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휘이잉~~~
문풍지 소리에 가슴까지 떨리던 겨울밤.
저녁밥 지으며 따뜻해진 구들의 아랫목에서 카시미론 이불을 덮고 앉아 겨울밤을 맞이했다.
또 화로에는 붉은 숯불이 있어 방에 온기를 가득 채워주곤 했지.
가끔 지나가는 찹쌀떡 장수의
"찹싸~~~~ㄹ 떠~~~~~~억"
그 처량한 목소리의 여운은 참으로 애절하여 아직까지 나의 마음에 남아 있는 듯하다.
긴 긴 겨울밤.
오랍뜨리 텃밭에 묻어 놓았던 구덩이 속의 무우는 늦은 밤 우리의 출출해진 배를 달래는 훌륭한 간식 거리였다.
단지 속에 잘 보관해 둔 감 껍질
역시 그 때에 그 진가를 발휘하곤 했지.
아니면 웃방에 헌 이불로 감싼 고구마 무더기에서 꺼내 먹던 날고구마도 잊지 못할 맛
화롯불에 구워 먹으면 금상첨화!
눈 덮힌 김칫독에 눈을 쓸어 내고
꺼내 먹던 시원하고 매콤한 김장 김치
손으로 쭉쭉 찢어 먹으면 그 자체로
베리 굿.
매우면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동치미 국물로 입안을 부드럽게 녹이면 되었지.
그때는 정말 겨울이면 추웠었다.
저녁에는 쩔쩔 끓던 아랫목도 새벽녁에는 싸늘하게 식어 옆에 누운 엄마의 온기로 추위를 달래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떠 놓은 스뎅 대접의 물이 꽁꽁 얼어붙어 있을 정도였지.
세수를 하고 방에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달라 붙고는 했다.
가마솥에 데워진 뜨신 물도 항상 부족했으니 세수는 고양이 세수를 할 수 밖에...
늘 손이 터서 피가 맺히기 일쑤였다.
빨래도 한데 빨랫줄에 널어 놓으면 뻐덕뻐덕 얼어붙어 가면서 자연스레 건조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마른 빨래에서는
코가 시릴 정도로 정말로 상큼한 햇볕 냄새가 났었지
기분 좋은 냄새!
그때는 눈도 펑펑 많이도 내렸었다.
교실에서 공부하다 보면 하늘에서 눈이 쏟아지고 있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르던 노래들.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눈꽃송이를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어떤 날은 자다가 깨어 보면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지.
김광균 시인은 <설야>에서 밤에 살며시 눈 내리는 소리를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멋지게 표현하기도 했지.
그렇게 사그락 사그락 살포시 내리던 눈.
그 때 마음 속에서 가만히 불러보는 노래.
"흰 눈이 보슬보슬 내려옵니다
고향에서 낯익은 새하얀 눈이
산에도 들에도 지붕 위에도 소리없이 보슬보슬 내려옵니다~"
다음 날 아침 마당에 자기 발자국을 먼저 남기기 위해서 부지런을 떨던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고 있다.
가상의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하얗게 펼쳐진 은세상에 사진 찍기는 필수!
학교 가는 길!
앞 친구 발자국에 자기 발을 폭폭 담가 그대로 따라가기도 했고,
발자국의 흔적이 없는 길
가장자리 쪽으로만 골라서 걸어가기도 했지.
그때 박자 맞추어 같이 부르던 노래.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누가 누가 새벽길 떠나갔나
외~에로운 산길에 구두 발자국~"
"한 겨울에 밀짚 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거울을 보여 줄까 꼬마 눈사람~"
눈이 오는 날이면 학교 운동장에는 꼬마 눈사람을 비롯해서 눈사람 가족이
여기저기 오밀조밀 서 있곤 했다.
자기 키보다 더 크게 굴려 한껏 멋을 부려 조각하던 눈사람.
그땐 눈싸움도 정말 치열하게 했었지.
벙어리 장갑이 다 젖도록...
옷속에 눈 뭉치가 들어가서 옷이 다 젖어도, 양말이 다 젖어도 마냥 신나던 우리들.
귀와 코끝이 얼어서 발개져도 마냥 신나던 우리들이었는데...
아~ 그리워라!
순진무구한 꼬맹이 시절의 추억들!
아! 옛날이여~~
♣혜래아씨의 청아한 현대시조 한 수를 소개합니다!
비 그친 다음 날은 (시조)
김혜래 시인
비 그친 다음 날은 햇살이 반짝반짝
묵은 때 찌든빨래 훌모아 세숫대야
찬물에 언 손 녹이며 박박 문대 너는 날
새하얀 사르마다 빛나는 나안닝구
빨랫줄 보노라면 개운해진 이내맘
향긋한 햇빛 내음에 상쾌해진 이내맘
첫댓글 추억의 음식들이 나열되고
그토록 추웠지만 새록새록 그리운 겨울 옛날 이야기 입니다.
맞어요
많이 추웠었지
우리의 그시절 그리운 겨울이야기 한참 돌아다녀 찿아왓네요
그 시절로 다시 돌아 갈순 없겠죠. 그리운 시절.
다시돌아갈수 없음에 더욱더 그리워지는것 같아요
아~옛날이여~지난시절
다시 올수없나요
정말그립습니다
어느새 엣날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멋진 글들입니다.
어릴적 때낀 손이 퉁퉁 터져 아픈 기억도 생생합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기네요.
아휴 달님은 엔간이 개구장이었을것 같아여
손이 통통 터지도록 놀았을테니끼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