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머리를 박고 일에 열중하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멀찍이 앉아있는 여사원의 귀에 달려있는 귀걸이가 앙증맞다.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곱게 늘어진 귀걸이가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그때마다 아주 둥그런 메달(?)이 형광등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면서,
푸른색 또는 붉은색으로 빛나는데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소품이지만 귀에 달려 있으므로 해서 예쁜 사람은 더 예쁘게,
그리 예쁘지 않은 사람도 예쁘게 만들어주는 마술 같은 귀걸이...
그만 얘기하다보니 예쁘다, 예쁘지 않다는 표현을 하고 말았는데,
사실 그 기준이 모호하고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나 역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기에 씁쓰레하기는 하다.
인간의 진면목은 두께가 얼마 되지 않은 얇은 껍질(가죽)에 쌓인,
안쪽에 숨겨져 있게 마련인데 사람들은 가죽의 모양에만 매달린다.
지갑을 만들 것도 아니고 다만 안쪽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도 말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양하여 몸이나 옷에 붙이는 액세서리가
참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세상이다.
액세서리를 붙이고 다니므로 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을
가지는 이도 있을 테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건 액세서리는 사람의 가치를
조금 달리 보이도록 영향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는듯하다.
때로는 액세서리를 도에 지나치게 달고서 활보하는 사람도 많은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지만,
내가 시비 걸 일도 아니다.
제 삼자가 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도 정작 본인은 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그 액세서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달려 있을 테니까...
보석은 고래(古來)로 여자들과 인연이 깊었음을 알 수가 있는데,
사극에 나타나는 궁중의 여인들이 걸치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보석을
머리 구석구석에 목에 귀에 달려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 모르긴 모르되 지위가 올라갈수록 여인들의 귀는 중량감에
혹사를 당하여 나이를 먹은 뒤에는 축 늘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나도 결혼반지가 있지만 그걸 끼고 다닌 건 일년도 안 되는 것 같다.
손가락의 제법 넓은 부분을 차지하며 건들거리는 폼이 체질에 맞지 않아
빼버리고, 그 뒤에 18k로 실반지를 만들어 끼고 다니기도 했지만,
그 역시 지금은 서랍 안에 고이 잠들어있다.
손가락 안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 삐뚤 저리 삐뚤거리니,
단정한(?)성격의 나로서는 그때마다 바로잡는다고 애를 먹다가
어느 날 확 빼버리고 나니까 속이 그렇게 후련할수가 없다.^^
그 뒤로 집사람을 졸라 역시 18k로 된 제법 긴 줄에
십자(十字)메달을 단 목걸이를 했었다.
한동안 걸고 다니던 그 목걸이는 웃통을 벗고 보면 멋이 있었지만,
어느날 부터 역시 거추장스러워 어디 깊은 곳에 숨겨두었는데,
두어 달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아보려니까, 도무지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며칠을 찾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며칠 전 집사람이랑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갑자기 나를 1층의 보석 파는 곳에 데려가더니 목걸이 하나 사주겠단다.
일전에 진주 목걸이 받고 자기도 뭔가 해주고 싶었다며...
처음엔 택도 없는 소리라며 버티다가 못이긴 채 따라갔다.
무료히 있던 아가씨 둘이 엄청 반기며 맞더니, 예쁜 디자인으로 된
목걸이를 걸어보라고 하는데 얼핏 보니 35,900원으로 보여서
값에 비해서는 좋다고 생각하며 목에 걸어보며 줄이 짧다고(45cm) 했더니,
5cm 더 길게해서 50cm로 맞춰주겠다며 가격도 그대로 해주겠다고 한다.
금이 더 들어갈 건데...하며 미안해하니까 괜찮다며 활짝 웃는다.
아가씨들이 전표를 꺼내는 동안 다시 가격표를 자세히 보았는데
그러면 그렇지 내가 그만 숫자를 잘못 보았던 것이다.
동그라미 하나를 미처 못 본 것이었다. '359,000\'
전표 꺼내지 말라고 이르고는 중량을 물어보니 넉 돈이 채 안된단다.
순간 내 머리는 암산을 하고 있었다.
'24k 순금 한 돈에 65,000원치고, 18k 라면 금 함유량이 75%니까
그깟 구리 등의 합금 가격은 계산도 안 될 테니 기껏해야 50,000인데
넉 돈으로 봐도 20만원, 수공 비를 감안해도 350,000원이라면...'
고개가 저어졌고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없이 가격이 너무 비쌌다.
나는 생각한 대로 얘기하며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조용히 말을 하니까,
어안이 벙벙한지 놀란 표정만 짓는다.
다음에 다시 들르겠다며 멈칫거리는 집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내킨 김에 동네 보석상에 가서 물어보니까 거의 같은 디자인의
같은 길이의 목걸이가 수공 비를 합쳐 27만원이 나왔다.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가 한 디자인이 하도 예뻐 꺼내봐 달라고 하여
본 목걸이가 맘에 들어 가격을 물어보니 65,000\이란다.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더니 한 돈이 채 안된다며 이태리 제(製)인데
분명 18k로 특수한 공법으로 제작된 목걸이라고 한다.
그제야 그 목걸이가 다른 목걸이보다 너무 가볍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두말없이 그 목걸이를 샀고, 지금도 그 목걸이는 앙증맞게 달려있다.
거울 앞에 서서 보면 얼핏 옷깃사이로 보이는 목걸이가 참 예쁘다.
이 목걸이도 언제 서랍속으로 들어갈지 모르지만...^^
첫댓글 저도 악세사리는 즐겨하지 않는 편인데 요즘은 목걸이랑 귀걸이 반지에 자꾸 눈이 가는 걸 보니 나이가 드나봅니다.^^선물해줄 사람 하나 없는데..욕심만 생기니..^^
저는 던없어서...구슬만 꿰고 다닙니다. 구슬반지,구슬목걸이...그래서 저에 악세사리바구니엔 온통 구슬만 담겨있지요~~파랑,분홍,빨강,주홍,검정..기타등등 기타등등 에공~~ 언제 티파니에서 아침을~~켁켁^^*
전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편..하지만 하고 있는 것은 맨날 같은 것. 그것도 나갈때만. 전 금보다 은제품을 좋아합니다. 대신 특이한 것으로 그리고 제가 직접 만든것으로요 왜냐!값이 싸죠^^
ㅎㅎ 악세사리를 하는 남성분들을 보면 더 좋던데 ... 울신랑도 엊그제 생일선물로 제가 목걸이를 해줬지요 옷깃사이에 스치면 이쁘겠죠?? ㅎㅎ 목걸이 하나를 정말 멋있게 펼쳐놓아 잘 보고 갑니다
후훗!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며칠간 회원님들께 멋진 디자인의 남성용 장신구를 판매하는 틈새돈벌이.ㅋㅋ. 안될까요?
전 악세사리를 거의 안하는 편이지요.. 금이라도 한참을 하고 있으면 알러지가 생겨서요..그래도 이쁜 악세사리를 보면 욕심은 생기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