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부산백병원 정형외과 안기찬 교수
중년의 한 남자 분이 진료실로 들어왔다.52세인데 걸음걸이부터해서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등이 앞으로 휘고 특히 목이 구부정하여, 전방을 쳐다보기가 힘들어 눈을 위쪽으로 치켜뜬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고관절(엉덩관절)과 무릎도 뻣뻣한지 보폭이 좁아 걷기도 힘들어 하였다. 이 남자는 특히 아침에 뻣뻣함이 심하다고 하였고, 오후가 되면 조금 풀린다고 하였다. 검사를 해보니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질환의 개요>
강직성 척추염은 한마디로 척추의 인대가 뼈로 변하는 듯이 점차 굳어지는 질환이다. 보통 척추에 증상이 나타나나 심한 경우 고관절, 견관절(어깨관절)도 흔히 침범하게 된다. 비교적 드문 질환이나 병의 진행이 빠르고 적절한 치료가 선행되지 않는 경우, 위의 환자처럼 등과 목이 구부정하게 굽어 전방 주시가 힘든 상태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아주 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 강직성 척추염은 유전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성에게서 2-3배정도 호발하며, 청소년기나 젊은 성인에서 흔히 발현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치료를 하지않고 그냥 두었을 경우 운좋게 스스로 정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수 년 내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 결국 약 1/3의 환자에게서는 척추가 완전히 굳어버리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천장 관절(몸통과 다리를 연결하는 관절)이 유합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수년 후에는 흉추(가슴등뼈)나 경추(목등뼈)까지 진행하여 올라가며, 척추의 운동 범위 감소가 점차 심해지게 된다.
<증상과 자가검사법>
가장 흔한 초기 증상으로는 경미하고 모호한 요추부(허리등뼈)의 동통이며,특히 자고일어나면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강직)이 세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강직은 운동 후에 호전되는 특징이 있다. 환자의 25-30%는 눈에도 이상이 생겨 급성 전방 포도막염과 홍채 모양체염이 발생되기도 한다.
척추의 운동 범위 감소가 나타나며, 이는 요추의 전방 굴곡시의 운동 제한을 측정하여 검사하게 된다. 환자를 똑바로 세우고 제5요추 극돌기 부위의 피부에 표시를 한 후 그 상부 10Cm부위에 다른 표시를 한다. 그 후 환자를 무릎을 편 상태에서 가능한 한 많이 전방 굴곡 시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데,이때 두 점 사이의 거리가 15Cm을 넘지 않으면 요추부의 전방 굴곡이 제한된 것이다(Schober test). 또 호흡시 흉곽운동이 제한되는데 정상에서는 최대로 숨을 들이쉴 때나, 내쉴 때 가슴둘레가 5Cm이상 차이가 나나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그 이하로 저하된다.
<방사선학적 검사>
기본적인 흉요추부의 X-ray검사만으로도 이 질환을 짐작할 수 있는데, 흉요추부의 X-ray에서 척추 몸체가 서로 연결된 모습이 대나무를 연상시킨다고 하여‘대나무 척추’라 부르기도 한다.(그림1)
(그림1)흉요추부의 척추모양이 마치 대나무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대나무 척추’라 불러지기도 한다.
<골절의 위험성>
척추가 강직되면 그 운동성의 저하로 인해 작은 외상에 의해서 또는 외상 없이도 척추골절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의 척추골절은 굉장히 불안정하여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수술적 치료에도 골유합은 오히려 잘 일어나지 않아 동통이 계속 남는 경우가 많다. 한 환자는 버스에서 졸고 있는데 버스가 덜컹하는 순간에 경추부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전신 마비가 왔던 경우도 있었으며(그림2)한 환자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흉추부에 골절이 일어나면서 하반신 마비가 왔던 경우도 있다(그림3)
(그림2)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작은 외상에 의해서도 쉽게 골절이 일어나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서의 경추부 골절.
(그림3)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서의 흉요추부 골절
<예후>
이 질환의 진행 과정은 매우 다양하여, 환자 개개인의 마지막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질병의 진행이 가벼운 상태에서 멈추거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호전되어 직업 종사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이 질환으로 인한 평균 수명의 단축은 없다.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심하게 강직된 환자는 평균 수명의 단축이 보고되고 있으며, 경추부 강직이 심하고 고관절이 강직된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이 질환이 발병된 후 어린나이에 고관절 강직이 동반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질병의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그림4)좌측 고관절이 완전 강직되어 움직임이 아예 없는 환자의 사진
<치료>
동통에 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동통만을 없애주어 환자를 편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동통을 없애 줌으로써 환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 등에 참가하여 관절의 유연성을 최대한 유지시켜주고, 강직이 초래 되더라도 좋은 자세에서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염진통제 등의 약물치료,때로는 스테로이드 제재,방사선 치료 등이 시행될 수 있다. 최근에는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α, TNF-α)의 항체인 infliximab(엠브렐 등)을 사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연구논문도 보고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질환이 진단 되고나면 어느 정도의 보험인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 약제는 특히 수면후 아침 강직에서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이 척추 운동을 효과적으로 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동통이 경감 내지 소실되는 대로 적극적인 운동 요법을 시행하여,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척추 변형을 예방하여야 한다. 정상적인 일상 생활은 물론, 가능하면 등산 등 여가 선용과 모든 종류의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된다. 그러나 강직이 심해지면 이로 인한 생역학적으로 불리한 자세나 비활동성으로 인한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골절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접촉성 스포츠는 피하는 것이 좋다.척추의 강직이 진행되어 전방 주시가 힘들 정도로 척추 후만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후만변형교정을 위한 수술적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이 수술은 척추의 뒤쪽을 잘라내고 그 위아래를 골유합 시킴으로 후만변형을 교정하게 된다.비교적 큰 수술로 출혈이 많고, 신경근의 자극증상이 수술후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림5)강직성 척추염이 심하여 전방주시가 불가능한 환자. 수술 전, 수술 후 사진.
<당부의 말>
강직성 척추염은 현대의학으로 완전히 고칠 수는 없는 질환이지만, 그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보다 나은 삶의 영위를 위해 전문적인 의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적 치료까지 이르지 않고, 진행이 가벼운 상태에서 멈추는 경우들이 많다.이 질환이 의심되는 분들은 너무 두려워하지도 말고 척추전문의를 찾아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능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된다.
첫댓글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늘,,기쁨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