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 윙즈 컨셉북 첫 장.
안녕!
WINGS 컨셉북 인터뷰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들고 왔다!!
시간 있을 때 한 번씩 보면 좋을 것 같아~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 인터뷰는 2017년 초에 진행이 된 것 같아.
그래서 2016년을 보낸 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지금 2020년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여전하고,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인터뷰어가 질문을 정말 잘 한 것 같음!
그럼 시작할게!
+) 인터뷰 순서는 책에 실린 대로의 순서를 따름.
+) 책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 하였으나 띄어쓰기는 수정함.
+) 인터뷰 하단에 실린 가사는 컨셉북에 멤버들이 손글씨로 작성한 형식을 따름.
++) 허용된 용량을 초과했다고 해서 2개로 나눠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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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KOOK
My BTS members have made me who I am today.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만약 내가 평범하게 계속 공부를 하면서 친구들과 같이 지내다가 졸업을 했다면 ‘드디어 성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열다섯 살 때부터 일종의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도 스스로 어리다는 느낌이 든다. 나이는 스물이지만 정신연령은 열다섯 살 같달까. 주변에 워낙 어른들이 많기도 하고.
다른 멤버들은 어른으로 대해주나. 어른 대접을 해준다기보다는 ‘너도 이제 어른이야’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철들어라, 너도 어른이니까 행동을 조심해라, 이런 거. (웃음) 특히 내가 장난을 심하게 칠 때 가만히 좀 있어라, 적당히 하라고 말한다. 나는 뭐든 겪어봐야 아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말들을 해주면 그걸 듣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거다. 형들 덕분에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 같다.
방금 이야기가 솔로곡 “Begin”의 내용이기도 한데. 방시혁 프로듀서님이랑 우리 일곱 명이 모여서 옛날부터 쌓였던 스트레스, 속상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다 같이 많이 울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내 이야기를 듣고 랩몬스터 형이 가사를 썼다.
데뷔 전후를 비교했을 때, 멤버들 덕분에 달라진 걸 확실히 느끼나. 많이 달라졌지. 자신감이라는 것도 많이 생겼고, 예전에는 이렇게 말을 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형들 옆에서 인터뷰하는 걸 지켜보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조금씩 말을 해 버릇하다 보니 인터뷰라는 걸 할 수 있게 됐다. 진짜로 형들이 날 만든 거다. 음악적으로는 해외 아티스트들을 보고 배운다면, 나머지 부분들은 거의 다 형들 덕분에 습득했다고 할 수 있다.
감정 표현을 잘 하는 편인가? 잘 못 한다. 고맙다는 말도 낯간지러워서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불만은 잘 이야기한다. (웃음) 그건 편하게 말하는데,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건 여전히 간지럽다. 문자로 말하는 건 어느 정도 쉬우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직접 말하는 건… 계속 힘들지 않을까 싶다.
방탄소년단은 앨범의 스토리와 함께 성장하는 팀이고, 정국 역시 자신의 성장사와 방탄소년단의 성장사가 함께한다. <WINGS>를 생각해 보면,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내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타인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 날아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각별하다기보다는 콘셉트를 듣고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앨범이다. ‘나도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형들을 보면 스스로 알아서 잘하지 않나. 스스로 생각하고, 뭔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다. 작업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공을 쌓아서 뭔가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인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인터뷰 전날도 미디 작업을 혼자 해보려다가 아침 7시까지 붙잡고 있었다. 피아노 코드를 배우지 않아서 모르니까 곡을 진행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다. 형들도 다 피곤하기 때문에 모르는 걸 물어봐서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서 이런 음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찾기가 어려우니까 하나씩 다 눌러보고. 예전부터 회사에 계속 피아노를 빨리 배우고 싶다, 그래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었고, 그래서 이제 미디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구상중이다.
하지만 한 팀의 멤버들 모두가 곡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한 그룹에서 두세 명이 곡 작업을 한다고 해서 나머지 멤버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없지. 다 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감성과 다른 멤버가 좋아하는 건 또 다르다. 나도 내 감성을 이야기로 만들어서 소리로 듣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하려고 해도 아직 안 되니까 속상한 거다. 얼마 전에는 자기 전에 미디를 만지다가 빨리 앨범 크레디트에 내 이름도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수준까지 해낼 수 있게 되면 좋을까? 그것까지는 못 정했다. 그냥 천천히 한번 해보려고 한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의 감성은 어떤 종류인가. 굉장히 조용한 곡을 좋아한다. 감정적이고 슬픈 것. 밝은 것보다는 어두운 것. 특히 피아노나 기타 소리 듣는 게 좋다. 신나고 싶을 때는 힙합이나 일렉트로닉처럼 시끄러운 노래도 많이 듣지만, 평소에는 와전 조용한 노래를 즐겨 듣는다. 팝발라드 같은 것.
데뷔 초부터 다재다능해서 ‘황금막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자신감이 없어질 때도 있나. 자신감이 없다기보다 살짝 안으로 움츠러드는 스타일이다. 만약 내가 춤을 아주 잘 추고 있어도 한참 멀었다든지, 노래를 잘 부른다 해도 ‘나 노래 못 불러’라고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인 거다. 아마 앞으로 향후 10년간 노래를 꾸준히 연습해서 정말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돼도 그럴 거다. 보컬의 ‘끝판왕’이라도 이렇게 생각했을 거고. 원래 이런 타입이다.
아이돌은 무대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 직업 아닌가. 무대 위에서는 별개다. 내가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고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거기서 내려온 후, 나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는 거지. 자신감이 없다기보다는 아직 멀었다는 마음에 가깝다.
<WINGS>에는 멤버별 솔로곡들도 다 들어가 있고, 여러모로 각자 본인의 색깔을 점점 더 드러내는 시기가 된 것 같다. 본인은 방탄소년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 내가 팀에서 어떤 존재인가… 형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만 물어본 적도 없다. ‘나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웃음) 그냥 팀에 피해가 가지 않게끔,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다른 멤버들이 너무나도 잘하고 있지만, 내가 없으면 뭔가 살짝 부품이 하나 빠진 것 같은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일곱 명이 딱 모였을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멤버였으면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뚜렷한 자신의 것을 찾는 게 중요하겠다. 아직 그게 없다. 알맹이가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배우고 더 열심히 해서 빨리 내공을 쌓아야 한다. 나만의 것을 찾는, 그게 어떻게 보면 인생의 목표다.
Begin
아무것도 없던 열다섯의 나
세상은 참 컸어 너무 작은 나
이제 난 상상할 수도 없어
향기가 없던 텅 비어있던 나 나
I pray
Love you my brother 형들이 있어
감정이 생겼어 나 내가 됐어 So I'm me
Now I'm me
You make me begin
You make me begin
You make me begin
(Smile with me, smile with me, smile with me)
You make me begin
(Smile with me, smile with me)
참을 수가 없어 울고 있는 너
대신 울고 싶어 할 순 없지만
″
(Cry with me, cry with me, cry with me)
(Cry with me, cry with me)
죽을 것 같아 형이 슬프면
형이 아프면 내가 아픈 것보다 아파
Brother let's cry, cry 울고 말자
슬픔은 잘 모르지만 그냥 울래 Because, because
J-HOPE
I will dance till the time I can.
2016년은 방탄소년단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되게 뻔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진짜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 내가 꿈꿔왔던 것들을 이룬 한 해였으니까.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도 했고, 값진 대상이라는 것도 받았다. 사실상 우리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들을 이겨내고 나, 그리고 멤버들이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이뤄낸 성과들이다. 그래서 모든 게 다 자랑스러웠다.
그 자랑스러운 마음을 마음껏 티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가. 물론 건방지게 굴면 안 되겠지만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너무 ‘아, 아닙니다’ 이럴 필요는 없다는 거지.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을 때 웃으면서 너무 기뻐하더라.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수상 전부터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이름이 호명됐을 때는 와르르 쏟아졌고. 그런데 MAMA 때는 그때와 다르게, 멤버들이 다 울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굉장히 기쁘기만 했다. 너무 기뻐서 울음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웃음) 아, 드디어 탔구나. 이 순간이 우리한테도 왔구나.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상 받은 후에 뭘 했나? 그냥 우리끼리 서로서로 큰 선물을 했다. 오랜만에 일곱 명이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가서 샴페인도 마시고, 멤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선물이다.
<WINGS>는 팀으로도 그렇지만 본인한테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맞다. 일단 지금까지 우리 앨범의 인트로는 래퍼들이 계속해서 작업을 해왔는데, 나도 드디어 <WINGS>의 인트로를 맡게 됐다. 어떻게 보면 이것 하나를 하기 위해서 이때까지 열심히 해왔던 것 같다. 나한테 큰 기대를 거는 팬분들도 있으니까 그들을 만족시켜 드리고 싶었던 거다. 이걸 잘해내려면 내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랩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연습도 필요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해서 곡을 만드는 어려움은 덜 느꼈다. 항상 써왔던 거니까. 하지만 퍼포먼스에 대한 부담은 정말 컸다. 외국 안무가에게 안무를 받아서 습득하면 되는 거였지만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더라. 결국 안무만 거의 한 달 정도 연습을 하고 나서 트레일러 영상을 찍은 거다. 걱정을 진짜 많이 했는데 영상이 굉장히 잘 나왔다. 감독님이 잘 찍어주신 덕분이다.
솔로곡 “MAMA”까지 작업해야 했다. 내 목소리가 정규 2집이라는 앨범에 두 곡이나 들어가는 거라 개인적으로는 엄청 좋았다. 그래서 부담이고 뭐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특히 “MAMA”는 딱 진짜 내 이야기이기 때문에 완전히 편하게 썼다. 미팅 때도 어떤 곡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길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마냥 어둡게 풀고 싶지는 않다. 내 성격대로 밝게 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엄마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풀었던 것 같다.
어머님께서 그 곡을 듣고 뭐라고 하시던가. 너무 좋아하셨지. 주변에서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의 부모님들께서도 너무 부러워하시고. 심지어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굉장히 좋아했다.
질투는 안 하시던가. (웃음) 전혀 안 하셨… 솔직히 어떤 감정을 가지고 계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웃음) 자랑스러워하셨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네가 직접 작곡하고 가사를 써서 만들었다는 게 너무나도 대견하다고. 아빠도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예전에는 아버지가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 나도 기뻤다. 종종 싸인을 해달라는 부탁도 하신다. 당연히 해드려야지. 방탄소년단이 뜨지 않았으면 그런 부탁도 들어오지 않았을 거 아닌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싸인하는 것쯤은 전혀 힘들지 않다.
“피 땀 눈물” 무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여러모로 부담이 됐겠다. 진짜 부담이 컸다. 이번에는 내 파트가 굉장히 많았다. 후렴도 그렇고, 랩 파트도 두 번이나 나오고. ‘이 파트들을 내가 잘 소화해서 팬들, 그리고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피 땀 눈물”은 섹시하고 퇴폐적인 이미지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곡이었으니까. 내가 그런 캐릭터와 딱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고민을 했다.
어떻게 살리려고 했나. 일부러 섹시해 보이기 위해 오버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항상 모니터링을 해보면, 오버했을 때 굉장히 이상하다. 약간 노멀한 모습을 보이면서 조금씩 소스를 추가하는 정도로 연출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무대 자체에서는 편하게 다 내려놓고 한 거다. 거기에 모니터링을 하고, 팬들 반응도 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
방송을 거듭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겠다. 그렇긴 하다. 나는 모든 활동들이 다 그랬다. 아무리 내가 준비를 많이 했어도 무대에서 딱 보여줬는데 반응을 보니까 ‘별론데?’ 싶으면 무조건 수정을 한다. 그럴 때가 굉장히 많았다. 반응이 중요한 거니까. 그리고 퍼포먼스의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그 값을 해야지. 이건 이제 와서 느끼는 건데, 카메라에 한 번 딱 섹시하게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팬분들이 굉장히 좋아해주신다. 그래서 오히려 많이 준비했던 걸 방송하면서 계속 덜어내고 좀 더 심플하게, 표정이 잘 보이도록 신경 썼다.
이번 활동 전까지 본인이 가진 걸 좀 더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을까? 그런 욕심은 없을 리가 없다. 작업하면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 앨범이 워낙 자주 나오기 때문에 나 스스로 들어보면 내 랩 스타일이 똑같더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계속 다르게 하려고 연구하는 편이다. 2017년에 투어를 할 때는 시간을 잘 활용해서 나의 능력치를 더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잘해야지, 더.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거기까지인 것 같다. 최고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랩몬스터나 슈가처럼 믹스테잎도 계획하고 있나. 지금 고민 중이다. 슈가 형이나 랩몬스터의 믹스테잎을 들어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늘 있더라. 그런데 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까’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딱히 심도 있게 가사를 쓰는 편도 아니라서. 생각도 많이 해보고,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주변 이야기도 많이 들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봐야겠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원래 주변의 피드백도 듣고, 스스로 채찍질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들을 건 듣고 버릴 건 버리는 타입이기도 하다. 분명히 고칠 건 고쳐야 하고, 내 것 중에 유지해야지 싶은 건 유지하는 거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마냥 마음에 다 담아 두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도 이런 가수가 될 거라고 상상했었나. 솔직히 나는 철이 굉장히 빨리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내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되게 컸다. 그래서 혼자 열심히 연습도 하고, 나름대로 관리도 했던 것 같다. 나쁜 행동도 하지 않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춤추고.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부터 스스로 가수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렸는데 지칠 때는 없을까. 가끔 그럴 때는 있다. 하지만 누구한테 그걸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뮤직비디오나 재킷 촬영 현장에서는 피곤하더라도 가급적 밝게 행동하는 편이다. 다 같이 잘되자고 하는 일인데 서로 으쌰으쌰해야지. 모두가 피곤해 지쳐 있는 상태에서 촬영하면 뭐가 재미있겠나.
그래도 가끔은 그 역할을 내려놓고 싶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지. 하지만 누구나 지치는 건 똑같다. 멤버들도, 스태프들도 다 피곤하다. 내가 먼저 총대를 메고,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총대를 멘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스스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몸에 배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웃음)
늘 에너지를 유지하려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관리를 잘 해야 되겠다. 요즘은 정말 건강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것저것 챙겨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잘 안 된다. 해외투어를 돌 때도 분명히 영양제를 챙겨 갔는데 깜빡하고 안 먹게 되더라. 오히려 멘탈적인 부분에서는 딱히 깨지지 않는 편이다. 굉장히 튼튼하다.
‘이렇게 일만 해서 될까?’ 싶은 때는 없나.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다.
왜 벌써 그런 생각을 하나. (웃음) 그냥, 아이돌이라는 건 시대의 흐름을 타는 것 같다. 그 흐름을 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고, 결국은 그러다 보면 나이가 들어 있을 테고, 아이돌 세계에서는 또 다른 시계가 흐르고 있을 거다. 50대, 60대까지 이렇게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지금부터 노후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웃음)
그럼 제이홉의 목표는 뭘까? 디테일하게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는 춤을 추겠다는 거, 그거 하나는 명확하다.
MAMA
Time travel 2006년의 해
춤에 미쳐 엄마 허리띠를 졸라맸지
아빠 반대에도 매일 달려들 때
아랑곳하지 않고 띄워주신 꿈의 조각배
But 몰랐지 엄마의 큰 보탬이
펼쳐 있는 지름길 아닌
빚을 쥔 이 꿈의 길
Always, 문제의 money 어머닌 결국
Go away, 타지로 일하러 가셨어
전화로 듣는 엄마의 목소리는 선명하고
기억나는 건 그때 엄마의 강인함이 내겐 변화구
정말로 꼭 성공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다짐 하나로 지금의 아들로
“Hey mama!! 이젠 내게 기대도 돼 언제나 옆에
Hey mama!! 내게 아낌없이 주셨기에 버팀목이었기에
Hey mama!! 이젠 아들내미 믿으면 돼 웃으면 돼 :)
Hey mama Hey mama”
SUGA
I just wanna make music that gives people hope.
2016년은 방탄소년단 전체로도, 슈가 개인으로도 의미가 있는 해였다. 정신이 없었다. 이래저래 일도 많았고. 매번 정신없이 살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는 특히나 더 그랬다. 멤버들과 서로 ‘정말 너무 고생했고, 다들 열심히 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너무 잘돼서 이렇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해였던 것 같다.
그러데 그 좋은 기분에 마냥 젖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팀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지금까지 잘됐고, 더 잘 될 거니까 기쁨을 누리고 있을 만도 한데 한 번도 안주해본 적이 없다. 데뷔 전부터 그랬다.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잘될까?’ 걱정하면서 이번 앨범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연구하는 게 우리 팀의 강점인 것 같기도 하다.
왜 그럴까? 데뷔하기 전부터 우리 회사는 규모도 작고, 돈도 없었다. 엎어질 뻔한 상태에서 우리가 나온 거다. 같이 연습하던 몇몇 친구들이 회사에서 나간 후에 자기랑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데뷔를 했다. 그래서 항상 우리끼리 안주하면 안 된다고, 위를 보고 전진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차근차근 잘 보여주는 게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든다.
앨범 작업은 어떤가. Agust D라는 이름으로 냈던 믹스테이프부터 “피 땀 눈물”, 리패키지까지 본인의 이야기를 점점 더 앨범 전체에 반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방시혁 PD님도 말씀하셨는데 믹스테이프를 내고 나서 사람이 밝아졌다고 하더라. 예전처럼 분노에 차 있고 날카로웠던 사람은 어디 갔냐고 말씀하실 정도로. 나한테는 그게 콤플렉스였고, 그걸 풀어내는 게 원래 내가 해야 할 음악이었던 것 같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아이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나는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거다. 어쨌든 방탄소년단이라는 팀도, Agust D도 민윤기라는 사람도, 결국은 같은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제의 내 이야기를 반영하면 듣는 분들도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방탄소년단 안에서 풀 때와 믹스테이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믹스테이프는 그냥 막 지르는 거다. (웃음) 믹스테이프로 끼치는 영향과 방탄소년단 앨범으로 끼치는 영향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방탄소년단에서는 정제를 하긴 해야지. 일단 쓸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짧은 마디 안에 최대한 압축해서 하고 싶은 말을 쓰려면 믹스테이프를 만들 때보다는 고민을 조금 더 많이 해야 한다.
<WINGS>에 수록된 솔로곡 “First Love”는 그 접점이었나. 그것도 많은 의미가 담긴 곡이다. “First Love”라는 게 어릴 적에 쳤던 피아노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유일했던 내 친구를 뜻하기도 한다. 녹음할 대 많이 울었다. 반절이 지나고 뒤에 감정을 막 터뜨리는 부분에서 눈물이 계속 났다. Agust D 믹스테이프를 만들자마자 앨범 작업으로 넘어간 상태여서 시간이 진짜 없었기 때문에 빨리 썼고, 녹음도 내가 다 했다. 완전 울면서 녹음을 한 후에 보내고 바로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전화가 와서 파일이 깨졌으니 다시 녹음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펑펑 울면서 녹음했는데! (웃음)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녹음한 다음 4, 5시간 후쯤에 다시 비행기를 탔다. 스트레스를 좀 받기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 많은 할 얘기 중에 지금 솔로곡의 메시지를 고른 이유는 뭔가. 처음 방시혁 PD님이 앨범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솔로곡이 있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그러면 어떤 곡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하다가, 지금 믹스테이프에 들어가 있는 “So Far Away”라는 곡을 밀었다. 내가 잘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대중적으로 잘 풀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어떠세요?”하고 여쭤보니까, 괜찮은데 일단은 좀 더 회의를 해보자고 하시더라. 그러다 그건 믹스테이프에 넣게 됐고, 다른 멤버들의 곡을 들어보니 내 노래까지 우울해지면 앨범 전체가 축축 처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빡센’ 스타일로 가는 게 어떨까, 했는데 그건 또 앨범의 흐름이랑 안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랩만 하는 트랙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First Love”의 메인 라인은 “So Far Away”랑 같다. 그 곡 뒤에 오케스트라 세션을 넣으려다 시간이 없어서 못 넣었던 게 떠올랐고, 그 라인을 살려서 만들게 됐다. “First Love”를 들어보면 3분 9초 동안 주구장창 랩만 한다. 최근에 잘 없었던 스타일이라 재미있을 것 같더라.
평소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닌데, 랩으로 쌓인 걸 해소하나 보다. 내가 평범하게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음악도 어린 나이에 시작했고, 집을 떠나온 것도 어린 나이였고. 살면서 이래저래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평소에는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일부러 안 하는 거다. 하지만 항상 누군가가 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달고 살았던 거지. 그걸 음악으로 푸는 것 같다. 무대랑 음악을 만들면서 해소한달까. 나는 음악은 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Agust D를 시원하게 만들었던 거고, 그 결과 마음이 편해졌다.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 한 달에 삼십만 원으로 생활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 밥도 세끼 다 못 먹는다. 고생을 정말 많이 했는데, 과거에는 그러게 풍요롭지도 않았는데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더라. ‘왜?’라는 고민을 해봤더니 데뷔 후에는 자격지심, 그리고 빨리 잘돼야겠다는 욕심이 강했던 것 같다. 아주 잘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상이 너무 높으니까 힘들었던 거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랑 즐겁게 서로 장난도 치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다녔던 학교도 가보고, 걸어 다니고, 그러다 보니까 생각도 정리되면서 뭘 해야 할지가 좀 보였다.
그 결과가 “First Love”나 “봄날”인 건가. 그렇다. Agust D는 나한테 터닝포인트다. 그걸 낸 건 2016년에 가장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정신적으로 진짜 많이 힘들었다. 아이돌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예전에 알았던 분을 얼마 전에 다시 만나게 됐는데 나한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씀하시더라. 만약 Agust D로 냈던 음악들이 만족스럽냐고 물어본다면, 불만족스럽긴 하다. 시간도 없었고, 아쉬운 부분도 많고. 하지만 믹스테이프를 낸 것 자체를 후회하냐고 물어보면 너무 좋다고 말하고 싶다. 멤버들이 그런다. 형 믹스테이프는 너무 ‘강-강-강-강’이라고. (웃음) 나는 그랬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렇게 만든 걸 후회하냐면 절대 아니라고. 그 이후로 음악을 만들면서 힘을 좀 빼게 됐다.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처럼 한이 있어서 팍팍팍 하는 건 아니니까.
“피 땀 눈물” 작업은 어땠나. 피독 형이 만든 비트를 먼저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우리 회사 스태프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게, 피독 형은 물론 방시혁 PD님마저도 늘 성장을 하신다. 타이틀의 절반은 피독 형이 만들어주고 절반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부담을 별로 가지지 않고 작업을 시작했다.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이러면서. 원래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작업을 하는 편이었는데 그때는 게임 하면서 곡을 썼다. 몇 판하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대강 뭘 써놨더라.
이전과 달라진 사운드나 흐름 안에서 본인의 개성을 남기는 건 어렵지 않던가. Agust D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사운드에 예민해졌었다. 박자 하나하나까지 다 수정하고, 믹싱할 때 직접 가서 참여할 정도로. 이번 앨범은 사운드 면에서는 100점 만점에 93점 정도를 주고 싶다. 방시혁 PD님과 음악 제작팀의 힘에 너무 감사한 게, 좋은 사운드를 들어도 좋은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 각자 다른 취항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운드가 정답이라고 콕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음악에는 정답에 가까운 사운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믹스나 마스터는 곡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그래서 좋은 소스들과 좋은 사운드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이 회사 내에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멤버들과 다 같이 피독 형 방에서 앨범을 처음 들을 때 정말 소름, 또 소름이었다. 솔직히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의 사운드와 비교해도 꿀릴 게 없으니까.
이제 곡을 만들면서 너무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겠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항상 좋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다. 옛날에는 내가 완벽함을 많이 추구했던 것 같다. 사실 완벽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완벽한 게 아니라, 거기에 콤플렉스가 있는 거다. 모든 건 다 지나고 뒤돌아봤을 때 평가할 수 있는 거지, 그 당시에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욕심을 내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거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약간 마음이 편해지더라. 넘어지면 어때, 아프면 어때, 라고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는 그렇게 못 살았더라. 넘어지면 안 돼, 넘어지면 끝이고 낭떠러지야, 아파도 참아야 돼,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나도 똑같은 인간이라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슈가의 목표는 어느 정도일까? 뮤지션은 최대한 늦게 만족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돈도 중요하고 성공의 기준도 중요하지만, 그냥 궁금하다. 방탄소년단, 그리고 민윤기라는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방시혁 PD님이 그 이야기를 하셨다. 이 정도 되면 너희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줘야 한다고. 회사 후배들이 아닌,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아이돌 친구들 말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3년만 일찍 데뷔했어도 더 큰 성공을 이루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우리도 많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고 있고, 네이버 브이앱이나 트위터 같은 시대의 혜택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더 많은 뮤지션들이 더 쉽게, 더 좋은 음악을 전 세계에 들려줄 수 있게끔 만들어야지.
전 세계 사람들이 내 곡을 듣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이게 내가 생각했던 목표의 절반인 것 같다. 대구에서 스튜디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곡도 쓰고 공연도 했었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 사람이 없다. 많으면 오십 명이고, 그러다 보니 혼자 음악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맨날 적자가 나고, 공연 끝나고 밥 먹을 돈도 없고. 그게 지긋지긋했다. 혼자 만족하는 음악을 할 거면 정말 집에서 혼자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 (웃음) 많은 사람들한테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서울에 올라온 거니까 지금 방탄소년단의 성과들이 신기하지. 이게 아이돌이 된 이유이기도 하고.
그럼 지금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랩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은 정해져 있었다. “Tomorrow”나 믹스테이프에 있는 “So Far Away”처럼 희망을 주는 노래다. 어떻게 보면 가장 희망적이지 않은 성격의 사람이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데 (웃음) 나는 에픽하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컸다. 그 당시 꿈을 이야기하거나 희망찬 음악들이 트렌드였고, 타블로 형을 좋아했던 것도 그런 음악을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나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나한테도 영향력이 생겼으니까, 이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풀고 싶다.
First Love
내 기억의 구석 한 켠에 자리잡은 갈색 piano
어릴 적 집 안의 구석 한 켠에 자리잡은 갈색 piano
그때 기억해 내 키보다 훨씬 더 컸던
갈색 piano 그게 날 이끌 때
널 우러러보며 동경했었네
작은 손가락으로 널 어루만질 때
"I feel so nice, mom I feel so nice”
그저 손 가던 대로 거닐던 건반
그땐 너의 의미를 몰랐었네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그때
그토록 동경했던 널 등한시하며
백옥 같던 건반 그 위 먼지가 쌓여가며
방치됐던 니 모습 그때도 몰랐었지
너의 의미 내가 어디 있든 항상 넌 그 자릴
지켰으니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네
이대론 가지 마 you say...
“내가 떠나도 걱정은 하지 마 넌 스스로 잘 해낼 테니까
널 처음 만났던 그때가 생각나 어느새 훌쩍 커버렸네 니가
우리 관계는 마침표를 찍지만 절대 내게 미안해 하지마
어떤 형태로든 날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때 반갑게 다시 맞아줘"
그때 기억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널 다시 마주했던 때 14살 무렵
어색도 잠시 다시 널 어루만졌지
긴 시간 떠나있어도 절대 거부감 없이
날 받아줬던 너 without you I’m nothing
새벽을 지나서 둘이서 함께 맞는 아침
영원히 너는 나의 손을 놓지 마
나도 다시 널 놓지 않을 테니까
그때 기억해 나의 십대의 마지막을
함께 불태웠던 너 그래 한 치 앞도
뵈지 않던 그때 울고, 웃고 너와 함께여서 그 순간조차 이제는 추억으로
박살난 어깰 부여잡고 말했지 나 더 이상은 진짜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싶던 그때마다 곁에서 넌 말했지 새꺄 너는 진짜 할 수 있다고
그래 그래 그때 기억해 지치고 방황했었던 절망의 깊은 수렁에 빠졌던
그때 내가 널 밀어내고 널 만난 걸 원망해도
넌 꿋꿋이 내 곁을 지켰지 말 안 해도 그러니 절대 너는 내
손을 놓지 마 두 번 다시 내가 널 놓지 않을 테니까
나의 탄생 그리고 내 삶의 끝
그 모든 걸 지켜볼 너일 테니까
RAP MONSTER
It’s never cool to settle down without a challenge.
“피 땀 눈물”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멤버들 사이에서 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웃음) 나는 하루 정도 재고하고 나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슈가 형이 반대했다. 그 형은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 (웃음)
어떤 면에서 괜찮다고 느꼈나. 한국어로 없는 관용어구다. 보통 ‘피땀을 흘리다’, ‘피눈물을 흘리다’라고 하지 ‘피 땀 눈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소하게 들리더라. 에이스 후드라는 래퍼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 앨범 중에 <Blood, Sweat & Tears>라는 게 있다. 영어권에서는 자주 쓰이는 표현이니까 이걸 한국어로 가지고 오면 우리가 하나의 표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 땀 눈물’이라는 것도 곱씹어보면 단어의 질감이 불편하다. 뭔가를 배출하는 느낌이니까. 하루 정도 고민해봤는데 다른 분들이 이 제목을 들었을 때 섹시하든가, 더럽든가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더럽지 않게 됐으니 잘된 거지.
<WINGS>의 콘셉트가 <데미안>에 바탕을 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땠나. 어릴 때 <데미안>을 재미있게 읽었다. 뭣도 모르고 읽은 거지. ‘멋있는 소설이다’ 이러면서. (웃음) 멋있고, 어려웠다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WINGS> 앨범을 <데미안> 콘셉트로 만든다길래 처음부터 책을 다시 읽어봤다. 그러면서 방시혁 PD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해가 되더라. <데미안>을 왜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하는지도 알겠고. 심지어 <데미안>에 나오는 요소들과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것들이 잘 맞았다.
<데미안>의 영어 구절들을 직접 녹음하기도 했는데. 그건 방시혁 PD님 아이디어였다. K-POP이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복합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결국에는 유기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져가는 거다. <WINGS>에서 <데미안>을 가지고 오면서 방탄소년단의 스토리가 굳건하게 한 번 더 완성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이 K-POP을 왜 그렇게 좋아하냐, 저스틴 비버나 원디렉션을 듣지 왜 굳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냐, 라고 물었을 때 스토리라인과 멤버들의 픽션적인 케미스트리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내 목소리로 하나의 장치를 더 설정해 놓으면 사람들의 몰입도가 더 높아진다. 더욱이 지금은 한국 시장만 생각할 수 없는 단계이기도 하고.
리패키지 앨범 <YOU NEVER WALK ALONE>에는 어느 정도로 참여했나. 타이틀곡 ‘봄날’에서는 처음으로 후렴구를 썼다. 이제까지 타이틀곡의 후렴구는 항상 전문 라이터분들이 쓰셨기 때문에 별로 욕심은 없었는데, 어느 날 샛강공원에 갔다가 쓰게 됐다. 그때 이상하게 갑자기 낙엽이 눈에 띄었다. 어릴 적 그 낙엽을 스크랩해서 말리고, 편지에 붙여서 보내기도 하던 게 생각나더라. 그러단가 20, 30분쯤 후에 ‘낙엽’이라고 시작되는 멜로디가 떠올랐다. 타이틀곡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이런 멜로디가 있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쓴 걸 합치니까 좋더라. 처음으로 ‘이건 무조건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작업물을 가져갔더니 다들 괜찮다고 하셨고, 결국 수정 없이 온전하게 들어갔다. 영광이었지.
공원에는 자주 가나? 공원이라는 장소를 좋아하기도 하고, 워낙 모르는 장소에 가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뜬금없이 중랑천도 가고, 청량리역도 가고 그냥 다 간다. 여기저기 차를 타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가 중간에 나오면 스마트폰 지도를 켜서 찍어놨다가 다음에 가는 거다.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본 것 같다. 이제는 딱히 의미가 없더라도 못 가본 장소에 가려고 한다. 공덕역이라든지.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다. 사람들 사는 거 보고, 걸어 다니는 거 보고.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니까.
간접 경험의 의미인 거다. 맞다. 실제로 그런 곳에 가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편이다. 가서 보면 나랑 상관없는 세상이지 않나. 다들 바쁘고. 머릿속에는 항상 작업에 대한 생각이 있는데, 그런 곳에 가서 여기저기 보고 혼자 생각을 하면 해결이 되는 부분도 있다. 꼭 뭔가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감정적으로 해소가 많이 되고. 이중적인 게, 일이 없으면 불안하지만 일 속에 있을 때는 일탈하고 싶어 하니까. 그래서 억지로라도 계속 밖에 나가서 나와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세상에 섞이려고 하는 것 같다. 거기서는 아무도 나한테 간섭을 하지 않는다. 평범한 친구들과 얘기하고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그런 데 가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듣는 게 작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지금 말한 내용이 솔로곡 “Reflection”의 내용이기도 하다. 그 곡도 뚝섬에 갔다가 떠오른 것들을 쓴 거다. 그때는 아예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갔다. “Reflection”을 만들기 전에 잘 나온 곡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보니 내가 영향을 받았던 아티스트의 바이브랑 너무 비슷했다. 그게 싫었다. 회사에서는 괜찮다고 하는데 양심의 가책이 드는 거다. 기술적으로 비슷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듣기에는 분명히 이 사람한테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니까. 우리도 이제 빌보드차트며 어디며 이름이 올라가는데, 그런 식으로는 곡을 만들기 싫었다. 어쨌든 솔로곡은 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믹스테이프용으로 작업했던 것들 중에서 골라 쓰려고 했는데, 그것도 싫더라. 앨범에는 엄연히 콘셉트라는 게 있는데 욱여넣는 것 같아서. 그럼 그냥 다시 하자, 싶었는데 처음부터 하려니까 너무 막막해서 뚝섬에 갔다.
거기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 저녁에 가보면 사람들이 그냥 앉아 있다. 다 같이 모여 있지만 어둡기 때문에 서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게 좋더라. 맥주 한 캔 들고 슥 가서 같이 앉아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 이중적인 마음이 충족된다.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혼자 있고 싶은 거. 지금 여기서 듣고 싶은 노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를 아이폰에 녹음했고, 그걸 곡 앞부분에 실제로 깔았다. 원래 제목을 ‘뚝섬에서’라고 짓고 싶었지만 방시혁 PD님이 말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 (웃음) 다들 “Lie”, “Stigma” 이러는데 나만 “뚝섬에서”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이 곡을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왜 갑자기 뚝섬이 나오는 거지?’ 이렇게 의아해하시던데 내 입장에서는 그 구절이 들어가는 게 중요했다. 거기서 시작해서 거기서 끝난 노래니까.
방탄소년단이라는 일이 커질수록 본인의 생활과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질 것 같은데.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밖으로 더 자주 나가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방탄소년단에만 너무 몰입해 있으면 굉장히 허무함이 많이 들긴 한다. 무대가 끝나고 혹은 뒤에서. ‘지금 내가 사랑받고 있는 게 진짜인가?’ 싶은 거다. 그래서인지 사적으로 만나는 친구들 중에 연예인은 GOT7의 잭슨밖에 없다. 아니면 MOT의 이이언 형이나, (김)윤아 누나도 가끔 만나고. 이상하게 내 이미지 때문인지, 내가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인지 연예계에 데뷔하고 나서 친구가 안 생기더라. 늘 만나는 건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고. 그들과 만나서 군대 다녀온 이야기, 취업한 이야기 등등을 들을 때 행복해진다. 신문이나 뉴스도 자주 보려고 하는 게,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세계가 굉장히 확고하게 만들어져 있지 않나. 가끔 여기서 벗어나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 자체의 모습과,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직업인으로서 모습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팀의 리더로서는 어떤가. ‘다음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까’라는 고민, 리더로서 조금 뒤로 물러나도 되겠다는 두 가지 생각을 다 한다. 내가 팀에 야망을 불어넣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미 이 정도까지 와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여기서 안주할 것인가, 더 뛸 것인가. 더 뛸 수 있는 범위가 충분히 보이는데 안주하는 건 맞다 틀리다기보다는, 내 기준에서 좀 멋이 없다. 이쯤 되면 소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우리가 어디까지 가는지 봐야 한다고, 우리가 길을 열어야 한다고, 그걸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멤버들에게 말하는데 고맙게도 다들 공감해주더라.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완주해야지.
랩몬스터만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서고, 앞서 이야기했든 야망이 필요할 때 불어 넣어주고, 그런 게 내 역할이라고 본다. 사실 아이돌로서는 다른 친구들이 더 잘한다. 각각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있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뭘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 것은 열심히 하되 뭔가를 너무 장악하려고 하지 않겠다는 거다. 데뷔한 지 4년이 돼가기 때문에 그럴 단계가 지나기도 했고. 그 편이 다른 친구들이 재능을 발휘하기에도 좋을 것 같더라. 예전처럼 무작정 해, 하자, 이렇게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렇다면 2017년 랩몬스터의 화두나 과제는 뭔가. 해도 해도 계속 오는 게 숙제라…. (웃음) 일단 팀으로서는 투어. 콘서트와 투어는 가수의 종합선물세트랄까. 결정판인 것 같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 그 전까지 수많은 것들을 한다. 그래서 지금은 콘서트를 어떻게 잘할 것인가,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을 해줄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이자 고민이다. 개인적인 과제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다. 작업에 정체기가 와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는 시점이다. 머리로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는데 몸이 너무 바빠서 그런지 마음이 계속 앞으로 안 나가더라. 솔직히 아직도 답을 못 내렸다. 2017년에 분명히 내 음악을 많이 내야 하는데, 글쎄. 조금 무섭기도 하고, 내가 나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 상황이다.
그럴 때 뭘 떠올리면서 극복하려고 하나. 공연에서 팬들을 마주할 때의 느낌. 이 사람들이 오늘 밥도 안 먹고, 영화도 안 보고, 정말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와줬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내가 정말 엄청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실감도 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일이라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운 거다. 어릴 적 꿈이 완벽한 형태로 실현되는 법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내 꿈이 현실이 됐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Reflection
I know Every life's a movie
We got different stars & stories
We got different nights & mornings
Our scenarios ain't just boring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재밌어
매일매일 잘 찍고 싶어
난 날 쓰다듬어주고 싶어
날 쓰다듬어주고 싶어
근데 말야 가끔 나는 내가 너무너무 미워
사실 꽤나 자주 나는 내가 너무 미워
내가 너무 미울 때 난 뚝섬에 와
그냥 서 있어, 익숙한 어둠과
웃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웃게 하는 beer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손을 잡는 fear
괜찮아 다 둘셋이니까
나도 친구가 있음 좋잖아
세상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
나의 키는 지구의 또 다른 지름
나는 나의 모든 기쁨이자 시름
매일 반복돼 날 향한 좋고 싫음
저기 한강을 보는 친구야
우리 옷깃을 스치면 인연이 될까?
아니 우리 전생에 스쳤을지 몰라
어쩜 수없이 부딪혔을지도 몰라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낮보다 행복해 보이네
다들 자기가 있을 곳을 아는데 나만 하릴없이 걷네
그래도 여기 섞여있는 게 더 편해.
밤을 삼킨 뚝섬은 나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건네
나는 자유롭고 싶다
자유에게서 자유롭고 싶다
지금은 행복한데 불행하니까
나는 나를 보네.
뚝섬에서
I wish I could lov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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