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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재개봉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기억하시나요?
무지개 회원 김동완 씨도 생일에 혼자 이 영화를 보러 갔을 정도로 다시금 화제가 된 영화였죠.ㅎㅎ
개인적으로도 '짐 캐리'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 저의 최애 로맨스 영화였는데,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서 넘나 좋았던 것입니다...
작년을 이어, 올해 2016년에도 벌써부터 재개봉을 확정지은 명작들이 줄 지어 스크린에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영화 재개봉 이슈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치열한 한 해가 아닐까 합니다. 올해는 3월까지 재개봉이 확정된 영화만 해도 무려 22편에 이른다고 하네요!
자,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재개봉 영화로 다시 주목받는 소설들 특집!
1. 아카데미가 놓친 최고의 영화 1위
<쇼생크 탈출> 2월 24일 재개봉
저자 스티븐 킹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0.04.05.
✔ 원작 소설은?
읽어 본 사람들은 영화 만큼이나 인생 소설로 손꼽는다는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원작. 영화의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원작의 명성이 덜 알려진 듯 하다. <쇼생크 탈출><미스트> 등 스티븐 킹과 프랭크 다라본트, 두 거장은 언제나 화력 넘치는 케미를 자랑한다.
가장 가까운 개봉 이슈가 있는 작품입니다. 2월 24일 국내 재개봉 예정으로, 스티븐 킹 소설 원작 +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의 명품 연기 + 프랭크 다라본트의 신 같은 연출이 어우러지며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 <쇼생크 탈출>입니다.
스티븐 킹의 원작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은 소설집 『사계』에 수록된 중편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쇼생크 감옥에 수감된 앤디 듀프레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인 교도소의 내부를 샅샅이 드러내는 스티븐 킹 소설의 걸작 중 걸작으로 꼽힙니다. 스티븐 킹의 장기가 중편소설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잘 아시는 독자님이라면, 충분히 매혹적으로 느낄만 한 작품이지요.
총 2권으로 출간된 중편집 <사계>는, 스티븐 킹이 자신이 공포소설만을 쓰는 작가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소설집으로 수록 작품 4편 중 3편이 영화화될 정도로 본디의 작품성이 뛰어납니다.
그 중에서도 '쇼생크 탈출'과 '스탠 바이 미'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꼽히며 작가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존잘 소설 덩어리되겠습니다..ㅜㅜb
“중편소설 네 편을 모은 책은 어떨 것 같나? 그 대부분이나 전부가 그냥 일반 소설이라면? 자네 생각은 어때? 그 책에 가령 『사계』 같은 제목을 붙이는 거야. 누가 보더라도 흡혈귀나 귀신 붙은 호텔이나 뭐 그런 내용의 책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스티븐 킹이 『사계』를 기획하며 담당 편집자에게 한 제안
영화처럼 원작에는 감옥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들, 간수에게 뇌물을 주고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교도소장들이 값싼 수감자 인력을 동원하여 저지르는 비리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스티븐 킹은 수감자들이 받는 비인권적 대우와 사회로부터 완전 격리되어 교도소만이 삶의 전부가 되게 만들어버리는 당시의 제도와 관리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합니다.
이 책의 백미는 이런 현실을 관통하는 주제인 '자유'에 대한 심연의 이야기와, 이를 표현하는 스티븐 킹의 미친 필력에 있다고나 할까요. 회상하며 옛 이야기를 조근조근 읊조리는 레드의 이야기는 애잔하면서도 애틋한 구석이 많죠.
나는 감방으로 되돌아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가석방 중인 몸이었기 때문에 뭘 해도 돌아갈 수 있었다.
만일 앤디를 알지 못했다면 아마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오랜 세월을 자유롭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그 콘크리트 벽을 록 해머로 팠던 일이 끊임없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일을 떠올리면 창피해져서 다시 주저했다.
그래. 앤디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그것은 자유였다.
만일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유를 버린다면 녀석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성취해 낸 모든 것에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스티븐 킹,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중에서
레드, 잊으면 안 돼.
희망은 무엇보다도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결코 죽지 않는 법이야
아직도 영화의 첫 씬에 흐르는 웅장한 음악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하네요.
이번 달에는 <쇼생크 탈출>로 스크린에서 펼쳐질 감동의 시간을 누릴 준비를 잔뜩 해두어야겠습니다!
2. 오랜만이야 조제, 잘 지내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3월 17일 재개봉
저자 다나베 세이코
출판 작가정신
발매 2004.10.15.
✔ 원작 소설은?
일본의 국민작가로 존경받는 다나베 세이코가 '연애'를 테마로 쓴 단편 소설집. 다나베 세이코는 무려 24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펴낸 다작 작가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독특한 캐릭터와 간결한 문체로 가슴을 울리는 연애소설 9편이 수록된 책이다. 그 중 표제작인 단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츠마부키 사토시 & 이케와키 치즈루 주연 영화로 만들어져 큰 화제를 모았다.
"이름이 뭐야?"
"조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는 손님들로부터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리던 어느 날, 츠네오는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모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조제라는 이름의 한 여자를 알게 되죠. 유모차의 정체는 바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손녀 조제를 위해 그녀의 할머니가 밤에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강렬했던 첫 만남 이후, 츠네오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대시하는 여느 여대생들과는 달리 이성과의 만남이란 것을 가져 볼 기회조차 없었던 순수한 조제에게 독특한 매력을 느끼고 서서히 이끌리게 됩니다.
그렇게 남들보다는 조금 독특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 조제와 츠네오. 유모차 바깥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는 조제는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호랑이'였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바로 호랑이를 보겠다고 다짐했었다는 이야기를 하죠.
조제는 호랑이의 포효에 기절할 만큼 놀라 츠네오의 옷자락을 잡는다.
"꿈에 나오면 어떡해……."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보긴 왜 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중에서
짧은 단편이지만 두근거리다가도 어느새 가슴을 짓이겨버리는 사랑의 미묘한 감정에 관해서만큼은 이토록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중고등학교 시절 제 메마른 가슴에 휘발유를 들이부었던 애틋하고도 독특한 소설이었지요.
역시 '사랑'만을 주제로 엮은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에세이집 <잘 있지 말아요>에서도 이 소설과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인상적인 부분 일부를 여기에도 옮겨 소개해봅니다. :)
힘겹게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단지 그녀의 불편한 다리만이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한다는것은 그녀가 걸을 수 없다는 이유로 포기해야 했던 그 모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것이었다. 그녀와 함께한다는 것은 그녀가 사는 내내 견뎌야 할 끔찍한 타인의 시선까지 끌어안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점점 조제와 함께하는 시간이 힘들고 불편해진 츠네오...
츠네오가 어느덧 지쳐버렸을 때, 그리고 그것을 조제도 눈치챘을 때, 그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그런 서로의 모습에 깊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츠네오가 언제 자신을 떠날지 알 수 없지만 곁에 있는 한 행복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요.
조제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 그것을 늘 죽음과 같은 말로 여긴다. 완전무결한 행복은 죽음 그 자체다. '우리는 물고기야. 죽어버린 거야' 그런 생각을 할 때, 조제는 행복하다.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중에서
3.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
영화 <쥴 앤 짐> 3~4월 중 재개봉
저자 앙리 피에르 로셰
출판 그책
발매 2014.12.18.
✔ 원작 소설은?
전통적인 영화 문법에서 탈피해 도전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누벨바그의 거장 '트뤼포'의 대표작.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앙리 피에르 로셰의 원작 소설을 읽고 매혹되어 일찍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2016년 재개봉 대열에 합류한 영화 <400번의 구타>로 인상적으로 데뷔한 뒤, <피아니스트를 쏴라>의 실패를 맛본 트뤼포는 <쥴 앤 짐>의 여배우 잔느 모로에게 위안을 찾으며 오랫동안 미뤄왔던 각색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여러분 혹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을 기억하시나요?
단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한 이 책이 프랑스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거센 분노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죠.
저자 스테판 에셀
출판 돌베개
발매 2011.06.07.
놀랍게도 저는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이 다름 아닌 이 영화 <쥴 앤 짐>이야기였는데, 이 책의 저자인 스테판 에셀이 3살이었을 때,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절친이자 <줄과 짐>의 원작 소설가인 '앙리 피에르 로셰'와 사랑에 빠져 함께 살게 된 경험을 밝히며, 이후 그가 견지하게 된 윤리관에 대해 털어놓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산다는 것은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도 그 사랑에 동의했으니까요. 아버지는 이를 비도덕적인 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저는 세간의 도덕이나 윤리 같은 것과는 거리를 두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도덕이란 타인들과 사회가 만들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범에 순응하는 것일 터입니다.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중에서
놀... 놀랍지요?
영화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이 이야기가 프랑스 석학의 부모님의 실제 이야기라니.
소설 <쥘과 짐>은 앙리 피에르 로셰가 무려 74세에 처음으로 발표한 데뷔작으로, 실제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소설 속 짐이 곧 로셰의 분신이고, 로셰가 바로 진짜 현실 속 삼각관계의 주인공이었던 셈이죠.
이를 원작으로 한 트뤼포의 영화 <쥴 앤 짐> 역시, 까트린이라는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 시대의 사랑과 도덕, 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다소 파격적인 작품입니다.
『줄과 짐』은 삶과 죽음에 대한 찬가이며, 사랑에는 커플 이외에 다른 어떤 조합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쁨과 슬픔으로 증명하는 보고서다. ―프랑수아 트뤼포
4. 호소다 마모루의 레전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1월 14일 재개봉 & 상영 중!
저자 츠츠이 야스타카
출판 북스토리
발매 2014.10.15.
치아키!
이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이름, 치아키 센빠이... (너무 좋아 어떡해요 흑흑)
재개봉 영화 라인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늑대아이><괴물의 아이><썸머워즈> 등 천재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의 최최최고 명작... 생각만 해도 눈물날 것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입니다. 벌써 제작 10주년을 맞이했다니, 놀랍습니다.
✔ 원작 소설은?
일본 SF 문학의 거장 츠츠이 야스타카가 1965년 처음 발표한 이래, 타임 리프 물의 고전으로 떠오르며 각종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로 수차례 리메이크 된 작품이다. 2006년 여름 일본에서 개봉한 동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관객 동원 수 역대 2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일본 및 국제 영화제의 상을 일거에 거머쥐었다.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시간 여행'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마코토-치아키-고스케 이 절친의 관계를 오고가는 우정과 사랑의 미묘하고도 애잔한 감성을 폭발할 듯 이끌어내는 힘이 대단한 영화입니다.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감동적이고 슬픈 작품이죠...ㅜㅜ
한편,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가 나오기도 한참 전인 1965년에 처음 발표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소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토요일 방과 후 실험실 청소를 하던 주인공 가즈코는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그림자를 보고, 실험실에 퍼진 달콤한 라벤더 향기를 맡고 의식을 잃습니다. 깨어나고 나니 그녀에겐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리프 능력이 생기게 되죠. 독특한 능력에 불안감을 느낀 가즈코는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선생님은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최초의 사건이 일어났던 토요일 오후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조언을 남깁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실험실에서 어둠 속 그림자의 정체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나는 여기 있다! 집에도 내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두 명이란 말인가! 방으로 돌아가면 그곳에는 또 하나의 내가 있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즈코는 당황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며칠 전부터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중에서
원작은 아주 짧은 소설이고, 이 작품 말고도 다른 두 작품이 더 실려 있습니다. 역시 이런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엄청난 명작을 만들어 낸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 사... 사... 좋아합니다. (대세에 맞춘 복고풍 고백)
5. 마약 카르텔을 둘러싼 모든 관계의 음지를 낱낱이 파헤친 명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월 27일 재개봉!
저자 돈 윈슬로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2.04.13.
작년 말 개봉한 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재관람 열풍을 이어갈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던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에밀리 블런트와 영화를 보면 볼수록 브래트 피트처럼 보인다는 마성의 남자 베네치오 델 토로가 주연한 영화이자, <그을린 사랑><에너미> 등으로 늘 화제의 작품을 만들어 온 감독 드니 빌뇌브의 새로운 작품이었죠.
놀랍게도 이번에 드니 빌뇌브가 주목한 세계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그 지독하게 어둡고 피비린내 나는 '실제 세계'의 이야기를 놀랍도록 자세하게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서 폐인들을 양산하고 있는(1인 자수합니다) 넷플릭스의 화제작 <나르코스> 열풍 등... 마약 범죄 이야기를 쫓는 분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필독 도서를 소개합니다. (이번엔 원작은 아닙니다.)
바로, 돈 윈슬로의 <개의 힘>입니다.
✔ <시카리오>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 추천하는 필독 도서!
북중미 마약전쟁 30년을 관통하는 피와 복수의 서사시를 다룬 소설. 미국과 멕시코 마약 조직간의 치열한 전쟁사를 근 백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과 30년에 이르는 장대한 스토리로 써내려간 소설로, 저자 돈 윈슬로가 5년 동안 중남미 마약 관련 사건에 대해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거쳐 그려낸 농밀한 마약 범죄 세계가 낱낱히 담겨 있다.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 시편 22장 20절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개의 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성에 지니고 있는 '악'의 내성을 말합니다. 성경 시편에 있는 표현이지요.
소설 <개의 힘>은 미국 마약 단속반 '아트', 그리고 아트와 한때 친구였던 마약 조직 보스 '아단', 조직적으로 고급 매춘부가 된 비운의 여성 '노라', 이탈리아계 치미노 조직에 발을 담근 킬러 '칼란' 등… 네 주인공의 피와 배신으로 얼룩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975년 멕시코의 대대적인 마약 농장 소탕 작전에서 시작되어 2003년까지 약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히 백 여명에 이르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 등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한 편의 대하 소설을 완성해냅니다.
지난 30년간 이토록 마약 전쟁을 잘 다룬 작품은 없었다.
―제임스 엘로이
특히 시종일관 돈과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경찰과 공무원들, 마약 조직의 뒷돈을 받으며 나라를 파탄으로 이끈 정치인들, 부패와 비리를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성직자들, 성과 위주의 정책과 정치적인 이해 타산에 따라 마약 단속을 활용한 미국의 정책적 실패 등, 저자는 날선 비판을 통해 수만 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멕시코 마약 전쟁의 허와 실을 낱낱이 드러내지요.
이는 영화 <시카리오>가 주목하는 문제의식, 즉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도, 그 어떤 관계도 마다하지 않는 자들의 원칙'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악은 추진력이 있어서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가 없었다.
물리학의 법칙이다. 잠들어 있는 동안은 계속 잠들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고 있는 몸은 계속 움직이려고 했다. 뭔가가 그 움직임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돈 윈슬로, <개의 힘> 중에서
시카리오를 보고, 넷플릭스의 나르코스를 보며 마약전쟁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면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한 나르코스 이전의 마약전쟁을 그린 소설 <개의 힘> 돈 윈슬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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