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금요일,
주말을 하루 앞두고 그간 미루어 둔 뽈뽈이 정비하러 원주에 갑니다.
얼마 전 출근길에 언덕길에서 스로틀 최대 개방 상태에서 리턴이 안되어 하마트면 사고가 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킬스위치로 시동 꺼서 사고는 피했지만 바쁜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생긴 일이라 센터 용달 불러 싣고 가서 정비 받고 하다보면 하루 업무를 망칠 것 같더군요.
할 수 없이 그 상태로 시동 켜서 브레이크 잡은 채로 탄력 주행으로 몇십 미터 가다가 앞차 가까워지면 킬스위치로 시동 끄고,
또 그렇게 몇십 미터 가다가 끄고~
겨우겨우 출근했는데 그나마 직장에 가까운 곳에서 생긴 일이라 모험을 했지만 아침 부터 난감했었네요.
조퇴하고 시골길 50km 달려 도착하니 3시~
항상 조용한 미소로 맞아주는 센터 사장님께 이런저런 정비사항 얘기하고 정비하는 거 구경 중입니다.
우리나라 두발이 정비업소 어딜 가나 거의 비슷하지만 그래도 명색 메이커 지정서비스점인데도 잠깐 앉아있을만한 의자 하나가 없습니다.
스로틀케이블 문제 얘기하고, 뒤타이어, 엔진오일, 플러그 교환, 스로틀 바디 청소, 냉각수 누수 문제 점검 등 정비하는데 총 10만원~
염소 같았으면 5,60 정도 달라고 할텐데 뽈뽈이가 역시 효자네요.
정비 마치고 돌아와 씻는 중에 태풍님에게서 캔커피 번개 하자고 전화가 옵니다.
20분만 일찍 전화가 왔으면 딱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다음에 번개 맞는 걸로~
태풍님, 죄송함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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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토요일,
낮 최고기온이 22도라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어디로 갈까 지도 클릭 중~
갑자기 목적지 결정 장애가 옵니다.
경북 쪽에 둘러봐야 할 곳이 아직 많이 있지만 조만간 대구와 문경 갈테니 강원도나 충북을 뒤적거려 보는데 딱히 땡기는 곳이 없네요.
할 수 없이 그동안 길이 마음에 들지않아서 기피하던 세종시 쪽 방향으로 논산을 가보기로 합니다.
논산에서 떠오르는 건...
역시나 은진미륵과 연무대, 딸기 등이네요.
연무대와 딸기는 염소와 상관 없으니 관촉사 은진미륵과 쌍계사를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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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되면 더울 듯 하여 좀 일찍 나섰더니 아직 11시가 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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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도착~
벚꽃이 만개했네요.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에 동네 상가가 들어서 있습니다.
아니, 일주문이 동네 초입에 서 있다고 하는게 맞겠군요.
오랜만에 입장료 받는 사찰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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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사회책에서 흑백 사진으로 처음 본 은진미륵을 드디어 오늘 보게 되는군요.
천년 고찰 답게 천왕문이 격식을 제대로 갖추어 서서 볼일없는 잡귀들은 들어오지 말라고 협박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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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하면 넓은 평야지대로 생각하여 관촉사도 막연히 평지사찰이 아닐까 상상했는데, 높지는 않지만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산중(!)사찰이었군요.
계단 옆에 웬 비석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생뚱맞게 "우남 이승만박사 추모비"가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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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연과 내용인가 싶어 들여다 보는데~
하고많은 비석을 봐 왔지만 국,한,영문이 함께 쓰인 비문은 보다가 처음입니다.
건립일이 1965년 ?월 ?일~
처음에 8월 3일로 새긴 듯 한테 어찌된 일인지 어설프게 지우고 7월 7일로 바꾸어 놓은 듯 합니다.
1965년이면 이승만이 60년 3.15 부정선거로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 생활을 하다가 타계한 해인데,
그해 7월 19일에 세상을 떠나 27일에 장례를 치루었으니 건립일이 8월 3일이라면 얘기가 되지만,
7월 7일이라면 아직 살아있을 때인데 추모비를 세웠다?
좀 알아보니...
6.25 전쟁 중에 포로로 잡혀 전국 7개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북한군들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포로 석방 조치로 풀려났고,
그중 논산 수용소에서 풀려나 정착한 반공청년회원들이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세운 추모비라는군요.
이런 내력은 http://cafe.daum.net/kaaykgsa/n9l5/1709?q=%B0%FC%C3%CB%BB%E7%2C%C0%CC%BD%C2%B8%B8에 잘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7055058EA597D18)
촘촘한 계단을 한참 올라 절마당으로 올라서기 전, 벽에 웬 만화가~ㅎ
향수를 부르는 윤승운의 그림으로 관촉사 은진미륵의 내력을 알게 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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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에는 "반야루"라 쓰여있지만 내맘대로 "만화루"라 부르고 싶네요.ㅎ~
불기 2557년에 세웠다면 2013년이 되는 셈인데, 맞은편에 번쩍이는 대광명전도 나이가 아직 얼마 안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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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명전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뜻밖에도 대형 윤장대가 서 있습니다.
윤장대는 유일하게 예천 용문사에서 본 옛 윤장대가 전부인데, 새로 만든데다가 이렇게 크고 야외에 세워진 윤장대는 처음 보네요.
아래쪽에 입을 벌리고 있는 복전함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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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대를 지나니 고속도로 아래 경운기 통로처럼 생긴 석문이 나타납니다.
사찰에서 흔히 보는 시설이 아니라 들여다 봅니다.
안내문에는 없지만 찾아보니 이 석문은 미륵불 조성 당시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통제하기 위해 돌담을 쌓고 사방에 문을 내었는데 그 중 동문에 해당한다는 글이 있네요.
성인은 고개를 숙여야 지날 만한 높이지만 천진한 아기보살님은 free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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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전 현판이 달린 절집~
건물 뒤에는 관촉사의 메인테마 은진미륵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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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에 오면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이 참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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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을 "치치"말아야 하는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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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전 뒤로 돌아가 보는데~
부처님 오신 날 준비를 벌써 시작했군요.
하늘 가득 봄바람에 연등이 춤추는 가운데 석탑이 서 있습니다.
탑에 비해 너무 과분해 보이는 멋진 배례석이 뜻밖의 선물처럼 눈길을 끄네요.
미륵불의 유명세에 묻혀 눈길 한번으로 지나치기 쉽지만 어디 폐사지에 놓였다면 이 하나만으로도 답사객 발걸음 불러모으기 충분할 멋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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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과 미륵불 사이의 석등~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을 보면서 크기와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기억을 불러오는 거대한 크기입니다.
크기로는 각황전 앞 석등에 이어 두번째라는데, 형태적 아름다움은 그에 많이 못 미치는군요.
화사석 위 탑형 구조가 바로 뒤 미륵불의 보관 갓머리와 닮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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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을 제대로 보기 위해 다시 돌아나와 멀리서 바라봅니다.
높이 18m, 몸통 둘레 13m, 귀의 길이만 3.3m, 아파트 6층 높이에 4등신~
크지만 결코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천년이 넘는 역사, 그 오랜 시간만큼 많은 사람들의 경배와 감탄과 연구의 대상이 되었으니 여기에 어줍잖은 글 한줄 보태는 것은 오히려 시각 공해일 뿐이겠지요.
먼저 다녀간 이의 발자취가 이렇게 잘 정리되어 있으니~
http://blog.daum.net/0118983530/8438545
(글 가운데 관촉사 법당이 미륵불 조성 80년 후에 세워졌다고 한 부분은 380년을 잘못 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A084858EA5A2B17)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B144858EA5A2C07)
머리와 갓 사이의 원통형 보관 속에는 원래 3척 높이의 금동불이 있었다는데 일제시대에 도굴되었다는 글도 있더군요.
갓이 깨져서 바느질(!)하고 쇠줄로 묶어놓은 것은 그때 생긴 상처인 듯~
이마 가운데 백호는 부처 33길상 중에 희고 긴털(白毫)이 동그랗게 말려있는 것인데 이 돌부처님은 연보라색 보석을 붙이고 있군요.
밑에 2007 모자 쓴 영감도 한때는 이마 가운데 뻘건 여드름이 났었는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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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 뒤쪽 언덕, 자연석인지 가져다 쌓은건지 모를 돌담장에는 가문과 자손들의 발복을 기원하는 이런저런 이름들이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284C4858EA5A3009)
옛 사적비와 새로 세운 관촉사 사적비~
전문을 한글로 풀어 쓴 사적비라 읽기에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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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262AF44858EA5A3223)
언덕 위의 삼성각과 대광명전 옆의 명부전을 일별하고 돌아나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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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재무담당 부처님과 다비식장(?) 같은 소각로를 지나 계단 아래 벚꽃 우산을 쓴 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기왓골에 낙엽 덮이고 풀이 자라 초가지붕으로 변해가는 해우소 청소 상태 검사하고 천왕문으로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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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놈 염소가~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네요.
시거잭은 폰 충전하느라고 블랙박스를 보조배터리에 연결해서 쓰고 있는데 들어가면서 전원 끄는 걸 깜빡했더니 이런~
그래도 지난주에 안개로 백내장 걸린 눈을 물먹는 하마와 함께 비닐봉지 속에 넣어 살려놓은 보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퇴장샷(!) 한장 건졌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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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점차 올라 20도를 넘어가니 등에 땀이 축축합니다.
달려서 말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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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이제 쌍계사로 가자~
2017. 4. 8. 여주 스카우트
첫댓글 세종시 방향으로는 거의 가지를 않게 되는데 올해는 논산주위를 돌아 봐야겠습니다.
요즘 계룡산 갑사입구 벚꽃이 제철일것 같은데 안돌아 보셨나요?
몇년전에 계룡산 벚꽃 구경을간 기억이 떠오르네요.
매주 주말에 쉬시는게 부럽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그렇잖아도 복귀길에 동학사 입구를 지나오는데 바이크 아니면 속 터져죽을 지경이더군요.
꽃구경이 아무리 좋아도 그런 곳은 안가고 싶네요.ㅎ~
저도 어제 길이 많이 막힐거 같아 아직 개화가 덜된 지리산으로 투어 했어요...
다행이 지리산 돌아 거창과 무주 라제통문을 거쳐 성주댐 돌아 복귀 했는데.
벗꽃이 만개해 떨어지는 장관을 이루는 장소도 있고 이제서야 개화가 시작되는 곳도있고 가까운 거리 임에도 개화 시기가 많은 차이를 주네요..
그러게요.
조치원 까지는 벚꽃이 다 피었는데 여주 올라오니 아직 반도 안피었더군요.
완벽한 st를 위하여 한몸 불사르시는 달근님께 경의를~ㅎ
문경은 지금 꽃 눈이 내려요
작년 이맘때쯤 벚꽃 흩날리는 문경길을 달리던 때가 그립습니다~
@스카우트[오용수] 주말까지는 요번주 한번 오시지요
2007 영감님도 한때는 이마뿐만 아니고 볼이며 턱이며
보석이 주렁주렁 달렸었겠지요???
청춘의 훈장이지요!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