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다른 것=새로운 것, 이것이 바로 '융합'"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것 합하여 새로운 하나를 만드는 것이 융합이죠
동영상+문서 파일+이미지=전자책
복합기·스마트폰이 '융합'의 제품들… 이런 창의적 결합이 산업 이끌어요
"융합이란 무엇일까요? 서로 합치는 것?"
요즘 TV를 보다 보면 '융합'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광고가 자주 등장해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이 아니다 보니 융합을
'둘 이상을 합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요.
융(融·녹이다)과 합(合·합치다)이 더해진 말이니
여러 가지를 합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겠지요?
그렇다면 융합이 요즘 이렇게 강조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알고 보면 융합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세계 곳곳에서도 '미래는 대융합 시대'라고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요.
융합의 예로 볼 수 있는 상품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까요.
칫솔에 전동장치를 합한 전동 칫솔, 프린터와 복사기를 합한 복합기,
냉방기와 난방기를 합한 냉·난방기 등을 그 예로 꼽을 수 있어요.
지금은 기술과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이뤄지고 있어요.
이른바 '산업 융합' 시대로 발전한 것이에요.
예를 들어 전자책(E-BOOK)은 동영상·이미지·문서 파일 등의
디지털 콘텐츠와 출판 서비스가 융합된 것이에요.
방송·인터넷·전화를 하나처럼 쓸 수 있는 결합 상품도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된 예지요.
지금의 융합은 산업과 산업, 산업과 기술, 기술과 기술이 창의적으로 결합해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융합의 기본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인데,
왜 융합이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산업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해요.
여러분, 보물찾기 게임 해봤죠? 보물이라고 적은 쪽지를
미리 숨겨놓고 찾도록 하는 게임이지요.
이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엔 숨겨진 것이 많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쉽게 보물을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찾을 것이 줄어들어
보물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발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해요.
이미 수많은 제품이 나와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지요.
요즘처럼 사려는 사람보다 만들어진 상품이 더 많은 공급과잉 상태에서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고 안전한 상품을 찾게 돼요.
생산자 입장에서는 같은 종류의 상품이더라도 더 낫게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거예요.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한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다 보니
기능과 기능이 더해진 신제품이 나오게 된 것이에요.
복사와 인쇄를 함께 할 수 있는 복합기를 예로 들면,
복사기와 프린터를 따로 놓을 때보다 차지하는 공간도 줄고
비용도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러한 기술 융합은 때때로 혁신적 가치를 창조하기도 해요.
대표적 예로 스마트폰이 있어요.
통화, TV 시청, 문서 작성, 이메일 전송, 게임, 음악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스마트폰에 담겨있어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기능 하나하나마다 관련 제품을 따로 사다 써야 했지요.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융합의 중요성을 인식한 계기도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의 성공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모토롤라, 노키아 등 휴대폰 회사가 가지고 다니기 편한 디자인,
즉 외형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휴대폰을 통화하는 기기로만 여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애플이라는 회사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를
휴대전화에 적용해 혁신을 이루었어요.
그 결과 애플은 스마트폰의 강자가 되었어요.
반면 모토롤라, 노키아 등 기존 회사는 그 영향력을 잃고 말았지요.
더 놀라운 것은 스마트폰이 나온 뒤 그 기능을 활용한
여러 분야의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다는 거예요.
개발은 되었지만 유통수단이 없었던 전자책 시장도 활기를 띠게 되었고,
모바일 게임·만화·음악 시장도 크게 성장했지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도 널리 퍼지면서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다양한 기능의 애플리케이션이 크게 늘어나 스마트폰 기능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지요.
왜 세계 각국이 산업 융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융합의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훌륭한 융합 상품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해요.
찰흙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나무·철사·조각칼 등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가진 사람이 뛰어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핵심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더 좋은 융합 상품이 나올 수 있어요.
산업 융합의 대표적 기술로 NT(나노 기술), BT(생명공학 기술),
IT(정보통신 기술), CS(인지과학) 등을 꼽을 수 있어요.
NT는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물질을 이용하는 기술이고,
BT는 생물이 가진 기능을 응용하는 기술이며,
IT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 가공해 통신과 결합해 활용하는 기술이에요.
CS는 과학기술과 문화를 접목하는 기술이에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핵심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을 가진 국가로 꼽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기에 창의적 생각을 더하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융합 강국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도 여러분의 창의력에 달려 있답니다.
세종대왕·정약용·강감찬·윤관… 대표적 융합형 인재죠
융합의 물결은 전통문화와 역사에도 일고 있어요.
올여름 안전행정부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장인의 솜씨가 발휘된
전통문화 상품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거창의 방짜유기가 순창의 자수와 만난 자수 포장 수저 세트,
장흥의 목공예와 통영의 나전칠기가 만난 나전칠기 만년필, 부산의 화혜장(★)이
전주의 한지와 만난 실내 꽃신 등 서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전통문화 상품을 결합해 새 상품을 만들어내는 식이에요.
이른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이 깃든 융합 문화 상품인 셈이지요.
그런가 하면 융합형 인재의 모범을 우리 역사 인물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어요.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다른 분야까지 아우르면서
전문 지식과 능력을 갖춰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낸 인물 말이에요.
이런 사람을 융합형 인재로 꼽는다면 세종대왕과 정약용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세종대왕은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이면서도 과학(천문학·수학), 음악, 시와
그림에도 능해 훈민정음 창제는 물론 과학기술·음악·인쇄·출판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어요.
정약용은 정치·법·사상·경제·과학·의학·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둬 조선의 학문과 문화 발달에 큰 기여를 했고요.
세종대왕과 정약용은 모두 조선시대 인물인데,
그보다 더 옛날인 고려시대에는 어떤 융합형 인재가 있었을까요?
문무겸전(文武兼全), 또는 문무겸비(文武兼備)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둘 다 '학문과 지식은 물론 무예와 전투에 관한 재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뜻이에요.
이런 사람들을 오늘날에 빗대자면 융합형 인재라고 할 수 있지요.
고려시대에 문무를 겸비한 인물은 많지만 대표적인 인물로 강감찬과 윤관을 꼽을 수 있어요.
1018년 거란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강감찬은 귀주에서 거란군을 크게 물리쳤어요.
이렇게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은 원래 문신(文臣)이었어요.
과거에 급제해 예부시랑으로 벼슬길에 올랐지요.
그는 한림학사(★), 이부상서(★)등의 관직을 거쳤는데,
나라가 위기에 놓이자 상원수(★)가 되어 군사를 이끌고 거란군을 물리친 것이에요.
이후에는 문하시중(★)이 되어 훌륭한 재상으로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지요.
1107년 별무반을 이끌고 여진족 정벌에 앞장선 윤관도 과거 급제한 문관이었어요.
어사대부(★), 이부상서 등의 벼슬에 오른 뒤 군대 최고 사령관이 된 것이지요.
고려사 열전은 윤관에 대해 '젊어서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장수가 돼 전투에 나설 때도 항상 오경(★)을 가지고 다녔으며,
너그러운 이를 좋아하고 착한 것을 즐겨 당대에 으뜸가는 명망(★)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어때요? 강감찬과 윤관 모두 문무를 갖춘 인물이 맞죠?
★화혜장: 전통 신발을 만드는 장인을 말함.
★한림학사: 고려시대 학사원·한림원에 속한 정4품 벼슬.
임금의 명령을 일반에게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에 관한 일을 맡아봄.
★이부상서: 고려 시대 이부의 으뜸 벼슬로 품계는 정3품.
★상원수: 고려시대에, 출정하는 군대를 통솔하던 대장.
★문하시중: 고려시대 최고의 관직으로 재상에 해당.
★어사대부: 고려시대 정3품 관직으로 어사대를 이끌던 으뜸 벼슬.
어사대는 고려의 감찰 기관으로 정치의 잘잘못을 따지고
풍속을 교정하며 관리들의 불법행위를 살펴 탄핵하는 일을 맡음.
★오경: 유교의 5가지 경전.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를 가리킨다.
"남은 한달"
# 1
암탉은 16개월 동안 알을 낳으면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폐계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닭으로 하여금 다시 알을 낳게 하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삼일 동안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굶기고, 그 후 나흘 동안은 물만 조금 먹이고,
그리고 다시 이십 일 동안은 먹이를 평소의 절반만 먹인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폐계는 낡고 지저분한 털이 빠지고 새로운 털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 8개월 동안 그 닭은 다시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폐계가 다시 알을 낳기 위해서는 한 달 동안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고통을 겪은 뒤에야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올해가 한 달 남았습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한해가 허망한 분도 계실 것이고, 자괴감이 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지만 새로운 의욕은 생기지 않고,
그래서 점점 내가 ‘폐계’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 2
군에서 제대한 아들이 벌써 2주째 막일을 다니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아침을 먹고 6시 30분에 일터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삽질을 하고 곡괭이질을 하다가
밤 9시 되어서야 작업복에 진흙을 잔뜩 묻혀서 돌아옵니다.
어젯밤에는 수도관 새는 것을 잡아야 하는 급한 공사가 있다며
야근까지 한 뒤에 새벽 2시가 다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괜찮아?”하고 물었더니 “괜찮습니다.”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겨우 4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아침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어린놈 치고는 그래도 제법 악착같은 기질이 있어 보입니다.
아이가 올해 22살이니 한참 놀 나이입니다.
멋 내고 돈 쓸 궁리나 할 나이입니다. 그런데 군소리 하지 않고 막일을 다닙니다.
제가 이리저리 알아보면 지금보다 고생을 덜 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편한 일자리가 아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때가 아니면 아이가 언제 이러한 고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엊그제는 아들 몰래 아들 일하는 공사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아들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공사 현장에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한참 동안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간식이라도 사 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선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꽁꽁 얼어서 코는 빨개가지고 집에 들어선 모습입니다.
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대폰을 볼 때마다 그러한 아들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가끔 이러한 생각도 합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잘 못살면 아들이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 말입니다.
물론 아이에게 고생을 시키기 위해 내보낸 일터이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잘 못살면 아들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3
새 중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솔개의 수명은 보통 40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솔개는 40년 정도를 살다가 죽지만,
일부 솔개는 70년까지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솔개가 70년까지 살기 위해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솔개가 태어나 40여년이 되면 발톱이 노화되어서
더 이상 사냥감을 잡아챌 수 없게 됩니다.
부리는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서 가슴에 닿게 되고,
깃털도 두껍게 자라기 때문에 무거워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도 없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의 솔개는 조용히 죽을 날을 기다립니다.
그렇지만 일부 솔개는 그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솔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솔개는 산 정상으로 날아올라가 자신의 부리로 바위를 쪼아서 부리를 부서지게 합니다.
그렇게 부리가 빠지면 오랫동안 먹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면 이제는 자신의 부리로
자신의 낡은 발톱을 하나씩 뽑아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발톱을 뽑고 나면 피가 나는데 그
러한 과정을 참고 이겨내면 새로운 발톱이 돋아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발톱이 돋아나면 솔개는
이제 자신의 낡은 깃털을 하나씩 뽑아낸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벼운 깃털이 돋아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약 6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모든 과정을 거친 솔개는
다른 솔개보다 30년을 더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4
제가 오늘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철없는 어린 아들도
저렇게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데, 알을 낳을 수 없어 버려지는 폐계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저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데,
미물인 솔개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부리를 부러트리고,
생 발톱을 뽑고, 깃털을 뽑아서 새로운 솔개로 태어나는데,
과연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묻기 위함입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에 부족함을 느끼는 분 중에서 폐계나 솔개처럼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싶으신 분은, 최소한 폐계나 솔개가 겪는
고통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닭도 하고 새도 하는데 사람이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모두가 아는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어느 한 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는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올해도 딱 한 달 남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입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이래도 한 달이 가고, 저래도 한 달이 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모두가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남은 한 달 동안 뭔가 뼈를 깎는 변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 모습으로 2014년을 맞이하는 저이고, 님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춥겠다고 합니다.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옮긴 글 )
강덕수 회장 몰락 후 한국 재계 '박정희 체제'로 U턴"
20대 그룹에 1979년 이후 창업한 기업 전혀 없어'
'고인 물' 되어가는 주식회사 한국
올해 재계에서 일어난 대(大)사건은 무엇일까요.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사건을 꼽겠지만 ‘강덕수 회장이 이끌던
STX 그룹의 20대 그룹 탈락’을 일대 사건으로 봅니다.
그 의미는 간단치 않습니다.
이로써 한국 20대 재벌중 박정희 체제 이후 나타난 그룹은 한곳도 없게 됐습니다.
국내 4대그룹인 삼성·현대차·SK·LG 그룹은 모두 일제시대나 1950~1970년대 창업해
박정희 대통령 체제에서 고도성장을 이룩한 곳입니다.
그 다음인 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진·한화도 마찬가지입니다.
GS는 그룹 출범은 2004년에 했지만 뿌리는 LG입니다.
LS그룹도 2000년대들어 출범했지만 이 그룹 역시
LG에서 갈라져 나온 업력(業歷)이 오래된 기업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산업을 움직이는 주축이 1979년 이후 지난 34년간 변하지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2000년대 들어 출범했던 STX
2000년대 후반 STX 직원들은 ‘20대 그룹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20대 그룹은 삼성 계열(삼성, CJ, 신세계),
현대계열(현대차, 현대중공업), LG계열(LG,GS,LS)이 주류를 차지하고,
포스코·KT같은 민영화한 기간산업체가 간간이 들어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샐러리맨 출신의 강덕수 회장이 그룹을 일으켜
20대 그룹에 들어갔으니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 했습니다.
강 회장은 2001년 옛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범양상선(STX팬오션)과
대동조선(STX조선해양)을 잇따라 사들이며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그룹은 올들어 해체했습니다.
올 4월 공정거래위가 발표한 재계 순위 13위인 STX는 양대 축인
STX팬오션, STX에너지 등을 채권단에 넘기면서
내년 4월 자산순위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 확실시됩니다.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나 채권단 자율협약, 매각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걷게 되면서 '그룹'의 울타리가 사실상 와해된 것입니다.
STX팬오션은 최근 사명을 '팬오션'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예정된 감자와 증자를 거치면 STX팬오션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약 13%)으로 탈바꿈합니다.
STX조선해양도 최대주주가 ㈜STX 등에서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산업은행 등의 지분은 25.51%가 된 반면 ㈜STX 등의 지분은 채 1%에도 못 미칩니다.
그룹의 양대축이 떨어져 나간 겁니다. 2001년 그룹이 출범한지 12년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30대그룹으로 넓혀도 치고 올라갈 신생그룹은 보이지 않아
STX그룹 이후 당분간 20대 그룹에 들어갈 신생그룹은 싹이 보이질 않습니다.
‘고인 물’이 돼 가는 한국 산업입니다.
1980년 창업해 20대 그룹에 들어갈 신생기업 후보로 올렸던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은 재계 31위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그룹 전체가 휘청이며 현재 해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재계 3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별 차이는 없습니다.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 한국지엠이 있고, 옛 대우그룹 계열사로
현재는 산업은행이 주인인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을 제외한다면
박정희 체제 이후 세운 회사는 1983년 출범한 부영 한곳 뿐입니다.
부영이 ‘건설 혹한기’에 살아 남아 재계 순위 30위권내에 들어온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주축이 건설분야이다보니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적어도 20위 밖의 회사중에서도 이들 자리를 위협하는 그룹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느 새인가 삼성·현대차·SK·LG·롯데란 재계 순위에 길 들여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정희 체제에서 한치도 못벗어났다는 것은
그동안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기업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는 말도 됩니다.
우리 정치인과 산업계가 동시에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문제입니다.
온라인 서점 1위 '예스24'
"오전에 주문한 책, 오후에 집으로… '가격' 대신 '속도'로 승부"
개인단말기로 책 위치 바로 확인분야별 書庫 담당이
즉각 전달포장 속도 느린 기계 버리고 정규직 베테랑 투입해 시간 절약
전국 30여개 도시에 당일배송 제주는 손해 감수하고
항공운송 배송하는 물량 年 1200만건 고객불만율 업계최저인 0.3%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인터넷 서점 '예스(YES)24'의 물류센터.
총 250만권의 국내외 도서들이 가득 쌓여 있는 건물 맨 중앙의 프린터에선
책 주문서가 쉴새 없이 출력되고 있었다.
5분 전 서울의 한 주부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어린이 교재와
동화책 주문서를 받아든 물류센터 직원은 쏜살같이 서고로 달려갔다.
불과 1분도 안 돼 책 2권을 들고 오더니 바구니에 담는다.
1만3000여㎡(4000평)가 넘는 넓은 서고에서 어떻게 책 2권을 귀신같이 찾아냈을까?
비결은 개인휴대단말기(PDA)였다.
주문서에 찍힌 바코드에다 무전기만한 크기의 이 단말기를 대기만 하면
서고 속에 책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정보가 곧바로 뜨기 때문이다.
책을 담은 바구니는 다시 분류실로 옮겨졌다.
고객이 책을 여러 권 주문했을 때 여러 서고에서
찾아온 책을 고객 이름별로 한데 모으는 곳이다.
한 고객이 주문한 책을 직원 한 명이 다 찾는 것이 아니라 서고별 담당자가
자기 구역에 있는 책만 찾은 뒤 모으는 방식이다.
책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몇 분이라도 단축하기 위한 분업 시스템이다.
고객별로 분류가 끝난 책들은 다시 포장 파트로 옮겨졌다.
최고 베테랑 직원들이 책을 종이 박스에 포장한 뒤 주소가 적힌 주문서를 부착했다.
손놀림이 워낙 빨라 한 박스를 포장하는 데 10~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 포장된 책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옮겨진 뒤 대기 중인 택배 차량에 실렸다.
주문한 지 20여분 만에 발송 준비가 끝난 것이다.
책 주문에서 발송 준비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5분,
주문이 아무리 밀려도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포장·발송된 책은 당일 오후에 고객에게 배달된다.
이것이 바로 오전(9~12시)에 주문하면 오후(3~8시)에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총알 배송' 시스템이다.
예스24는 200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당일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온라인 책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온라인의 특징인 '속도'를 오프라인(배송 시스템)에도
적용한 스피드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계 버리고 사람과 시스템으로 승부
이 회사는 왜 속도전에 승부를 건 것일까.
국내 최초로 온라인 서점을 시작했지만, 경쟁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책값을 대폭 할인해 주는 출혈경쟁이 시작되면서 적자가 누적됐다.
회사의 새 주인이 된 한세실업의 김동녕 회장은 가격 경쟁이 아닌 스피드 경쟁으로 승부를 걸었다.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격보다도 빠른 배송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온라인 서점이 취약한 부분도 바로 스피드였다.
때마침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면서 가격보다 속도 경쟁이 먹힐 여건도 마련됐다.
처음엔 책을 주문받고 발송을 시작하는 데까지 3~4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해서는 당일 배송이 불가능했다.
임원들까지 책 배송 현장에 뛰어들고 포장 기계를 도입했지만,
책 배송 시간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책 보관 위치를 찾고 포장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개인휴대단말기와 창고물류관리시스템(WMS)이다.
개인휴대단말기로 책의 위치를 바로 확인하고, 분야별로 서고를 나눠
담당 직원을 따로 두는 등 작업 라인을 속도전에 맞게 완전히 바꿨다.
서류상 재고와 실제 재고의 차이는 0.01%(1만 권당 1권) 이내로 줄였다.
가장 주목할만한 결정은 기계를 버리는 대신 사람에 일을 맡긴 것이다.
포장 기계는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많았다.
책 규격이 제각각인 데다 달력과 화장품 등 경품도
함께 포장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가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70여명의 핵심 인력을 포장 전문가로 키웠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포장 라인에는 2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정규직 베테랑 직원만 투입했다.
요즘 같은 최첨단 자동화 시대에 사람이 정말로 기계보다 빠를까?
예스24는 몇 년마다 한 번씩 기계와 사람의 속도를 비교·평가하고 있다.
몇 년 전엔 일본의 유명 자동화기기 업체가 설계한 포장기계와 본사 포장 전문가가 실전 게임을 벌였다.
그 결과는 사람이 2배 가까이 빨랐다.
이 회사의 안지애 브랜드 파트장은 "최근 기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
끊임없이 속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명 중 6명에게 당일 배송
예스24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0명의 직원이 하루 2억원 정도의 배송 물량을 처리했다.
그러나 꾸준한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지금은 400여명의 인력이
하루 4만5000건, 15억~20억원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사람은 줄어들었는데, 처리 물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책 매출에서 차지하는 물류비용의 비중을 기존의 12%에서 8%대로 줄일 수 있었다.
회사는 오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예스24는 고객이 책을 주문하면 '오늘 오후에 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최용 물류센터장은 "어떤 책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배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예스24는 책 재고량을 몇 배로 늘렸다.
현재 예스24의 두 군데 물류센터에는 25만종, 총 300만권의 책이 있다.
책 하나에 평균 12권씩의 재고를 확보해 놓은 셈이다.
국내 온라인 서점 중 최고다.
책을 현금으로 대량 구매하는 대신 일반 가격보다
10~15% 싼값에 공급받음으로써 원가도 줄였다.
재고를 많이 확보했다가 안 팔리면 어떻게 할까?
예스24는 3단계 재고 시뮬레이션 체제를 구축했다.
창업 이후 지난 11년간의 책 판매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책 종류와 저자, 출판사, 독자층에 따른 책 판매량을 예측한다.
또 출판사와 공동 마케팅 회의를 열어 2차 예측을 한다.
그리고 독자 및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한번 재고량을 조정한다.
이를 통해 미판매 재고량을 전체의 2% 이내로 줄였다.
현재 당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제주 등 전국 30여개 도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0%가 넘는 약 3000만명을 커버하는 셈이다.
예스24는 지방의 당일 배송 지역을 늘리기 위해 지난 8월 경북 영천에 제2 물류센터를 열었다.
제주 지역은 손해를 감수하고 비행기로 배송한다.
2014년에는 산간벽지를 제외한 전국 4500만명에게 당일 배송을 할 계획이다.
예스24는 배달을 맡은 택배회사의 배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상벌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성식 도서담당 본부장은 "당일 배송 성공률이 95% 이상이면 인센티브를, 93% 이하면 페널티를 물린다"고 했다.
배송 물량은 연간 1200만건에 달한다.
그러나 실수가 있다면 총알 배송도 무용지물이다.
엉뚱한 책이나 파손된 책을 보내거나, 함께 보내야 할 사은품·경품을 빠뜨리는 경우다.
그래서 직원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배달 과정에서 책·사은품 파손을 막기 위해 전문업체에 의뢰, 독자적인 안전 봉투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객 불만율을 업계 최저 수준인 0.3% 이하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