 빠를 줄 알고 토박이님에게 8시에 야간 라이딩 가능하다고 약속했는데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게 되었다. 일행이 도착하자 나는 바로 밥을 시켜서 식사를 했다. 해산물과 회가 나왔는데 조금 먹고 있으니 토박이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탑동에서 식사 중이라고 하니까 내려오겠다고 하셨다. 한참 후에 내려오셨는데 차량을 가지고 오셨다. 아래에서 위까지 올라가려면 힘들기 때문에 일단 차에 탑승을 하라고 하셨다. 차에 탑승을 하여 토박이님의 부인인 나래님께서 운영하는 식당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 넘었다. 기다리던 일행 3명은 먼저 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리나케 올라갔다. 토박이님의 설명에 의하면 제주의 길은 단순하단다. 꾸준히 올라갔다가 신나게 내려오면 끝이란다. 그런데 우리 토박이님 업힐이 장난이 아니다. 나도 업힐하면 그리 뒤지는 사람이 아닌데 거의 30분 넘는 시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른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군데군데 태풍 무이파가 할퀸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야간에 달리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길이다. 그냥 토박이님만 따라서 업힐을 한다. 앞에 간 일행을 만나지 못하고 제주대 4거리에서 전화를 하니 일행은 벌써 가게에 도착해 있다고 한다. 우리도 거기에서 신나게 다운힐을 하여 나래 식당에 도착했다.
간단히 씻고 나니 앞에 갔던 일행이 돌아오고 왔다. 주변을 돌면서 막걸리를 사오느라고 늦었단다. 자파리님과 젊은 두 분(닉을 정확히 몰라 죄송).
얼마 후 나래님께서 음식을 내오셨는데 제주 특산 3종 세트(갈치조림 2냄비, 돼지불고기 큰 2접시, 제주특산 자리물회)였다. 갈치조림도 맛있었고 돼지불고기도 아주 맛있었다. 자리물회는 제주식으로 된장을 풀어 만들었는데 내 입에는 딱 맞았다. 나래님 음식 솜씨 아주 좋습니다.^^
식사를 간단히 하면서 막걸리를 마셨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막걸리를 마시다보니 막걸리 10병이 모자랐다. 지난 번 무이파 태풍 이야기 이어도 MTB 야유회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12시가 넘었다.
숙소인 선녀와 나무꾼 근처 황토방까지 가려면 힘들 거라며 그 시간에 동호회원 중 산바람이란 분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 운전을 부탁했다. 그 분 또한 흔쾌히 와서 토박이님 차에 자전거를 싣고 황토방에 도착했다. 나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황토방은 다락으로 된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층에 6~7명 위에 6~7명이 자도 될만큼 넓었다. 아내 친구들은 1층에서 쉬고 나를 비롯하여 운전을 하신 분 포함 남자 3명은 위층에서 잤다.
8/17
아침에 일어나서 8시경에 출발 준비를 했다. 오늘은 사려니숲길을 타고 싶은데 그곳은 9시 넘으면 관리자가 출근하여 자전거를 통제하기 때문에 9시 이전에 들어가야 한단다. 숙소에서 8시 10분에 출발하여 관광 지도를 보고 딸랑소리가 나게 달렸다. 제주도는 매우 넓은데 인구가 적어 중간에 길을 물어볼 사람이 없다. 오르막을 계속 달려 갈림길에서 절물휴양림 방향으로 갔다. 절물휴양림 근처에서 길을 물었더니 사려니숲길은 5.16도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큰일 났다. 시간은 약 10분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사려니숲길은 포기할까 하다가 가는데까지 가자고 하여 죽자사자 달렸다. 사려니숲길 입구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다. 몇 사람이 보이는데 보아하니 관리인은 아닌 것 같아 바로 고고씽!!!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진입 성공!!!
<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은 조용하게 명상하며 걷기 좋은 길이었다. 잘 다듬어 놓은 임도였다. 몇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자전거로 달리기도 좋았다. 그러나 세게 달리지 않고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천천히 숲을 음미하며 갔다. 바위가 많이 있는 골짜기에서는 자전거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제주의 경치를 마음껏 즐겼다. 약 5킬로미터 쯤 왔을 때 성판악 가는 길 팻말이 보였다. 그러나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어제 술좌석에서 그곳으로 가면 싱글길이라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그곳으로 들어갔다. 화산석이 울퉁불퉁하게 박혀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었다. 어떤 곳은 탈 수 있었지만 어떤 곳은 타기 어려워서 끌었다. 한참 가다보니 목이 말랐다. 제주에는 약수터나 샘이 없기 때문에 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침에 다급하게 나오느라 그 생각을 못했다. 어제 마시다 남은 물이 조금 있었다. 그 물을 아껴 가며 먹었다. 또 아침 식사를 못해서 배가 고파 비상 식량으로 준비한 에너지바를 먹고 걸었다. 길을 가다보니 태풍 때문에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가로 막고 있어서 돌아서 가야 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태풍으로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나무>
쓰러진 나무 중에는 다래가 달린 나무도 있었고 으름이 달린 나무도 있었는데 아직 익지 않아서 먹을 수가 없었다.
<다래 열매>
<으름 열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헤쳐 가니 성판악이 나왔다. 그런데 성판악 쪽으로 나오면서 안내판을 보니 그곳에 출입하면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고 적혀 있었다. 아~~싸 200만원 벌었다.
허기진 배를 잡고 성판악 휴게소에 들어가 해장국을 시키니 다 떨어졌다고 해서 김밥에 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국수는 면발이 굵으면서(일반 국수의 2배 굵기) 맛이 떨어졌다. 갈증이 나서 연거푸 물을 마셨다. 어제 밤에 먹었던 자리물회가 간절히 생각났다. 식사를 마친 뒤 성판악휴게소 근처에 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서 물을 받아 출발 준비를 했다. 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 기사에게 오름 올라갈 만한 길을 물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 사람들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취향을 알 리가 없지. 늘 택시 타고 큰 길만 다닐 테니까.
그냥 무턱대고 서귀포 방향으로 나왔다. 큰 도로 내리막을 달리다보니 산 속으로 진입하는 길이 있었다. 이곳으로 들어가서 임도 내리막을 신나게 달리다보니 출입 통제 구역이 나왔다. 난대림 연구소 같은데 출입시 5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가기에는 꽤 많이 왔고 보이는 사람도 없어서 신나게 달렸다. 달리다보니 사려니숲길과 만났다. 어쨌든 신나게 내리 쏘았다. 그렇게 사려니 오름 근처에 왔는데 그곳에도 통제소가 있었다.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이 여기는 자전거 타면 안 된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더니 빨리 나가라 해서 그대로 나왔다. 한참 내려오다보니 오름목장 가는 표지판이 보였다. 길을 모르니 그곳으로 들어갔다. 시멘트 포장길을 신나게 달렸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넓은 초지가 좌우로 펼쳐져 있었다. 계속 가다보니 목장 출입문이 닫혀 있었다. 돌아나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그래서 그냥 열고 들어가서 문을 닫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로 달렸다.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한참 내려오니 또 문이 닫혀 있고 ‘이곳은 소를 방목중이니 출입문을 닫아주시오’라는 안내문이 있어 열고 닫고를 몇 번 한 뒤 ‘의귀’라는 곳으로 내려왔다. 신나게 달려 내려왔다. 그 사이에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의귀에서 도로를 만나 달려서 수망사거리에 도착했다. 약 1시 20분쯤에 그곳을 출발하여 물영아리 오름 옆을 지나 붉은 오름 옆으로 해서 사려니숲길 입구를 지나서 교래리에 도착했다. 교래리에서 망고주스를 한 잔 사먹고(한잔에 5천원인데 맛과 향이 아주 좋다. 5천원이 아깝지 않다. 게다가 거기 아가씨가 무지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다)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천천히 쉬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제 어디로 갈까? 그런데 갈 곳이 없다. 길을 몰라서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가 없다. 내일 하루 더 묵어도 된다. 제주항 여객터미널에 전화를 해보니 완도에 가는 배가 오전 8시 40분에 있고 1시 40분에 있는데 이 배는 완도까지 5시간 걸린다고 했다. 추자도를 거쳐 가는 배인가 보다. 그리고 5시 배가 있는데 이 배는 3시간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5시 배를 타고 완도로 가서 친구를 만날까 아니면 광주까지 무료 버스가 있으니 광주에 가서 고속버스를 탈까 고민을 했다. 그 때 불꽃님에게 전화가 왔다. 제주에서 목포에 오면 목포에서 인천오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좀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10시 20분 심야 우등이 있다고 했다. 오늘 집으로 가자. 현지에서 안내인이 없으면 라이딩이 힘들다. 결심이 서자 바로 제주항을 향해 달렸다. 길은 내리막길이지만 바람이 맞은 편에서 불어와서 달리기가 매우 힘들다. 힘들게 달려 제주항에 오니 4시 50분 배가 있다. 승선권을 산 뒤 불꽃님께 전화를 했더니 심야우등 표를 예약해 주셨다.
목포가는 스타크루즈호는 6층까지 있는 매우 큰 배였다.
<스타 크루즈호>
자전거는 사람들과 같이 타지 않고 자동차 타는 곳으로 가서 타라고 했다. 그래서 자동차 들어가는 곳으로 가서 뱃전에 기대어 놓고 여객실로 올라갔다. 몸에서 땀내가 나서 씻을 곳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2000원 내고 샤워실에 가면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내고 수건을 받아서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배가 떠날 때 토박이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가 되지 않았다. 배에서 라이브 공연을 했는데 그곳에서 캔맥주 하나를 마시며 박수치며 놀았다.
<공연 모습>
그리고 여객실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시간이 꽤 흘렀다. 오늘은 역조가 심해서 배가 9시 50분에 부두에 닿는다고 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목포버스터미널까지 30분 안에 가야 한다. 불꽃님이 거리는 약 8킬로쯤 된다고 알려주셨다. 8킬로면 20분이면 가는데 길을 모르니 물어서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배에서 내리기 전에 어떤 젊은이에게 스마트폰 검색이 가능한가 물었더니 검색을 하여 지도를 보여주었다. 길은 비교적 단순했다.
배가 멈추자마자 바로 하선하여 터미널 가는 길을 물어서 정말 세게 밟았다. 엄청 밟아댔다. 언덕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앞 3단 뒤 9단을 놓고 달렸다. 중간에 신호도 무시하고..
처음에는 터미널 표지판이 보이더니 어느 때부터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지나쳐 왔다는 것이다. 아뿔싸! 시간이 없는데 다시 돌아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약 1킬로쯤 돌아오니 터미널이 보였다. 시간은 10분 정도 남았다. 여유있게 버스표를 발권하여 자전거를 화물칸에 넣고 자리에 앉았다. 배가 고파서 구운 계란을 사서 먹고 자다가 졸다가 하면서 왔다. 충청도 근처에 오니 비가 왔다. 걱정이 되었지만 그냥 자고 일어나보니 새벽 2시에 인천에 도착했다. 인천은 비가 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2시 30분.
제주인의 훈훈한 인심을 체험하고 제주의 싱글길을 달린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여행이었다.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대략 쓴 글입니다. 다음에 제주에 가시는 분들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에서 목포 2만 7천원, 목포에서 인천 우등 버스 32700원 합계 6만원~~
첫댓글 역시 국어선생님이라 후기도 장황하게~~
아뭏튼 혼자 대단하십니다...이렇케 전국을 누비시는 신바람님 쭉~~안라하시기 바랍니다.
진에어 2년전까진
자전거는 돈 안받았는 데...
번개같이 갔다 오셨네요.
어휴~~~예상치 못한 돈이 들었어요.ㅠㅠ 덕분에 배타고 오는 루트를 알게 되었으니 수업료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