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 제대 앞에서
십자가의 길은 생명의 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내일이나 모레 혹은 10년 후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 시간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 순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생애를 죽음으로 장식하여 완성하셨듯이, 우리도 이 14처의 길을 각자의 삶으로 완성해 가도록 합시다.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당신은 무고죄와 선동죄로 고발되었습니다. 뭇사람들의 비웃음과 저주와 증오를 사고 삿대질을 당한 것은 당신이 뿌린 씨의 대가입니다. 주 예수님, 이젠 늦었습니다. 온 세상이 분노하며 당신께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의 어리석음, 바로 그것입니다.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당신의 십자가가 여기 있습니다. 스스로 지은 죄 없이 대역죄인처럼 인류의 십자가를 대신 지실 운명을 자초하셨습니다. 저희를 살리시기 위해 당신은 십자가를 지셔야 했고, 거기 그렇게 못 박혀야 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수난의 길을 오르고 계십니다.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께서는 기진해 넘어지셨다. 편태로 시뻘겋게 터진 어깨에 그 무거운 십자가를 어찌 지탱해 낼 수 있으랴! 주님, 일어나소서. 가난하고 병들고 기댈 곳 없는 당신 형제들의 무거운 짐을 지고 일어나소서.
십자가의 길이 '생명의 길'이라 믿고 저를 온전히 당신께 바치겠다고 약속했건만, 나약한 육신과 지조 없는 마음은 어느새 당신을 떠나 지고 가던 십자가를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방황하는 이 영혼에게 남은 것은 공허뿐입니다. “주님, 일어나소서. 육신이 땅에 붙사오니 우리를 도와주시고 구원하소서.” 당신 종의 빈 마음을 지고 일어나소서. 내려 놓은 저의 십자가를 다시 질 수 있도록 제 마음과 정신에 힘을 주소서. 실의에 찬 당신 형제들의 신앙을 굳세게 해 주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우성치며 밀쳐대는 군중들 틈에 끼어 먼 발치에서 당신과 함께 고난의 길을 따라가시는 어머니가 보입니다. 적들은 성난 사자처럼 당신을 에워싸고 수많은 모욕과 침뱉음과 잔인한 채찍질로 괴롭혔을 때 어머니의 고통은 비수가 되어 심장을 도려내듯 애통케 합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아십니다. 통고의 어머니께서 당신 뒤를 따라 당신과 함께 온 세상을 구해 가심을. 주님, 저도 어머니의 사랑을 본받게 하소서. 가끔 사람들 틈에 끼어 그들의 고통의 길을 뒤따라 가 보지만, 거듭되는 불의와 죄악을 견디지 못해 그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습니다. 주님, 저에게도 묵묵히 모든 이웃들과 고통을 함께하면서 아파할 수 있는 사랑을 주소서. 먼 발치에서나마 당신만을 응시하며, 어머니처럼 당신과 함께 이 세상을 구하는 작은 제물 되게 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당신은 병자를 고쳐주시고 굶주린 이를 배부르셨으며 죽은 자를 살리신 구세주이십니다. 바다의 폭풍우조차 말씀 한마디에 순종하게 했던 당신의 그 위대하심은 어디 갔습니까? 어찌하여 당신은 이렇듯 비참한 존재로 떨어져 만인의 치욕이 되셨으며, 처참히 홀로 수난의 길을 가시게 되었습니까? 생사를 함께하겠노라 장담했던 당신의 제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나 주님, 여기 시몬이 있습니다. 일터에서 돌아오는 배고프고 피곤한 시몬입니다. 노예처럼 참혹히 피땀에 젖은 당신을 시몬은 알아볼 리 없습니다. 그저 그의 눈에는 당신의 모습이 한 사형수에 불과하며 멸시와 저주의 대상일 뿐입니다.
주님, 저도 시몬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라고 제게 맡기신 사람들, 당신은 그들 하나하나를 형제라 부르셨지만, 저는 수시로 그들을 모른 척했습니다. 주님, 저를 책하소서. 세상 물정과 외양 따라 당신과 당신 형제들을 업신여긴 이 죄인을 책하소서. 제 어두운 마음의 눈을 열어 주시어 가난하고 병들고 천대받는 이들 안에서 십자가 지신 당신 모습을 보게 하소서. 그들이 이 시대 구원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바로 당신이심을 알게 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군중들의 저주와 멸시, 형리들의 횡포와 채찍의 살벌함 속에서 고독하게 버려지신 예수님, 피투성이로 만신창이가 된 주님을 향해 인파를 뚫고 뛰쳐나간 여인은 베로니카였습니다. 그녀는 피땀으로 범벅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렸고, 마음과 존재 깊이 주님 수난의 모습을 새겨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구원이었습니다.
지금 주님께서는 우리 삶의 현장인 가정에서, 일터에서, 빈민가에서, 법정에서, 병원에서, 감옥에서 그리고 고통이 존재하는 어느 곳에서나 당신의 피와 눈물을 닦아줄 또하나의 베로니카를 찾고 계십니다. 주님,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피가 아니라 당신의 영광스러운 얼굴을 드러내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현존을 어둡게 한 이 눈을, 부정한 이 마음을, 안일만을 찾는 이 육신을 용서하소서. 피땀에 젖은 당신 모습을 새긴 베로니카의 거룩한 수건이 제 삶의 갱신의 지표가 되고, 개혁과 쇄신을 지향하는 오늘의 교회가 그것을 거울과 기치로 삼게 하시어, 주님이신 당신을 참되이 드러내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께서는 다시 넘어지셨습니다. 억지로나마 잠시 도왔던 시몬마저 어느새 도망치고 없습니다. 짓밟히고 버림받은 사람,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배신의 채찍을 맞고 또다시 비탄에 쓰러지셨습니다. 우리 모두의 죄가 당신을 기진케 하고 다시 쓰러지게 하였습니다.
오, 주님, 저는 당신과 함께 다시 쓰러졌습니다. 당신이 제 곁에 계시건만 유혹은 한순간에 저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쓸어 넣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죄뿐입니다. 당신 면전에 서기조차 부끄러워 숨어 버리고 싶은 저를 보지 마소서.
그러나 주님, 당신은 좋으시고 인자하시니 저를 죄의 사슬에서 풀어 주시고, 이 몸 구렁에서 건져 주소서. 저의 나약함과 죄악을 지고 다시 일어서신 당신을 따라 이 고난의 길, 생명의 길을 저도 함께 가게 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루살렘의 여인들이 예수님을 보고 슬피 울었던 것은 당신의 말씀과 기적을 통해 위대한 예언자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은 주님께서 자신들을 이민족의 압박에서 해방시키고 이 지상에 이스라엘 왕국을 다시 세워줄 구원자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올바로 알지 못했습니다. 저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했음이 우리 모두의 죄로 인한 것이었음을 그들이 알 리 없었습니다.
주님, 예루살렘 부인들 틈에 끼어 있던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지금 제가 그들과 하나가 되어 우는 것은 매를 맞고 십자가에 짓눌려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치욕과 능욕과 수모를 당하시는 당신의 참혹한 모습을 뵙기 때문입니다. 당신께 걸었던 모든 희망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타인과 사회와 세상만을 탓했고, 저 자신이 죄인이며 저의 말 한마디와 과오가 상대방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신 수난의 원인이 되고 그 죽음의 고초를 더욱 재촉한 것이 바로 저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주님, 이제는 당신 수난의 원인이 된 저의 죄 때문에 울게 하소서. 죄에 물든 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이젠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 더 이상 지탱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주님께서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십니다. 피와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 그 얼굴! 숫제 당신은 눈을 감고 내려치는 채찍을 따라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십니다.
주님, 왜 다시 일어나셨습니까? 굳이 일어서야만 하셨습니까? 그대로 숨지는 것이 당신에게는 차라리 해방이 아니겠습니까? 십자가상의 죽음, 살과 뼈를 꿰뚫고 부수는 참혹한 죽음만이 당신을 기다리는 줄 모르십니까? 아! 어리석으신 주님!
그러나 주님께서는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 때문에 다시 일어서야 하셨습니다. 이 땅 위 어느 한구석에 구원을 갈구하는 인간이 하나라도 있는 한, 당신은 기진하여 거듭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고난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셨습니다. 이 불행한 인간 모두를 구원하고 싶은 가슴 터지는 사랑의 고뇌에 잠겨서 말입니다.
주님, 사랑에 미친 이여! 사랑에 눈먼 이여! 나약한 저로 하여금 이 사랑에 불타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당신이 가시는 곳은 어디든지, 밤이건 낮이건,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매일의 제 십자가를 지고 땅끝까지 당신 뒤를 따르게 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사람들에게 멸시 받고 배척 당하신 주님께서는 알몸으로 인간들이 퍼붓는 조롱 속에 홀로 서 계십니다. 머리 둘 곳조차 없이 가난하신 주님, 이제 당신께 남은 것은 당신의 살과 뼈를 꿰뚫을 십자가뿐입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당신을 닮아 모든 것을 벗어버릴 수 있게 하소서. 알몸의 가난도, 그 때문에 받는 세상의 멸시와 천대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태가 은총임을 깨닫게 하소서. 오직 필요한 것은 나를 못 박는 십자가뿐임을 알게 하소서. 그리스도님, 저에게 청빈을, 자아마저 벗은 무아의 청빈을 가르쳐 주소서. 또한 당신과 같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못 박힌 북한의 침묵의 교회도 기억해 주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하느님께서 인간 안에, 인간이 하느님 안에 하나로 못 박히셨습니다. 그 죄목은 남을 위해 온전히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사랑, 그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성부께서 마련하신 제단 위에 순결한 제물인 어린 양이 되어 누우셨습니다. 형리들의 무자비하게 못 박는 망치소리는 지옥의 심연까지 울려 퍼지고, 쇠못은 경련을 일으키는 당신의 손발을 꿰뚫었습니다. 선혈은 샘솟듯 흘러내려 우리 죄를 깨끗이 씻어내고, 생명의 피는 흘러내려 온 땅을 새롭게 합니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요,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 저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당신의 지극한 고통의 원인이 된 저를 용서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이제 당신은 십자가에 못 박혀 드높이 매달리셨습니다. 사지를 찢어내는 죽음의 고통이 서서히 당신 심장으로 몰려듭니다. 몽롱함 속에서도 당신을 희롱하고 못 박는 원수들을 향해 아버지 하느님께 그들의 무지를 용서해 달라고 청하십니다. 성부께 대한 사랑과 우리 모두를 남김없이 구하시려는 그 사랑이 당신 심장의 마지막 숨결까지 불태워 갑니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태 27,46).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하늘이 찢어질 듯한 이 외마디 부르짖음!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죄악과 죽음을 쳐 이긴 영원하고 절대적인 승리, 새 생명, 새 인류, 새 역사가 여기 당신의 죽음에서부터 탄생하였습니다.
주님, 저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 저로 하여금 모든 것을 아버지께 맡기며 당신을 위해 죽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과 함께 저와 제 이웃들이 영원히 살게 하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핏빛 노을이 서산 마루에 타고, 십자가의 그늘이 길게 언덕 아래로 뻗쳤습니다. “형리 하나가 이미 숨진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자 피와 물이 쏟아져 나왔다”(요한 19,34). 성모님이 아드님의 시신을 품에 받아 안으셨습니다. 단장의 오열 속에서도 성모님은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고백했던 그 첫날의 신앙으로 이 모든 고통을 다 감내하셨습니다.
주님, 이제 편히 쉬소서. 어머니 품속에 고이 잠드소서. 당신의 일은 끝났고 성부의 뜻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부터 저희의 삶은 보람이 있고, 비록 나날의 삶이 가난과 병고, 슬픔과 서러움에 가득 차 있을지라도 당신은 우리의 위로와 희망이십니다. 성모님, 저로 하여금 주님 평화 속에 잠들게 하소서. 매일의 십자가를 지고간 저의 마지막 임종의 날, 당신과 함께 평화 속에 쉬게 하소서.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이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시고 제 영혼을 당신 품에 받아 주소서.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어둠이 죽음의 계곡에 서서히 덮힐 무렵, 예수님의 시신은 무덤에 안장되었습니다. 큰 바위를 굴려 무덤을 막았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만 무덤을 향해 실신한 듯 앉아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십자가에 처형되신 예수님의 수난사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께서 묻히셨던 그 무덤이 바로 부활의 자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죽음 위에는 생명나무가 무성하게 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오늘 이 시간,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주님, 모든 십자가의 길 끝에 영생의 부활이 온다는 것은 당신이 우리에게 주신 복된 사실이오니, 이 진리를 깊이 깨닫게 하소서. 모든 고통도 축복의 원천이 될 수 있고, 죽음이 곧 당신을 믿고 바라는 이에게는 새 생명의 씨앗이 됨을 깨닫게 하소서.
영광송
- 교황님의 지향이 이루지기를 바라며 주모경을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