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에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날것 그대로 먹었을 때 채소의 영양소를 최대한 섭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상식’은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항상 옳은 얘기는 아니다. 생으로 먹을 때보다 익혀 먹는 게 영양학적으로 더 좋은 채소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식품영양학 전문가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채소별로 어떤 조리법이 영양소를 지키거나 효능을 최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소개했다.
익혀 먹으면 좋은 음식 ? 시금치, 철분과 칼슘이 더 많이 흡수돼요!
시금치는 익혀서 먹으면 철분과 칼슘이 체내에 더 많이 흡수된다.
시금치는 익혀서 먹는 게 더 낫다. 시금치는 비타민C, 마그네슘, 비타민 B6, 철분, 칼슘 등을 함유하고 있는데 익혀서 먹으면 철분과 칼슘이 체내에 더 많이 흡수된다. 이는 시금치가 함유한 옥살산염이라는 화합물 때문이다. 옥살산염은 칼슘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데, 고온에서 시금치를 조리하면 옥살산염 일부를 제거할 수 있다. 조리했을 때 시금치의 항산화 능력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비타민B와 C 일부가 열 때문에 손실된다는 문제는 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익혀 먹는 게 영양학적으로 낫다고 말한다. 가열하면 부피가 줄어 날것으로 먹을 때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다.
익혀 먹으면 좋은 음식 ? 당근,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가 함유되어 있어요!
당근은 기름에 볶을 때보다 물에 삶을 때 카로티노이드가 더 잘 보존된다.
당근도 익혀 먹는 게 좋다. 익힌 당근은 생당근보다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당근을 익혔을 때 색상이 더욱 선명해지는 이유가 카로티노이드 때문이다. 가열 방법도 중요하다. 2008년 농업·식품화학 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당근을 기름에 볶을 때보다 물에 삶을 때 카로티노이드가 더 잘 보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또 당근을 삶거나 찌거나 볶으면 날것일 때보다 항산화 물질의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익혀 먹으면 좋은 음식 ? 토마토,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이 풍부해요!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은 열을 가하면 인체가 흡수하기 더 쉬운 형태로 변형된다.
토마토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리코펜은 특정 암,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추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코넬대학교의 류하이 리우 교수(식품영양학)에 따르면 열은 리코펜을 인체가 흡수하기 더 쉬운 형태로 변형시킨다. 토마토를 날것으로 먹는 것보다 가열해서 먹는 게 더 나은 이유다. 2015년 발표된 한 연구는 토마토를 찌면 항산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2010년 한 연구팀은 토마토를 전자레인지에 익혀도 항산화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열을 가하면 토마토의 비타민C 일부가 파괴되지만, 토마토를 가열해서 먹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비타민C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생으로 먹으면 좋은 음식 - 마늘, 볶으면 오히려 알리신 성분이 감소해요!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은 열을 가하는 것보다 다지거나 으깰 때 더 많이 활성화된다.
마늘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알리신을 함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알리신은 생마늘을 저미거나 다지거나 으깰 때 효소 반응을 통해 활성화되고, 마늘을 조리하면 비활성화된다. 2015년 한 연구팀은 마늘을 볶거나 물에 넣고 끓이면 알리신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알리신을 섭취하려면 생마늘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알리신이 독특한 냄새와 매운맛을 낸다는 점이다. 그 냄새와 맛 때문에 생마늘을 못 먹겠다면, 굽거나 볶아서 먹는 게 아예 안 먹는 것보다는 건강에 이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알리신이 심장 건강, 항암 효과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그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파의 장점, 익혀 먹는 것과 날것으로 먹는 것 둘 다 좋아요!
양파는 생으로 먹었을 때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며 볶거나 구웠을 때는 항산화 물질의 수치가 증가한다.
양파는 익혀 먹을 때와 날것으로 먹을 때 각각 이점이 있다. 날것으로 먹으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티오설피네이트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2012년 한 연구팀은 양파를 다져서 가열했을 때 티오설피네이트 등 화합물이 분해되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또 다른 연구에선 양파를 볶거나 구웠을 때 플라보노이드라는 항산화 물질의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세지 않은 불에서 5분 이하로 가열했을 때 이런 효과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양파를 생으로 먹을 때 항산화 물질을 좀 더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