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특정지역 쏠림현상·금융소외계층 불편함 해결해야”
▶ (사진=연합뉴스)
[경제투데이 주형연 기자] 영업점 통폐합 등 내년 새해 벽두부터 은행 지점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과 함께 은행 점포의 특정지역
쏠림현상 등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1월까지 270곳이 넘는 점포를
줄여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점 구조조정에 나섰던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작업이 내년
초 재개된다.
KB국민은행은 내년 1월 14개 지점과 출장소 3개점, 프라이빗뱅크(PB)센터 1개점 등 총 18개 영업점을
통폐합할 방침이다. 지난해 42개 영업점을 폐쇄한 데 이어 이번 통폐합까지 마무리하면 국민은행 영업점은 1142개로
줄어든다.
신한은행도 내년에 남대문중앙지점, 목동11단지지점, 역삼2동지점, 흥인동지점, 무교금융센터, 파주엘씨디금융센터 등 서울과
수도권에 걸쳐 총 6개 지점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역시 내년 초부터 34개 영업점을 폐쇄하고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19개 영업점을 신설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기업은행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영업점 수를 축소할 계획이다.
내년 2월
1일을 목표로 통합을 준비 중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은행 점포 축소,
인터넷뱅킹 활성화 영향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 관계자들은 "온라인
마케팅 비중이 빠르게 영업 판도를 잠식해 나가면서 은행들이 점포수 살빼기에 주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인터넷뱅킹 고객 수는 1억110만명으로 1999년 인터넷뱅킹 서비스 개시 이래 최초로 1억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뱅킹의 등록 고객 수도 4559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6.1% 늘어났다.
점차 사람들이 은행을 직접 가지 않고 업무를 보는 게
생활화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뱅킹 시대를 맞아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점포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고객의
편의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인근의 중복 점포를 통폐합함으로써 영업점 채널 효율성의 제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인력구조조정·점포 쏠림현상 해소돼야
일각에서는 은행 점포수가 줄어들며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점이 줄면 인력도 감축해야 하는데 이를 단행하지 못하면서 인력 정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 정체가 가장 심각한 국민은행의 경우 팀장·(부)지점장급의 인력 수가 4800여명에 달해 계장·대리급 인력
4100여명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다른 은행도 정도는 덜하지만 심각한 인력 정체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권마저 나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일자리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뜻 나서 인력 구조조정을 할 은행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은행점포의 특정지역
쏠림현상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특정지역의 은행 점포 쏠림현상은 고객기반과 입지적 중요성 등을 고려한 것이지만 다수의 은행들이 몰릴 경우
은행당 ‘유효 영업지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강남역의 경우 지하철역 출구마다 은행지점이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쏠림현상에 따른 은행 간 경쟁은 여수신기반 확보를 위한 할인가격 전략으로 이어져 수익성과 효율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기업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소비자들의 은행 업무를 명확히
분석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은 서비스사업이라 신용이 발생한다.
모든 것이 기계로 해결되지 않는 분야”며 “점포수가 줄면 자연스레 실업자가 배출되는 만큼 은행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고용문제도 객관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