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에서 만난 봄
기행문 이청진 (이문 교당)
4월의 상큼한 기운이 새벽길 떠나는 마음을 반겼다. 서울의 가로수는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 가지마다 담뿍 꽃 봉우리들이 탄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앙과 문학을 함께하는 법 동지 문우들과의 여행은 순수한 정렬이 피어나 일상에 지치고 힘든 시간들을 씻어주고 달래 주기에 충분하다.
하루 길도 누구와 함께 하는가가 극락과 지옥을 수용하는 갈림길이 된다는 것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1박 2일의 일정을 따라 남쪽의 문향과 풍광을 즐기고 문학으로 승화하기 위한 36명의 문우들은 이념과 취향이 같다는 것에 더욱 즐겁고 행복한 떠남이었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회장님 사모님이 정성껏 준비한 아침 김밥과 떡 과일 등으로
문학기행의 식후경이 시작 되었다.
우리가 탄 전세버스가 새벽부터 신나게 달려간 곳이 군항제가 열리고 있는 경남 진해 였다. 진해는 시내에 들어서면서부터 그야말로 벚꽃이 요란했다.
수줍은 듯 꽃 봉우리 살포시 머금은 것도 있었고 이미 속살을 하얗게 내보이며 활짝 웃는 꽃이 화사하고 찬란하다.
우리가 도착한 진해의 동방횟집 앞에도 왕 벚꽃 연분홍 꽃송이들이 겹겹이 포개어 얽혀 벚꽃 구름이 장관이다.
진해에 들어서면서부터 꽃에 취한 우리는 동방횟집 가오리 조림으로 맛깔 나는 점심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점심 식사 후 나무가 크고 꽃이 많다는 왕 벚꽃이 30만여 구루가 나열해 있는 여좌천으로 향했다. 여좌천은 영화 로망스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진해구 여좌동과 진해구 충무동을 거처 진해만으로 유입되는 지방 하천이다.
여좌천은 약 1.5km에 양쪽 천변에 벚꽃이 나열해 있었다. 이미 만개한 꽃잎은 하천 길섶에 떨어져 날리는 모습도 눈부시다. 개천 가운데 여러 가지 모형의 등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여좌천을 걸어 나와 진해 최고의 벚꽃 관람지라 알려진 진해 기지 사령부와 해군 사관학교로 향했다. 기지 사령부로 가는 차안에서 내다본 진해의 산기슭(구길)에도 산허리를 비스듬히 휘감은 벚꽃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진해는 발길이 닿은 곳엔 어디나 벚꽃의 행렬이 이어지고 군항제가 열리고 있는 기지 사령부는 1952년부터 충무공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는 향토 문화 행사로 열리고 있었다.
왕 벚꽃 나무가 일본이 원산지인 꽃인 줄 알고 있었으나 왕 벚꽃은 우리나라 제주가 본산지라고 하니 우리의 꽃을 가져다 일본 사람은 국화로 삼은 것인가 보다.
진해 기지 사령부와 해사관 학교는 입구에서부터 약 2km 이상의 길에 양쪽으로 수령 100년 이상 된 벚나무들이 피워낸 꽃들의 자태는 과히 명성을 얻고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낙화유수로 우수수 꽃잎이 날려도 어여쁘고 꽃구름을 이고 선 고목의 수려함 또한 장관이다. 기지 사령부의 해양의료원과 고 이승만 대통령 별장 등은 출입이 금지되어 볼 수 없었고 드문드문 해 사관학교 꽃그늘을 지키는 꽃미남 해사 생도들의 멋진 제복과 친절한 미소로 절도 있게 안내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든든했다.
질리지 않은 게 꽃구경이지만 우리는 꽃 멀미를 느끼며 차에 올라 거제도로 향했다. 거제도 가는 길에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가덕 휴게소를 들렸다.
가덕 휴게소는 거제도와 부산시 가덕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로 총 길이 8.2km왕복 4차선으로 된 거가대교 중간에 휴게소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바다와 섬이 마치 이국에 온 느낌이었다.
휴게소에서 거제로 들어서기 전 2.3분가량 해저 터널을 지났다. 바다 밑으로 달리는 차속에서의 느낌은 길 위엔 바다가 출렁이든 말든 무덤덤하였다.
어느덧 차는 달려 거제에 들어섰다 거제도 길섶에는 초여름을 알리는 수선화가 함초롬이 피어 있었다. 우리가 아침에 떠나온 서울은 아직 초봄이건만 진해의 흔연한 봄을 지나 초여름 빛이 도는 거제 바람의 언덕에 도착했다.
거제도 남부면 갈곶리 바람의 언덕은 도창포 유람 선착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쪽 중턱에 잔디로 이루어진 민둥산이었다.
산자락으로 들어서니 바람은 쉼 없이 불었다.
상쾌한 바람과 탁 트인 하늘. 바다가 풍차를 돌리려고 민둥산 기슭에 바람은 세차게도 불어 대는데 도대체 풍차는 돌지 않는다. 혹시 풍력장치가 고장이 났는지 싶었다.
너른 바다와 하늘 그 속에 아스라이 꿈처럼 떠있는 섬 초록의 바다 속에 하늘이 들어 있었다. 산기슭은 연초록 잎새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우리 일행들 마음도 가뭇없이 날아올랐다.
바람의 언덕을 노닐다가 일행 대 여섯 분이 보이질 않았다. 산기슭에 센 바람을 피해 지름길로 오신다는 전갈을 받고 그 잠시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기며 우리는 신선대로 향했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신선대는 해변가에 자리 잡은 절벽과 산정을 총칭하여 1972년 부산 기념물 제 29호로 지정되었다 하니 자연이 내려준 그 지방의 보물인 것이다.
바람의 언덕 맞은편에 있는 이곳에 바닷물은 맑다 못해 투명했다 물빛도 하늘빛도 바위틈에 핀 꽃도 한 폭의 수채화 속에서 신선놀음이다.
신선대의 봄은 깨끗하고 맑은데 거친 바위로 이뤄진 비경과 널찍한 신선바위는 풍류 가객이 종일토록 놀아도 좋을 멋과 품위를 지닌 풍광이 갯바위 틈마다 서린 듯하다.
아름다운 해안 절벽을 돌아 나와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 꼬부랑길로 해안의 절경과 함께 오솔길 따라 걷는 길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파도 소리와 해송의 솔바람 소리가 그 어떤 노래 소리보다 좋았다.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학동 몽돌해수욕장 해변 면적은 3만 km길이 1.2km폭은 50m 몽돌이 깔린 해변의 파도는 쏴아 다가와서 자갈자갈자갈 하며 물러간다고 잠실교당 교무님의 웃음의 소리를 듣고는 자세히 들어 보니 과연 파도가 나가면서 몽돌이 쓸려 부딪치는 소리가 자갈자갈 들렸다 신기한 발견이었다.
몽돌해수욕장엘 가면 파도가 왔다가면서 돌들이 자갈자갈 한다는 소리를 꼭 귀 기우렸으면 한다.
봄날이 해가 길어진 까닭에 몽돌해수욕장에서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보며 저녁식사로 거제의 진미 “노자산 묵밥” 집으로 향했다.
노자산 묵밥은 따뜻한 육수에 갖은 양념이 올려져 있고 찰랑한 도토리묵이 감칠맛 나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밑반찬도 웰빙 식이어서 저녁으로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은 특별 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거제 자연 휴양림으로 향했다.
경남 거제시 구천면 노자산 해발 150m에 위치한 거제도 동쪽 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자연 휴양림으로 완경사 산사경이 조성되어 있어 울창한 숲속이었다.
바닷바람이 드나드는 숲은 삼림욕장 등산로 야영장등으로 길이 표기되어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은 다소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이었고 숲과 계곡 사이에 지어진 콘도형 숙박 시설이 깨끗하고 전망도 좋았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휴양림 강당에 모여 와리 이원구 선생님의 통영이 낳은 청마 유치환 선생에 관한 문학 강의를 들었다. 문학의 밤이 깊어 심고로 마무리를 한 후 각자의 정해진 숙소에서 달콤한 숙면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은 산새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을 여니 어둠에서 볼 수 없던 노자산 자락의 계곡과 연둣빛 찬란한 봄빛 산기슭이 한눈에 들어왔다.
휴양림의 경관은 신선한 숲속의 공기와 자연이 어울린 활엽수림 속에 산 벚꽃이 눈처럼 지고 굴곡진 계곡의 정취가 좋았다.
노자산 자락의 휴양림의 짧은 하룻밤은 못내 아쉬웠다, 휴양림 숲속에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제도에서 숙박을 하고 통영 지세포에 해뜨는 집으로 조반을 먹으러 갔다. 해뜨는 집이라는 상호와 걸맞게 길가 언덕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크지 않은 식당은 정겨웠다.
뒷밭에 채소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식단은 봄나물과 젓갈류가 골고루 맛깔스러운 정식을 선보였다. 따끈하고 구수한 누룽지에 숭늉까지 알뜰히 먹고 맛과 가격이 모두 착한 해뜨는 집은 다시 가고 싶은 맛집이다.
지세포 해뜨는 집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미륵산 케이블카를 향해 가는 길목에 몇 달 전 서울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교무님 부임지 통영 교당을 지난다 하여 우리는 창밖을 유심히 살폈다.
언제 어디서나 은혜로 뭉쳐진 대종사님의 제자이므로 모두가 한 형제로 애틋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유명세답게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이 줄을 서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민첩하게 서둘러 표를 예매하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미륵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통영 미륵산 해발 461km에 설치된 국내 최장 1.975m의 케이블카를 자랑하고 있다.
8인승 곤도라 케이블카에 올라 미륵산 정상으로 오르는 기분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10분 정도 올라가 곤도라에서 내려 400m정도 미륵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섶엔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 있었다
.
신선대 전망대에 오르니 정상에 정지용의 시비가 있었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항과 통영 앞바다 한려수도 멀리 다도해까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고, 박경리 선생 기념관과 묘소도 한눈에 조망할 수가 있었다. 미륵산은 원래 화산으로 미륵존불이 장차 강림할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한다.
이에 따라 미륵산에는 유서 깊은 절과 암자가 산재해 있다고 한다.
미륵산은 일출도 최고의 장관이다. 눈길이 닿은 곳 모두 전설 같은 사연이 주저리 주저리 열린 곳이 통영이다.
통영 일대를 조망한 우리는 낭만적인 해안 도로를 따라 달아 공원으로 향했다.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통영이다. 통영 팔경 중 하나인 달아공원에 오르는 길 양 옆은 아기 동백이 나열로 서서 피고 지는 중이었다. 피어 있는 모습도 빨간 꽃잎에 금박 물린 꽃술이 고혹적인데 꽃 덩이 채 떨어진 모습도 상춘객의 눈길을 잡는다.
달아공원 전망대에 오르니 탁 트인 바다 위로 수많은 섬들이 줄지어 떠 있는 게 보였다. 가깝게는 사량도도 보이고 한가롭게 보이는 섬들이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에 오밀조밀 570개의 보석 같은 섬은 통영 그 자체가 명소다.
달아는 지형이 코끼리의 아래위 어금니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망이 최고인 이곳의 특성상 달 보기 좋은 곳으로 쉽게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통영 사람들은 달아. 공원을 달애. 라고 부른다. 달아공원 앞에는 소나무가 많았고 관해정. 이라는 정자 주변에는 여러 가지 나무들이 있었다. 바다와 섬들이 보이는 달아공원도 매력적인 곳이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 일주로 1115 (연화리 114)번지는 최고의 일몰을 자랑하기도 한다.
달아공원을 둘러 본 후 통영 문학예술의 발원지로 향했다. 통영은 문학의 거목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등 무수한 예술인이 통영의 산과 바다를 보며 삶에서 느끼는 영감들이 예술의 원천이 되어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는 통영이었을 게다. 박경리 선생은 통영에 묻혔고 윤이상 선생은 통영을 그리워하며 독일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문화 예술인의 고장 그곳에 청마 유치환선생의 문학 정신과 생가를 복원해 놓은 망일봉 기슭에 도착했다.
통영시 정량동 863-1번지 돌계단이 굽이굽이 아름답다. 아파트4층 높이에 위치한 잔디가 깔린 문학 전시관 앞에 그분의 시 깃발과 행복 그리고 빨간 우체통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문학관 안내 여인의 경상도 사투리가 통통 튀는 애교까지 겸하여 해설을 해주니 청마와 이영도의 사랑 이야기가 전반을 이룬다. 20년간 무려 5,000통의 연서를 주고받은 시적 편지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문학적 소양으로 남겨지니 그분은 필시 행복하였을 게다.
그러나 부처님도 돌아앉는다는 불륜! 같은 학교 가사 선생인 시조 시인 미모의 과수댁 이영도 선생과의 사랑을 본처 문수애 여사는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했을까? 바로 길하나 사이에 두고 늘상 보았다는 그녀에게 짓궂은 신문 기자가 청마선생의 염문을 물었을 때 “세상 여자 치고 우리 남편처럼 멋진 남자에게 반하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다” 라고 대답 했다니 여걸이며 대인임에 틀림없으나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게 아니니 믿기가 어렵다.
다시 자연석 돌계단을 돌아 올라가 부친이 한약방을 했다는 초가 생가를 들어섰다. 청마의 문학적 소양은 거제가 외가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한다.
생가의 마당에는 꽃이 심어져 있고 곱게 다듬어져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봄 햇살이 더욱 따사로웠다.
점심을 먹으러 간 한산섬 식당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다행이 2층 예약 석으로 안내되어 이 식당의 대표 음식 뽈락 매운탕을 맛보았다.
매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도 뽈락 매운탕에 반해 버렸다.
이 식당은 통영시 동호동에 자리 잡고 있는데 여기는 뽈락탕 말고도 자연산 회 메기탕 쥐고기탕 대구탕 도다리쑥국 뽈락구이 등이 있었다.
추천음식 뽈락탕이 들어오고 밑 반찬으로 오뎅과 콩나물 고구마줄기 박나물 어리굴젓 오징어무침 등등 입맛 돋우는 음식이었다. 여기저기서 반찬 리필 신청이 이어졌다.
뽈락탕은 비린내도 없고 개운하며 얼큰하고 시원한 맛에 얼굴을 들지 않고 먹고 있었다. 뽈락 탕으로 점심을 포만감 있게 한 후 이순신 공원으로 향했다.
통영시 정량동 688-1 주차장도 넓고 한적했으나 들어가는 입구는 관광버스가 다니기에는 다소 비좁은 느낌이었다.
명랑 영화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진 이순신 공원은 충무공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었다. 공원위로 오르니 통영 바다 전경을 바라다보는 커다란 이 충무공 동상 앞에는 “필사즉생 필생즉사” 의 유명한 어록이 새겨져 있었다.
밝고 화창한 날씨와 파란 바다 그리고 짙푸른 숲이 어울린 공원의 풍경 속에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다. 잘 조성된 공원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순신 공원을 둘러본 후 마지막 코스인 중앙시장과 동피랑 벽화 마을로 향했다.
중앙시장 입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동피랑 벽화 마을길이며 왼쪽은 활어시장으로 신선한 횟감과 해산물이 푸짐한 중앙시장이었다. 깨끗하고 저렴한 건어물들과 작은 함지박에 모듬으로 담긴 조개들이 줄지어 앉아 주인을 기다렸다. 왁자지껄 경상도 사투리의 시장 상인들의 말투는 억세고 거친 바다 냄새가 났다.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 우리들이 듣기에는 몹시 언짢은 말투로 시비 붙듯이 거칠고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친 바다 바람과 시장 속 생존 경쟁이 그 여인들을 거칠고 투박하게 만들었지 싶다.
동피랑 마을 입구에는 벽화 속 어른들의 환한 미소로 반겼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담벼락에 그린 그림들은 예쁜 자전거를 세워둔 벽화와 봄 처녀의 설렘을 느끼게 하는 벽화 등등을 조용한 발길로 그윽이 감상했다.
혹여 주민들이 타지의 이방인들로 하여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동피랑 벽화마을 길모퉁이엔 할머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예쁜 카페도 있었고 온 종일 오르락 내리락 해도 좋을 벽화들을 감상했다.
우리 일행을 태울 차안으로 돌아오니 서울의 가족들에게 먹일 해산물 들로 하여 온통 차속이 바다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통영바다를 담뿍 실은 차는 서울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1박 2일 함께한 문우들에게 법정이 새록새록 흐르고 있었다.
떠나던 마음이 설렘이라면 돌아가는 마음은 안정된 편안함에 있으리라. 차안 분위기는 여느 때 없이 평화롭고 흡족한 피로감에 눈을 감았다.
얼마쯤 달렸을까? 갑자기 기사님 뒷자리 교무님 두 분이 빈 물통을 두드리며 고함을 치셨다. 화들짝 놀란 차안은 무슨 일인가 놀란 표정으로 앞을 주시했다.
그때서야 우리가 탄 차는 서울로 향하는 길이 아닌 다른 엉뚱한 길로 달리고 있음을 알았다. 교무님 두 분이 길을 훤히 아시는지라 기사님이 졸음운전으로 길을 잘못 들은 줄 아시고 잠을 깨워 바로 잡고자 하신 소란이었다.
그러나 배려 깊고 따뜻한 베테랑 기사님 속마음은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는지라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남사 예담촌을 들려 보여 드리려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활짝 잠이 깬 우리들은 그저 감사의 미소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남사 예담촌은 우리가 어릴 적 놀았던 담장이 있고 그 속에서 친구가 불쑥 튀어 나 올 것만 같은 전통한옥마을이었다.
옛담이라는 의미를 담아 경남 산청 남사 예담촌은 오래된 마을의 정취로 고향의 정서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다.
등록 문화재 281호로 지정되어 관리 한다고 하니 보존하는 의미가 크게 부여 됐다.
마을 골목길 지도도 보지 않고 무작정 돌담길 골목 투어를 하다가 길을 잃고 헤매었다. 이리저리 헤매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라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 마을에 가장 큰 고래등 기와집은 사양정사라 하여 정면 7칸 흑면 3칸 사랑채 다락까지 갖춘 집 구경을 했다. 그 집 뜰 안은 고요하고 봄꽃이 만발해 있었으며 여름에는 민박도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었다. 여름에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전통 문화 체험을 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예담촌을 끝으로 우리 일행은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빠듯한 서울 문인회의 산림 걱정으로 십시일반 찬조금과 휴게소에서 저녁 공양을 올려주신 법 동지님들께 이 지면을 통해 심심한 감사를 올리오며 더없이 행복하고 은혜로운 문학기행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법신불 사은님께 두 손 모은다.
첫댓글 소설 여행기~~~ㅎㅎㅎ 길어서~~ 멋지게 다녀 오셨네요. 잘 읽었어요.
쓰다 쓰다 보니 ~~~기 일 어 졌어요 ㅎㅎㅎㅎ
거제도는 농협 책임자로 승진하여 부임한 곳이어서 추억속의 섬입니다.
그곳에 함께 하지 못해서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기행문을 읽으니 다시한번 그곳을 찾은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안오셔서 섭섭 했어요 중산님 늘 마음빛 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