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혐오 자주 접하는 사람이 혐오 표현 자주 사용 부산일보 창간 75주년 기념 '대한민국 5도사람 기질론(氣質論)' 조사.
문무대왕(회원)
조선왕조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이 태조 이성계의 어명을 받고 사자성어로 표현한 '조선전국 팔도사람 기질론'이 오래도록 전해오고 있다. 이 기질론은 특정지역 사람들에겐 자랑이 되고 어떤 특정지역 사람들에겐 혐오와 차별의 상징처럼 전해오면서 지역감정 조장이란 부작용을 낳고도 있다. 이런 역사적 사료(史料)와는 달리 현대판 '대한민국 5도사람 기질론'이 발표돼 관심을 끓고 있다. 부산일보사가 창간 75주년 기념특집으로 '국립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방혐오 표현의 실태와 이에 대한 시민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8월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민 331명과 부산시민 325명 등 모두 65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를 요약하면 스스로 지방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거나 주위에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적었다. 그러나 지방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례는 앞선 응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혐오, 차별표현으로 인한 불쾌감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사실을 요약 정리하면 *서울사람은 이해타산이 밝고 계산적이다. *경상도 사람은 무뚝뚝하고 성격이 급하다. *전라도 사람은 신의가 부족하고 뒤끝이 있다. *충청도 사람은 느리고 우유부단하다. *강원도 사람은 유순하지만 우둔하다(부산일보 8월31일 보도 인용). 이런 결과에 대해 부산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임영호 교수는 "사람들은 혐오 표현을 경험할 때 나는 이런 혐오에 휘둘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누구나 혐오표현을 자주 접하면 유사한 확률로 혐오와 차별을 내재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차분석을 시행한 결과 지방혐오를 자주 접하는 사람일수록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지방혐오 표현이 해당 지역과 지역민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부산일보는 밝혔다. 정도전의 '조선 팔도사람 기질론'은 해당지역의 풍수지리와 문화, 예술 등 인문지리적 분석이라고 한다면 이번 부산일보와 국립부경대학교의 '지방혐오 리포트'는 사람과 사람과의 접촉과 느낌 등 대인관계와 생활적 측면의 호·불호 등 굳어진 편견과 선입견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도전은 함경도ㅡ이전투구(泥田鬪拘). 평안도ㅡ맹호출림(猛虎出林). 황해도ㅡ석전경우(石田耕牛). 경기도ㅡ경중미인(鏡中美人). 강원도ㅡ암하고불(岩下古佛). 충청도ㅡ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ㅡ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ㅡ송죽대절(松竹大節), 태산준령(泰山峻嶺)이라 했다. 이같은 지역기질은 종종 호·불호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함경도를 '이전투구'로 혹평하자 함경도 출신인 이성계가 불쾌감을 보이자 정도전이 '석전경우'로 고쳐서 이성계의 노여움을 풀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또 전라도에 대한 기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필화(筆禍)도 몇차례 있었다. 1979년 1월 소설가 오영수가 '문학사상'에 발표한 '특질고(特質考)'가 전라도를 폄훼했다는 여론 때문에 한국문인협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1959년 7월 소설가 조영암이 전창근이란 필명으로 잡지 '야화(夜話)'에 발표한 '하와이 근성시비'도 필화를 겪었다. 전라도를 '하와이'로 비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해방 이후 미군이 지역별로 군정(軍政)을 시행할 때 지역통신의 호출부호로 부산주둔 미군제98군정을 '플로리다'로 불렀고 광주주둔 101군정을 '하와이'를 호출부호로 한 것에서부터 유래됐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전해지고 있다. 남북이 갈라진 것만도 역사의 슬픈 운명일진대 지역감정으로 혐오와 차별이 또 우리를 아프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조선의 붕당정치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지적한 일본의 한 정치평론가의 경고를 이 시대 정치지도자들은 경청하기 바란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군상들의 모습이나 현 집권세력들의 허무맹랑한 언동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