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전 성훈
집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도서관이 있다. 이름이 조금 거창한 도봉문화정보도서관이다. 한 때는 정부시책에 따라 듣기에도 거북한 도봉정보문화센터라고 부르더니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본래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도서관을 찾은 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아마 2003년 아니면 2004년 여름이었다. 누군가 좋은 문화 강좌가 있다고 하여 못 이기는 척 기웃거리기 시작한 때가 그 시절이었다. 딱히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생각되어 그 후 자주 도서관을 찾아가 강좌를 들었다. 도서관을 자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직장생활 할 때 책은 반드시 서점에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책을 구입한 본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끝까지 읽는다는 속뜻이 있었다.
2007년 여름, 도서관 회원증을 신청하여 발급받은 후 지금까지 아주 열심히 책을 빌려 보고 있다. 직장생활을 그만 두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책을 몇 권씩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그런 연유로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마다 책이름, 저자, 옮긴이, 출판사 등을 기록하며 한 동안은 읽은 소감을 몇 줄로 간략하게 함께 적어 놓기도 하였다. 매주 한 권 정도 읽으니까 일 년이면 거의 50권 가까이 읽는다. 특별히 어떤 종류의 책을 따로 정하고 읽는 편은 아니지만 문학서적보다는 인문학 서적을 즐겨 찾는다. 역사학, 심리학, 종교 그리고 사회학 분야의 책을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는다. 어떤 때에는 도서관에서 새로 구입한 신규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기도 하였고, 간혹 특정 분야에 대한 서적을 한꺼번에 몰아서 읽기도 하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다 보면 가끔 책에 낙서가 되어 있는 것을 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는 우리의 문화 수준을 떠올리게 된다. 책에 연필로 밑줄을 긋는 경우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연필 대신 색연필이나 볼펜으로 밑줄을 긋기도 한다. 게다가 책에 낙서나 본인만이 알아볼 수 있는 비기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압권은 특정 부분을 찢거나 훼손한 경우다. 본인이 구입한 책이라면 그 안에 어떤 표시를 하든지 누구도 뭐라고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본인 소유의 책에 색연필로 별별 표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책 주인만이 즐길 수 있는 권리이자 기쁨이며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물론 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모습 또한 그리 바람직한 행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자기 소유가 아닌 책은 다음 사람을 위하여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것이 문화인 아니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예의이며 도리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잘 지킬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내 생각만 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면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워질까? (201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