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국립공원 솔향기 길을 걷으며
(충남 태안군 이원면 소재)
다음 불 로그:-kims1102@
시골 담장 너머로 주황색 능소화가 활짝 피어있는데 장맛비,
오란 비는 주룩주룩 줄기차게 흐르는 하늘에 눈물이었다.
담장 너머 불꽃처럼 너울너울 타오르는 능소花는
임금님 발자국소리 들으려고 까치발로 서성이다 죽은 궁녀의 넋이란다.
꽃잎 활짝 열고, 귀 쫑긋!
귀 기울이는 깔때기 꽃 발그레 물든 주황 복사꽃 뺨이 너무 아름답구나.
감히 임금님 처소까지 넘보는 당당하고 도발적인 꽃이지만,
후드득! 한줄기 쏟아지는 소낙비에도 목을 통째로 꺽 어 땅바닥에 장렬히
나뒹구는 넝쿨 꽃이여!
슬픈 사연의 꽃인데 빗물아, 제발 넝쿨 꽃 꺾지 말아 라.
그제 오후에는 한바탕 소낙비가 신나게 내렸지만,
어제 광주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예보와는 달리 웬걸 비는
고사하고 날씨만 좋았다.
내친김에 양동매씨에게 하산주로 오리 탕을 끓이자고 했더니 전국적으로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무슨 말이냐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김치에 김과
찰밥을 준비하겠다고 하신다.
지당하신 말씀.
아침 날씨는 좋았고 우리는 충남에 있는 솔향기 길을 걷기로 했다.
충남태안국립공원 “솔향기 길”은 해변을 따라 가되 모래사장을 걷는 게
아니고 해변숲길이나 마을길 등을 따라가다 보면 숲길이지만 고개만
돌리면 그대로 바다풍광이 보인다.
은은한 솔향기, 바다냄새, 넘실거리는 파도소리에 아무리 걸어도 피곤하지
않는 것이 태안 솔향기 길의 매력이다.
요즘같이 걷기열풍을 타고 친환경 트레킹코스인 충남 태안군의 솔향기 길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태안군은 3면이 바다이면서 해안선 길이가 531㎞나 되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펼쳐진 절경이 빼어나서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엔 건강을 위해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선택하는
운도女가 부쩍 늘었다. (운도女=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도시여자)
또한 반으로 접어 휴대하기 편하게 만든 플랫슈즈도 인기란다.
사무실에서는 하이힐로 갈아 신은 뒤 출근길에 사용한 플랫슈즈는
가방에 넣어 정리하는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장도女까지 등장할 추세다.
(장도女=장화를 신고 출근하는 도시여자)
생소했지만 작년에도 여성용장화가 패션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이래저래 신발 사야 할 핑계가 점점 더 많아지는데 빗속의 장화 신은
여자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천혜(天惠)의 경관을 자랑하는 태안반도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이원面에서 원북面까지 42.5㎞구간에 4개 코스로 만들어진 “솔향기 길”
은 태생부터가 남다르다.
이 길은 2007년 기름유출사고 때 전국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원활한
방제작업을 돕기 위해 지역민들의 힘으로 길을 닦아 만든 곳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이 만들어놓은 이 길을 걸을 때마다 탁 트인
가로림만 바다와 울창하게 조성된 소나무 숲을 보고 감탄사를 자아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책로를 태안군이 돈을 들여 지난해 12월까지 길을 뚫은
뒤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솔향기길”이란 이름을 지어주면서 태어났다.
솔향기 길의 제1코스는 이원면 꾸지나무 골 해수욕장에서 시작,
만대港까지 10.2km의 코스다.
오늘같이 온도가 높고 구름까지 많으면 날씨는 더욱 무덥기 마련이다.
이럴 땐 9분 바지나, 7분 바지, 혹은 바짓단을 살짝 접어 올리는
“롤 업 팬츠”를 입어보자. (룰 업 팬츠= 바지자락을 걷어 올린 것)
복숭아 뼈를 살짝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더위도 잡고
“에지”있는 스타일도 완성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여름엔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은 촌스러워 절대금물이다.
요즘은 개성시대니까 발을 감싸는 덧신 형태의 양말도 한번 신어보자.
마치 신지 않은 것처럼 보여 “페이크 삭스”(거짓양말)로도 불린다.
직장이나 공직사회에서도 간편 복장으로 바꿔 입는 것이 추세가 아닌가.
하늘(기상)의 속내를 하찮은 인간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오지도 않는 비를 자꾸만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예보 때문에 맘 약한
일부회원들이 예약을 취소하고 불참을 했다.
50명을 예상했던 회원들이 40명으로 줄어들었다.
하기야 우리는 전문산악인도 아니고 취미산행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비 온다는데 파전에 막걸리나 한잔 할까?”
주당들이 흔히 하는 얘기지만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는 있단다.
막걸리나 파전 같은 단백질 식품에는,
아미노산과 비타민B가 많이 들어있고 이 성분들은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구성하고 있는데 세로토닌의 증가는 사람들의 우울한
기분을 덜어준단다.
고온다습한 날씨나 일상에 지친 몸의 피로를 푸는 자구책인 셈이다.
비 소식이 있다고 노릇노릇 파전 굽는 소리에 막걸리 한잔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용감하게 산행에 참여하는 게 더 현명하리라!
오늘 산행코스는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서 출발:-
-큰어리골 -작은어리골 -별쌍금일몰전망대 -가마봉 -근욱골해변 -세막금
-큰구매 -만대港까지 10.2Km로 4:30분 소요코스다.
금광은 산악회가 아니라 가족친목단체라는 게 더 실감나는 표현 일게다.
오늘도 정 영순(화순제분소)매씨가 미니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김영순회원이 바나나 한 상자를 회원들을 위해서 가져왔다.
항상 산악회의 궂은일을 마다않고 묵묵히 봉사하는 군왕峰(임 호남)님께
너무 고마워 다산의 유배일기인 “한밤중에 잠깨어”란 책을 한권 선물로
드렸더니 어려운 산악회살림에 보태 쓰라고 거금 20만원을 기부해주었다.
모두가 너무 고맙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08시에 광주역에서 출발한 산행버스가 오전 11시30분에야 꾸지나무 골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길도 멀었지만 도로공사가 많았고 초행길이라 물어물어 오느라 늦은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산책길산행은 곧 바로 시작되었다.
지난번에 다녀온 태안 솔바람 길처럼 덱크길과 평탄한 시골 해안 길을 나는
걸어가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비는 오지 않아도 하늘을 가리고 있는 많은 구름 때문에 습도가 높아 땀이
물씬물씬 흐른다.
해수욕장에서 떨어진 곳에 경기대학교 수련원이 보였다.
산길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있어 파도소리만 들리는 곳도,
전망이 트여있어 푸른 바다와 섬과 리아스식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곳도 있었다.
갯바위 길도, 모래사장 길도 있었지만, 산길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끝없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지드락 펜션이 있는 큰 어리 골, 샛별수산공장이 있는 작은 어리 골도 지났고
여섬이 보이는 별쌍금 일몰전망대에서 용난 굴, 중막 골도 만났다.
가마봉전망대, 큰 노루 골, 칼바위도 지나갔다.
술을 못하는 내가 점심때마신 중국 고량주와 오디술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고 숨이 막힌다.
신창골부부가 간해독제와 약물을 주어서 마셨다.
근욱골 해변에서 6명의 회원이 세막금 쉼터, 큰구매 길을 포기하고 만대염전이
있는 길로 접어들어 마을을 끼고 만대港에 도착했다.
한적한 어촌마을인 만대港은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현대식 건물로 깨끗하게 지어놓고 해물을 파는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하다.
산행을 못한 매씨들은 바닷가에서 고동과 게를 잡고 해초류를 뜯고 있었다.
날씨기 시원해서 돗자리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해안선을 따라 돌아오는 산행1팀은 30분이 지나야 도착한다는 메시지다.
하산시간은 16시였다.
그렇게 걱정했던 비는 산행 내내 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리 탕을 끓이는 건데 라고 양동매씨가 웃는다,
하산酒는 이름 모를 한적한 해안 공터에서
찰밥에 김과 김치, 오이냉국(총무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에 먹었고
소주와 막걸리를 곁들였다.
후식으로 수박도 두통이나 먹었다.
귀로에 갑자기 차내에서 커피판매가 시작되었다.
우스갯짓으로 시작된 한잔에 천원 커피가 불티가 나더니 4만 여원의
매출금이 생겨 하드를 사다 회원 모두가 먹는 즐거움도 있었다.
멀쩡하던 날씨가 고창과 장성으로 접어들자 차창 밖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억세게 쏟아지고 있다.
집에 가려고 서둘러 우산과 우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담양에 들어서니
비 한 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매 마른 아스팔트길이었다.
비는 멀리서 오는 손님이다.
낮은 곳으로 낮은 마음으로 모든 이의 가슴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눈짓이다.
(김 후란의 비 오는 날에서)
비는 겸손하다.
먼 곳에서 가까이 갈라진 대지와 팍팍한 마음을 적시로 달려온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물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단 한 방울로도 절박한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팍팍한 우리 가슴에도 단비가 내렸으면,
(산행이 끝났다고, 그러면 안 되지! 미안합니다.)
(2012년 7월 13일)
첫댓글 토요일, 광주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산간지역인 진안은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났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우리 팡팡님의 산행후기는 감동~감동~감동.어느누가 이렇게 잘 하시리오. 감사합니다^0^~~~
바보 바보 Y 2012.07.17 20:20수정 | 답글 | 삭제 | 신고
한바탕 쏟아져 내 갈 길 막아 놓더니 구름 따라 가버렸다
마음이나 적셔주고 가지, 소나기야! 오랬만에 들렸네요