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모텔에서 나오는 아침~
오늘은 와플까지 해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어제 묵었던 숙소.
나름 프랜차이즈 모텔인데 일반 프랜차이즈에 비해 싼편이고
시설은 좋진 않지만 자전거 여행자가 묵기에 무난한 것 같다^^
미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Share The Road 표지판
운전자들에게 자전거 라이더를 배려하도록 인식을 심어주는 것 중에 하나라서 맘에 든다.
40번 하이웨이 타고 Elkton으로 빠져나가 볼티모어 방향으로 이제 쭉 가면 된다.
56마일 남았는데 오늘 안에 갈 수 있을까?
사실 오늘 안에 갈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밑에 적을게요)
오늘도 햇볕이 강렬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쉴 때는 항상 大자로 뻗어서 눕는 나 ㅋㅋ
헬멧을 베개 삼아 누워서 쉬면 좀 살 것 같다.
이래서야 완주할 수 있을까?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랑 필요한 것들을 조금 샀다.
오? Bike Route 시작?
길도 넓고 달리기에 편할까 싶었는데
완만한 오르막,내리막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이게 은근 짜증난다 ㅋㅋ 그냥 한큐에
오르막,내리막 한번씩 나와서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업힐&다운힐을 번갈아 겪다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업힐을 오르다보면 다운힐은 분명히 나올거라는거. 그 기대감 하나에 달린다.
아직 얼마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이지만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싶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원래 아침에 출발할 때 좀 더 떨어진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지체되어서 그 전에 나온 맥도날드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시원한 그늘길을 지나
언덕길로 쭉 완만한 업힐을 계속 올라갔다.
차량이 거의 없어 한적해서 그런지 힘들지만 라이딩 할 맛 났었다^^
하지만 내려와서 가는길에 또 뻗고 ㅋㅋㅋ
쉴만한 곳이 없어 잠깐 남의집 앞마당 길목에서 이렇게 쉬었다 ㅋㅋ
조금 한적한 시골이어서 저랬었나 보다.
힘들게 길을 지나갈때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부럽다.
내가 저질엔진이어서 그런걸까?
저건 어디에 쓰는건지??
이젠 영양바보다 과일을 더 먹는것 같다 ㅋㅋ
근데 과일은 칼로리가 영양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게 아쉽긴 하지만 비타민도 챙겨야 하니 ㅋㅋ
이거 설마 Yard Sale?
지나가던 길에서 본 Yard Sale 중 가장 규모가 컸었다.
지나가다가 염소는 처음 보는 것 같아 내려서 잠깐 봤는데
이녀석들도 우리가 신기한가 보다 ㅋㅋ
하천이 나오면서 오늘의 목적지에 가까워져갔다.
사실 Elkton을 지나 40번 Highway를 쭉 타고 내려가면
볼티모어가 나온다. (파란색 루트)
그런데 구글맵에서 자전거 옵션으로 길찾기를 하면
자꾸 저 지도 빨간색 루트로 우리를 안내했다.
파란색 루트가 지나가는 다리를 자전거가 지날 수 없다고 안내하는 것이었다.
돌아가는길 좋아하는 자전거 여행자가 어디있겠냐마는...
어제 모텔에서 자기전에 이 루트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그냥 주립공원에 가서 캠핑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빨간색 루트로 가기 결정했고
빨간색 루트가 지나는 다리를 코앞에 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던 중 텐덤바이크를 타는 라이더 부부가 저 멀리서 보였다.
부부는 우릴 향해 왔고 잠깐 대화를 하게됐다.
부부 "어디 가는길이야?"
우리 "아, 저흰 지금 자전거 여행중이고 LA까지 가요.
오늘은 Susquehanna 주립공원에 가서 캠핑하려구요"
부부 "아 거기 좋지~. 샤워시설도 있고 경치도 좋고 캠핑하기에 괜찮을거야."
우리 "아 정말요? 거의 다 온 것 같아서 이제 마지막으로 쉬던 참이었어요"
부부 "그나저나 LA까지 간다고? 정말 대단한데, 어떤 캠페인이나 모금 그런거야?"
우리 "캠페인 같은건 아니구요.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거든요. 그래서 미국에 왔어요"
부부 "오 그렇구나. 정말 뜻깊은 여행이 되겠는걸~"
David & Brenda 부부.
부부는 올 11월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훈련차 주말마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를 3시간 전에 봤었다고 했는데 또 마주친 것이었다 .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5분만 더 쉬고 출발하려던 차,
갑자기 텐덤바이크를 타신 부부께서 우리한테 다시 다가오셨다.
부부 "이건 우리 제안인데, 혹시 괜찮으면 오늘 우리집에서 묵고 갈래?"
우리 "네...네?! 아 정말요?"
부부 "그래~ 우리가 마침 빈 방이 있거든. 거기서 자면 될 것 같아. 맛있는 저녁도 먹고^^"
우리 "아, 감사합니다!"
생각지 못한 길위의 초대였다. 인상도 상당히 좋으셔서 우리는 바로 콜 했다 ㅋㅋ
부부는 원래 우리가 지나려고 했던 파란색 루트 (윗사진)의
다리를 지나치면 나오는 마을 Harve De Grace에 살고 있었다.
그 다리는 자전거로 지나갈 수 없다며 차에 자전거를 싣고 다리를 건너오신 거였다.
역시 구글맵에서 저 우회도로로 안내한 이유가 있었다.
왜 다리를 자전거로 지나칠 수 없냐고 여쭤보니
그건 직접 보면 알게 될거라고 하셨다ㅋㅋ
우리는 먼저 그 다리까지 같이 간 뒤에 부부께서 먼저 차로 이동하고나서
따로 대기한 뒤 아저씨께서 트럭으로 우리를 태우러 오신다고 했다.
우리는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승낙하고 텐덤바이크 부부를 따라가기로 했다.
근데 여기서 정말 힘들었다..;
평지, 내리막길, 완만한 오르막길에서는
텐덤바이크 부부께서 엄청 빠르셨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조금 천천히 달리다가 부부를 쫓아가느라
전력을 다해서 그런지 숨이 헉헉 찼다.
정말 가까스로 따라가곤 했는데 David 아저씨께서 말하면
조금 속도를 낮춰서 가신다고 해주셔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ㅋㅋ
저기 보이는 다리가 우리가 트럭을 타고 건너갈 다리다.
원래는 지름길이긴 하지만 자전거가 갈 수 없기에...
(히치하이킹을 이용하면 건너실 수 있습니다.)
다리 근처까지 오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부부 라이더 따라서 대략 20km 를 빠르게 달렸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캠핑 안하고 편하게 잘 수 있단 마음에 힘을 냈다 ㅋㅋ
David 아저씨는 우리한테 연락처를 남기고
먼저 텐덤바이크를 차에 실은 뒤 집에 갔다온다고 하셨다.
우리는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조금 쉬고 있다가
금방 돌아온 David 아저씨 트럭을 타고 다시 이동했다.
트럭을 타고 다리를 지나가는데 왜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갓길이 전혀 없었고 2차선에 차가 쌩쌩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었던 것이다.
여기 자전거로 지나갔다가는 벌금 딱지까지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차를 통해서 가야한다고 한다.
거의 집에 다와갔을때 David 아저씨는 우리에게
Harve De Grace 동네를 드라이브 해주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OK하고 아저씨 트럭으로 동네를 둘러봤는데
평화스런 마을,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느껴졌다.
그래도 젊은 사람한테는 심심할 수 있는?ㅋㅋ
David 아저씨는 피부과 의사로 동네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곳 동네 주민들 모두 자신의 고객이라며 ㅋㅋ
동네 주민분들과 친분이 꽤 있어 보였다.
집으로 가는길에 동네 주민보고 클락슨도 울리시고 ㅋㅋ
원래 부부집에는 딸 1, 아들 3 이 있는데
아들 세명은 대학교에 있거나 일하느라 방을 비운 상태였다.
딸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고 오늘은 남자친구랑 풋볼경기보러 나갔었다.
Brenda 아주머니께선 빈 방 2곳을 우리한테 안내하고 씻을 타월을 주셨다.
씻고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David 아저씨께선 Back Yard에 있는 그릴에
옥수수와 고기를 구워오셨는데 맛이 최고였다.
오늘 힘들게 달리다가 이렇게 꿀맛같은 식사를 하니 기운이 살아나는 느낌이다ㅋㅋ
알고보니 David&Brenda 부부는 Jewish(유대인)였고
11월에 이스라엘에 자전거 여행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웜샤워 호스트 Blake(유대인)를 만나
필라델피아에서 로쉬하샤나를 보냈다고 말하니
정말 드문,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잊지 못할 신년일이었을거라고 하신다.
이렇게 유대인 가족을 또 만난 것도 정말 특별한 인연이고
우리가 정말 Lucky 한 것 같았다.
Harve De Grace 마을은 메릴랜드 주에 속해있었는데
David 아저씨 말로는 이 주에서는 자전거 라이더와 차량 사이에
최소 3 Feet(약 90cm)의 간격이 지켜져야 하는 법이 있다고 하셨다.
이 말을 딱 들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교통규정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자전거 라이더에 완전 밀착해서 클락슨 빵빵 울리며 지나가는 드라이버들이 있는데
그러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정말 재밌게 본 미드가 Breaking Bad 였는데,
알고보니 이 부부가 근래 정말 재밌게 본 미드였다.
Albuquerque(앨버커키) 가 부부의 Favorite 도시라며
서부에서 꼭 들려보라며 추천해주셨다.
우리의 예정루트에 있던 도시였기 때문에 기대감이 배가 되는 기분?ㅋㅋ
Breaking Bad 얘기를 미국에서 들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ㅋㅋ
저녁식사를 마쳐가던 중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긴 딸이 돌아왔다.
근데 의아스러웠던건 남자친구가 부부한테 인사하고
돌아갈 줄 알았는데 여기 같이 산다고 했다.
순간 궁금하긴 했지만 프라이버시라 왜 여기 같이 사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과는 마인드가 다른 부분이 많다.
딸은 앞으로의 여정을 우리한테 물어보며 조금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앞으로 가다가 오클라호마나 멤피스에서 히치하이킹
또는 버스로 중부를 살짝 건너뛴다고 하니
그 의견에 동의한다며 거기는 볼 게 없다고 한다 ㅋㅋ
사실 천천히 달리느라 그런점도 있긴 하지만 중부는 사실 지루할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우리는 배너를 갖고와 사인을 받았다.
배너를 갖고오니 David와Brenda 가 정말 굿아이디어라며 메세지를 남겨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David&Brenda와 같이 찍은 기념사진
Harve De Grace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을지 생각지도 못하다가
이렇게 따뜻한 환대를 받으니 하루종일 힘겹게 달린 라이딩의 피곤도 녹아내린다.
정말 맛있었던 저녁식사와 라이딩을 즐기는 부부와의 대화, 잊지못할 것 같다.
오늘도 길위의 만남과 함께 여행의 페이지가 차곡차곡 채워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